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할아버지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으니 원철수도 당연히 마음이 편안해지기를 발했다.이렇게 많은 날 동안 그는 줄곧 제대로 잠을 잔 적이 없었다. 감옥에 있었을 때의 밤낮은 더 말할 것도 없고 돌아온 후에도 육체적인 고통 때문에 오랫동안 편안히 잠들지 못했다.“네, 할아버지 뜻대로 할게요!”원철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어르신은 일어나서 맥을 짚고 잠시 중얼거리다가 몸을 돌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래층에 와서 손을 씻고 소독액을 좀 뿌린 후에야 뒷마당으로 돌아갔다.날은 이미 어두워졌지만 뒷마당은 환한 불빛으로 넓은 약초밭을 비추고 있어 고요하고 아름다워 보였다.어르신은 따뜻한 꽃집에 오자마자 그의 보배로운 제자가 허리를 굽혀 그 약초들을 만지작거리는 것을 보았다. 배 때문에 쪼그려 앉기가 불편하여 그녀는 단지 허리를 약간 굽히고 손을 뻗어 필요한 약초를 따고 있었다.“부족한 거 있어?”어르신은 입을 열어 물었다. 그는 한소은을 놀라게 하는 것을 전혀 두렵지 않았다.한소은은 토끼처럼 예리해서 자신이 가까이 오기도 전에 벌써 발자국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역시나 한소은은 머리도 돌리지 않았다.“아마 거의 비슷할 것입니다. 그리고 부족한 것이 있다 하더라도 당분간은 그렇게 쉽게 채워지지 않을 것입니다.”“그건 꼭 그렇지는 않아! 뭐가 부족하면 말해. 이 늙은이가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찾을 수 없는 약초가 별로 없어!”자신의 제자 앞에서 어떻게 체면을 구길 수 있겠는가. 게다가 그가 있는 곳은 백초원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바깥의 일반 약초 재배보다 품종이 훨씬 풍부했다. 만약 그가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세상에서 보기 드문 보배일 것이다.몇 그루를 따고 나서 줄곧 일어서자 한소은은 비로소 어르신을 바라보았다.“향료!”“향…….”어르신은 방금까지도 의욕이 넘쳤지만 순식간에 숨죽였다.“향료를 왜 나한테 말을 하는 것이야. 너는 내가 그런 것을 키우지 않고 그것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것을 잘 알면서. 그리고 그것을 왜 원하는 건데. 옛 사
“그럼…… 천천히 익숙하세요!”한소은이 웃었다.깊은 밤.방안은 조용하고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은 마치 깊이 잠든 듯 고른 숨소리를 냈다.갑자기 이불 한구석을 젖히자 남자는 일어나 앉았으나 서두르지 않고 뒤의 여자를 돌아보았다. 여자가 등을 돌리고 깊이 잠들어 그가 일어난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을 보고 천천히 두 발을 내려 양손에 힘을 주고 가볍게 일어나더니 이어 방문을 열고 가볍게 걸어나갔다.그러나 그가 나가는 순간 침대 위의 여자는 두 눈을 뜨고 이미 닫힌 방문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어둠 속에서 그녀의 눈은 맑았지만 눈물이 고였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침대 옆에 있는 휠체어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뒤는 이미 텅 비어 있었다. 사람은 사라지고 가슴은 계속 가라앉았다.‘그는 역시 자신을 속이고 있었어!’‘분명히 그의 두 다리는 이미 걸을 수 있는데 왜 휠체어에 앉아 거동이 불편한 척을 하는 것일까?’숨을 깊이 들이쉬며 격한 마음을 가라앉힌 오이연은 침대에서 일어나 외투를 손에 쥔 뒤 조용히 방문을 열고 밖으로 걸어나갔다.거실에 들어서자 방안이 텅 비어 아무도 없었다. 다시 입구 방향을 바라보니 남성용 슬리퍼가 놓여 있었다. 분명히 사람은 이미 나갔다.‘이 한밤중에 그는 혼자 몰래 일어나서 그녀 몰래 어디로 가려고 하는 것일까?’오이연은 생각을 하고 신발을 갈아 신고 따라서 나갔다.그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 단지에서 나올 때 마침 자신의 차가 모퉁이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놀랐다.서한은 다리에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스스로 운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이연은 전혀 몰랐다. 그녀는 또 서한의 몸이 큰 상처를 입고 건강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한밤중에 서한은 운전을 하고 어디로 가려는 것인가?이리저리 생각하다가 끝내 참지 못하고 한소은에게 전화를 걸었다.한소은은 전화를 받았을 때 방금 어르신 댁에서 긁어온 진기한 풀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서 온몸이 매우 피
그녀는 멈추지 않고 방 안으로 들어가 부드러운 소파에 앉아 전화를 받았다.“이연아, 왜 그래?”사실 한소은은 마음속으로 예감이 있었다. 그들한테서 떠난 후 한소은은 오이연이 반드시 스스로 그녀를 찾을 것이라고 느꼈다.오이연은 머리가 없는 여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비록 서한을 매우 사랑하지만 오늘 대질한 후에 그녀는 분명히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분별할 수 있을 것이다.전화에서 오이연의 목소리는 매우 다급하고 숨소리도 매우 가빴으며 또 긴장했다.[소은 언니, 서한이가…… 외출했어.]“외출? 그게 무슨 뜻이야?”한소은은 무의식중에 김서진을 힐끗 보았다. 그는 자신에게 우유를 데우고 있었고 마치 감지한 것처럼 그녀 쪽으로 쳐다보았다.[그는 내가 잠든 틈을 타서 일어났고 그리고 혼자 몰래 나갔어. 지금 운전하고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어. 소은 언니 나…… 나 좀 무서워!]오이연의 목소리는 떨렸고 울음소리가 섞여 있었다.다른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알 수 없는 일, 서한이 그녀를 숨긴 것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진실이 두려운 것이었다.한소은은 눈썹을 찡그리며 몸을 곧게 펴고 앉았다. “혼자 운전을 하고 외출했다고? 잠깐만, 그는 다리를 다쳐서 휠체어를 타야 하지 않아?”이 얘기를 꺼내자 오이연도 민망해했다.[그의 다리는 괜찮아. 나도 이제 알았어. 도대체 나한테 얼마나 많은 일을 숨겼는지, 왜 그랬는지도 모르겠어. 소은 언니, 미안해…… 언니를 의심했었는데, 난…….]“됐어. 이런 말은 하지 말자. 지금 너무 당황하지 마. 내가 곧 다른 사람에게 그의 행방을 조사하게 할 테니, 너는 먼저 집에 돌아가서 안심하고 나의 소식을 기다려.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말고.”“너는 아직 임신 중이어서 자신의 몸을 주의해야 해. 알았지?”한소은이 엄숙하게 말하자 반대쪽에서 오이연이 망설였지만 여전히 그녀의 말을 들었다.[알았어, 언니의 말을 들을게. 나는 집에 가서 소식을 기다릴게. 하지만…….]잠시 멈칮하다가 그녀는 조심스럽게 말했다.[소은
“나???”한소은은 이해하지 못하고 멍해졌다.“그한테 임신 중이니 자신의 몸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는데 너는? 너도 자신이 같은 임산부라는 것을 잊었어?”김서진이 부드럽게 말하면서 한 손을 한소은의 불룩한 아랫배에 가볍게 얹었다.한소은이 이렇게 뛰어다니는 것을 보면 정말 마음이 아팠다. 김서진은 그녀를 위해 최대한 많이 나눌 수 있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한소은은 아연실색하여 자신은 괜찮다고 말하려 하였으나 김서진의 관심 어린 눈빛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너의 말을 들을게!”김서진은 그제야 안심하고 일어나 전화를 걸어 서한의 행방을 추적하도록 사람을 보냈다.이와 동시에 서한은 이미 운전을 하고 떳떳하게 대문으로 들어가 곧장 지하주차장으로 갔다.차에서 내린 서한은 시동이 꺼지지 않은 다른 검은색 지프를 향해 걸어갔고 이어서 차에 올라탔다. 차에는 이미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었고 그가 차에 올라타자마자 바로 시동을 걸고 떠났다.김서진은 한소은에게 좀 자라고 권했다. 결국 아무도 서한이 언제 집에 돌아갈지, 아니면 집에 돌아갈지 안 갈지를 모르기 때문이다.그의 행방을 찾으러 보낸 사람도 아직 회신이 없으니 계속 이렇게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한소은은 위층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누워만 있었을 뿐 잠을 잘 수 없었다. 일이 너무 많아 뇌가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해서 사람은 매우 피곤했다.자신도 모르게 약간 눈을 가늘게 뜨고 졸다가 다시 깨어났을 때 김서진이 아직 방에 돌아오지 않은 것을 발견하였다.다시 시간을 보니 벌써 새벽 3시가 다 되어 갔다.시간은 이미 이렇게 늦었다.한소은은 일어나서 옷 한 벌을 걸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는데 서재의 등불은 아직 켜져 있었고 문이 닫혀 있는 것을 보니 사람은 서재에 있는 것 같았다.살금살금 걸어갔는데 안에서 인기척이 들리지 않아 손으로 살짝 문을 열자 김서진이 안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고 온몸은 뒤로 젖혀지고 눈을 감은 채 잠이 든 것이 분명했다.그러나 한 손은 책상에
김서진은 한소은을 한 번 보았다.“백신 연구 개발 기지.”“백…….”하지만 그곳이라면 말이 통했다. 어쨌든 그곳은 경비가 삼엄해서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점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서한의 차가 순조롭게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안에 있는 사람은 그를 알고 있거나 혹은 그가 자유롭게 그곳을 출입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줬다는 것이다.백신 연구 개발 기지가 어디인가. 그 프로젝트는 주현철이 김씨 그룹의 손에서 빼앗은 것이고 진정기가 남에게 찔리는 오명을 뒤집어쓰면서 두 번 반복해서 진행한 프로젝트였다.이렇게 연달아 서한, 진정기, 주현철, 주효영까지??심지어 이전 실험 기지의 미확인 조직들도 서로 연결될 수 있었다.“그래서 서한도 중독됐거나 다른 누군가에게 통제되었을 가능성이 높아.”생각에 잠긴 듯 분석하면서 한소은은 이전의 그 엉망으로 뒤엉킨 일이 점차 정리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느꼈다.안개가 점차 걷히자 그녀는 그들이 진실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김서진의 애매모호한 대답은 한소은을 궁금하게 했다.“무슨 뜻이야?”한소은을 한 번 깊이 보고 김서진은 웃으며 돌아서서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당겨 자신의 품에 끌어안고 담요로 그녀의 몸을 감쌌다. “밤이 깊으니 감기에 걸리지 말고.”몸에 따뜻한 기운이 밀려와 그녀는 담요를 뒤집어쓰고 자연스럽게 그의 품에 안기면서도 자신의 질문을 잊지 않았다. “너는 아직 말하지 않았어. 도대체 무슨 뜻이야. 수수께끼를 내지 말고!”한소은을 꼭 껴안고 가볍게 그녀의 볼가에 붙이자 김서진은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나는 단지 대략적인 추측이 있을 뿐이야. 어쩌면 서한은…… 다른 사람에게 통제를 받은 것이 아니라 그가 기꺼이 원하는 것일 수도 있어. 그러나 이것은 단지 추측일 뿐, 아직 확신하지가 않아.”“응???”김서진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한소은의 호기심을 성공적으로 끌었다.한소은은 몸을 옆으로 돌려 김서진을 쳐다보면서 눈
“네 말이 맞아!”김서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미행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역시나 다른 차가 드나들었다.이미 늦은 밤이지만 진도를 맞추기 위해 백신 연구 개발 기지가 계속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늦어도 드나드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사람을 철수해!”한소은이 말했다.“지금 그곳을 지키는 것은 이미 의미가 없어.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지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니 모든 것이 헛수고일 것이야.”김서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왜?”김서진이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한소은이 물었다.“사실 꼭 못 들어가는 것도 아니야.”김서진은 눈썹을 치켜세웠다“?”한소은은 곧 뜻을 알아차렸다.“네 말은…… 진 부장님?”“하지만 그는 아직 혼수상태이고 외부인에게 이 사실을 알릴 수 없어.”잠시 멈추자 한소은은 갑자기 무엇이 생각났다.“지금 가연이가 있어서 잠시 외부인을 막을 수 있지만…… 만약 주씨 집안의 사람이 간다면 가연이가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야.”“네 말이 맞아, 그래서 우리는 그들보다 한 걸음 더 빨리 가야 해.”말하는 사이에 김서진은 이미 전화를 걸어 이 모든 것을 배치하기 시작했다.김서진의 다리에서 일어서자 한소은은 한쪽으로 걸어가 그의 분주함을 방해하지 않았다. 이때 한소은의 주머니에서도 진동이 뚜렷이 느껴졌다.잠을 잘 때 핸드폰은 항상 무음으로 설정하였다. 한소은은 핸드폰을 꺼내 한 번 보았는데 오이연에게서 온 카톡이었다.[찾았어?]한소은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오이연은 그녀가 쉬는 것을 방해할까 봐 전화를 하지 않고 메시지만 보낸 것을 알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찾았는데 또 놓쳤다는 것을 한소은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고개를 들어 김서진을 한 번 보았지만 그는 여전히 바빴다. 한소은은 다시 고개를 숙이고 서재를 나서서 낮은 목소리로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찾았는데 지금 또 놓쳤어. 너는 너무 걱정하지 마. 그는 괜찮을
“이연아, 일단 내 말 들어!”한소은은 오이연의 감정이 심하게 기복 되는 것을 보고 입을 열었다.“나는 네가 지금 서한 씨를 걱정하고 있다는 거 잘 알아. 우리도 그래! 하지만 지금 아무도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왜 이렇게 된 건지 몰라.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기 전에는 함부로 움직이지 마. 적어도 우리가 알고 있는 서한 씨를 믿어야 하잖아. 그렇지?”한소은은 오이연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오이연은 잠시 침묵하다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알았어!”“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너와 네 배 속의 아이야. 절대로 감정 기복이 심해서는 안 돼. 알았지?”몇 마디 더 당부하고 한소은은 전화를 끊을 준비를 했다.그녀가 끊으려고 할 때, 오이연은 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급히 한소은을 막아 나섰다.“잠깐만! 요즘 언니가 많이 바쁜 거 같아서 내가 언니 대신 메일을 처리했어. 메일이 좀 많아. 내가 간단한 것만 먼저 처리했지만, 암호가 걸린 메일이 몇 개 더 남았어. 언니가 시간 날 때 틈틈이 확인해.”“알았어!”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오이연에게 말했다.“수고했어. 고마워!”한소은은 그제야 전화를 끊었다.그러나 한소은은 이메일을 볼 틈이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서재를 들여다보았다. 김서진도 바쁘게 일을 하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컴퓨터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었고 손가락은 빠르게 키보드 위를 두드리고 있었다.한소은은 그윽하게 한숨을 쉬고 메일함을 눌러서 막 살펴보려고 할 때 전화가 또 울리기 시작했다.핸드폰에 찍힌 이름을 보고 한소은은 멈칫하다 전화를 받았다.“쉬는 거 방해한 거 아니죠?”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매우 맑았고 약간의 비아냥거림이 섞여 있었다.하지만 이 시간에 한소은에게 전화가 온 걸 보면 분명 중요한 일이 있을 것이다.“결과가 나왔나요?”한소은은 쓸데없는 말도 농담도 하지 않고, 직접 그에게 물었다.“쯧, 당신 자는 걸 방해해서 욕먹을 줄 알았는데 성격이 확실히 많
윤설웅은 말끝을 흐리며 엄숙한 말투로 말했다.“그 식물들은 모두 독성이 있는 식물이잖아요. 데이터는 못 알아보겠지만, 대충 실험을 한 실험 데이터라는 건 알겠어요. 당신 혹시 독초로 향수를 연구하는 거예요?”한소은은 어이가 없었다.윤설웅이 그럴듯하게 한참 동안 분석하더니 결국 이런 결론을 얻어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만약 윤설웅이 지금 한소은의 눈앞에 있다면 한소은은 분명 그의 얼굴에 대고 욕을 했을 것이다.“아니에요. 어떤 데이터인지는 묻지 말아요. 많이 알아서 좋을 거 없어요. 그 데이터들이나 내게 보내줘요.”한소은이 윤설웅에게 말했다.“당연히 보내줘야죠!”윤설웅은 흔쾌히 그렇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다 뭔가 떠올랐는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아니지, 얼마 전에 당신 메일로 보냈었는지 받지 못했나요?”“그게…….”한소은은 미안한 듯 대답했다.“요즘 많이 바빴어요.”윤설웅은 그녀를 나무란 게 아니다. 그저 궁금함에 물어봤던 거다.“하긴, 당신이 바쁜 거 같았어요. 요즘 당신 집에 전화를 여러 번 했었는데 가사 도우미가 집에 없다고 말했었거든요. 김서진 씨도 회사에 없고. 얼마 전에는 김서진 씨가 죽었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니까요! 혹시…….”“서진 씨 괜찮아요.”그가 머뭇거리는 걸 느낀 한소은이 그가 묻고 싶어 하는 게 뭔지 알아차리고 대답했다.“그냥 소문일 뿐이에요. 일단, 이번 일은 고마워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정중하게 고마움을 표시 할게요.”한소은은 한시라도 빨리 연구 데이터에 숨겨진 비밀을 알고 싶어 메일함을 열었다.그녀가 전화를 끊으려 하는 걸 눈치챈 윤설웅이 급히 말했다.“잠깐! 괜히 참견하는 게 아니라 그 데이터 안에 있던 약초들은 모두 독성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요. 전에 그 약초들을 접한 적이 있었는데 독성이 매우 강했어요. 현지인들도 피해를 보았을 정도예요. 그러니 꼭 조심하세요!”윤설웅의 말에 한참 침묵하던 한소은이 작게 대답했다.“고마워요!”“고맙긴요! 우리 사이에…….”그가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