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프레드는 왕자 폐하께서 이미 떠난 줄 알고 바로 행동을 취할 겁니다.”김서진이 양팔을 테이블에 척 뻗으며 말했다.“프레드가 지금까지 움직이지 않아 한소은의 안전을 지킬 수 있었지만, 그렇기에 저희도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프레드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소은의 위치는 바로 찾을 수 있습니다.”이제 모든 게 바라던 대로 되기를 기도해야 했다.눈썹을 찡그리던 로사가 물었다.“그 사람들이 자네의 아내를 납치한 이유가 대체 뭔가?”“불로장생?”로사가 어깨를 으쓱했다.“그게 가능할 리가 없지 않은가?”“저희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누군가는 가능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영원히 미신을 믿고 집요한 사람이 있는 법이죠.”서진이 한숨을 내쉬었다.더구나 불로장생은 여왕을 위해 개발하고 있는 것이었으니 로사의 입장에서는 조금 모순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로사는 어머니가 무사하길 바라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만약 여왕이 불로장생한다면 왕자는 또 어떻게 하겠는가?자신이 하루하루 늙어가는데 어머니가 계속 젊음을 유지하고 집권을 이어간다면 로사는 평생 왕자일 테고, 죽어서도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다.“왕자 폐하, 속인 걸 주효영이 눈치채지 못했겠죠?”상언이 조금 걱정이 되어 물었다.“절대 그럴 리 없네.”로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 누구에게도 그렇게 순종적인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네.”왕자로 태어나 고귀한 신분으로 살아온 로사가 효영의 말을 고분고분 따른다면 효영이 절대 연기라는 걸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매일 일정을 보고하고 위치를 보내며 영상통화도 하자고 그러더군.”로사가 서진을 쳐다보며 물었다.“이건 자네가 해결해 줄 수 있겠지?”서진이 호언장담하며 말했다.“당연합니다. 컴퓨터로 조금만 손보면 바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IP주소 변경, 위치 추적, 그리고 배경 판만 미리 준비해 두면 영상통화를 한다고 해도 큰 문제가 없었다.“자, 지금 궁금한 게 하나 있다네.”로사는 등받이에 허리를 기대며 주위를 빙 둘러보
“왕자 폐하, 김 사장님. 공작이 이런 일을 벌인 건 어쩌면 여왕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서한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꺼냈다.“그래?”로사가 관심을 보였다.“그러면 대체 무슨 이유인가?”“저는 실험실에서 지낸 적이 있어 그 약품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직접 느껴보았습니다. 그리고 불로장생이 아닌 더 큰 욕망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서한이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불로장생이라면 R10 실험만으로도 충분했을 겁니다. 굳이 이렇게 많이 연구할 필요가 없을뿐더러...”이어 임상언을 쳐다보며 말했다.“임 사장님도 알다시피 실험실에는 많은 독초가 있습니다. 불로장생에 그것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독초는 인체에 유해한 성분입니다. 그러니 모두 여왕을 위한 실험은 아닐 것입니다.”로사는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자네의 분석에도 일리가 있지만 왜 굳이 더 리스크가 큰 H국에서 프레드가 일을 벌인 건지 이해가 되지 않네.”프레드가 몰래 이런 일을 벌이려면 Y 국이 더 편할 것이다.Y 국의 공작이자 여왕의 편애를 받는데 그곳이라면 더 편하게 할 수 있었을 텐데 굳이 해외까지 오게 된 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았다.“제가 감히 추측을 해보자면.”김서진이 말했다.“어떻게 Y 국에서 그런 실험을 하지 않았다고 장담하십니까?”“???”“왕자 폐하는 이곳에 오기 전까지 프레드가 이런 일을 꾸미고 있었다는 것도 모르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Y 국에 이런 곳이 없다고 장담할 수 없지 않습니까?”서진의 질문에 로사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서진의 말이 아주 날카로웠다.어쩌면 Y 국에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라 로사가 모를 뿐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등골이 서늘해졌다.“전화해서 물어봐야겠네!”로사가 핸드폰을 꺼내 들자, 서진이 막아섰다.“왕자 폐하, 연락하시면 안 됩니다.”“일정에 따르면 왕자 폐하는 이주에 도착하셨습니다.”“...”지금 프레드에 의해 조종당한 상황인데 연락해 이것저것 물어본다면 누군가 프레드
김서진의 반응이 너무 컸던 탓에 원철수는 조금 당황했지만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둘째 할아버지가 납치되어 갔다고 정원 도우미가 전화가 왔어. 차량이 두 대였고 외국인이었대.”도우미는 상대의 신분을 몰랐지만 원성태가 그들에게 강제로 이송되었으니 빠르게 연락을 돌린 것이었다.그리고 도우미가 가장 먼저 떠오른 게 바로 평소 자주 연락하던 철수였다.철수는 원성태가 정식으로 받은 제자는 아니었지만, 친손자였고 평소 두 사람의 사이가 좋았으므로 대부분 도우미가 철수를 거의 주인이라고 생각했다.더구나 직접 도우미들을 구한 적이 있었으므로 그들은 철수를 믿고 따랐다.이 소식을 들은 철수는 바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고 곧장 서진을 찾아왔다.“외국인이라고?”서진은 조금 생각에 잠겼다. 서진 역시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너도 그 사람을 생각한 거지? 프레드?”철수는 서진의 표정을 읽었다.“그래, 그런 것 같아.”서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런데 왜 둘째 할아버지를 데려간 거지? 또 무슨 실험을 하려고?”비록 실험에 여러 의학 인재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원성태가 필요했다면 애초에 처음부터 데려갔을 것이다.“나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 도우미의 말에 따르면 할아버지는 자진해서 따라갔다고 하네.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 아닌 것 같아.”철수가 인상을 찌푸렸다.두 사람이 침묵했고 방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철수는 호기심에 찬 눈으로 방안을 흘깃 쳐다보았다.그제야 서진은 문을 활짝 열었다.“안으로 들어와서 얘기해.”굳이 철수에게 숨기려는 건 아니었으나 왕자의 신분상 많은 사람이 알지 않는 게 좋았으며 이곳에 있다는 걸 들키면 안 되었다.철수에게 말해줄 생각은 없었으나 우연히 방을 찾은 이상 말한다고 해도 괜찮았다.“그게... 내가 들어가도 될까?”철수가 멈칫했다. 서진이 자신을 부르지 않은 이유가 있을 거로 생각했다. 화가 나기보다는 조금 궁금하긴 했다.“괜찮아, 다 아는 사람인데 뭐.”서진이 말을 이었다.“특수한 상황이라 널 굳이 부
친숙해 보이는 두 사람은 마치 오랜 친구 같았고,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은 이 광경이 낯설게 느껴졌다.“나한테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걸 이해해. 하지만 나도 너한테 말하지 않은 게 있어. 나와 로사 왕자는 오랜 친구야. 해외로 유학가서 의학을 배울 때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지.”원철수가 웃으며 말했다.“여기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언제 온 거야? 나한테 말도 없이.”철수는 원망하는 것처럼 말했다.“의리 없이.”로사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이번에는 공적인 일 때문에 온 거라 시간이 아주 촉박했어. 해야 할 일이 많기도 해서 연락하지 않았던 거야. 이렇게 만나게 된 걸 보아 우린 인연이 있는 거야!”그리고 두 팔을 벌려 철수와 포옹했다.남은 세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만 깜빡였다.그럴 줄 알았으면 철수를 처음부터 불러오는 거였다. 유일하게 부르지 않은 사람이 로사 왕자의 오랜 친구였다니.“그러게 인연이 있네.”포옹을 마치고 철수와 로사가 나란히 자리에 앉았다. 사이가 보기보다도 훨씬 다정했다.“두통은 좀 나았어?”“네가 봐준 후로 2년 동안 괜찮긴 했는데 요즘 들어, 또 가끔 잠을 설쳐.”로사는 아까보다 훨씬 더 편해 보였다. 역시 오랜 친구만큼 든든한 건 없었다.철수도 스스럼없이 말했다.“거야 당연하지. 매일 신경 써야 할 일이 그렇게 많은 데다 자신에게 각박하게 구니 잠을 설칠 수밖에. 내가 너라도 잠을 잘 수 없을 거야.”“하하하, 철수. 또 날 놀리는군.”로사가 웃음을 터뜨리자, 방 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밝아졌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옛이야기를 하다가 철수가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아, 잠깐만! 우리 옛이야기는 조금 있다가 하고, 내 둘째 할아버지 일이 더 급해.”“둘째 할아버지라면... 은거하는 신의?”역시 오랜 친구라 로사는 철수에 대해 모르는 게 없었다.철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서진에게 말하려다 다시 로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그래, 네가 Y 국 왕자잖아. 그러니까 그 공작을 네가 좀 어
한 번, 두 번 실패하는 건 이해하지만 실패율이 너무 높은 게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실험실에서 연구하던 주효영을 보면 꽤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효영은 예전의 연구를 토대로 개선할 수 있지만, 스스로 연구 개발을 하는 건 실패 확률이 아주 높았다.지금 사용 중인 실험 약품, 그리고 남아시아 역병 치료제 모두 효영이 연구해 낸 게 아니었다. 그러나 진정기와 서한의 조종은 효영과 연관이 있었다.결과는 모두 실패였다.진정기는 완전히 조종되지 않아 스스로 조종에서 벗어났고 서한도 마찬가지였다.흥미로운 건 효영은 늘 사람을 조종하는 약을 개발했고, 사람을 조종하는 걸 즐기는 듯싶었다. 비록 모두 실패로 끝났지만 말이다.“그래서 효영은 네가 최면에 실패한 걸 모른다는 말이지?”원철수가 로사를 보며 물었고 로사가 고개를 끄덕였다.“아마 성공했을 거로 생각할 거야.”“허 참...”철수는 냉소를 터뜨렸고 무언가 떠오른 듯 바로 말을 이었다.“그렇다면 혹시 둘째 할아버지를 데려간 게 이 일과 상관이 있는 건 아닐까? 효영의 실력을 의심해 내 할아버지를 데려가 연구시키려는 거지.”“그럴 수도 있고.”서진이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그런데 할아버지가 자발적으로 따라갔다고 그랬지?”서진의 물음에 철수가 고개를 끄덕였다.“그 점이 제일 이상해. 우리 할아버지 성격상 아무리 많은 돈을 제시하고 칼을 목에 꽂는다고 해도 원하지 않는 일을 하지는 않을 거야.”“할아버지가 원하지 않는 일이면 죽여도 따라가지 않았을 거란 말이지.”그렇다는 건 할아버지가 동의했다는 말인데 설득이 된 이유가 뭔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서진이 방안을 부산스레 걸어 다니며 할아버지의 얼굴, 평소 말투를 떠올렸고 불현듯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할아버지는 원해서 따라갔다...’몸을 돌린 서진이 모든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철수를 향해 말했다.“혹시 한소은 때문이 아닐까?”기꺼이 따라나섰다는 건 할아버지가 신경이 쓰이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었다.평
김서진은 할 말을 잃었다.말을 꺼낸 임상언과 로사 역시 고개를 가로저었다.“다른 가능성을 제시하자면 둘째 할아버지는 한소은을 치료하러 간 게 아닐까?”서진의 말에 네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 서진을 쳐다보았다. 이게 가장 가능성이 높았다.“내가 떠날 때 프레드는 아주 건강해 보였어. 그러니 절대 병에 걸린 게 아닐 거야. 내 어머니는 늘 전문의가 따로 있었으니 더더욱 병에 걸린 게 아닐 거고. 더구나 야심으로 가득 찬 프레드가 내 어머니를 위해 이렇게 애쓰지 않을 거야. 신의 님이 아끼는 제자가 아프다고 하니 따라나섰다는 게 가장 일리가 있어.”로사의 말에 사람들이 따라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소은은 그전까지만 해도 건강했는데 왜 갑자기 병에 걸린 걸까? 평소 스스로 진찰도 하기도 했고, 더구나 그곳에 대단한 의사들이 많을 텐데 프레드가 왜 굳이 직접 움직여 할아버지를 모셔갔을까?”상언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속에 또 다른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어쩌면 직접 보아야 무슨 일인지 알 것 같아.”상언이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머리가 아파졌다.만약 그들의 분석이 틀리지 않아 소은이 병에 걸린 게 맞다면, 병세가 낙관적이지 않다는 걸 설명했다. 그렇기에 프레드가 리스크를 무릅쓰고 원성태를 데리고 갔을 것이다.‘소은아, 대체 지금 무슨 상황인 거야?’...대사관.원성태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어느 방으로 안내받았다.방을 열자 의사 가운을 입은 한 무리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상대를 확인했다.그리고 프레드를 발견하고 몸을 일으켜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공작 전하.”고개를 끄덕인 프레드가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어떻게 됐어?”“...”침묵이 다시 찾아왔고, 침묵이 곧 답이었다. 기계는 여전히 옅은 심박수를 찍어냈고 침대에 누운 사람은 조금의 움직임도 없었다.“다들 나가!”프레드가 손을 휘휘 저어 내쫓았고, 의사들은 구원이라도 받은 듯 숨죽여 빠르게 방을 나서고 문을 닫았다.방안에는 프레드와 그의 경
원성태의 걸음은 느렸고 무겁게 한 걸음 한 걸음 침대로 향했다.한소은은 조용히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보기에는 그저 잠든 것 같았다. 안색은 또 얼마나 창백한지 핏기를 잃었으며 호흡이 아주 느렸다. 옆에 놓인 기계가 찍어내는 심박수도 아주 느렸는데 다음 순간에 바로 멈춰도 이상하지 않았다.원성태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으나 왜 프레드가 굳이 자신을 이곳으로 데리고 왔는지 이해가 되었다.아직 소은의 이용 가치가 남았고 지금 소은을 죽게 내버려둬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의학적으로 보면 속수무책인 상황이라 원성태를 찾았을 것이고 소은과 그의 관계를 이용해 협박해서라도 데리고 왔다.“사랑하는 제자가 이렇게 젊은 나이에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죠?”겉보기에 원성태를 위로하는 것처럼 보여도 프레드는 이 상황에 속 시원해하는 것 같았다.그러나 원성태는 프레드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신의 님의 의술이 남다르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오직 신의 님만이 소은을 살릴 수 있지요. 만약 신의 님도 안 된다면... 그때는 하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프레드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나가게나.”원성태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이 방에는 나만 있으면 되네.”원성태의 시선은 여전히 소은에게 고정되었고, 이 세상에 마치 소은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노골적인 무시와 적대심에 프레드는 기분이 언짢아졌다.지금까지 프레드는 Y 국에서 모두가 우러러보는 공작 신분이었다.여왕도 손아귀에 넣었고 로사 왕자도 고분고분 말을 듣는데 프레드가 두려워할 게 뭐 있겠는가?그런데 원성태가 감히 프레드를 명령하다니, 프레드는 냉소를 터뜨렸다.“그건 안되죠. 여긴 내 구역이니!”“그쪽이 나가지 않으면 치료는 하지 않을 거네.”원성태는 태연하게 말했고 프레드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어르신, 지금 무슨 상황인지 똑바로 보고 말하세요. 가장 아끼던 제자가 곧 죽는데 살리지 않을 겁니까?”프레드는 그 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고 원성태를
‘절대 안 돼!’만약 한소은이 지금 죽는다면, 그동안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R10의 마지막 단계도 실패하게 될 것이다.“공작님...” 의사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 들어와서 가능한 한 장비를 다시 연결하려고 했지만, 아무도 잘 작동하던 것이 갑자기 끊긴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누군가 일부러 뽑은 것이기 때문이다.“다 나가!” 프레드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공작님...”“나가라고!” 프레드가 크게 호통치며 화를 냈다.의사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다시 나갔고, 방 안에는 전과 같이 그들 몇 사람만 남아있었다.“너도 나가!” 프레드는 자신의 보디가드를 바라보며 말했다.보디가드는 놀란 눈빛으로 프레드를 쳐다봤지만, 프레드의 명령을 따라 아무 말 없이 방을 나갔다.자유를 다시 얻은 원청현은 병상 앞으로 돌아가 앉아 소은의 손목을 가볍게 잡고 맥을 짚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프레드는 이 동작을 본 적이 있었기에 그 신비한 오묘함을 알고 있었다.서양 의학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치료 방법이었지만, 너무 많은 선인의 경험이 그들에게 이 방법이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설명해 주었다. 이는 과학이며, 그들이 이해할 수 없고 접한 적이 없는 과학이었다.“공작님도 나가시죠.” 원청현은 눈을 흘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프레드가 물었다.“단 한 가지만 묻겠다. 한소은을 살릴 수 있는 거지?” 프레드는 원청현에게서 확실한 답을 얻으려고 했다. 최근 이틀 동안 모든 의사들이 포기하라고 타일렀기에 그의 마음은 폭발할 지경이었다.“확신할 수 없습니다. 사람마다...”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프레드는 손을 들어 멈추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말했다. “알겠네, 더 말하지 말게! 사람마다 운명이 정해져 있다 이 말이지? 난 하늘을 믿지 않고 나 자신만 믿네!”“하지만 지금 난 자네를 믿네, 자네가 반드시 소은이를 깨어나게 할 수 있을 거라고 믿네!” 꼭 감고 있는 소은의 눈을 깊이 바라보며 프레드는 문 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