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은 릭을 한 번 바라보며 물었다. “실험은 어떻게 되고 있지?” 릭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이 대답은 결국 아무런 진전도 없다는 의미였다. “정말 믿어도 될까?”이 질문은 릭에게 한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에게 한 것인지 모호했다. 아무 대답이 들리지 않자, 여왕은 흥미를 잃은 듯 눈을 감고 깊이 숨을 들이마신 후 다시 물었다. “프레드는 요즘 얌전하니?” 릭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주 조용합니다.”그 조용함은 평소와는 다른, 마치 입을 닫아버린 벙어리처럼 완전히 침묵에 잠긴 상태였다. 프레드는 여왕이 자신을 마지막으로 방문한 이후로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조용히 식사하고 잠을 자며, 운명을 받아들이는 듯했다. “보약은 제대로 쓰고 있지?” 여왕이 다시 물었다. 릭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폐하의 지시에 따라 모두 제대로 제공되고 있습니다.”“그럼 됐어.”여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발코니 밖을 바라보았다. 이곳의 정원은 완벽하게 꾸며져 있었고, 주위의 나무와 식물들은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계절의 변화로 인해 많은 나뭇잎들이 이미 노랗게 변해 바람에 흔들리며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던 여왕은 문득 조용히 중얼거렸다. “더 이상 이렇게 끝없는 기다림을 이어가고 싶지 않아.”릭은 여왕의 말에 놀라며 귀를 기울였다. 여왕은 단호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모든 전문가들에게 전해라. 준비를 마치고, R10 실험을 다시 시작할 거다.” 릭은 놀라서 물었다. “지금 말입니까?” “모두 준비하게 해. 정확한 시간은 내가 다시 알리마.” 여왕은 지시를 내린 뒤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릭은 여왕의 명령에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고 즉시 준비에 들어갔다. 한편, 실험실에서 열중하고 있던 소은은 이 소식을 아직 듣지 못한 상태였다. 이 실험실에서는 소은과 주효정만이 남아 각자의 실험에 몰두하고
또 실패다. 주효영의 실험은 매번 실패를 반복했다. 사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서두르면 안 되고, 실험이 그렇게 쉽게 성공하지는 않을 거라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조급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마도 소은이 근처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소은도 실험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위기감이 계속해서 주효영에게 영향을 주고 있었다.주효영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천천히 고개를 들어 앞에 놓인 실험 기기를 바라보았다. 기기 속의 물체를 바라보고, 컴퓨터에 나타난 데이터를 다시 한번 확인한 후, 갑자기 손을 뻗어 모든 것을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그리고 돌아서서 바깥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주효영은 곧바로 소은이 실험을 하고 있는 장소로 갔다. 그녀의 진행 상황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문앞에 다다르자 소은은 안에서 누워 자고 있었다. 주효영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눈을 비볐다. 그러나 다시 눈을 떠 확인해 보니, 소은은 정말로 자고 있었다. 소은은 의자에 느긋하게 기대어 자고 있었고, 따뜻한 담요를 덮고 있었다. 마치 아주 편안하게 휴가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그뿐만 아니라, 옆에 있는 테이블에는 차와 간식까지 놓여 있었다. 정말로 실험 중인 것이 아니라 휴가를 즐기는 것 같았다. 실험대 위에는 실험 장치들이 차분하게 작동 중이었고, 모든 것이 질서 있게 진행되고 있었다. 급할 것도 없고 느긋했다. 그 순간 주효영은 더욱 화가 치밀었다. ‘난 죽을 고비를 넘기며 실험을 하는데, 한소은은 어떻게 저렇게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걸까?’‘한소은은 실험을 하러 온 게 아니야. 분명 게으름을 피우기 위해 온 거야. 아니, 일부러 날 자극하기 위해 나타난 거야!’ 이렇게 생각한 주효영은 소은을 분노에 찬 눈밫으로 한 번 쏘아보고, 다시 실험대에 놓인 장비들을 바라보며 속으로 나쁜 생각을 품었다. 소은은 깨어날 기미가 전혀 없었기에, 주효영은 말없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실험 장치에 손을 뻗었다. 그러나 장치를 만지기 직
소은은 그제야 천천히 눈을 뜨고 느긋하게 몸을 일으키며 주효영을 쳐다보았다. “너도 의학을 전공했으면서, 이 안에 든 게 뭔지 모르나 봐?”소은의 말에 주효영은 고개를 돌려, 실험대 위에 놓인 물건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냄새까지 맡아보았지만, 여전히 무엇인지 알아낼 수 없었다. “너 지금 장난치는 거야?”주효영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손은 빨갛게 부어오랐고, 마치 화상이라도 입은 듯했다. 상처는 화상 같았지만 사실 그렇게 뜨겁지도 않았다. 다시 실험대 위의 약품들을 보니 방금 주효영의 손에 닿은 병들이 넘어졌고, 약물들이 실험대 위에서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소은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마치 그 약품들이 엎어져도 아무 상관없다는 듯했다. 오히려 소은은 차를 한 잔 따라 여유롭게 한 모금 마셨다. “왜? 정말 모르겠어?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지 그래? 창피할 건 없잖아?” 소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흥! 그저 부식성 약물일 뿐이잖아. 별거 아니면서 신비한 척은!” 주효영이 말했다. “그냥 잠시 방심해서 네 속임수에 넘어간 것뿐이야.”“내가 분명 경고했는데 네가 내 말을 안 들은 거지.” 소은은 차를 내려놓고 천천히 그녀 쪽으로 다가갔다. 주효영의 부상당한 손을 한 번 보고, 실험대를 한 번 살펴본 후, 소은이 말했다. “너 잘못 짚었어. 그건 부식성 약물이 아니야.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그게 뭔지 몰라.”“왜 그렇게 날 쳐다봐? 못 믿겠어? 나도 그게 뭔지 모른다니까!” 소은은 미소를 지으며 옆으로 몸을 기울여 여유로운 태도로 말했다. “너도 지금은 실험 단계라는 걸 알고 있잖아. 실험 단계가 뭐겠어? 대담한 가설을 제기해 검증해보는 거지.” “지금 나는 대담한 가설을 세우고 있어. 전혀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성질이 다른 약들을 섞어 보고, 무슨 변화가 일어날지 지켜보는 중이야.” 소은은 실험대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봐, 역시 예상치 못한 효과가 나왔지.” “미쳤어?” 주효영
주효영은 소은과 여왕이 어떤 협의를 맺었는지 몰랐다. ‘여왕은 왜 갑자기 마음을 바꿔 소은을 실험실로 들여보낸 걸까?’ 분명 실험실은 주효영이 관리하기로 정해졌고,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그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었다. 그런데 이틀도 채 지나지 않아 여왕이 소은에게 실험실을 넘겨준 것이다. 주효영은 소은이 자신과는 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소은에게 특별한 호감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주효영은 이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 소은의 태도를 보니, 그녀는 제대로 실험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대충 얼버무리는 것처럼 보였다. “네가 뭐라하든 상관없어.” 소은은 주효영을 힐끗 보고는 무심하게 말했다. “마음에 안 들면 고발하든지.” 소은의 거만한 태도에 주효영은 더욱 참을 수 없었다. 손의 통증까지 더해져 분노는 절정에 이르렀다. “내가 못할 것 같아? 네가 여왕의 총애를 받는다고 착각하지 마! 한소은, 네가 왜 여기에 있는지 잊었어? 너는 납치된 거지 여왕의 손님이 아니야.” 주효영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을 마치고, 그대로 돌아섰다. 소은은 그녀가 분노에 차서 성큼성큼 나가는 것을 보면서도 막지 않았다. 그저 여전히 의자에 앉아 텅 빈 문을 바라보았다. 소은의 얼굴에 서서히 웃음기가 사라지고, 그녀의 표정이 약간 굳어졌다. 소은은 당연히 여왕의 총애를 받는 존재가 아니었다. 여왕은 겉보기에는 온화하고 친절한 사람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극도로 집착적이고 이기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었다. 여왕이 그렇게 오랜 세월 왕좌를 차지하며 자리를 비켜주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여왕이 자신의 아들조차 믿지 않고 끊임없이 의심했던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녀가 이런 실험을 시작한 것도 그런 집착과 이기심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여왕은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소은은 여왕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었다. 여왕이 스스로 실험을 중단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오
주효영은 계단 입구에 서서 텅 빈 복도를 한 번 살펴보았다. 잠시 생각한 뒤 마음을 가라앉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탁했다. “여왕님께 급히 보고드릴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제발 한 번만 전해주세요.”“만약 이 일이 지체되면, 큰일이 벌어질 겁니다. 실험과 관련된 문제예요.” 주효영은 덧붙였다. 지금 자신이 여왕의 실험을 돕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주효영은 다소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상대는 전혀 미동도 하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 “여왕님께서 누구도 방해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상황이 이상하다고 느낀 주효영은 다시 안쪽을 살펴보려고 몸을 기울였지만, 곧바로 저지당했다. 주효영은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럼, 여왕님께서 지금 쉬고 계신 건가요, 아니면 어딜 가신 건가요?”“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차가운 대답에 주효영은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경비를 뚫고 들어갈 순 없었다.여왕이 그녀에게 어느 정도 자유를 주었지만 주효영은 여전히 여왕에게 있어 별다른 존재감이 없는 존재였다. 결국 주효영은 어쩔 수 없이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주효영은 몇 걸음 더 걷다가, 무언가 떠오른 듯 다시 돌아서서 말했다. “여왕님이 안 계신다면, 릭을 만나볼 수 있을까요?” “릭에게도 전할 말이 있습니다. 시간을 지체할 수 없으니 제발 릭에게 전해주세요.” 주효영은 매우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말에 경비원들은 잠시 서로를 쳐다보며 망설였다. “정말 급한 일입니다.” 주효영은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러나 경비원들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고, 이번에는 대답을 했다. “릭도 자리를 비웠습니다. 그러니 기다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릭도 없다고요?” 주효영은 당황했다. 릭은 거의 항상 여왕과 함께 있었으니, 그도 여왕과 함께 있다는 말일 것이다. ‘그렇다면, 여왕은 지금 어디로 간 걸까?’‘실험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니? 여왕에게 실험이 최우선순위가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주효영은 급히 실험실로 다시 돌아갔다. 도착했을 때 소은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여전히 의자에 기대어 반쯤 자는 듯한 모습이었다. 주효영은 더 이상 조심스럽게 행동하지 않고 곧바로 물었다. “너 아직도 여기 있었어?” 소은은 눈꺼풀을 살짝 들어 주효영을 힐끗 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내가 그럼 어디 있어야 하지? 네 질문이 참 이상하네.” “그러니까 너도 모르는 거네.” 주효영은 중얼거렸다. 그러나 곧바로 무언가 생각난 듯, 입 밖으로 나올 뻔한 말을 다시 삼키며 말했다. “별거 아니야. 네 실험이나 계속해. 어디 한 번 네 멋대로 해봐!” 소은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주효영은 어느 정도 마음이 놓였다. 여왕이 소은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면, 자신만 특별히 제외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한결 편해졌다. 그러나 여왕이 실험실에 오지 않았다면, 대체 어디로 간 걸까? 주효영은 의문을 품은 채 발걸음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소은은 반쯤 몸을 일으키며 주효영이 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행동에 의구심이 들었다. “방금 그말 무슨 뜻이야?” “아무것도 아니야. 네 실험이나 계속해!” 주효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아니면 계속 자던가.” 주효영은 비꼬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소은이 제대로 실험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이 굳이 경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여왕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이었다. 주효영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해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오랜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주효영은 빠르게 걸음을 옮기며 실험실을 떠났다. 그녀의 발걸음 소리가 급하게 멀어져 갔다. 소은은 점점 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주효영이 단순히 속임수를 쓰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방금 전 그녀의 모습은 절대 연기가 아니었다. 게다가, 주효영이 문을 열며 했던 말
어쩌면 여왕이 애초에 여기에 없어서 아무도 만나지 않는다고 말한 걸까? 경비원들의 얼굴에는 순간적으로 불안한 기색이 스쳤지만, 소은의 질문에 정면으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모릅니다.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뭘 이해했다는 거지?’ 경비원들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소은은 이미 자리를 떠났고, 그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앞을 응시할 뿐이었다. 엘리베이터로 돌아온 소은은 버튼에 손을 올려놓았지만, 급히 누르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은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주효영의 말과 방금 경비원들의 반응을 종합해보면, 그들이 말한 다른 사람은 분명 주효영이었다. 즉, 주효영도 여왕을 찾으러 왔지만 소은처럼 여왕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주효영은 소은이 여왕과 함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방금 그렇게 급히 실험실로 돌아온 이유는 여왕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여왕은 그곳에 없었고, 오직 소은만 있었기에 주효영은 놀라며 ‘너 아직도 여기 있었어?’라고 물었던 것이다. 주효영은 소은이 여왕과 함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소은이 실험실에 있지 않다면, 여왕과 함께 어디에 있어야 했을까? 소은은 잠시 생각에 잠겼지만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여왕이 방에 없고, 자신과 주효영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 대체 어디로 갔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소은의 등골이 오싹해지며 급히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는 한 층 아래로 바로 내려갔고, 소은은 서둘러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던 그녀는 두 발자국 정도 걸은 후 참을 수 없다는 듯 뛰기 시작했다. 방문에 도달하기도 전에, 소은은 이미 가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방문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평소에는 두 명의 경비원이 좌우에 서서 철통같이 지키고 있어야 했지만,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
소은은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며,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생각을 이어갔다. 자신은 방금 전에 실험실에서 왔고, 주효영 또한 실험실에 다녀갔다. 그렇다면 여왕과 임남은 실험실에 있을 리 없었다. 여왕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임남을 데려간 것은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실험을 하려면 임남 뿐만 아니라, 프레드도 필요할 것이다. 이 두 가지 중요한 실험체 외에도, 여왕은 의도적으로 소은과 주효영을 피했다는 것은 의사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여왕은 결국 소은을 배제하고 실험을 강제로 실행하려고 했다. 여왕은 결과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어떻게든 실험을 한 번 해보고야 말겠다고 결정을 내린 걸까. 소은은 초조하게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여러 번 눌렀다. 엘리베이터가 더 빨리, 더 빨리 도착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프레드가 갇혀 있는 층의 버튼이 눌려 있지 않았다. 아무리 눌러도 버튼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잠긴 건가? 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건 아니었다. 고장이라면 하필 그 층만 고장일 리 없기 때문이다. 분명 그 층이 잠겨 있어서 눌러도 소용이 없었던 거다. 그러나 이 사실은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그들은 틀림없이 그곳에 있었다. “소용없어.” 주효영은 어느새 소은의 옆에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 “너도 그곳이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엘리베이터는 잠겼고, 아까 내가 계단으로 가봤는데, 거기도 경비가 철저해서 들어갈 수 없더라.”“여왕이 우리를 일부러 피하고 있는 거야. 그리고 언제 실험을 시작했는지도 모르지? 어쩌면 이미 끝났을지도 몰라. 가봤자 소용없어.”주효영은 한숨을 쉬며 덧붙였다. “정말 아깝네.” 주효영은 아이를 구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것이 아니라, 이 중요한 실험을 직접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쉬웠던 것이다. 성공이든 실패든, 이 실험은 오랫동안 그녀가 기다려온 대단한 실험이었다. 하지만 직접 목격하지 못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