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는 멀어지는 한소은을 보며 그녀가 참 털털하다는 생각을 했다. 옛정에 얽매이지 않고 내려놓을 줄 알 뿐만 아니라 금방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인생이야말로 진정 자유로운 인생이었다.레스토랑에서 마주치지 않았다면 한소은은 강시유가 자신과 같은 호텔에 머무르고 있는 줄도 모를 뻔했다. 하지만 그럴 만도 했다, 이 호텔이 그나마 좋은 호텔에 속했기에 품평회에 참석한 이들 대부분이 이곳에 머물렀다. 그저 층수와 방 구조가 다를 뿐이었다.한소은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홀로 김서진의 방이 있는 층으로 향했다.올라올 때는 몰랐는데 올라오고 보니 이 층이 유난히 조용하다는 것을 그녀는 발견했다, 마치 다른 방에는 사람이 없는 듯했다. 게다가 복도에는 두터운 카펫까지 깔려있어 그 위를 밟아도 거의 소리가 없었다.김서진은 문도 닫지 않고 한소은을 기다리고 있는듯했다.“이 층 전체를 예약한 거죠?”한소은이 문 앞에 서서 복도의 양쪽을 바라보며 확신하는 듯한 말투로 물었다.“네, 조용히 해요.”김서진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 있어서 이는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일인 듯했다.“왜 이렇게 오래 걸린 거예요?”김서진이 한소은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겨 안더니 그녀의 귓불을 살짝 깨물며 벌을 내렸다.그러자 한소은이 간지러움에 목을 움츠리며 말했다.“다른 사람도 있어서 너무 가까이 붙어있기 좀 그랬어요, 다른 사람한테 들킬까 봐.”“다른 사람? 나는 못 봤는데, 비루먹은 개는 봤지, 짜증 나게.”그 말을 하는 김서진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마치 그 사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싫증 난다는 듯이.예전에는 기껏해야 무시를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그 얼굴이 한소은 앞에 나타나면 김서진은 노형원을 저 멀리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했다.“저 현아 씨 얘기하고 있는 건데.”한소은이 김서진의 손을 토닥이며 말했다. 그가 질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한소은이 웃음을 참으며 다시 덧붙였다.“서진 씨가 가자마자 현아 씨가 왔어요. 그리고...
“잘 아네요?”한소은이 웃으며 김서진의 맞은켠에 앉았다. 그리고 턱을 괴곤 그를 올려다봤다.“모르는 게 뭐예요?”김서진은 여유롭게 포트의 물을 비워내며 말했다.“모르는 것도 많아요. 예를 들면… 소은 씨가 나를 사람들에게 공개할 시간 같은 거?”김서진의 진지한 모습에 한소은이 웃었다.“김 대표님같이 겸손하신 분도 이런 걸 신경 쓰고 계실 줄은 몰랐네요.”“겸손도 어느 방면인지 봐가면서 떨어야죠.”김서진이 찻잔을 그녀의 앞에 놓아주며 말했다.“이런 방면에서는 겸손하기 힘드네요.”사랑하는 사람은 전 세계에 알려 모든 이들이 알게 해야 했다. 한소은은 자신의 것이기도 했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었기에 그 누구도 감히 탐 내지 말아야 했다. 다른 이는 그녀를 부러워할 권리밖에 없었다.김서진의 말을 들은 한소은이 두 손으로 찻잔을 움켜잡으며 행복감을 느꼈다. “아, 그리고 그 두 사람 옆에 요즘 로젠이라는 사람이 얼씬거리던데 소은 씨 그 사람 가까이하지 말아요.”김서진이 갑자기 생각난 듯 말했다.뜨거운 차를 금방 입에 댔던 한소은은 그 말을 듣자마자 동작을 멈추곤 물었다.“왜요?”로젠이라는 사람은 확실히 이상했다.요즘 어디에서나 로젠이라는 사람을 볼 수 있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노형원이 그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라고 생각해 이상할 것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그는 강시유와 미묘한 분위기를 풍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품평회에 특별 게스트로 등장하더니 지금 김서진은 로젠을 멀리하라고 일깨워주고 있었다. 이 사람, 도대체 무슨 신분일까?“해외에서 막 뜨기 시작한 조향사인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 보이긴 해요, 상도 여럿 탔었고. 하지만… 말도 많은 사람이에요, 남의 걸 훔쳤다고 의심하는 사람도 있고 작품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 보도를 본 적도 있어요.”포트를 내려놓은 김서진이 자리에 앉더니 찻잔을 잡고 생각에 잠겼다.“반 년 사이에 해외에서 소리 없이 자취를 감췄던 이가 여기에 왔을 줄이야. 그리고… 도덕이 좋지 못한 사람이에요.”김서
이런 간사한 계략을 꾸미고 이곳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니.“그래서, 다시 한 번 해볼래요?”김서진이 눈썹을 들썩이며 웃었다.한소은은 어이가 없어졌다. 결국 이야기의 주제는 다시 전에 휴대폰에서 나누던 얘기로 넘어가고 말았다.“아니에요, 저는 굉장히 만족스러웠어요, 절대적으로 인정합니다!”한소은은 얼른 거절했다, 그녀는 김서진의 계략에 넘어가지 않을 생각이었다.하지만 이런 아첨은 김서진을 기쁘게 만들지 못했다. 한소은에게 눈길을 고정한 그가 말했다.“전에는 이렇게 말 안 한 것 같은데.”“그래요? 전에는 정신이 없었나 보네요, 제가 한 말도 기억하지 못하는 걸 보니.”한소은이 어깨를 으쓱하며 시치미를 뗐다.“지금 그 말은 나한테 다시 기억나게 해달라고 하는 거예요?”김서진이 찻잔을 내려놓더니 한소은에게 다가갔다.점점 가까워지는 김서진을 본 한소은이 도망가려 했지만 결국 다시 의자에 앉혀지고 말았다.“서진 씨…”두 손을 김서진의 가슴 앞에 둔 한소은이 갸냘픈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어떻게든 도망가려 했던 방금과는 달리 지금은 한 마리의 온순한 고양이 같았다.“겁내지 마요.”김서진이 웃음을 거두고 진지한 얼굴로 부드럽게 말했다.“우리 사이가 또 다른 발전을 가져왔다고 하지만 소은 씨한테 말해주고 싶어요, 소은 씨가 원하지 않는다면 나 절대 소은 씨를 강요하지 않을 거예요. 알겠죠?”장난을 치고 있는 줄로만 알았던 김서진이 진심 어린 눈길로 이런 말을 하자 한소은은 마음이 약해졌다.“서진 씨, 나도 서진 씨 원해요.”한소은이 조심스럽게 그의 얼굴을 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김서진은 그런 그녀의 손을 잡아 손등에 입을 맞추며 대답했다.“알아요.”그는 알고 있었다. 김서진은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확신할 수 있었기에 한소은이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무조건 멈출 생각이었다.자신이 소중하게 여기고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의 마음도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것보다 행복한 일도 있을까.한소은이 그의 품에 얼굴을 묻으며 자신은 행운아라는
노형원은 진해에서 돌아온 후 강시유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고, 연구실에 접근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연구실 안의 위험 물질이 배속의 태아에게 위험할 거라며 그녀의 모든 행동을 걱정했다.그리고 로젠도 잠시 그들과 떨어지기로 했다, 다행히 떠나기 전, 로젠은 그녀에게 향수의 레시피를 두 개를 건넸다. 그것은 로젠이 새로 개발한 신제품으로 그녀에 대한 보답으로 건네는 것이라고 했다.강시유는 로젠이 자신에게 장난을 치는 것이라고 여기고 레시피를 노형원에게 맡겼다. 연구원들이 그대로 향을 조합해서 만들고 나자 그 효과는 실로 놀라웠다. 그녀는 한시름을 놓은 것 같았다, 어쨌든 헛수고를 하지 않았기에.물론, 로젠이 준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녀는 더 많은 것을 원했다.다만, 로젠을 떠올리면 여전히 떨릴 수밖에 없었다, 잠시 떨어져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적어도 자신의 건강이 회복될 때까지 자세히 고민해 보기로 했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 온 노형원이었다. 노형원은 지금 그녀를 최선을 다해 보살펴주고 있다.우유를 건네받은 강시유는 "아니, 이번 신제품은 연말 향수 콘테스트 맞춰서 개발될 거 같네. 3등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그럼 회사에 도움이 될 텐데."라며 웃었다."나랑 생각이 통했네." 노형원 손가락으로 강시유의 코끝을 톡 건드렸다. "이미 내가 그 콘테스트에 대해 어느 정도 준비도 했거든, 향수 참가 신청이 다음 달 말까지이니까 우린 최대한 빨리 출시해야 해. 만약 결과물이 괜찮다면 우리에게 가산점이 적용될 거고. 내가 한번 시도해 봤는데 꽤 괜찮더라."라고 말했다."다행이네, 그동안 회사가 입은 손실을 만회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러면 너도 스트레스 좀 덜 받을 수 있을 거야.”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노형원은 강시유가 임신한 몸으로 불편한 것을 감수하고 자신을 걱정하고 회사를 생각하는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시유야, 날 이렇게 생각해 주다니 너무 고마워.""바보야, 우리가 얼마나
”그치.” 강시유는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는 기쁜 기색이 없었다.강시유는 노형원과 헤어질 계획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지금 결혼하고 싶지도 않았다.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게 된다면 집에서 아이를 돌봐야 한다. 그러나 노형원은 지금 준비가 되지 않았고 지금의 시원 웨이브의 규모는 그녀의 성에 차지 않았다, 만약 지금 아이를 낳는다면 그녀는 명예와 지위를 포기해야만 했고 더 많은 부를 취할 수도 없게 된다. "기분 안 좋아?" 노형원은 그녀가 이 소식을 듣고 기뻐하며 자신을 껴안고 몇 번이고 키스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행동은 매우 담담했고 마치 전혀 기쁘지 않은 것 같았다."아니야." 그녀는 "내가 임신했다는 것을 어머니께 이미 말씀드렸어?"라고 노형원을 슬쩍 떠보았다."아직, 서프라이즈 해주려고. 왜?” 형원은 그녀에게 되물었다.강시유는 "아무것도 아니야. 내 말은, 일단 너무 급하게 말하지 말자. 들었는데 임신 3개월까지는 가장 불안정한 시기라고 하더라, 난 아직 3개월도 안됐고, 그러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이 아이는..”라고 핑계를 댔다."헛소리하지 마!" 노형원은 그녀의 말을 끊고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아이는 틀림없이 건강할 거야,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넌 지금부터 아무것도 하지 마, 우리 아이만 건강하게 보살펴줘, 그리고 우리 어머니도 말은 안 하지만 실은 손자를 안고 싶어 했어. 너도 알다시피 어머니가 재혼을 하신 뒤에 딸 하나만 낳았잖아, 어머니한테는 나 하나밖에 없어, 근데 네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알게 된다면 어머니도 무척 기뻐할 거야.”"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마, 난 만약을 얘기한 거야.” 시유가 말했다."만약도 안돼! 세상에 만약이라는 가정은 없어!"라고 노형원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두 손으로 시유의 어깨를 잡고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시유야, 그런 헛소리는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마, 넌 잘될 거야, 아이도 잘될 거야, 난 너한테 안 좋은 일 생기게 하지
한소은은 요즘도 한가로이 지내지 않았고, 자신의 보물인 소엽자단이 도착했다.특별히 재배한 것이기에 그리 큰 식물은 아니었고, 그녀의 실험실에 적절하게 배치해뒀다. 진해에서 돌아온 후, 조현아는 회사에 신청해서 특별히 그녀에게 실험실을 하나 마련해 주었는데, 장소는 그리 큰 편은 아니었지만 필요한 모든 기구가 다 갖추어져 있었다.조현아의 이러한 변화에 윗사람은 놀라울 뿐 아니라 아랫사람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조금은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들어 말이 오가지 않을 수 없었다. 회사에 입사한 지 석 달도 안 돼 독립적인 실험실을 갖고 있고, 한소은은 제대로 된 채용 경로를 거치지 않고 들어온 사람인데다, 전에 있었던 유언비어까지 더하면 더더욱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현아는 해명하는 것을 귀찮아했으며, 그저 한 마디만 할 뿐이었다.자신이 한소은에게 한 시험을 당신들 중 누군가 자발적으로 심사를 신청하고 합격을 한다면 자신은 무조건 한소은과 동일하게 실험실을 마련해 주겠다고 말이다. 그녀의 말 한마디에 모든 비난은 사라졌다. 두 번째 문제는 보지 못했지만 첫 번째 문제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접 보았고, 당시 많은 사람들이 구별하지 못하고 그녀만 단번에 문제점을 찾아냈고, 두 번째 문제는……듣기만 해도 벌써부터 두피가 저려왔다. 아무도 이런 시련에 참가하고 싶지 않았고, 통과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으니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해야 했다. 바깥의 소란스러움은 마치 그녀와 관계가 없는 것 같았다, 일단 실험실에 들어가면 그녀는 온정신으로 몰입해 바깥 일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진해에 있을 때, 그녀의 영감은 초기 상태에 불과했고 생각은 있었지만 정확한 윤곽은 없었으며, 꽃밭 기지에서 접목된 소엽자단을 발견했을 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재료를 세척하고, 말리고, 자르고, 녹이고 정제하며, 일련의 과정을 거쳤고 그녀 혼자서 다 하려니 머리가 어지럽고 눈이 침침했다. 저녁까지 일을 하자 목이 정말 뻐근해서 견딜 수
"당연히 아니지, 난 언니랑 함께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내 행복이야. 언니한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또 나는 조향하는 걸 좋아하고 말이야.” "그럼……" 한소은은 생각을 하더니 말을 꺼냈다."내 기억이 맞는다면, 네가 사직서를 제출한 날부터 노형원이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이제는 시간이 다 되었으니까 네 의지대로 퇴사를 할 수 있잖아.” 법적으로 노형원은 이제 아무리 원하지 않더라도 강제로 그녀를 제한할 수 없었다. "응, 확실히 시간이 됐지.”그녀는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하지만, 우리 엄마가 일을 그만두지 못하게 해.” “……”한소은은 또 다른 변수가 있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아주머니가……”“노형원이 우리 집으로 날 찾아온 적이 있어, 그리고 우리 엄마도 만났고. 우리 엄마는 그 사람을 굳게 믿고 있고, 노형원은 좋은 사장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내가 사리분별도 못한다고 생각하고 그 사람이 월급을 올려준다니까 엄마는 더더욱 일을 못 그만두게 해.”뒤로 등을 기대고 고개를 들자 하늘은 깜깜하며 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내가 생각해 봤는데, 안 그만두면 안 그만두는 거지 뭐. 난 일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그 사람은 이런 한가한 사람한테 돈을 쓰려 하는데 오히려 좋지!” "이연아,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 너 자신을 소홀히 하는 거야."겉보기에는 하는 일 없이 놀고먹으며 매우 좋아 보였지만, 그것은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발전하기 가장 좋은 시기를 놓치는 거였으니 그녀에게는 득보다 실이 많았다. 또한 한소은은 오이연을 더 발전시키고 싶어하고 진심으로 그녀를 친구로 여기기 때문에 그녀를 데리고 떠나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엄마가 동의하지 않는걸.”오이연이 곁눈질로 한소은을 힐끗 보았다. "나는 네가 어른의 말만 듣고 자기 생각이 없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사실 이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이연의 엄마가 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사장님이 좋은 대우를 해준다고 생각해서였기 때문이었다.하지만
하지만 오이연이 생각지도 못한 것은, 한소은이 화를 낸다는 것이다. "난 필요 없어!"그녀는 말투가 퉁명스럽고 얼굴빛도 엄숙해 보이는 것이 화가 단단히 난 게 분명했다. “소은 언니, 나는……”한소은이 이런 반응을 보일지 몰랐고, 오이연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내가……잘못했어?”“당연히 잘못했지!”한소은은 강조하며 말했다.“넌 너를 어떻게 생각하고, 또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난 그 사람들이 분명 신제품을 낼 거라는 걸 알고 있어, 시원 웨이브는 그동안 밑천만 까먹었으니 더 이상 신제품을 내지 않으면 오래가지 못할 거라고. 하지만 난 그들이 어떤 신제품을 내놓는지, 어떤 레시피를 사용했는지 전혀 관심 없어! 이연아, 네가 이 업계에 오래 있었는데 뭘 해야 할지, 뭘 하지 말아야 하는지는 알잖아.” "레시피는 염탐해도 되는 거야? 설마 내가 그 사람들을 상대할 수 없으니까 네가 스파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이내 다시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이연아, 난 그런 ‘보초병’은 필요 없어. 네가 내 곁에서 조수로 일하는 게 바로 네가 있어야 할 자리야.” “……”오이연은 말이 없었다. 야단을 된통 맞고 난 그녀는 잠시 침묵하더니 말을 꺼냈다.“미안해.” 그녀가 틀린 것이다, 그녀는 이것이 최고의 복수가 될 거라고 생각했고, 한소은을 도와서 화풀이를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만약 이렇게 한다면 그것은 본질적으로 노형원과 그들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한소은의 연구 개발 성과를 차지했고, 그녀의 레시피를 빼앗아 갔는데, 자신 또한 그들의 레시피와 기밀을 훔쳐보고 한소은에게 알려주려 했으니, 이렇게 되면 그들과 같은 부류가 되는 것이 아닌가. "이연아, 네가 날 위한다는 건 알지만, 네가 정말 날 위한다면 날 도와주러 와. 요즘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어서 실험 중인데,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돼. 너도 마침 계약 기간이 끝나가니까 나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