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긴다고요?”김서진을 바라보면서도 한소은은 웃지 않고, 오히려 진지하게 물었다.“웃기지 않나요?”김서진이 한소은에게 되물었다.“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요! 과학 기술이 이렇게나 빨리 발전하고 최첨단 무기들도 수없이 많아요. 이런 시대에 사람의 마인드를 컨트롤하다니! 그 사람들은 정말 이런 거로 세계 정복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지구에 몇 십억의 인구가 있는데 모든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약을 먹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잖아요.”“정말 모두가 약을 먹게 되었다고 해도 100% 마인드 컨트롤에 성공할 거라는 보장도 없지 않나요?”“난 그들이 헛된 꿈을 꾼다고 생각해요.”김서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이런 야심과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한소은의 생각은 달랐다.“그렇지만은 않아요. 안될 거도 없죠.”그녀의 말에 김서진은 어리둥절했다.“세계를 정복하려 사람의 마인드를 컨트롤한다면, 굳이 모든 사람의 마인드를 컨트롤할 필요가 없어요.”한소은이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정말 세계를 정복하거나 일부 나라를 정복하려면 가장 높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약을 먹여 그들의 말을 듣게 하면 그만이죠.”한소은이 이렇게 말하자 김서진은 문득 정신이 번쩍 들었다.“당신 말은…….”두 사람이 말을 마저 하기 전에 핸드폰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원래 전화를 받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집요하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한소은은 무시할 수 없었다.그녀는 김서진을 슥 보더니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오이연이 보낸 문자였다.“소은 언니, 서한 씨 집에 돌아왔어.”“그가 문 여는 소리를 들었어.”“오늘은 여기까지 얘기해.”한소은은 문자를 확인하고 나서 대장을 보내지 않았다.오이연이 지금 매우 긴장한 상태 일거라 생각했고 자신의 답장을 보낸 소리가 오히려 방금 집에 도착한 서한이 눈치채게 할 수 거로는 생각했다.문자를 확인하고 한소은은 고개를 들어 김서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서한 씨가 집에 돌아왔
문득 뭔가 떠오른 한소은이 급히 김서진의 소매를 붙잡으며 말했다.“그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 거 같아요!”갑자기 일어서서 인지, 감정이 격해져서 인지 아니면 최근 너무 힘들어서 인지 순간, 한소은은 배가 아파져 오는 것 같았다.“쓰읍…….”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한 손으로 배를 부여잡고 허리가 서서히 굽어졌다.“왜 그래요?!”그 모습에 김서진은 깜짝 놀라 급히 한소은을 부축했다.그러고는 잔뜩 긴장된 모습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배가 아픈 거예요?”한소은은 아픔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 손으로 김서진의 옷깃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배를 부여잡으며 다시 그 자리에 앉았다.통증은 아주 강렬하지는 않았지만,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조금씩 아팠다. 마치 무언 가에 잡아당긴 것처럼 한소은 배 속의 아이가 불편한지 이리저리 움직이며 태동이 강렬했다.“병원에 가요!”김서진은 많이 당황한 얼굴로 한소은에게 말했다.언제나 냉정하고 자제력이 넘치던 그가 한소은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한소은이 김준을 낳을 때 매우 순조로웠다. 임신할 때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그럼에도 김서진은 마음이 아팠다.김준을 금방 나았을 때, 창백했던 한소은의 모습과 많이 허약해진 그녀의 몸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없었다.한소은이 아파 해하자, 그날의 기억들이 김서진의 머릿속에 밀려 들어왔다.심지어, 김준이 태어나던 날, 의사가 순산 도중 일어날 수 있는 위험들을 알려줬던 내용들도 생각이 났다.김서진은 마치 금방이라도 한소은을 잃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는 기사에게 차를 준비하라 일러 두고 급히 병원에 연락했다.마음이 너무 급했던 그는 한소은이 자기의 옷깃을 잡아당기는 것을 발견하지도 못했다.한소은이 김서진의 손을 세게 잡아당기고 나서야 그가 고개를 숙여 한소은에게 물어보았다.“왜요? 많이 아파요? 조금만 참아요. 바로 병원에 갈 거예요!”그러면서 한소은을 번쩍 안아 들고 밖으로 걸어가려 했다.“아뇨!”원
차는 곧 병원에 도착했다. 오기 전에 먼저 병원에 연락을 해두었기 때문에 한소은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하지만, 검사를 진행하면서 한소은은 너무 요란을 떤다고 생각했다.“검사 결과를 봐서는 크게 이상이 있는 부분이 없어요. 그저 휴식이 부족해서 몸이 조금 허약해진 것 뿐이에요.”의사가 결과 보고서를 보면서 김서진과 한소은에게 말했다.“그리고 일부 검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그것도 문제가 없을 거예요.”이 결과를 들은 김서진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고, 한소은은 그의 안도하는 모습을 보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거 봐요. 괜찮다고 했잖아요.”“괜찮으면 다행인 거죠. 하지만 의사 선생님도 그랬잖아요. 당신 휴식 하는 시간이 너무 부족해요. 몸이 제일 중요한 거 알죠?”김서진은 한소은에게 혼내듯 말했다.“나도 알아요!”한소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다 이내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물론, 김서진이 자기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한소은 자신도 의술을 배운 사람으로서 지금 자기의 상태가 어떤지 모를 리가 없다.하지만, 최근에 발생한 일들은 어느 하나 쉽게 놓을 수 없는 일들이다.“안다고요?”김서진은 미간을 치켜 올리며 물었다.“정말 알긴 아는 거예요?”“그럼, 몰라야 하는 건가요?”한소은은 그의 반응이 재미있었는지 반농담으로 대답했다.다른 일은 몰라도, 한소은의 건강에 관련된 일이라면 김서진은 더 없이 고집이 세지고 어린애처럼 떼를 쓰게 된다.“당신이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휴식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김서진은 작게 기침을 한번 하고 의사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그에게 물었다.“입원할 테니 준비해 주세요.”난데없는 입원 소식에 한소은은 어리둥절해 졌다.“괜찮다는데 입원은 왜 해요?”옆에 서 있던 의사도 어이가 없었는지 작게 기침을 하더니 말했다.“그래요. 지금 상황으로는 집에 돌아가서 푹 쉬기만 하면 돼요. 굳이 입원할 필요가 없다는
“정말요?”김서진은 한소은을 향해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당연하죠!”그가 믿지 않을까 봐 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들었다.“못 믿겠으면 맹세라도 할까요?”김서진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걸 보고 한소은은 손을 번쩍 들어 맹세하기 시작했다.“집에 가서 푹 쉬겠다고 맹세할게요. 만약 이 말을 지키지 않는다면 난…….”한소은이 말을 마치기 전에 김서진이 그녀의 입을 막았다.“안 좋은 말은 막 하는 거 아니에요!”김서진은 다소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이런 건 누구한테 배운 건지 참…….”“그러면 이제 믿는 거죠? 이제 집에 갈 거죠?”김서진이 한발 물러선 게 보이자, 한소은은 손을 내려놓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한소은은 그가 자신을 막을 것이라는 걸 짐작하고 있었다. 행여나 정말 말이 씨가 될까, 김서진은 한소은이 맹세하는 걸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사실 한소은도 그저 김서진에게 보여주기 식으로 말을 꺼낸 것뿐이다.이 시점에 입원한다면 한소은을 감옥에 가두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어디도 못 가는 건 둘째 치고 정말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닌데 난데없이 입원한다면 한소은은 심심해서 죽을지도 모른다.물론, 이런 게 중요한 건 아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한소은이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았다는 것이다.최대한 힘들지 않게 조절하겠지만, 한소은더러 모든 일에서 손을 떼라는 건 불가능 한 일이다.이걸 김서진이 모르는 건 아니다.다만, 한소은의 성격을 너무 잘 알았기에 더욱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것이다.강제로 입원을 해서라도 그녀를 며칠동안 푹 쉬게 하고 싶었다.한소은의 부드러운 눈과 예쁜 웃는 얼굴을 마주하면 김서진은 그녀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게 된다. 그녀를 마주하면 그는 항상 속수무책이 되어버린다.“알겠어요. 하지만 잘 쉬겠다고 약속을 했으니 약속 지켜야 해요. 너무 힘들게 모든 걸 혼자 떠안으려 하지 마요. 지금 당신은 혼자가 아니잖아요. 배속 아이들의 엄마이고, 우리 준이의 엄마이도 해요. 준이는 아직 엄마의 사랑
한소은은 저번에 두 사람이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 명백하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마음속에는 이미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다.그런 일이 있고 나서 더 이상 친구로 지낼 수 없고 더 이상의 만날 일도 없을 줄 알았다.하지만, 오늘 여기로 그가 찾아올 거라는 걸 생각지도 못했다.“당신 앞에서는 다 무용지물이라는 거 알아요.”임상언은 한숨을 푹 내쉬며 자기를 비웃었다.“당신을 속일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미안했어요.”“임상언 씨.”약을 받아온 김서진이 한소은에게 급히 달려오며 그녀의 앞에 서 있던 임상언을 보았다.그래서인지 김서진은 더욱 빨리 달려왔다.하지만, 전과는 달리 임상언에게 예의를 차리는 듯 했지만, 김서진의 얼굴에는 얼음이 서려 있는 듯 차가웠다.“임상언 씨가 여긴 웬일이세요?”물론, 그들이 이것이라는 걸 임성언은 진작에 진작 예상했다.임상언의 얼굴에 씁쓸함이 스쳐 지나가더니 이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전에 내가 한 짓이 당신들에게 미안한 짓이라는 거 잘 알아요. 당신들에게 용서해달라고 안 해요. 다만, 오늘 내가 온건 정말 중요한 일이 있어서에요.”“정말 중요한 일인지, 아니면 함정을 파는 것인지 어떻게 알아요? 임상언 씨, 당신이 우리 서진 씨와 그냥 오랜 시간 함께 협력해 온 비즈니스 파트너 일 뿐이에요. 우리가 왜 당신을 믿어야 하죠?”한소은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당신들의 용서를 빌어 온 게 아니에요. 나를 믿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일을 당신들에게 알려야 할 거 같아서 온 거에요.”“이 조직은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무서운 곳이에요. 내가 일부러 과장되게 말하는 게 아니란 말이에요!”임상언은 엄숙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진정성이 가득했다.다만…….“죄송하지만, 당신이 한 말에 관심 없어요.”김서진은 한쪽 팔로 한소은의 허리를 감싸고 다른 한쪽 팔로 임상언 앞에 막아 나섰다. 그러고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길 막지 말고 비켜요!
멱살이 조금 풀린 임상언은 손으로 자신의 목을 만지며 옷깃을 다시 정리했다.그제야 상기된 얼굴색이 조금 누그러졌다.하지만 김서진의 눈빛은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았다.“방금 한 말, 그게 무슨 뜻이야?”“임남이 납치되었다는 뜻이겠죠.”한소은이 한 걸음 앞으로 나오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김서진은 고개를 홱 돌려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 사실을 처음 안 김서진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오늘 임상언이 찾아오기 전에 그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김서진이 알 리가 없었다.나중에는 비즈니스로 바빴고, 남아시아에서 목숨이 오락가락하던 상황에 부닥치다 보니 다른 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한소은이 한 말을 들었을 때 김서진은 머리가 멍해 졌다.다만, 당사자인 임상언은 오히려 담담한 얼굴이었다.그의 얼굴에 씁쓸한 웃음기가 스치더니 그제야 입을 열었다.“우리 다른 데로 가서 얘기해.”그러고 나서 좌우로 한 번 살펴보더니 말을 이어갔다.“여기서 할 얘기가 아닌 거 같아.”확실히, 그들이 하려는 말은 이런 공적인 장소에서 크게 토론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김서진이 입을 열기도 전에 한소은은 한발 앞서 그의 팔을 내리며 임상언에게 말했다.“다른 장소도 문제없지만 장소는 우리가 정해야 해요!”전에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한소은은 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임상언도 당연히 한소은이 이러는 이유를 알고 있다.지난번 이후로 그녀는 자기를 친구로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원망할 것도 없다.결국 모든 것을 자기가 선택한 것이다.“좋아요!”임상언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한소은이 선택한 곳은 병원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었다.조용하고 미팅 룸이 따로 준비되어 있으며 회원제였기 때문에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다.가장 중요한 것은 여긴 김서진 명의 하의 산업이었다.한소은은 이런 곳에서는 임상언이 또 무슨 나쁜 생각을 하거나 무슨 수작을 부릴까 두렵지 않았다.임상언은 자기가 잘못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의 이의도 없었다
일반적으로 그들의 인맥과 자원으로 어떤 사람의 행방을 찾으려면 찾을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다.만약 이런 경우 국제적으로 거액의 현상금이 걸리게 된다. 거액의 현상금에는 반드시 언제나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찾을 수 없었어.”임상언은 여전히 고개를 저으며 이 말만 반복했다.그는 절망적인 눈빛으로 고개를 들었다.“정말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라면, 내가 그렇게 그들에게 휘둘리겠어?”침묵이 흐르고, 김서진은 입을 열지 않았다. 임상언에 대해 수년간 알고 있던 바로는, 그는 당연히 남에게 휘둘려 쉽게 고개를 숙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만약 그가 그렇게 쉽게 머리를 숙였다면 사업을 지금처럼 크게 만들지 못했을 것이고, 심지어 자신의 파트너가 되지도 못했을 것이다.그가 지금 이러는 것은 틀림없이 쓸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썼을 것이다.정말 방법이 없으니, 그들에게 구속당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옆에 있던 한소은은 아랫입술을 깨물더니 말하려다 멈췄다.김서진은 그녀의 망설임을 눈치채고 그녀의 손을 가볍게 두드렸다.“생각나는 게 있으면 말해봐요.”“…….”그녀는 머뭇거리다가 의문을 제기했다.“혹시, 임남이 이미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해 본 적…….”한소은은 차마 뒤의 말을 할 수 없었다.자기 자신도 이런 가능성을 받아들이기 어려운데 아이의 아버지인 임상언은 더 말할 것도 없다.김서진도 가슴이 덜컹거렸다.이것도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만약 정말 살아 있다면 어떻게 조금의 단서도 없을 수 있겠는가?전혀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아니, 남이는 살아있어. 틀림없이 살아있어!”임상언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비록 그는 초췌하고 의기소침해 보였지만, 아이의 생사를 언급하는 것은 조금의 망설임도 주저함도 없이 매우 확고했다.“일정 간격을 두고 아이와 영상통화를 한 번 할 수 있었어요. 그때마다 특정된 행동을 하도록 유도 했죠. 예를 들면 내 말을 따라 하게 하던가 어떤 동작을 하
그들의 말을 잘 듣고 그들의 일을 도와주면 하루빨리 아이를 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희망이 없는 것 같았다.세 사람은 침묵했다. 방안에는 침묵만 흘렀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분위기는 침울하여 사람을 억압했다.한소은은 앞에 놓인 찻잔을 들고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잠시 고민하다 소리를 내어 이 조용함을 깨뜨렸다.“그래서, 오늘 왜 우리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거죠?”“남이를 찾아 달라고요?”한소은이 직설적으로 물었다.사실, 그가 입을 열지 않더라도, 그들이 알게 되었으니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했을 것이다.부모가 어떤 짓을 했어도 아이는 죄가 없다.아이가 정말 위험에 처했다는 것을 알았으니, 한소은과 김서진이 가만있을 리가 없다.‘임상언이 오늘 갑자기 찾아와 이런 말을 하는 건 더 이상 홀로 버틸 수가 없어서 도움을 요청하러 온 건가?’“그것보다 다른 얘기를 하러 온 거에요.”임상언이 대답했다.“오늘 온 건, 더욱 중요한 일 때문이에요. 그 조직에 관한 얘기를 해주려고요.”한소은은 고개를 돌려 김서진을 한 번 바라본 후 다시 임상언을 바라보았다.“말해 봐요.”임상언이 진솔하게 행동하고 나름의 고충도 있지만, 요즘 많은 일이 생겨서 그를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었다.그가 무슨 말을 하든 의심의 눈길을 보낼 것이다.“이 조직은 해외의 세력이 통제하고 있어. 구체적으로 어느 쪽에서 왔는지는 아직 단서를 찾지 못했지만, 이 조직의 배경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커. 우리가 건드릴 수 없는 그런 종류의 조직이야.”임상언은 잠시 말을 멈추고 김서진을 바라보며 말했다.그가 “우리”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김서진에게 이 조직의 배경 세력은 김서진도 쉽게 손댈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그리고?”김서진은 눈썹을 찌푸리고 흔들리지 않는 얼굴을 하며 물었다.사실 임상언이 말하지 않아도 이 세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그렇지 않았다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