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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7화

예의를 갖춰 건넨 말에 한소은도 트집을 잡을 수가 없었다. 억지로 경호원을 대동한다면 이는 그녀가 선을 넘는 행동을 하는 것이었다.

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여기서 기다려 줘요. 바로 나올게요.”

“사모님!”

경호원은 안심이 되지 않아 그녀를 막아섰다.

“괜찮아요.”

한소은은 손을 휘휘 저으며 실험실 내부를 살폈다.

‘아무리 호랑이 굴이라고 해도, 꼭 들어가고 말 거야!’

그녀가 실험실 안으로 들어서자 대문이 닫혔다. 실험실은 우중충하고 스산한 기운을 풍겨냈다.

이 교수와 그녀가 이곳에 일을 할 때만 해도 낮에 대문은 닫지 않았었다. 시끌벅적하지는 않았어도, 그래도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곳이었는데, 이제는…… 거의 죽어가는 건물 같아 보였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피며 안쪽으로 걸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흰 가운을 입은 주효영을 발견했다. 그녀는 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다른 한 손에는 문서를 들고 있었다. 주효영은 옆 사람에게 귓속말했고 그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떠났다. 사람이 떠나고 나서야 그녀는 고개를 들어 한소은과 눈을 마주했다.

가볍게 미소를 지은 주효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한소은 씨가 여긴 어쩐 일이에요? 중요한 물건이라도 두고 가셨나요? 아니면 다시 돌아오고 싶어서 온 건가요?”

“내가 돌아오면 당신의 자리를 가져갈 텐데, 괜찮겠어요?”

한소은이 주효영을 바라보며 덤덤하게 말했다.

주효영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리를 가져간다니,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여기가 왕실도 아니고, 모두 함께 일하는 동료이잖아요. 저는 한소은 씨와 함께 일하고 싶은걸요.”

“그럼 제가 물건을 찾으러 불쑥 찾아온 게 불편하시진 않으신 거죠?”

한소은이 물끄러미 쳐다보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여긴 제 사적인 공간도 아니고 함께 사용하는 실험실인데요. 한소은 씨가 물건 찾으러 오는데, 제가 왜 불편해지겠어요?”

주효영은 몸을 비켜서며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소은은 이런 그녀를 힐긋 쳐다보며 더 안으로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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