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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8화

예전에 일하던 실험실 안은 텅 비어 있었다. 몇몇 실험 장비는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나 많은 물건이 비워진 상태였고, 아마 오랫동안 실험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손을 대보니 먼지도 겹겹이 쌓여 있었다.

그녀가 멈춘 위치는 예전에 이 교수가 썼던 방문 앞이었다.

실험이 한창 진행될 때는 집으로 돌아갈 시간도 없어, 급별이 높았던 이 교수나 그녀는 실험실 옆으로 방을 만들어 휴식을 취하곤 했다.

이 교수가 없는 방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방안도 텅텅 비어있었다. 책상 위에는 문서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 교수님 방은 이미 깨끗하게 비웠어요. 한소은 씨가 찾는 물건이 이 방에 있을 것 같진 않은데요.”

한소은이 고개를 돌리자, 주효영이 소리도 없이 그녀의 뒤로 다가와 있었다.

경계심이 높은 그녀가 주효영이 걸어오는 소리를 듣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그녀의 뒤에는 아무 사람도 없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나랑 다른 길을 걸었다는 말인데…… 어디서 나타난 거지?’

‘내가 모르는 길이라면, 설마…… 밀실? 비밀통로?’

그녀는 의심의 눈초리로 주효영을 위아래로 살폈지만, 맨눈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한소은 씨가 왜 이 교수 방을 기웃거리고 있었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주효영이 물었다.

한소은은 주효영과 시선을 마주하고 말했다.

“저는 주효영 씨 방에 더 많은 관심이 있는데, 한번 구경하러 가도 될까요?”

“여기 제 방은 따로 없어요.”

주효영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저는 한소은 씨와 이 교수처럼 높은 대우를 받지 못했어요. 모든 마음을 실험에 쏟아붓고 있죠. 실험실이 곧 내 집이다, 하고 생각하면서요. 제 실험실이라도 구경하러 가실래요?”

한소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초대는 주효영이 먼저 했고, 한소은은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이 실험실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일을 했지만, 주효영이라는 사람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나타난 그녀가 실험실의 최고 권력을 장악했다…… 그러니 그녀의 실력을 한소은은 보고 싶어졌다.

한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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