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원철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철수는 마른기침을 한번 하고 임상언을 바라보았다.“그럼 이제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우린 계속 모르는 척하고 넌 계속 제어 당한 척하려고?”철수는 머릿속에서 여러 생각을 굴렸으나 정답을 찾지 못했다.지금 상황이 너무 꼬여버려 어디서부터 손을 대면 좋을지 몰랐다.일단 의학적으로 본다면, 그 어떤 병도 증상에 따라 약을 처방하면 해결을 보았다. 하지만 지금은 대체 무슨 상황인 건가? 모든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하나를 손대면 나머지가 와르르 무너져버렸다.그래서 이 질문은 김서진에게로 넘어갔다.서진은 조금 앓는 소리를 냈다.“당분간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할게. 넌 아무 말 하지 않았고, 우린 널 의심하고 있으며... 주효영은 널 제어하고 있는 거야.”서진의 의도는 아주 분명했다.그 말에 상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 역시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자신이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사건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 계획을 망칠까 솔직하게 말한 것이었다.오늘 이 자리를 빌려 사건이 아직 그렇게 엉망인 건 아니며 또한 자신도 둘의 생각만큼 나약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밝혔다.하지만 자신의 계획을 멈출 생각은 없었다.“효영이 최면이 실패했다는 걸 알아차릴 리는 없겠지?”서진은 조금 걱정이 되어 재차 물었다.상언의 표정이 아주 굳건했다.“그건 걱정하지 마. 절대 들켰을 리가 없어. 약물이랑 최면을 같이 진행한 거라...”말을 끝내기도 전에 철수가 얼굴을 굳히더니 손목을 덥석 잡았다.철수가 한껏 긴장한 모습에 서진의 얼굴도 어두워졌다. 다만 상언 본인은 여전히 대수롭지 않다는 듯 덤덤한 얼굴이었다.“맥이 조금 이상해. 이틀 전 맥을 잡겠다고 했을 때 피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어?”철수는 바로 며칠 전 상언의 이상 증세를 떠올렸다.상언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부정은 하지 않았다.“네가 너무 예민하게 굴어서 애써 자연스레 핑계를 대며 자리를 피했는데 그래도 들켜버렸네.”“그땐 이미 널
“중독인 것 같지 않지만, 맥이 정상은 아니야. 몸 어딘가에 문제가 생긴 게 틀림없어. 그 실험실에 나온 물건이 정상일 리가 없잖아. 조금 이상한 건 맞지만 다행인 건 목숨에 영향을 끼칠 건 아니야.”잠시 뜸을 들이고 원철수가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당분간은 너 안 죽어.”철수는 솔직하고 숨기는 것 없이 말을 뱉었다.“그러면 됐어.”임상언은 천천히 손을 거두었다. 애초에 신경도 쓰지 않았던 것 같았다.“당분간 안 죽으면 됐지, 뭐.”“뭐가 됐다는 거야? 당분간이 괜찮다고 앞으로 멀쩡하다는 보장이 어디 있어? 많은 약물은 천천히 발작해. 특히 실험실에서 나온 약물이 정체가 뭔지 알고?”철수가 조금 화를 내며 말했다. 철수는 약물 중독을 몸소 느껴본 적이 있었다.그러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 않는 산업을 보며 화가 났다.상언은 약물 중독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는 것 같았다. 그동안 부작용을 겪은 사람이 본인이 아니니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철수의 생각과는 달리 상언은 그런 마음가짐이 아니었다.상언은 미소를 지은 채로 손을 휘휘 저었다. 비록 얼굴에는 피곤함이 많이 묻어났지만, 여전히 굳세어 보였다.“난 죽는 게 두렵지 않아. 당분간 괜찮으면 됐다는 말은, 요즘 해야 할 일이 많으니 조금만 더 버티면 되겠다고 생각한 거야. 우리 임남이만 구해낸다면 약물이 발작한다고 해도 괜찮아.”“정말이야, 난 괜찮아!”상언의 목소리는 아주 평온했다. 마치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느껴졌다.철수는 이런 산업을 보며 코끝이 시려왔다.그제야 상언이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자신의 목숨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들을 구하는 게 더 중요했기 때문이었다.“너 바보야? 이렇게 한다고 해도...”말이 입가에 맴돌았지만, 철수는 입 밖으로 뱉을 수 없었다.상언이 아들을 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얼마나 많이 무너졌는지 다 곁에서 지켜봤었기에 구할 수 없을 거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다 큰 성인이 이성을 잃고 통곡을 한
프레드 일 처리는 정말 빨랐고, 주효영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인적 사항 자료를 받았다.자료를 받아쥔 효영이 깜짝 놀랐다. 프레드가 최면을 걸라는 상대가 Y 국의 왕자일 줄은 몰랐다.적힌 자료를 읽고 나니 왕자에 대한 기초적인 상황은 알게 되었다. 하지만 대체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여왕을 직접 컨트롤하지 않고 왕자를 컨트롤하라는 걸까?모두가 알다시피 Y 국은 여왕이 직접 다스리고 있었으며 다스린 지 벌써 몇십 년이 지났다.여왕에게는 아들 셋이 있었고 손자도 있었다. 그러니 누구에게 왕위를 물려줄지 알 수가 없었다.‘프레드가 로사 왕자에게 최면 걸려는 이유가 대체 뭘까? 어떻게 차세대 왕위를 물려받을 사람이 로사 왕자라고 확신하는 거지?’효영은 의문투성이였지만 감히 프레드에게 물을 수는 없었고 자료를 다시 한번 샅샅이 읽어보며 준비했다. 이번에 성공적으로 해내 프레드의 마음에 들어야만 미래의 길이 트일 것이다.효영에게 다른 계획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왕자를 직접적으로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 정보를 흘리는 것도 나쁜 건 아니었다. 효영은 발이 가는 대로 걷기로 했다.이런 다짐을 하며 준비하고 있는데, 저녁 시간이 되자 프레드가 찾아왔다.프레드는 아주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는가?”“네.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넘겨주신 왕자 폐하의 자료는 모두 외워두었습니다. 맡겨주신 임무를 확실하게 해내겠습니다.”효영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미리 생각을 해두었다.프레드는 이런 효영을 의미심장하게 쳐다보며 그 말의 몇 퍼센트가 진심인지 알아보려 했다.하지만 트집 잡을 곳을 찾지 못한 프레드는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자네가 아주 좋은 결과를 가져오길 바라고 있네.”“그럼 저는 언제쯤 움직이면 될까요?”효영이 바로 물었다.그러나 프레드가 손을 들어 효영을 진정시켰다.“급해 말게나! 때가 되면 알아서 보내줄 테니. 자네는 먼저 준비나 철저히 하고 있게나. 그리고...”잠시 뜸을 들이고 프레드가 물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 세상에 제가 연구해 내지 못하는 건 없어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게 있어도 해내지 못할 거는 없어요. 고 교수가 약 성분을 밝혀냈다면 정말 존재한다는 말이겠죠. 날 가둬두었던 그 방에 있을지도 모르겠네요!”“좋은 방법이라도 생각난 거야?”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에 잠긴 주효영을 프레드는 아주 흡족한 얼굴로 바라보았다.이렇게 야망이 넘치고 계략이 넘치는 사람이 프레드가 가장 원하는 장기였다.“네. 그러니 절 믿어주세요. 아니 절 믿으셔야만 해요. 그리고 저한테 시간을 아주 조금이라도 주시면 바로 증명해 보일게요. 제가 한다고 하면 한소은보다 훨씬 잘할 수 있어요.”효영이 벅찬 얼굴로 말했다.“한소은?”그 이름에 프레드는 조금 멍한 표정을 지었다.벌써 하루 동안 소은을 만나러 가지 않았다. 소은을 잊어버렸다기보다는 로사가 이곳에 있었으므로 놓치지 않도록 주시하는 데에 모든 시간을 허비했다.갑자기 회의가 생겨 어딜 간다고 하지 않나, 어느 나라 장관을 만나러 간다고 하지 않나,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던 로사에 프레드는 여간 신경이 거슬린 게 아니었다.하지만 로사는 왕위 계승에 적합한 나이였고 민심을 높게 사는 왕자였다. 이런 로사에게 밉보였다가는 좋을 게 없었다.그리고 왕자에게 자신의 꿍꿍이를 들킨다면 모든 일이 그릇될 것이다.그래서 조심스럽게 로사를 맞으며 하루빨리 이곳을 떠나길 간절히 빌었다.“네, 한소은이요.”효영은 영문을 몰라 이름을 다시 한번 말했다.“소은은 프레드 님의 생각처럼 대단한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환상을 불어넣었을 뿐입니다. 실험실에서 많은 실패를 하는 걸 제가 직접 지켜보았고 소문처럼 그렇게 영통한 사람이 아닙니다.”“소은에게 악의가 이렇게 크다니, 소은이 자네 가문이라도 망가뜨렸는가?”프레드는 효영의 악의를 느끼고 호기심이 발동해 물었다.효영은 조금 당황하다가 황급히 부정했다.“아닙니다! 절대 그럴 리가요! 악의가 아니라 그저 사실을 전해 더 이상 그 사람에게 속지 말라는 말씀을
“저는 그 뜻이 아닙니다! 반드시 제가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겠습니다.”주효영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이건 프레드에게 약속하는 것뿐만아니라 스스로에게 세운 목표이기도 했다. 효영은 반드시 해내야만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프레드는 효영의 다짐을 들을 여유가 없었으므로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섰다.프레드는 두 사람의 데이터에 변화가 생겼는지, 지금까지 상황은 정상인 건지 확인해야 했다.로사가 이곳에 있었으므로 실험의 마지막 단계를 이어갈 수 없었고 로사가 떠나기만을 기다렸다.그런데 로사가 대체 언제 떠날지를 알 수 없었다. 처음에는 3일 스케줄이라고 했는데 이미 하루 반이 지나도록 로사는 떠날 마음이 없었다.더구나 로사는 이곳에 콕 박혀 외출도 잘 하지 않았다. 사람을 시켜 관광지도 다녀오고 지역 음식도 맛보게 할 생각이었으나 로사는 이미 둘러본 곳이라며 피곤하다고 마다했다. 그리고 대사관 안에만 머물며 국내 대사에 대해 의논하고 싶다고 했다.프레드는 언짢았으나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지금은 반드시 데이터를 보고 두 사람의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프레드에게 있어 이건 유일한 기회였다. 현재의 재력과 조건에서 두 사람이 가장 적합했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정말 끝장이었다.그래서 사람을 시켜 로사를 붙잡아두고 움직임이 감지되면 바로 자신에게 보고를 올리라고 했다. 매 층마다 사람을 심어두고 꼼꼼히 체크를 한 후에야 프레드는 소은의 방으로 향했다.최근 며칠 동안 오른쪽 눈꺼풀이 자꾸 뛰던 탓에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프레드는 미신을 믿지 않았고 과학적으로 다가가는 걸 좋아했다. 귀신이며 도깨비 같은 전설도 믿지 않고 예감이든지 징크스라는 것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왠지 모르게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이러한 예감은 프레드의 기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그래서 심호흡을 크게 하고 소은의 방문을 열었다.소은은 침대에 누워 잠든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프레드는 고르게 숨 쉬는 소은을 가만히 쳐다보았다.최근 햇볕을 쬐지 못해 그런 건지 소
그러나 프레드의 부름에도 한소은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지팡이에 닿은 피부가 흠푹 파이도록 소은은 반응이 없었다.프레드의 지팡이 끝은 조금 날카로웠으므로 피부에 닿으면 따끔했다. 지팡이에 살이 베일 정도는 아니었으므로 프레드는 지팡이로 소은을 떠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반응이 없는 소은을 보며 프레드는 딩황해졌다.이어 두 손으로 소은의 몸을 흔들며 큰 소리로 외쳤다.“소은아! 한소은!”소은이 연기가 아닌 정말 기절... 혹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프레드가 다급하게 말했다.“의사 불러와!”문밖을 지키고 있던 직원이 빠르게 의사를 불러왔고, 의사는 한둘이 아닌 한 무리가 몰려들어 허둥지둥 움직였다.프레드는 소은이 죽는 게 두려운 게 아니었다. 다만 지금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지금 소은의 몸은 아직도 이용 가치가 있었다.그리고 앞으로 더 이상 필요 없어진다고 해도 최대의 이용 가치를 뽑아낼 것이다. R10이 실패한다면 실패한 원인이라도 확실하게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그러니 소은이 여기에서 죽어버리는 건 너무 아쉬운 일이었다.지금까지 쏟아부은 피땀이 모두 헛수고가 되게 할 수는 없었다!“살려내! 반드시 살려내라고!”프레드는 그중 한 의사의 멱살을 잡고 외쳤다.의사는 프레드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전전긍긍하며 말했다.“공작 어르신, 한소은 씨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그저 기절한 것입니다. 하지만 데이터 수치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의사가 우물쭈물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인내심을 잃은 프레드는 바로 멱살을 덥석 잡고 목을 졸랐다.“그리고 뭐?”“불길한 징조입니다. 한소은 씨는 어쩌면 곧 죽을지도 모릅니다...”입 밖으로 꺼내기 무서운 말이었으나 프레드가 몰아붙이니 어쩔 수 없이 말해버렸다.“곧 죽는다고?”프레드는 제 귀를 의심했다. 침대에 누운 소은에게는 아직 숨이 붙어있고 심장 박동도 들리는데 곧 죽는다니.“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있는데 왜 죽는다는 거야! 전날 밤 날뛰던 모습이 기억에 선한데 왜
프레드가 화를 버럭 냈다!“한소은은 지금 죽으면 안 돼! 그러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려 내! 아니면 너희들 모두같이 묻어버릴 거니까!”프레드의 말은 농담도, 협박도 아니었다.소은을 살리지 못한다면 의사들을 남길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애초에 각종 데이터를 연구하고, 여왕과 소은의 몸 건강을 체크해 가장 이상적인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작업을 했었다.프레드는 가장 완벽한 결과만이 참고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성공이 임박하고 거의 손에 넣을 것 같았는데, 소은이 곧 죽는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프레드는 절대 그 말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멀쩡하던 사람이, 이렇게 엄격한 감시 아래에서 갑자기 죽는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어제 소은이 뭘 먹었는가?”여기까지 생각을 마치자, 프레드는 경호원에게 다가가 물었다.경호원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평범한 세 끼를 드셨고 외부인의 출입도 없었으므로 다른 음식을 드신 건 없습니다.”“그러면 이상하지.”프레드가 다시 몸을 돌려 의사에게 걸어갔다.“지금은 어떤가?”“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심박수가 느리지만 멈추지는 않았으므로 지금 상황을 보면 당분간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상태는... 아주 안 좋습니다.”의사가 결론을 내렸다.프레드는 한숨을 내쉬며 걸어가 옆에 선 의사를 모조리 밀어냈다.그리고 소은의 어깨를 잡고 무섭게 소리 질렀다.“한소은! 대체 너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정말 미친 거야?”“네가 죽으면 모든 게 끝이 날거라고 생각해? 꿈 깨! 네 목숨도 내 손아귀에 달렸으니까! 넌 죽고 싶어도 내 허락 없이 죽지 못해!”프레드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들었어?”소은은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프레드가 아무리 흔들어도 눈꺼풀 한번 움직이지 않았다.손을 풀자, 소은은 다시 침대 위로 털썩 누웠고 프레드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차가운 얼굴로 의사에게 말했다.“살려 내! 수단과 방법을 막론하고 살려내라고! 전기 충격기든지 약물이든지 그 어떤 방법을 대서라도 살려내,
방에서 나온 프레드의 기분은 바닥을 쳤다.화가 잔뜩 난 채로 곧장 여왕의 방으로 향했는데 거의 앞에 다 와서는 잠시 멈춰서서 생각하다가 다시 몸을 돌려세웠다.비록 사람을 시켜 로사 왕자를 지켜보라고는 했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은 이 골칫덩어리가 갈 때까지 참아보려 했다. 여왕이 정말 이곳에 있고 그것도 프레드에 의해 갇혀 지냈다는 걸 알아버린다면 그건 큰 죄였다.솔직히 말해 지금 로사 왕자와 겨룬다고 해서 패할 확률이 높은 건 아니었으나 지금 이 시쯤에서 일을 크게 벌일 필요는 없었다.그래서 프레드는 로사 왕자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프레드가 심어놓은 사람이 아직도 그곳을 지키고 있었고, 눈빛으로 로사 왕자가 여태껏 방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걸 전해 받았다.조금 안심한 프레드가 문을 두드렸다.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건 아까 한소은의 일처럼 좋지 않은 예감이었다.인상을 찌푸린 프레드가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왕자 폐하, 접니다. 급하게 의논한 일이 있습니다.”방안은 여전히 조용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게, 마치 방안에 사람이 없는듯싶었다.프레드는 잠시 고민하다가 자신의 부하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부하는 억울하다는 표정에 절대 왕자가 방 밖으로 나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마른기침을 몇 번 하고 프레드가 다시 입을 열었다.“왕자 폐하, 왕자 폐하? 그럼... 들어가겠습니다.”말을 마치고 프레드는 제멋대로 문손잡이를 돌려 안으로 들어섰다.문을 열자마자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프레드, 네가 감히?”프레드는 식은땀이 흘렀고 바로 허리를 숙였다.“왕자 폐하, 죄송합니다. 일부러 방에 들어가려고 한 게 아니라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자, 걱정이 되어 그만...”“그래서 뭐? 그렇다면 내 허락 없이 마음대로 방안을 들어가도 된다는 말이냐?”프레드가 차가운 목소리로 되물었다.프레드는 허리에 큰 타올을 둘렀고 머리카락에는 물이 뚝뚝 떨어졌으며 마치 금방 샤워를 마친 모습 같았다. 몸 위로 뜨거운 김이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