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가 주효영의 최면에 넘어가지 않았는지 묻고 싶은 거지?”임상언은 김서진의 물음을 눈치채고 먼저 말을 꺼냈다.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원철수도 이게 궁금했었다.상언이 최면에 걸린 게 아니라 연기를 한 거였다면, 대체 효영은 왜 제 최면이 성공했다고 자신할 수 있었을까?“우연이 겹쳤다고 할 수 있지. 평소 내가 불면증에 시달린 걸 다들 알고는 있지? 요즘이 일이 바빠 잠자는 시간도 규칙적이지 않고 잠에 든다고 해도 얕은 잠을 잤었어. 이제 시중의 수면제는 모두 먹히지 않는다고.”잠시 숨을 고른 상언이 말을 이었다.“많은 의사과 최면사를 만나봤었어. 처음에는 최면이 조금 먹히는 듯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최면에도 항체가 생긴 건지 아니면 무의식에서 저항하는 건지 잠을 잘 수 없게 되었어.”“임남이 옆에 있는 동안에는 잠을 잘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통...”끝말을 맺지 않아도 두 사람은 상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아들이 실종된 지 오래되었고 위험한 사람에 납치되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일반인들도 잠을 설칠 텐데 예민한 상언은 아예 잠에 들 수가 없었을 것이다. 어쩐지 그동안 안색이 초췌하고 눈에는 실핏줄이 많아졌다.이제 모든 상황이 이해되었다.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특이한 체질로 효영의 최면이 먹히지 않았다는 건 이해가 되었어. 하지만 효영은 이를 알지 못하고 성공한 거로 착각한 거지? 그래서 효영의 의도대로 움직인 거고.”“그래!”상언이 고개를 끄덕였다.“처음에는 효영도 의심하더라고. 그래서 물건을 가지고 오라는 둥 작은 테스트를 해보았어. 효영은 점점 최면에 성공한 줄로 확신했고 나는 효영의 말이면 모두 들어줬어.”“그랬던 거였어!”철수가 무릎을 내리치며 말했다. 예전부터 이상한 낌새를 느끼긴 했었다. 하지만 너무 사소한 일이라 의심하지 않았을 뿐이었다.“그런데 왜 이렇게 늦게 알려주는 거야? 정말 너무해!”철수가 상언을 향해 말했다.“우리가 사실을 알고 효영을 찾지 않아 의심을 불러올까 알리지 않았다는 건 이
임상언은 김서진과 원철수의 마음을 이해했기에 원망하거나 나무라지 않았다.두 사람이 잘못한 건 없었다. 다만 의심을 받고 배척되는 기분이 별로였다.상언이 바보도 아니고 이런 느낌을 받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오랜 고민 끝에 두 사람에게 털어놓고 진실을 밝혔다.“화나지 않았다면 다행이고!”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서진은 최근 들어 상언이 달라진 게 느껴졌다. 아들을 잃어버린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감정에 치우쳐 판단이 흐려지지는 않았다.“고 교수에게 주효영의 일을...”철수는 말하다가 점점 이상한 점을 느꼈다.상언이 철수의 말을 잘랐다.“일단 고 교수가 투명 약이 실제 존재한다며 여기까지 찾아온 건 나 들으라고 한 말이잖아. 내 반응을 테스트해 보려고 안 그래?”“그렇지.”철수가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상언이 트집을 잡지도 않았고 두 사람은 잘못한 것도 없었으나 조금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그러니 이 정보를 효영에게 흘린 것도 잘못된 건 아니네!”상언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그리고 고 교수의 신분은 비밀로 유지해야 해. 우리가 고 교수라고 부른다면 사람들은 그게 누구인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알지 못할 거야. 아마도 의사거나 연구자이겠거니 생각하겠지.”“각 나라에 비밀 부서가 있고 비밀 유지를 아주 잘한다고 해도, 지금 이 시대에 비밀 부서가 있다는 걸 모르는 나라가 어디 있겠어? 그러한 비밀은 그저 일반인들에게 숨길뿐이지.”그 말은 조금 일리가 있었다.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비록 상의 없이 진행된 일이지만 이번엔 네가 한 일이 옳았다고 생각해.”“정보를 흘려 효영의 의심을 풀게 하고 나를 여전히 컨트롤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했으며, 우리 쪽에서 의심하지 않고 있으니 되려 자신에 대한 의문이 들 거야.”“뭐 투명 약?”철수가 고개를 저었다.“말이 되는 소리를 해. 의약을 배운 사람이라면 누가 그런 소리를 믿겠어?”“그럴지도 모르지!”상언은 그 의견에 반대표를 던졌다.“주효영은
이번에도 원철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철수는 마른기침을 한번 하고 임상언을 바라보았다.“그럼 이제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우린 계속 모르는 척하고 넌 계속 제어 당한 척하려고?”철수는 머릿속에서 여러 생각을 굴렸으나 정답을 찾지 못했다.지금 상황이 너무 꼬여버려 어디서부터 손을 대면 좋을지 몰랐다.일단 의학적으로 본다면, 그 어떤 병도 증상에 따라 약을 처방하면 해결을 보았다. 하지만 지금은 대체 무슨 상황인 건가? 모든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하나를 손대면 나머지가 와르르 무너져버렸다.그래서 이 질문은 김서진에게로 넘어갔다.서진은 조금 앓는 소리를 냈다.“당분간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할게. 넌 아무 말 하지 않았고, 우린 널 의심하고 있으며... 주효영은 널 제어하고 있는 거야.”서진의 의도는 아주 분명했다.그 말에 상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 역시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자신이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사건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 계획을 망칠까 솔직하게 말한 것이었다.오늘 이 자리를 빌려 사건이 아직 그렇게 엉망인 건 아니며 또한 자신도 둘의 생각만큼 나약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밝혔다.하지만 자신의 계획을 멈출 생각은 없었다.“효영이 최면이 실패했다는 걸 알아차릴 리는 없겠지?”서진은 조금 걱정이 되어 재차 물었다.상언의 표정이 아주 굳건했다.“그건 걱정하지 마. 절대 들켰을 리가 없어. 약물이랑 최면을 같이 진행한 거라...”말을 끝내기도 전에 철수가 얼굴을 굳히더니 손목을 덥석 잡았다.철수가 한껏 긴장한 모습에 서진의 얼굴도 어두워졌다. 다만 상언 본인은 여전히 대수롭지 않다는 듯 덤덤한 얼굴이었다.“맥이 조금 이상해. 이틀 전 맥을 잡겠다고 했을 때 피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어?”철수는 바로 며칠 전 상언의 이상 증세를 떠올렸다.상언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부정은 하지 않았다.“네가 너무 예민하게 굴어서 애써 자연스레 핑계를 대며 자리를 피했는데 그래도 들켜버렸네.”“그땐 이미 널
“중독인 것 같지 않지만, 맥이 정상은 아니야. 몸 어딘가에 문제가 생긴 게 틀림없어. 그 실험실에 나온 물건이 정상일 리가 없잖아. 조금 이상한 건 맞지만 다행인 건 목숨에 영향을 끼칠 건 아니야.”잠시 뜸을 들이고 원철수가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당분간은 너 안 죽어.”철수는 솔직하고 숨기는 것 없이 말을 뱉었다.“그러면 됐어.”임상언은 천천히 손을 거두었다. 애초에 신경도 쓰지 않았던 것 같았다.“당분간 안 죽으면 됐지, 뭐.”“뭐가 됐다는 거야? 당분간이 괜찮다고 앞으로 멀쩡하다는 보장이 어디 있어? 많은 약물은 천천히 발작해. 특히 실험실에서 나온 약물이 정체가 뭔지 알고?”철수가 조금 화를 내며 말했다. 철수는 약물 중독을 몸소 느껴본 적이 있었다.그러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 않는 산업을 보며 화가 났다.상언은 약물 중독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는 것 같았다. 그동안 부작용을 겪은 사람이 본인이 아니니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철수의 생각과는 달리 상언은 그런 마음가짐이 아니었다.상언은 미소를 지은 채로 손을 휘휘 저었다. 비록 얼굴에는 피곤함이 많이 묻어났지만, 여전히 굳세어 보였다.“난 죽는 게 두렵지 않아. 당분간 괜찮으면 됐다는 말은, 요즘 해야 할 일이 많으니 조금만 더 버티면 되겠다고 생각한 거야. 우리 임남이만 구해낸다면 약물이 발작한다고 해도 괜찮아.”“정말이야, 난 괜찮아!”상언의 목소리는 아주 평온했다. 마치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느껴졌다.철수는 이런 산업을 보며 코끝이 시려왔다.그제야 상언이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자신의 목숨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들을 구하는 게 더 중요했기 때문이었다.“너 바보야? 이렇게 한다고 해도...”말이 입가에 맴돌았지만, 철수는 입 밖으로 뱉을 수 없었다.상언이 아들을 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얼마나 많이 무너졌는지 다 곁에서 지켜봤었기에 구할 수 없을 거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다 큰 성인이 이성을 잃고 통곡을 한
프레드 일 처리는 정말 빨랐고, 주효영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인적 사항 자료를 받았다.자료를 받아쥔 효영이 깜짝 놀랐다. 프레드가 최면을 걸라는 상대가 Y 국의 왕자일 줄은 몰랐다.적힌 자료를 읽고 나니 왕자에 대한 기초적인 상황은 알게 되었다. 하지만 대체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여왕을 직접 컨트롤하지 않고 왕자를 컨트롤하라는 걸까?모두가 알다시피 Y 국은 여왕이 직접 다스리고 있었으며 다스린 지 벌써 몇십 년이 지났다.여왕에게는 아들 셋이 있었고 손자도 있었다. 그러니 누구에게 왕위를 물려줄지 알 수가 없었다.‘프레드가 로사 왕자에게 최면 걸려는 이유가 대체 뭘까? 어떻게 차세대 왕위를 물려받을 사람이 로사 왕자라고 확신하는 거지?’효영은 의문투성이였지만 감히 프레드에게 물을 수는 없었고 자료를 다시 한번 샅샅이 읽어보며 준비했다. 이번에 성공적으로 해내 프레드의 마음에 들어야만 미래의 길이 트일 것이다.효영에게 다른 계획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왕자를 직접적으로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 정보를 흘리는 것도 나쁜 건 아니었다. 효영은 발이 가는 대로 걷기로 했다.이런 다짐을 하며 준비하고 있는데, 저녁 시간이 되자 프레드가 찾아왔다.프레드는 아주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는가?”“네.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넘겨주신 왕자 폐하의 자료는 모두 외워두었습니다. 맡겨주신 임무를 확실하게 해내겠습니다.”효영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미리 생각을 해두었다.프레드는 이런 효영을 의미심장하게 쳐다보며 그 말의 몇 퍼센트가 진심인지 알아보려 했다.하지만 트집 잡을 곳을 찾지 못한 프레드는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자네가 아주 좋은 결과를 가져오길 바라고 있네.”“그럼 저는 언제쯤 움직이면 될까요?”효영이 바로 물었다.그러나 프레드가 손을 들어 효영을 진정시켰다.“급해 말게나! 때가 되면 알아서 보내줄 테니. 자네는 먼저 준비나 철저히 하고 있게나. 그리고...”잠시 뜸을 들이고 프레드가 물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 세상에 제가 연구해 내지 못하는 건 없어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게 있어도 해내지 못할 거는 없어요. 고 교수가 약 성분을 밝혀냈다면 정말 존재한다는 말이겠죠. 날 가둬두었던 그 방에 있을지도 모르겠네요!”“좋은 방법이라도 생각난 거야?”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에 잠긴 주효영을 프레드는 아주 흡족한 얼굴로 바라보았다.이렇게 야망이 넘치고 계략이 넘치는 사람이 프레드가 가장 원하는 장기였다.“네. 그러니 절 믿어주세요. 아니 절 믿으셔야만 해요. 그리고 저한테 시간을 아주 조금이라도 주시면 바로 증명해 보일게요. 제가 한다고 하면 한소은보다 훨씬 잘할 수 있어요.”효영이 벅찬 얼굴로 말했다.“한소은?”그 이름에 프레드는 조금 멍한 표정을 지었다.벌써 하루 동안 소은을 만나러 가지 않았다. 소은을 잊어버렸다기보다는 로사가 이곳에 있었으므로 놓치지 않도록 주시하는 데에 모든 시간을 허비했다.갑자기 회의가 생겨 어딜 간다고 하지 않나, 어느 나라 장관을 만나러 간다고 하지 않나,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던 로사에 프레드는 여간 신경이 거슬린 게 아니었다.하지만 로사는 왕위 계승에 적합한 나이였고 민심을 높게 사는 왕자였다. 이런 로사에게 밉보였다가는 좋을 게 없었다.그리고 왕자에게 자신의 꿍꿍이를 들킨다면 모든 일이 그릇될 것이다.그래서 조심스럽게 로사를 맞으며 하루빨리 이곳을 떠나길 간절히 빌었다.“네, 한소은이요.”효영은 영문을 몰라 이름을 다시 한번 말했다.“소은은 프레드 님의 생각처럼 대단한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환상을 불어넣었을 뿐입니다. 실험실에서 많은 실패를 하는 걸 제가 직접 지켜보았고 소문처럼 그렇게 영통한 사람이 아닙니다.”“소은에게 악의가 이렇게 크다니, 소은이 자네 가문이라도 망가뜨렸는가?”프레드는 효영의 악의를 느끼고 호기심이 발동해 물었다.효영은 조금 당황하다가 황급히 부정했다.“아닙니다! 절대 그럴 리가요! 악의가 아니라 그저 사실을 전해 더 이상 그 사람에게 속지 말라는 말씀을
“저는 그 뜻이 아닙니다! 반드시 제가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겠습니다.”주효영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이건 프레드에게 약속하는 것뿐만아니라 스스로에게 세운 목표이기도 했다. 효영은 반드시 해내야만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프레드는 효영의 다짐을 들을 여유가 없었으므로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섰다.프레드는 두 사람의 데이터에 변화가 생겼는지, 지금까지 상황은 정상인 건지 확인해야 했다.로사가 이곳에 있었으므로 실험의 마지막 단계를 이어갈 수 없었고 로사가 떠나기만을 기다렸다.그런데 로사가 대체 언제 떠날지를 알 수 없었다. 처음에는 3일 스케줄이라고 했는데 이미 하루 반이 지나도록 로사는 떠날 마음이 없었다.더구나 로사는 이곳에 콕 박혀 외출도 잘 하지 않았다. 사람을 시켜 관광지도 다녀오고 지역 음식도 맛보게 할 생각이었으나 로사는 이미 둘러본 곳이라며 피곤하다고 마다했다. 그리고 대사관 안에만 머물며 국내 대사에 대해 의논하고 싶다고 했다.프레드는 언짢았으나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지금은 반드시 데이터를 보고 두 사람의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프레드에게 있어 이건 유일한 기회였다. 현재의 재력과 조건에서 두 사람이 가장 적합했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정말 끝장이었다.그래서 사람을 시켜 로사를 붙잡아두고 움직임이 감지되면 바로 자신에게 보고를 올리라고 했다. 매 층마다 사람을 심어두고 꼼꼼히 체크를 한 후에야 프레드는 소은의 방으로 향했다.최근 며칠 동안 오른쪽 눈꺼풀이 자꾸 뛰던 탓에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프레드는 미신을 믿지 않았고 과학적으로 다가가는 걸 좋아했다. 귀신이며 도깨비 같은 전설도 믿지 않고 예감이든지 징크스라는 것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왠지 모르게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이러한 예감은 프레드의 기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그래서 심호흡을 크게 하고 소은의 방문을 열었다.소은은 침대에 누워 잠든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프레드는 고르게 숨 쉬는 소은을 가만히 쳐다보았다.최근 햇볕을 쬐지 못해 그런 건지 소
그러나 프레드의 부름에도 한소은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지팡이에 닿은 피부가 흠푹 파이도록 소은은 반응이 없었다.프레드의 지팡이 끝은 조금 날카로웠으므로 피부에 닿으면 따끔했다. 지팡이에 살이 베일 정도는 아니었으므로 프레드는 지팡이로 소은을 떠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반응이 없는 소은을 보며 프레드는 딩황해졌다.이어 두 손으로 소은의 몸을 흔들며 큰 소리로 외쳤다.“소은아! 한소은!”소은이 연기가 아닌 정말 기절... 혹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프레드가 다급하게 말했다.“의사 불러와!”문밖을 지키고 있던 직원이 빠르게 의사를 불러왔고, 의사는 한둘이 아닌 한 무리가 몰려들어 허둥지둥 움직였다.프레드는 소은이 죽는 게 두려운 게 아니었다. 다만 지금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지금 소은의 몸은 아직도 이용 가치가 있었다.그리고 앞으로 더 이상 필요 없어진다고 해도 최대의 이용 가치를 뽑아낼 것이다. R10이 실패한다면 실패한 원인이라도 확실하게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그러니 소은이 여기에서 죽어버리는 건 너무 아쉬운 일이었다.지금까지 쏟아부은 피땀이 모두 헛수고가 되게 할 수는 없었다!“살려내! 반드시 살려내라고!”프레드는 그중 한 의사의 멱살을 잡고 외쳤다.의사는 프레드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전전긍긍하며 말했다.“공작 어르신, 한소은 씨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그저 기절한 것입니다. 하지만 데이터 수치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의사가 우물쭈물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인내심을 잃은 프레드는 바로 멱살을 덥석 잡고 목을 졸랐다.“그리고 뭐?”“불길한 징조입니다. 한소은 씨는 어쩌면 곧 죽을지도 모릅니다...”입 밖으로 꺼내기 무서운 말이었으나 프레드가 몰아붙이니 어쩔 수 없이 말해버렸다.“곧 죽는다고?”프레드는 제 귀를 의심했다. 침대에 누운 소은에게는 아직 숨이 붙어있고 심장 박동도 들리는데 곧 죽는다니.“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있는데 왜 죽는다는 거야! 전날 밤 날뛰던 모습이 기억에 선한데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