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기가 집에 돌아올 때 입구에서 차 한 대를 보았다.주현철이 그 차에서 내려 진정기에게 달려와 아첨하게 말했다.“형님…….”진정기는 말했다.“무슨 일이야?”“우리 효영이 잘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원래 직접 와서 가연이에게 사과하려고 했지만 요즘 걔가 바빠서…… 안심하세요. 제가 꼭 혼내겠습니다. 가연이는…… 괜찮아요?”“괜찮아.” 진정기는 담담하게 말했다. “다른 일 있어?주현철이 이 말 듣고 얼른 말했다.“그 백신 기지는…….”“사무실에서 얘기해.”진정기가 거절했다.“근데 제가 사무실에 못 들어가잖아요. 저번에도 가봤는데 못 들어갔어요. 형님, 이러시면 안 되죠. 저는 형님의 처남이잖아요.”그를 보고 진정기는 차갑게 말했다.“그러면 사고 좀 그만 쳐!”“저 사고를 안 쳤어요……. 그 백신 기지를 잘하면 형님도 영광스러울 거예요. 게다가 옛날에 약속했잖아요…….”주현철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이런 얘기를 대놓고 얘기하면 진정기가 화날 수도 있다.요즘에 입찰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주현철의 인간관계도 많이 나빠졌다.진정기가 그를 도와주지 않으면 주현철은 끝장날 수도 있다.“내가 언제 약속했니?”진정기가 드디어 화났다. 말투도 많이 거칠어졌다.“주현철, 좀 정정당당하게 살아봐. 이상한 짓만 하지 말고!”“저 장사하고 있는데 뭐가 이상해요? 형님은 그날에 분명히 프로젝트 저한테 맡긴다고 약속했잖아요. 김씨 집안의 뇌물 받았어요? 돈을 얼마나 줬는데, 얘기해 보세요. 저도 드릴게요!”주현철은 말할수록 화가 났다.“뭔 개소리야!”진정기가 참을 수 없었다.“말 똑바로 해!”“형님, 연기 그만 해요! 형님이 진짜 청렴할 줄 알았는데 역시 아니네요. 김씨 집안한테 뇌물 받지 않았다면 왜 프로젝트를 줬어요? 김서진 가지도 않았고 심지어 해외에서 죽었다는 소문도 있는데 왜 김씨 집안한테 줘요? 뇌물 받았죠?”“입 닥쳐!”진정기는 화가 나서 말했다.‘진짜 개소리만 하고 있네. 처남 아니었으면 그냥 무시했어…….”하지만
“제가 왜 닥쳐야 해요? 아, 누나가 이제 돌아갔으니까 본모습이 드러났네요. 저를 잘 보살펴 준다고 누나랑 약속해 놓고! 진정기, 네가 청렴할 줄 알았는데 진짜 탐관오리네! 아, 네가 다른 여자를 찾았지? 이제 다른 여자가 있으니까 우리 누나를 잊어버렸네. 우리 누나가 너를 위해 아기를 낳지 않았다면 죽지 않았을 거야. 누나, 이 남자를 봐…….”“주현철!”진정기가 소리쳤다.주현철은 깜짝 놀라 더 이상 말하지 못했다.“그만해라! 또 개소리하면 경찰 불러서 너 잡을 거야! 입찰은 법적으로 정한 거야. 못 믿으면 가서 신고해라! 그리고 네 누나 얘기 꺼내지 마! 너희들 내 명의로 얼마나 뇌물을 받았는지 내가 모른 것 같냐!”“그리고 네 딸 교육 잘해라.”말이 끝나자 그는 고개를 돌려 기사에게 말했다. “가자!차가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주현철은 한참 동안 멍때렸고 따라가고 싶었지만 문이 이미 닫았다.쫓겨난 후부터 그는 다시 여기를 들어갈 수 없었다. 주현철은 화나지만 어쩔 수 없었고 대문을 향해 침을 뱉어 집으로 돌아갔다.주 부인은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요즘에 그녀도 기분이 안 좋았다.“또 만나지 못했어요?”“만났어!”“뭐라고 했는데?”주현철은 테이블을 걷어차며 소리쳤다.“개 X끼, 꼭 죽일 거야!”주 부인은 주현철이 이렇게 화난 모습을 본 적 없었다.하인을 불러 물 한 잔을 따르고 조심스럽게 앞으로 건네주었다.“천천히 말해봐, 화나지 말고, 일단 물 좀 마셔요!”“X발 뭐 마셔!”주현철은 잔을 깨뜨렸다.주 부인은 손을 흔들어 하인에게 나가라고 했다.그녀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매형이 진짜 다른 여자를 찾았나 봐.”“X발 신고해야겠다!”주 부인은 웃을 뻔했다.“여친을 찾다고 신고해요? 아니면 김씨 집안한테 뇌물 받았다고 신고해요? 증거도 없잖아요.”“없다고? 증거 있거든!”주현철이 소리쳤다.
하지만 2초 후에 주현철은 중얼거렸다.“증거 없긴 해!”그는 생각할수록 짜증 났다. 이때까지 진정기의 곁에 있었지만 증거 하나라도 찾지 못해서 아첨거릴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진정기는 이때까지 그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그래서 어떻게 말했는데? 예전에 프로젝트를 우리한테 맡긴다고 약속했잖아요. 설마 진짜 뇌물 받았어요?”주 부인은 조심스럽게 물었다.“내가 어떻게 알아!”주현철은 소파에 앉아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효영은 어디 있냐?”“실험실에 갔어. 왜? 쟤가 가연이를 밀었기 때문에 화난 거야? 그럼 내가 가서 사과할게!”“그거 아니야!”손을 흔들면서 주현철은 진정해졌다.“그럼 뭔데? 그날에 효영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어. 가연이도 참, 왜 들어가지 못하게 했어…….”“진정기가 나보고 딸 교육 잘하래.”주현철이 말했다.주 부인은 이 말을 듣고 빡쳤다.“X발, 저게 말이야 방귀야?”“진정기가 진짜 사람이야? 이때까지 우리가 가연이를 돌봐줬는데 의사도 대신 찾아 줬었어.”나, 진짜 개 화나네. 가연이가 우리 집에서 먹고 자고 내가 의사까지 찾아줬고, 이게 다 돈이야!”“이 돈을 다 주고 얘기하라고 해!”주현철은 방금에 화가 났었기 때문에 지금은 오히려 진정해졌다.그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아니야, 이 말은 나한테 한 말 아니야.”“설마 효영이가 뭐 잘못했나?”그가 생각하면서 중얼거렸다.주 부인은 아직 화가 나서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요! 매형은 효영이랑 만난 적도 별로 없잖아요. 내가 봤을 때 효영이가 가연이를 밀어서 화난 거예요.”“아니면 나도 가연이처럼 계단에서 굴어 내려볼까?”“뭔 개소리야! 이게 소용 있다면 내가 이미 너를 밀어냈어!”주현철이 어이없었다.“아무튼 진정기가 한 말이 너무 이상해. 효영이를 불러와 봐. 좀 물어봐야겠다.”
”모르긴 뭘 몰라, 너의 딸은 네가 제일 잘 알아. 걔는 완전 책벌레야. 하루 종일 책만 보고 공부만 하거나 아니면 연구 실험을 해. 밖에 있는 그 여자아이들과 달라! 내가 봤을 때 진정기는 그냥 너를 속이는 거야.”주 부인은 자기 아이를 과잉보호해서 자기 딸한테 무슨 문제가 있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사실 주현철도 이해할 수 없었다. 비록 아내가 딸을 과잉보호하지만, 말한 것도 틀리지 않았다. 주효영이 진정기의 미움을 살 리가 거의 없고 심지어 진가연과 만난 적도 별로 없었다.“그 프로젝트는 어떻게 됐어?”그가 답답하게 말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주 부인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이 말을 꺼내자 주현철의 안색이 변하여 침울해졌다.“이미 확정된 일인데 내가 뭐 할 수가 있겠어! 김씨에게서 억지로 뺏어 올 수도 없고.”“그러면 어떡해!” 주 부인도 매우 절망적이다.비록 남편의 수입을 그녀는 잘 알지 못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의 중요성은 남편이 그녀에게 말했었다. 만약 못하면 회사도 망하고 그들도 모두 망할 것이다.“아니면, 내가 가서 진정기에게 부탁할게. 너희 남자들은 말이 거칠고 돌려서 말할 줄 몰라, 혹시 내가 그에게 부탁하면 잘 될지도 몰라. 안되면 자잘한 다른 항목을 주워서 해도 되지!”그녀는 거의 우는 듯이 말했다.“너도 진정기를 알게 된 게 처음도 아니고 네가 가서 부탁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주현철은 기분이 매우 안 좋아 보였다.“그러면 어떡해…….”다리가 흔들거리자 주 부인은 거의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그녀는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그래도 그의 약점을 잡아야 해. 그의 약점만 잡으면 이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그는 우리의 손아귀에 단단히 쥐어져야 할 거야.”곰곰이 생각하며 주현철은 음침하게 말했다.그러나 주 부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어떻게 할 수 있죠?”“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여자를 찾기 시작했는데 그 여자가 너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고개를 들고 그는 아내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하
임상언이 사무실에서 떠날 때 주효영은 아직 가지 않았다.그는 뒤돌아보았는데 사장이 말하지 않은 이상 그는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기 어려웠다. 입가에 있는 피를 닦고 그는 묵묵히 떠났다.그가 간 후에 주효영은 앞으로 나아갔다.“사장님, 임상언이 충성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정말 그를 그냥 놓아줄 겁니까? 그는 전혀…….”“네가 나한테 충성하니?”가면 쓴 남자가 주효영을 바라보았다.“…….”주효영은 입술을 오므렸다.“적어도 저는 사장님의 목적과 방향이 같아요. 저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위대한 연구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반드시 성공할 것이고 저는 사장님과 마찬가지로 매우 기대하고 있어요!“그래?”웃으면서 그가 물었다.“그럼 너의 필통 속의 물건을 찾았니?“…….”주효영은 그도 이 일을 알고 있는 것을 몰랐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녀는 진 씨네 집에 가서 소란을 피웠고 진가연이 계단에서 떨어져 병원에 입원했다. 눈앞의 남자는 정보력이 넓어 이 일을 모를 리가 없었다.“찾았습니다.”고개를 숙이고 그녀가 대답했다.“찾았어?”“진짜 찾았다는 거야 아니면 듣기 좋은 말로 나를 속이려는 거야?“아니에요!”도도했던 주효영도 고개를 숙이고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사실 필통 안의 물건은 잃어버리지 않았어요.”“어?”남자가 눈살을 찌푸렸고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잃어버리지 않았어요. 근데 진가연이 최근에 마침 우리 집에 간 적이 있어요. 저는 이 기회를 잡아 진가연의 집에 가서 잘 수색하고 싶었지만 생각지도 못하게…….”그녀는 진가연이 계단에서 떨어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마침 이때 진정기가 집에 돌아와서 그녀의 계획을 망쳤다.그녀는 진가연과 친하지 않았다. 만약 직접 찾아가면 진가연이 반드시 의심할 것이다. 차라리 물건을 잃어버렸다고 하면 더 자연스럽다.그러나 줄곧 얌전했던 진가연이 뜻밖에도 자신과 다투면서 진정기가 또 제때에 돌아와서야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멈출 수 없었다.그러나 이제 진가연 집에 가는 게 더 어려워졌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남자는 웃는 듯 아닌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주효영의 말을 믿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더 이상 이 문제를 잡고 늘어지지 않았다.대신 창문 쪽으로 걸어가 바깥 풍경을 바라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위에서 지시한 백신 기지 프로젝트가 유찰됐어. 그런데 네 아버지는 그것을 낙찰받지 못했지. 다 된 밥에 재가 뿌려진 격이야.”"?"주효영은 그가 갑자기 이 얘기를 꺼낸 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대답 대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진정기는 네 고모부고 네 아버지는 그의 매제야. 이런 좋은 일은 자기 가족에게 넘겨줄 만도 한데 네 고모부란 사람은 정말 얼음처럼 차가운 분이야.”남자는 차갑게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진정기는 항상 이런 식이죠."주효영은 무심하게 대답했다."제 부모님이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뿐이에요.""그럼 넌 알아차린 거 같아?"남자는 몸을 돌려 주효영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너희 집이 파산 직전에 있다는 건 알고 있나? 이 프로젝트를 낙찰받지 못했으니 네 아버지의 회사는 곧 자금이 끊기게 될 거고. 채무자들이 너희 집에 찾아가고 은행의 빚, 그리고 다른 회사와의 프로젝트가 다 무산이 되는 날에 네가 맘 편히 연구소에서 실험할 수 있을 거 같아?”남자의 말에 주효영은 흠칫 놀라더니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집과 회사의 일에 대해 주효영은 단 한 번도 엄마와 아빠에게 물은 적이 없고 없고 알려 하지도 않았다. 오늘 진정기의 집에 찾아갔을 때 자기의 부모님이 진정기에게 따지겠다고 버럭 소리를 지르는 와중에도 그녀는 오직 실험만 걱정하고 있었다.실험을 제외한 일들은 모두 작은 일이라고만 생각했었다.‘우리 집에 정말 파산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만약 집이 파산된다면, 내가 내 힘으로 먹고 살 수는 있지만 지금처럼 편하게 실험하면서 살 수는 없겠지.’주효영은 눈썹을 한껏 찌푸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남자가 이어서 말하길 기다렸다.“네 부모님을 돕고 싶
사실 그 물건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끼칠지는 주효영도 확신이 없었다.이 제품은 이제 막 개발한 신제품이었고, 그녀가 보물처럼 아끼던 것이다.자기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것인 데다 아직 안정성을 확인하지 못했고 효과가 어느 정도까지 발휘될지 확실하지 않았다.하지만 보스는 그런 물건이 있다는 걸 알 뿐만 아니라, 이 물건을 진정기에게 사용하라고 말한다.주효영은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왜, 마음이 약해져서 못 하겠어?”남자는 두 번이나 조롱 섞인 웃음을 지으며 주효영에게 말했다.“난 네가 정말 얼음처럼 차가운 사람인지 알았는데.”“마음이 약해진 게 아니라 물건을 그 사람에게 쓰기 아까워서 그래요.”주효영이 주저하며 대답했다.“이걸 한 병 만들어 냈으니, 앞으로 두 병, 세 병 심지어 셀 수 없이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을 거야. 그래도 아까워? 진정기를 통제해서 백신 기지 프로젝트를 손에 넣으면 충분히 큰 실험실을 내어주지. 자금도 아낌없이 쏟아부을게. 그래도 아까운가?”남자는 주효영이 마음을 굳게 먹지 못할까 봐 한마디 덧붙였다.“방금 임상언씨가 한 말도 틀리지 않았어. 이곳 연구소에 더 머물어서는 안 돼. 빠른 시일내로 다른 연구소를 알아볼 필요가 있어. 이렇게 계속 정처 없이 연구소를 떠돌아다니거나 다시 해외로 돌아가고 싶은 거야?”“다만 네 부모님은…… 파산하게 된다면 살아가는 것조차 힘이 들겠지. 어차피 넌 신경도 안 쓸 테지만…….”이 말에 주효영이 고개를 숙이더니 담담하게 대답했다.“알겠습니다.”그녀는 뒤로 두발 물러서서 남자가 돌아보지 않는 걸 확인하고 그대로 방에서 나갔다.--원 어르신 댁에서 늦은 시간 집으로 돌아온 한소은은 잠이 오지 않았다.최근 며칠간 발생했던 일들을 떠올리자, 침대에서 뒤척이기 만 할뿐 잠에 들지 못했다.침대에 누워 두 시간 동안 눈을 뜬 채 천장을 바라보던 한소은은 조금도 자고 싶은 생각 없자 그대로 침대에서 일어나 핸드폰을 한번 보았다.새벽 2시가 되었는데도 김서진으로부터 연락이 없
한소은은 잠시 멈칫하다 말을 이어갔다.“전에 내 핸드폰이 도청되고 있었어요. 하지만 새 번호로 바꾸고 보안도 강화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새 폰으로 바꾸기까지 했으니, 당분간은 괜찮을 거예요.”“당신아 나와 아이들을 걱정한다는 거 잘 알아요. 하지만 내가 당신을 찾아가지 않는다고 해서 위험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잖아요. 게다가 당신 때문에 우리가 위험해진 것도 아니고. 그래서 꼭 당신을 만나러 가야겠어요.”한소은의 말이 그를 설득하는데 성공했는지 그가 더 이상 이 일로 말다툼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지만 김서진은 잠시 머뭇거리다 결국 그녀가 자기를 찾아오는 것을 허락했다.“꼭 조심해서 와야 해요. 경호원들도 데려오고 위험이 있다 싶으면 바로 돌아가요. 절대로 무리하지 말아요.”“알았어요.”한소은은 작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더 말하고 싶은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김서진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먼저 전화를 끊어버렸다.잠시 후 김서진이 그녀에게 주소 한 개를 문자로 보내왔다.역시 전에 핸드폰 신호가 잡혔던 그 도시였다. 한소은은 곧바로 일어나 차가운 물로 얼굴을 한번 씻고는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이었기에 기사와 경호원을 부르지 않았다.사실 경호원들의 실력은 그녀보다 못했다. 사람을 많이 데려갔다가 오히려 눈에 띌 수 있다 생각해 그녀는 홀로 가기로 결정했다.한소은은 집에서 가장 평범한 차를 운전해 쥐도 새도 모르게 김서진이 준 주소로 향했다.——지하실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며칠 동안 이곳에 갇혀있던 원철수는 자기가 환청이 들린 것으로 생각했다.처음에는 대충 시간을 어림잡아 날짜를 계산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벌써 며칠째 갇혀있는지 알 수 없었다.밖이 낮인지 밤인지도 몰랐고 지치고 배고픔에 정신마저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전에 이 교수가 가져다준 물과 빵, 그리고 자기가 연구해 낸 약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버티지도 못했을 것이다.원철수는 힘겹게 손가락을 움직여 보았다. 천근만근 무거운 눈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