“전 그저 한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본 것뿐이에요.” 서진은 원청현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가 제시한 아이디어는 대담한 가정일 뿐이었다. “제 생각에 여왕이 실험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아직 그 실험을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만약 여왕이 그 실험이 ‘완성되었다’고 믿게 된다면, 그녀의 집착도 풀리지 않을까요?” “맞는 말이다.” 원청현은 깊이 생각한 후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답했다. “심리학적으로도 그 말은 일리가 있어.” 원철수는 의자에 몸을 기댄 채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는 그거지. 여왕에게 최면을 걸 사람이 필요하다는 건데, 우리 같은 사람들이 과연 그럴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여왕이 우리를 얼마나 경계하는지 모르나? 우린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잖아! 우리가 쉽게 여왕을 만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원철수는 반쯤 농담처럼 말하며 팔을 벌리고 하품을 크게 했다. “내가 하마.” 갑자기 원청현이 나섰다. 원철수는 그의 말에 깜짝 놀라 의자에서 넘어질 뻔했다. “둘째 할아버지? 지금 뭐라고 하신 거예요?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시겠다고요? 거기는 호랑이 굴이에요! 겨우 돌아오셨는데 다시 그런 위험한 곳에 가게 둘 순 없어요!” 원철수는 고개를 저으며 원청현을 필사적으로 말렸다. “내가 안 가면, 네가 갈래?” 원청현은 옆눈으로 원철수를 흘겨보며 단호하게 물었다. 원철수는 할 말을 잃었다. “여왕에게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고, 최면을 걸 수 있는 사람도 나밖에 없지. 결국 나 아니면 누가 하겠어?” 원청현의 마지막 말은 자랑이 아닌, 그저 사실을 말한 것이었다. 서진을 포함한 나머지 세 사람도 그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맞는 말이었다. 설령 여왕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낸다고 해도, 최면을 걸 능력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임상언조차 그저 최면을 당했던 사람일 뿐, 다른 사람에게 최면을 거는 것은 불가능했다. “성공할 자신이 있나요?” 서진
“네가 나를 도와준다고?”원청현은 손을 들어 원철수의 머리를 가볍게 치며 말했다. “내가 네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냐? 네가 안 따라오는 것만으로도 내 발목 잡힐 일이 없을 거다.” “제가 왜 발목을 잡아요, 저는 그저...” 원철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원청현이 다시 끊었다. “내가 최면을 거는데, 네가 거기서 뭐 할 건데? 동요라도 불러줄 거야? 네가 거기 있으면 여왕이 제대로 잠이라도 자겠냐?” 원철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입을 다물었다. “이건 최면이야. 네 도움이 필요 없는 일이야!” 원청현은 다시 한번 원철수를 노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 뒤 서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틀만 시간을 줘. 정원에 가서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어.” 서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필요한 인력이나 도움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그렇게 일이 결정되었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이틀의 시간은 고통스러운 기다림이었다. 지금의 상황에서 하루하루가 길게만 느껴졌다. 한편, 실험실에서는 주효정과 소은이 마치 경쟁하듯 각자의 실험에 몰두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의식하며 치열하게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여왕은 실험실에 한 번도 발을 들이지 않았다. 여왕은 마치 실험 자체를 잊은 듯, 매일 발코니에서 햇볕을 쬐고 바람을 맞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오늘도 날씨가 유난히 좋았다. 여왕은 휠체어에 앉아 발코니의 통풍이 잘 되는 곳으로 나와 얼굴을 하늘로 향해 살짝 들고 눈을 감았다. 멀리서 새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는 맑고 청아했다. 릭은 어느새 여왕의 뒤에 조용히 다가와 얇은 담요를 들고 그녀의 무릎 위에 살며시 덮어주었다. “여왕 폐하, 바람이 조금 불고 있습니다.” 릭은 불필요한 말을 덧붙이지 않고 그저 행동으로만 자신의 걱정을 표현했다. 여왕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릭이 담요를 좀 더 당기려 몸을 기울이자, 여왕이 입을 열었다. “릭, 내 햇빛
여왕은 릭을 한 번 바라보며 물었다. “실험은 어떻게 되고 있지?” 릭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이 대답은 결국 아무런 진전도 없다는 의미였다. “정말 믿어도 될까?”이 질문은 릭에게 한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에게 한 것인지 모호했다. 아무 대답이 들리지 않자, 여왕은 흥미를 잃은 듯 눈을 감고 깊이 숨을 들이마신 후 다시 물었다. “프레드는 요즘 얌전하니?” 릭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주 조용합니다.”그 조용함은 평소와는 다른, 마치 입을 닫아버린 벙어리처럼 완전히 침묵에 잠긴 상태였다. 프레드는 여왕이 자신을 마지막으로 방문한 이후로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조용히 식사하고 잠을 자며, 운명을 받아들이는 듯했다. “보약은 제대로 쓰고 있지?” 여왕이 다시 물었다. 릭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폐하의 지시에 따라 모두 제대로 제공되고 있습니다.”“그럼 됐어.”여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발코니 밖을 바라보았다. 이곳의 정원은 완벽하게 꾸며져 있었고, 주위의 나무와 식물들은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계절의 변화로 인해 많은 나뭇잎들이 이미 노랗게 변해 바람에 흔들리며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던 여왕은 문득 조용히 중얼거렸다. “더 이상 이렇게 끝없는 기다림을 이어가고 싶지 않아.”릭은 여왕의 말에 놀라며 귀를 기울였다. 여왕은 단호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모든 전문가들에게 전해라. 준비를 마치고, R10 실험을 다시 시작할 거다.” 릭은 놀라서 물었다. “지금 말입니까?” “모두 준비하게 해. 정확한 시간은 내가 다시 알리마.” 여왕은 지시를 내린 뒤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릭은 여왕의 명령에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고 즉시 준비에 들어갔다. 한편, 실험실에서 열중하고 있던 소은은 이 소식을 아직 듣지 못한 상태였다. 이 실험실에서는 소은과 주효정만이 남아 각자의 실험에 몰두하고
또 실패다. 주효영의 실험은 매번 실패를 반복했다. 사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서두르면 안 되고, 실험이 그렇게 쉽게 성공하지는 않을 거라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조급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마도 소은이 근처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소은도 실험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위기감이 계속해서 주효영에게 영향을 주고 있었다.주효영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천천히 고개를 들어 앞에 놓인 실험 기기를 바라보았다. 기기 속의 물체를 바라보고, 컴퓨터에 나타난 데이터를 다시 한번 확인한 후, 갑자기 손을 뻗어 모든 것을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그리고 돌아서서 바깥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주효영은 곧바로 소은이 실험을 하고 있는 장소로 갔다. 그녀의 진행 상황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문앞에 다다르자 소은은 안에서 누워 자고 있었다. 주효영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눈을 비볐다. 그러나 다시 눈을 떠 확인해 보니, 소은은 정말로 자고 있었다. 소은은 의자에 느긋하게 기대어 자고 있었고, 따뜻한 담요를 덮고 있었다. 마치 아주 편안하게 휴가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그뿐만 아니라, 옆에 있는 테이블에는 차와 간식까지 놓여 있었다. 정말로 실험 중인 것이 아니라 휴가를 즐기는 것 같았다. 실험대 위에는 실험 장치들이 차분하게 작동 중이었고, 모든 것이 질서 있게 진행되고 있었다. 급할 것도 없고 느긋했다. 그 순간 주효영은 더욱 화가 치밀었다. ‘난 죽을 고비를 넘기며 실험을 하는데, 한소은은 어떻게 저렇게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걸까?’‘한소은은 실험을 하러 온 게 아니야. 분명 게으름을 피우기 위해 온 거야. 아니, 일부러 날 자극하기 위해 나타난 거야!’ 이렇게 생각한 주효영은 소은을 분노에 찬 눈밫으로 한 번 쏘아보고, 다시 실험대에 놓인 장비들을 바라보며 속으로 나쁜 생각을 품었다. 소은은 깨어날 기미가 전혀 없었기에, 주효영은 말없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실험 장치에 손을 뻗었다. 그러나 장치를 만지기 직
소은은 그제야 천천히 눈을 뜨고 느긋하게 몸을 일으키며 주효영을 쳐다보았다. “너도 의학을 전공했으면서, 이 안에 든 게 뭔지 모르나 봐?”소은의 말에 주효영은 고개를 돌려, 실험대 위에 놓인 물건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냄새까지 맡아보았지만, 여전히 무엇인지 알아낼 수 없었다. “너 지금 장난치는 거야?”주효영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손은 빨갛게 부어오랐고, 마치 화상이라도 입은 듯했다. 상처는 화상 같았지만 사실 그렇게 뜨겁지도 않았다. 다시 실험대 위의 약품들을 보니 방금 주효영의 손에 닿은 병들이 넘어졌고, 약물들이 실험대 위에서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소은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마치 그 약품들이 엎어져도 아무 상관없다는 듯했다. 오히려 소은은 차를 한 잔 따라 여유롭게 한 모금 마셨다. “왜? 정말 모르겠어?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지 그래? 창피할 건 없잖아?” 소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흥! 그저 부식성 약물일 뿐이잖아. 별거 아니면서 신비한 척은!” 주효영이 말했다. “그냥 잠시 방심해서 네 속임수에 넘어간 것뿐이야.”“내가 분명 경고했는데 네가 내 말을 안 들은 거지.” 소은은 차를 내려놓고 천천히 그녀 쪽으로 다가갔다. 주효영의 부상당한 손을 한 번 보고, 실험대를 한 번 살펴본 후, 소은이 말했다. “너 잘못 짚었어. 그건 부식성 약물이 아니야.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그게 뭔지 몰라.”“왜 그렇게 날 쳐다봐? 못 믿겠어? 나도 그게 뭔지 모른다니까!” 소은은 미소를 지으며 옆으로 몸을 기울여 여유로운 태도로 말했다. “너도 지금은 실험 단계라는 걸 알고 있잖아. 실험 단계가 뭐겠어? 대담한 가설을 제기해 검증해보는 거지.” “지금 나는 대담한 가설을 세우고 있어. 전혀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성질이 다른 약들을 섞어 보고, 무슨 변화가 일어날지 지켜보는 중이야.” 소은은 실험대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봐, 역시 예상치 못한 효과가 나왔지.” “미쳤어?” 주효영
주효영은 소은과 여왕이 어떤 협의를 맺었는지 몰랐다. ‘여왕은 왜 갑자기 마음을 바꿔 소은을 실험실로 들여보낸 걸까?’ 분명 실험실은 주효영이 관리하기로 정해졌고,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그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었다. 그런데 이틀도 채 지나지 않아 여왕이 소은에게 실험실을 넘겨준 것이다. 주효영은 소은이 자신과는 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소은에게 특별한 호감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주효영은 이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 소은의 태도를 보니, 그녀는 제대로 실험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대충 얼버무리는 것처럼 보였다. “네가 뭐라하든 상관없어.” 소은은 주효영을 힐끗 보고는 무심하게 말했다. “마음에 안 들면 고발하든지.” 소은의 거만한 태도에 주효영은 더욱 참을 수 없었다. 손의 통증까지 더해져 분노는 절정에 이르렀다. “내가 못할 것 같아? 네가 여왕의 총애를 받는다고 착각하지 마! 한소은, 네가 왜 여기에 있는지 잊었어? 너는 납치된 거지 여왕의 손님이 아니야.” 주효영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을 마치고, 그대로 돌아섰다. 소은은 그녀가 분노에 차서 성큼성큼 나가는 것을 보면서도 막지 않았다. 그저 여전히 의자에 앉아 텅 빈 문을 바라보았다. 소은의 얼굴에 서서히 웃음기가 사라지고, 그녀의 표정이 약간 굳어졌다. 소은은 당연히 여왕의 총애를 받는 존재가 아니었다. 여왕은 겉보기에는 온화하고 친절한 사람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극도로 집착적이고 이기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었다. 여왕이 그렇게 오랜 세월 왕좌를 차지하며 자리를 비켜주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여왕이 자신의 아들조차 믿지 않고 끊임없이 의심했던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녀가 이런 실험을 시작한 것도 그런 집착과 이기심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여왕은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소은은 여왕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었다. 여왕이 스스로 실험을 중단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오
주효영은 계단 입구에 서서 텅 빈 복도를 한 번 살펴보았다. 잠시 생각한 뒤 마음을 가라앉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탁했다. “여왕님께 급히 보고드릴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제발 한 번만 전해주세요.”“만약 이 일이 지체되면, 큰일이 벌어질 겁니다. 실험과 관련된 문제예요.” 주효영은 덧붙였다. 지금 자신이 여왕의 실험을 돕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주효영은 다소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상대는 전혀 미동도 하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 “여왕님께서 누구도 방해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상황이 이상하다고 느낀 주효영은 다시 안쪽을 살펴보려고 몸을 기울였지만, 곧바로 저지당했다. 주효영은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럼, 여왕님께서 지금 쉬고 계신 건가요, 아니면 어딜 가신 건가요?”“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차가운 대답에 주효영은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경비를 뚫고 들어갈 순 없었다.여왕이 그녀에게 어느 정도 자유를 주었지만 주효영은 여전히 여왕에게 있어 별다른 존재감이 없는 존재였다. 결국 주효영은 어쩔 수 없이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주효영은 몇 걸음 더 걷다가, 무언가 떠오른 듯 다시 돌아서서 말했다. “여왕님이 안 계신다면, 릭을 만나볼 수 있을까요?” “릭에게도 전할 말이 있습니다. 시간을 지체할 수 없으니 제발 릭에게 전해주세요.” 주효영은 매우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말에 경비원들은 잠시 서로를 쳐다보며 망설였다. “정말 급한 일입니다.” 주효영은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러나 경비원들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고, 이번에는 대답을 했다. “릭도 자리를 비웠습니다. 그러니 기다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릭도 없다고요?” 주효영은 당황했다. 릭은 거의 항상 여왕과 함께 있었으니, 그도 여왕과 함께 있다는 말일 것이다. ‘그렇다면, 여왕은 지금 어디로 간 걸까?’‘실험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니? 여왕에게 실험이 최우선순위가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주효영은 급히 실험실로 다시 돌아갔다. 도착했을 때 소은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여전히 의자에 기대어 반쯤 자는 듯한 모습이었다. 주효영은 더 이상 조심스럽게 행동하지 않고 곧바로 물었다. “너 아직도 여기 있었어?” 소은은 눈꺼풀을 살짝 들어 주효영을 힐끗 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내가 그럼 어디 있어야 하지? 네 질문이 참 이상하네.” “그러니까 너도 모르는 거네.” 주효영은 중얼거렸다. 그러나 곧바로 무언가 생각난 듯, 입 밖으로 나올 뻔한 말을 다시 삼키며 말했다. “별거 아니야. 네 실험이나 계속해. 어디 한 번 네 멋대로 해봐!” 소은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주효영은 어느 정도 마음이 놓였다. 여왕이 소은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면, 자신만 특별히 제외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한결 편해졌다. 그러나 여왕이 실험실에 오지 않았다면, 대체 어디로 간 걸까? 주효영은 의문을 품은 채 발걸음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소은은 반쯤 몸을 일으키며 주효영이 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행동에 의구심이 들었다. “방금 그말 무슨 뜻이야?” “아무것도 아니야. 네 실험이나 계속해!” 주효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아니면 계속 자던가.” 주효영은 비꼬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소은이 제대로 실험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이 굳이 경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여왕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이었다. 주효영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해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오랜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주효영은 빠르게 걸음을 옮기며 실험실을 떠났다. 그녀의 발걸음 소리가 급하게 멀어져 갔다. 소은은 점점 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주효영이 단순히 속임수를 쓰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방금 전 그녀의 모습은 절대 연기가 아니었다. 게다가, 주효영이 문을 열며 했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