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은 고요했다.오이연은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는 서한을 쳐다보더니 소리 없이 한숨을 쉬며 앞으로 두 걸음 걸어가 몸을 웅크리고 바닥에 있는 물건을 줍기 시작했다.담요, 쓸려간 컵, 그리고 자질구레한 다른 것들…….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서한은 요즘 화를 내는 일이 많아졌다. 사람도 점점 더 난폭해졌다.오이연은 서한이 다쳤고 지금 일어설 수 없기 때문인 데다가 김서진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생각이 겹치면 매우 큰 타격을 받은 것이라 여겼다.그래서 오이연은 그를 이해해 주고 포용해 주었지만 오늘은…….그녀는 말없이 컵의 파편을 주워 쓰레기통에 조심스럽게 던졌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서한은 가만히 바라만 볼 뿐 말리지도, 도와주지도 않았다.갑자기 서한이 눈썹을 찌푸리며 매우 답답한 마음에 참지 못하고 손에든 물건을 던지며 말했다.“줍지 마요!”물건은 크지 않았으나 오이연의 손등에 부딪혔고, 힘과 관성에 의해 그녀의 손에 탁 맞아 통증이 전해져 왔다.컵의 파편에 베인 자리에 피가 빠르게 흘러나왔다. 베인 자리는 크지 않았지만 날카로웠다.그녀는 무의식 적으로 “씀”하는 소리와 함께 손을 움츠리고 고개를 들어 반대편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서한은 멈칫했다. 무심코 던진 물건에 그녀가 다칠 줄은 몰랐다. 하지만 곧 다시 얼굴을 찌푸렸다.“줍지 말라고 했잖아요!”“반창고를 가져올게요.”오이연은 손을 부여잡고 일어나서 몸을 돌려 화장실로 향했다. 수도꼭지를 틀어 상처를 흐르는 물에 씻었다. 흐르는 물이 피를 계속 씻어내는 것을 보고 나서야 아찔한 아픔을 전해오기 시작했다.눈앞이 약간 흐려졌다. 오이연은 상처를 깨끗이 씻고 닦은 후, 반창고를 붙였다. 다행히도 상처가 그리 크지 않았다.반창고를 붙인 후에는 피가 나지 않았지만 여전히 통증이 가시지 않았다.통증은 한 가닥 한 가닥 실처럼 가늘게 퍼져 나갔다. 잎의 맥락을 통해 진액이 천천히 뻗어나가듯이, 고통은 그 결의 맥락을 따라 사지에까지 기어오르는 것 같았다.오이연은 다시 돌아와서 커다란 조
그 순간 오이연이 서한을 향해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서한이 입을 열어 오이연에게 무엇을 하려는 건지 물어보려는데 갑자기 몸이 앞으로 돌진하는 것을 느꼈다.오이연은 휠체어를 잡아당겨 소파 앞으로 끌어당긴 다음 ‘탁’하고 소파에 앉았다.그러고는 다시 휠체어를 자기 앞으로 끌어당기면서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았다.“서한 씨, 이 말들은 오랫동안 마음속에 억눌려 있었어요. 줄곧 당신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알코올이 용기를 줬는지 오이연은 한 손으로는 휠체어를, 다른 한 손으로는 맥주 캔을 다시 들고 말을 이어갔다.“당신이 이번에 돌아오고 나서 성질이 많이 변했어요. 마치 다른 사람으로 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고개를 젖히고 또 벌컥벌컥 맥주를 들이켰다.“그래요?”서한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냉담하게 대답했다.“그래요가 아니라 맞아요!”오이연은 손가락을 세워 좌우로 흔들더니 이어서 말했다.“처음에 나는 당신이 다쳐서 기분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건 내가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당신의 성질은 점점 더 난폭해지고 있어요. 이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잖아요!”“당신은 단 한 번도 나에게 큰 소리로 말하지 않았어요. 내가 이런 일 저런 일 하게 내버려두지도 않았고 날 울린 적도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내가 다친 걸 보고도 조금도 마음 아파하지 않잖아요!”오이연은 억울한 표정으로 다친 손가락을 서한 앞에 가져가 이리저리 흔들었다.“다치면 피를 흘리는 게 정상이잖아요.”그러나 서한은 여전히 그렇게 차가웠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자기 몸을 바라보았다. “내가 입은 상처와 흘린 피를 당신도 봤잖아요.”‘서한 씨가 틀린 말을 한 게 아니지만 이렇게 말하면 안 되지!’예전에는 오이연이 조금만 다쳐도 서한은 마음 아파했다다. 지금은 그녀가 피를 흘리는 것을 보고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그래요, 그럼 이 얘기 말고 김서진 씨에 대한 얘기를 해봐요.”오이연은 손사래
그녀는 서한과 싸운 적이 없었다. 이전에 자신이 고의로 그를 놀리려고 화난 척하면 그는 매우 안달 났다.서한은 직설남이다. 그는 빙빙 돌리지는 않고 매우 직설적이며 낭만적인 세포도 별로 없지만 그녀에게는 정말 잘해줬다. 바로 이러하기 때문에 오이연은 늘 자신이 매우 행복하다고 느꼈다. 최근 서한의 성질이 급해진 것도 오이연은 참을 수 있었다. 이렇게 큰 좌절 때문에 성격에 변화가 있어도 정상이었다.하지만 이 말은 정말 사람의 마음을 너무 상하게 했다!서한은 뜻밖에도 오이연더러 가라 하고 다른 사람과 살아라는 말을 하다니 그는 자신을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그녀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인가!“너……, 다시 말해봐?!”오이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묻더니 한 손에 움켜쥔 맥주캔은 완전히 찌그러졌다.“…….”자신의 말이 좀 지나쳤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서한은 묵묵히 오이연을 한 번 보고 다시 반복하지 않았다.오이연은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서한을 바라보았다.“서한, 내가 다시 한번 묻겠는데 그날 남아시아에서 정말 김서진이 너를 밀어낸 거야? 확실히 잘못 기억한 거 아니야? 정말 그가 너를 내팽개치고 위험에 빠뜨리게 한 거야?”“난…….”서한이 대답하기도 전에 오이연은 계속 말했다.“지금 여기에는 다른 사람이 없어. 네가 나에게 한 말을 난 그들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야.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이고 오직 너와 나만이 알 것이야.”“그러니 내 앞에서 네가 진실을 말하는 것을 듣고 싶어!”오이연의 두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났고 눈 밑은 매우 맑았다. 오이연은 서한에 대해 믿음이 가득하기에 그가 말하기만 하면 그녀는 믿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것은 그가 진실을 말하는 것이었다.서한은 오이연을 돌아보며 눈빛을 피하지 않았고 그녀의 눈만 바라보았다. 하지만 오이연은 그의 눈빛에서 끝을 볼 수 없었고 그의 마음도 볼 수 없었으며 서한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더욱 알 수 없다고 느꼈다.“내가 해야 할 말을 이
곧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위층으로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어르신이 문을 열러 가자 마침 한소은이 문 앞에 이르렀다. 어르신께서 미리 문을 연 것을 보고 그녀는 의외라고 생각하지 않고 눈썹을 치켜세웠다.“아직 시작하지 않았어요?”“너를 기다리고 있었어!”“그럼 만약 제가 오지 않았으면요?”“안 왔으면 내가 직접 시작했지!”“스승님께서 몇 년 동안 직접 손을 댄 적이 없으신데 빗나가는 것을 두렵지 않아요?”“빗나가면 다시 찌르면 되지. 어차피 우리 사람이니 두 바늘 더 찔러도 상관없어!”두 사람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것을 듣던 원철수는 식은땀을 흘렸다.“???”‘이게 무슨 말이야? 자기 사람이니 두 바늘 더 찌르는 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리고 그녀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건 또 무슨 말이야? 설마???’“잠깐만요!”원철수는 몸을 일으켜 입구에서 잡담하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도대체 누가 저한테 침을 놓아주는 건가요? 설마…….”한소은은 원철수를 한 번 보고는 이어서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스승님께서 그에게 말하지 않았어요?”“뭘 말해?”눈을 깜빡이자 어르신은 무고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환자인데 의사를 선택할 권리가 있어?”“!!!!”‘왜 없어!’비록 몸은 아직 묶여 있고 힘도 별로 없지만 원철수는 여전히 이를 악물고 열심히 몸을 일으켜 그들을 보면서 말했다“둘째 할아버지, 만약 침술이라면 여전히 할아버지께서 직접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할아버지 말고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안심할 수 없습니다!”이렇게 많은 것을 경험해 와서 한소은의 의술에 대해 원철수는 더 이상 이전처럼 편견을 갖지 않았고 또한 그녀가 진짜 능력이 있다고 믿었지만 침술은 달랐다.어렸을 때 둘째 할아버지가 침을 놓는 것을 보고 원철수는 매우 신기해했다. 그래서 남몰래 인체의 경혈도까지 모두 외웠다. 그러나 둘째 할아버지는 여전히 그에게 침술을 가르치지 않았다. 침술은 보기에는 간단했지만 경혈을 만져서 위치를 확정해야 하고 구체적으로 어디에 찔러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소은은 이미 원철수의 앞에 와서 한 손으로 그의 팔을 누르고 다른 한 손을 집어 들었다가 곧이어 벼락같이 귀를 가릴 기세로 떨어졌다.속도가 상당히 빨라서 원철수는 심지어 반응도 하지 않았는데 그 은색 바늘은 이미 몸에 박혔다.“???”“…….”소리 없이 모든 것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 한 바늘이 원철수의 입을 막았는지, 아니면 한소은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잠시 반응할 수 없었는지 원철수는 오히려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눈꺼풀을 깜박거리며 묵묵히 그녀의 손이 들었다가 다시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았다.한소은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할 일만 열심히 하고 있었다.사실, 한소은도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침술을 놓은 것이 아니었다. 방금 한 말들은 단지 원철수를 놀라게 하기 위했을 뿐이었다.게다가 오기 전에 그녀는 다시 고대 의서를 뒤져보고, 침술과 경혈을 다시 한번 복습했다. 그리고, 이 침술은 결코 보통처럼 간단하지 않았고 모든 은색 바늘에는 약이 묻혀 있었다.다만 이런 것들은 원철수에게 그렇게 많이 말하지 않았다. 때로는 너무 많이 말하면 오히려 더 큰 심리적 부담을 초래할 수 있어서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낫다.처음에 원철수는 긴장했지만 나중에 몸에 아무런 이상한 점이 없고 자신도 아직 멀쩡하다는 것을 발견하자 점차 긴장을 풀었다.하지만 긴장이 풀리자 몸의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마치 몸속의 단전에서 온기가 솟아올라 사지로 퍼져 나가는 것 같았고 이 온기는 이전에 독성이 발작했을 때의 뜨거운 피가 끓어오르는 것과는 달랐다.이전의 그 뜨거운 피가 끓어오르는 느낌은 마치 그를 온통 증발시키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매우 따뜻하고 사람을 편안하게 했다. 모든 모공이 열려져 있어서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고 푹 쉬고 싶었다.그리고 원철수도 확실히 자신의 뜻에 따라 그렇게 했다.눈을 감고 뇌를 비우면 영혼은 둥둥 떠있는 것 같았고 팽팽하던 피부도 풀리고 사람도 한결 편해졌다.원철수는 자신이 곧
원철수는 한소은을 힐끗 보았지만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힘이 없었다.“계속할까요?”한소은이 물었다.“당신 뜻대로 하세요!”모처럼 그의 입에서 이런 말이 들렸다.예전에 원철우는 한소은에 대해 의심이 많았다. 그녀에게 다소 승복한 후에도 여전히 말다툼을 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마치 이렇게 해야만 그의 학식과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단지 이번 한 번, 심지어 그 자신의 목숨까지 걸렸지만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어쨌든 한소은의 능력을 그가 이미 알게 되었고, 자신의 몸의 반응은 더욱 직관적이었으니 그는 한소은을 믿고 싶어 했다.한소은은 입술을 오므리고 마스크를 다시 착용한 후 계속 침을 놓기 시작했다.그리고 어르신은 소독 장비를 가져와 집안 곳곳에 뿌리기 시작했고 미세한 소독 스프레이가 구석구석에 뿌려졌으며 방안에는 스프레이 소리 외에는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원철수는 사실 좀 이상해했다.‘자신은 중독된 거지 바이러스를 옮은 것은 아닌데 왜 둘째 할아버지께서 여기서 소독을 하는 것인가?’그러나 이 시점에서 그도 더 묻고 싶지 않아 다시 눈을 감았다.몸속의 따뜻함은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방금의 기침은 그의 많은 체력을 소모했기 때문에 사람도 지금 매우 허약했다. 그는 이렇게 그곳에 누워 있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다.얼마 후, 원철수가 다시 눈을 떴을 때 한소은은 이미 보이지 않았고 어르신 혼자 가장자리에 앉아 손에 책을 들고 보고 있었다. 어르신은 돋보기를 끼고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으며 매우 조용하고 진지했다.“둘…….”입을 벌리자 목이 좀 건조했고 피비린내가 나기도 했지만 사람은 오히려 힘이 많이 나서 그는 헛기침을 한 번 했다. “둘째 할아버지…….”어르신은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흥, 깼어?”“저…… 얼마나 잤어요?”그가 보니 바깥의 날이 이미 어두워진 것 같았고, 지금이 몇 시인지도 몰랐다. 다만 몸에 묶인 물건은 모두 풀어졌고 은색 바늘도 모두 보이지 않았다. 보아하니 다
둘째 할아버지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으니 원철수도 당연히 마음이 편안해지기를 발했다.이렇게 많은 날 동안 그는 줄곧 제대로 잠을 잔 적이 없었다. 감옥에 있었을 때의 밤낮은 더 말할 것도 없고 돌아온 후에도 육체적인 고통 때문에 오랫동안 편안히 잠들지 못했다.“네, 할아버지 뜻대로 할게요!”원철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어르신은 일어나서 맥을 짚고 잠시 중얼거리다가 몸을 돌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래층에 와서 손을 씻고 소독액을 좀 뿌린 후에야 뒷마당으로 돌아갔다.날은 이미 어두워졌지만 뒷마당은 환한 불빛으로 넓은 약초밭을 비추고 있어 고요하고 아름다워 보였다.어르신은 따뜻한 꽃집에 오자마자 그의 보배로운 제자가 허리를 굽혀 그 약초들을 만지작거리는 것을 보았다. 배 때문에 쪼그려 앉기가 불편하여 그녀는 단지 허리를 약간 굽히고 손을 뻗어 필요한 약초를 따고 있었다.“부족한 거 있어?”어르신은 입을 열어 물었다. 그는 한소은을 놀라게 하는 것을 전혀 두렵지 않았다.한소은은 토끼처럼 예리해서 자신이 가까이 오기도 전에 벌써 발자국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역시나 한소은은 머리도 돌리지 않았다.“아마 거의 비슷할 것입니다. 그리고 부족한 것이 있다 하더라도 당분간은 그렇게 쉽게 채워지지 않을 것입니다.”“그건 꼭 그렇지는 않아! 뭐가 부족하면 말해. 이 늙은이가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찾을 수 없는 약초가 별로 없어!”자신의 제자 앞에서 어떻게 체면을 구길 수 있겠는가. 게다가 그가 있는 곳은 백초원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바깥의 일반 약초 재배보다 품종이 훨씬 풍부했다. 만약 그가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세상에서 보기 드문 보배일 것이다.몇 그루를 따고 나서 줄곧 일어서자 한소은은 비로소 어르신을 바라보았다.“향료!”“향…….”어르신은 방금까지도 의욕이 넘쳤지만 순식간에 숨죽였다.“향료를 왜 나한테 말을 하는 것이야. 너는 내가 그런 것을 키우지 않고 그것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것을 잘 알면서. 그리고 그것을 왜 원하는 건데. 옛 사
“그럼…… 천천히 익숙하세요!”한소은이 웃었다.깊은 밤.방안은 조용하고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은 마치 깊이 잠든 듯 고른 숨소리를 냈다.갑자기 이불 한구석을 젖히자 남자는 일어나 앉았으나 서두르지 않고 뒤의 여자를 돌아보았다. 여자가 등을 돌리고 깊이 잠들어 그가 일어난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을 보고 천천히 두 발을 내려 양손에 힘을 주고 가볍게 일어나더니 이어 방문을 열고 가볍게 걸어나갔다.그러나 그가 나가는 순간 침대 위의 여자는 두 눈을 뜨고 이미 닫힌 방문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어둠 속에서 그녀의 눈은 맑았지만 눈물이 고였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침대 옆에 있는 휠체어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뒤는 이미 텅 비어 있었다. 사람은 사라지고 가슴은 계속 가라앉았다.‘그는 역시 자신을 속이고 있었어!’‘분명히 그의 두 다리는 이미 걸을 수 있는데 왜 휠체어에 앉아 거동이 불편한 척을 하는 것일까?’숨을 깊이 들이쉬며 격한 마음을 가라앉힌 오이연은 침대에서 일어나 외투를 손에 쥔 뒤 조용히 방문을 열고 밖으로 걸어나갔다.거실에 들어서자 방안이 텅 비어 아무도 없었다. 다시 입구 방향을 바라보니 남성용 슬리퍼가 놓여 있었다. 분명히 사람은 이미 나갔다.‘이 한밤중에 그는 혼자 몰래 일어나서 그녀 몰래 어디로 가려고 하는 것일까?’오이연은 생각을 하고 신발을 갈아 신고 따라서 나갔다.그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 단지에서 나올 때 마침 자신의 차가 모퉁이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놀랐다.서한은 다리에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스스로 운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이연은 전혀 몰랐다. 그녀는 또 서한의 몸이 큰 상처를 입고 건강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한밤중에 서한은 운전을 하고 어디로 가려는 것인가?이리저리 생각하다가 끝내 참지 못하고 한소은에게 전화를 걸었다.한소은은 전화를 받았을 때 방금 어르신 댁에서 긁어온 진기한 풀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서 온몸이 매우 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