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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조현아는 멀어지는 한소은을 보며 그녀가 참 털털하다는 생각을 했다. 옛정에 얽매이지 않고 내려놓을 줄 알 뿐만 아니라 금방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인생이야말로 진정 자유로운 인생이었다.

레스토랑에서 마주치지 않았다면 한소은은 강시유가 자신과 같은 호텔에 머무르고 있는 줄도 모를 뻔했다.

하지만 그럴 만도 했다, 이 호텔이 그나마 좋은 호텔에 속했기에 품평회에 참석한 이들 대부분이 이곳에 머물렀다. 그저 층수와 방 구조가 다를 뿐이었다.

한소은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홀로 김서진의 방이 있는 층으로 향했다.

올라올 때는 몰랐는데 올라오고 보니 이 층이 유난히 조용하다는 것을 그녀는 발견했다, 마치 다른 방에는 사람이 없는 듯했다. 게다가 복도에는 두터운 카펫까지 깔려있어 그 위를 밟아도 거의 소리가 없었다.

김서진은 문도 닫지 않고 한소은을 기다리고 있는듯했다.

“이 층 전체를 예약한 거죠?”

한소은이 문 앞에 서서 복도의 양쪽을 바라보며 확신하는 듯한 말투로 물었다.

“네, 조용히 해요.”

김서진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 있어서 이는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일인 듯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린 거예요?”

김서진이 한소은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겨 안더니 그녀의 귓불을 살짝 깨물며 벌을 내렸다.

그러자 한소은이 간지러움에 목을 움츠리며 말했다.

“다른 사람도 있어서 너무 가까이 붙어있기 좀 그랬어요, 다른 사람한테 들킬까 봐.”

“다른 사람? 나는 못 봤는데, 비루먹은 개는 봤지, 짜증 나게.”

그 말을 하는 김서진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마치 그 사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싫증 난다는 듯이.

예전에는 기껏해야 무시를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그 얼굴이 한소은 앞에 나타나면 김서진은 노형원을 저 멀리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했다.

“저 현아 씨 얘기하고 있는 건데.”

한소은이 김서진의 손을 토닥이며 말했다. 그가 질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한소은이 웃음을 참으며 다시 덧붙였다.

“서진 씨가 가자마자 현아 씨가 왔어요.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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