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긴 뭘 몰라, 너의 딸은 네가 제일 잘 알아. 걔는 완전 책벌레야. 하루 종일 책만 보고 공부만 하거나 아니면 연구 실험을 해. 밖에 있는 그 여자아이들과 달라! 내가 봤을 때 진정기는 그냥 너를 속이는 거야.”주 부인은 자기 아이를 과잉보호해서 자기 딸한테 무슨 문제가 있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사실 주현철도 이해할 수 없었다. 비록 아내가 딸을 과잉보호하지만, 말한 것도 틀리지 않았다. 주효영이 진정기의 미움을 살 리가 거의 없고 심지어 진가연과 만난 적도 별로 없었다.“그 프로젝트는 어떻게 됐어?”그가 답답하게 말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주 부인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이 말을 꺼내자 주현철의 안색이 변하여 침울해졌다.“이미 확정된 일인데 내가 뭐 할 수가 있겠어! 김씨에게서 억지로 뺏어 올 수도 없고.”“그러면 어떡해!” 주 부인도 매우 절망적이다.비록 남편의 수입을 그녀는 잘 알지 못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의 중요성은 남편이 그녀에게 말했었다. 만약 못하면 회사도 망하고 그들도 모두 망할 것이다.“아니면, 내가 가서 진정기에게 부탁할게. 너희 남자들은 말이 거칠고 돌려서 말할 줄 몰라, 혹시 내가 그에게 부탁하면 잘 될지도 몰라. 안되면 자잘한 다른 항목을 주워서 해도 되지!”그녀는 거의 우는 듯이 말했다.“너도 진정기를 알게 된 게 처음도 아니고 네가 가서 부탁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주현철은 기분이 매우 안 좋아 보였다.“그러면 어떡해…….”다리가 흔들거리자 주 부인은 거의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그녀는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그래도 그의 약점을 잡아야 해. 그의 약점만 잡으면 이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그는 우리의 손아귀에 단단히 쥐어져야 할 거야.”곰곰이 생각하며 주현철은 음침하게 말했다.그러나 주 부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어떻게 할 수 있죠?”“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여자를 찾기 시작했는데 그 여자가 너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고개를 들고 그는 아내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하
임상언이 사무실에서 떠날 때 주효영은 아직 가지 않았다.그는 뒤돌아보았는데 사장이 말하지 않은 이상 그는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기 어려웠다. 입가에 있는 피를 닦고 그는 묵묵히 떠났다.그가 간 후에 주효영은 앞으로 나아갔다.“사장님, 임상언이 충성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정말 그를 그냥 놓아줄 겁니까? 그는 전혀…….”“네가 나한테 충성하니?”가면 쓴 남자가 주효영을 바라보았다.“…….”주효영은 입술을 오므렸다.“적어도 저는 사장님의 목적과 방향이 같아요. 저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위대한 연구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반드시 성공할 것이고 저는 사장님과 마찬가지로 매우 기대하고 있어요!“그래?”웃으면서 그가 물었다.“그럼 너의 필통 속의 물건을 찾았니?“…….”주효영은 그도 이 일을 알고 있는 것을 몰랐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녀는 진 씨네 집에 가서 소란을 피웠고 진가연이 계단에서 떨어져 병원에 입원했다. 눈앞의 남자는 정보력이 넓어 이 일을 모를 리가 없었다.“찾았습니다.”고개를 숙이고 그녀가 대답했다.“찾았어?”“진짜 찾았다는 거야 아니면 듣기 좋은 말로 나를 속이려는 거야?“아니에요!”도도했던 주효영도 고개를 숙이고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사실 필통 안의 물건은 잃어버리지 않았어요.”“어?”남자가 눈살을 찌푸렸고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잃어버리지 않았어요. 근데 진가연이 최근에 마침 우리 집에 간 적이 있어요. 저는 이 기회를 잡아 진가연의 집에 가서 잘 수색하고 싶었지만 생각지도 못하게…….”그녀는 진가연이 계단에서 떨어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마침 이때 진정기가 집에 돌아와서 그녀의 계획을 망쳤다.그녀는 진가연과 친하지 않았다. 만약 직접 찾아가면 진가연이 반드시 의심할 것이다. 차라리 물건을 잃어버렸다고 하면 더 자연스럽다.그러나 줄곧 얌전했던 진가연이 뜻밖에도 자신과 다투면서 진정기가 또 제때에 돌아와서야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멈출 수 없었다.그러나 이제 진가연 집에 가는 게 더 어려워졌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남자는 웃는 듯 아닌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주효영의 말을 믿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더 이상 이 문제를 잡고 늘어지지 않았다.대신 창문 쪽으로 걸어가 바깥 풍경을 바라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위에서 지시한 백신 기지 프로젝트가 유찰됐어. 그런데 네 아버지는 그것을 낙찰받지 못했지. 다 된 밥에 재가 뿌려진 격이야.”"?"주효영은 그가 갑자기 이 얘기를 꺼낸 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대답 대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진정기는 네 고모부고 네 아버지는 그의 매제야. 이런 좋은 일은 자기 가족에게 넘겨줄 만도 한데 네 고모부란 사람은 정말 얼음처럼 차가운 분이야.”남자는 차갑게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진정기는 항상 이런 식이죠."주효영은 무심하게 대답했다."제 부모님이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뿐이에요.""그럼 넌 알아차린 거 같아?"남자는 몸을 돌려 주효영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너희 집이 파산 직전에 있다는 건 알고 있나? 이 프로젝트를 낙찰받지 못했으니 네 아버지의 회사는 곧 자금이 끊기게 될 거고. 채무자들이 너희 집에 찾아가고 은행의 빚, 그리고 다른 회사와의 프로젝트가 다 무산이 되는 날에 네가 맘 편히 연구소에서 실험할 수 있을 거 같아?”남자의 말에 주효영은 흠칫 놀라더니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집과 회사의 일에 대해 주효영은 단 한 번도 엄마와 아빠에게 물은 적이 없고 없고 알려 하지도 않았다. 오늘 진정기의 집에 찾아갔을 때 자기의 부모님이 진정기에게 따지겠다고 버럭 소리를 지르는 와중에도 그녀는 오직 실험만 걱정하고 있었다.실험을 제외한 일들은 모두 작은 일이라고만 생각했었다.‘우리 집에 정말 파산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만약 집이 파산된다면, 내가 내 힘으로 먹고 살 수는 있지만 지금처럼 편하게 실험하면서 살 수는 없겠지.’주효영은 눈썹을 한껏 찌푸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남자가 이어서 말하길 기다렸다.“네 부모님을 돕고 싶
사실 그 물건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끼칠지는 주효영도 확신이 없었다.이 제품은 이제 막 개발한 신제품이었고, 그녀가 보물처럼 아끼던 것이다.자기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것인 데다 아직 안정성을 확인하지 못했고 효과가 어느 정도까지 발휘될지 확실하지 않았다.하지만 보스는 그런 물건이 있다는 걸 알 뿐만 아니라, 이 물건을 진정기에게 사용하라고 말한다.주효영은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왜, 마음이 약해져서 못 하겠어?”남자는 두 번이나 조롱 섞인 웃음을 지으며 주효영에게 말했다.“난 네가 정말 얼음처럼 차가운 사람인지 알았는데.”“마음이 약해진 게 아니라 물건을 그 사람에게 쓰기 아까워서 그래요.”주효영이 주저하며 대답했다.“이걸 한 병 만들어 냈으니, 앞으로 두 병, 세 병 심지어 셀 수 없이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을 거야. 그래도 아까워? 진정기를 통제해서 백신 기지 프로젝트를 손에 넣으면 충분히 큰 실험실을 내어주지. 자금도 아낌없이 쏟아부을게. 그래도 아까운가?”남자는 주효영이 마음을 굳게 먹지 못할까 봐 한마디 덧붙였다.“방금 임상언씨가 한 말도 틀리지 않았어. 이곳 연구소에 더 머물어서는 안 돼. 빠른 시일내로 다른 연구소를 알아볼 필요가 있어. 이렇게 계속 정처 없이 연구소를 떠돌아다니거나 다시 해외로 돌아가고 싶은 거야?”“다만 네 부모님은…… 파산하게 된다면 살아가는 것조차 힘이 들겠지. 어차피 넌 신경도 안 쓸 테지만…….”이 말에 주효영이 고개를 숙이더니 담담하게 대답했다.“알겠습니다.”그녀는 뒤로 두발 물러서서 남자가 돌아보지 않는 걸 확인하고 그대로 방에서 나갔다.--원 어르신 댁에서 늦은 시간 집으로 돌아온 한소은은 잠이 오지 않았다.최근 며칠간 발생했던 일들을 떠올리자, 침대에서 뒤척이기 만 할뿐 잠에 들지 못했다.침대에 누워 두 시간 동안 눈을 뜬 채 천장을 바라보던 한소은은 조금도 자고 싶은 생각 없자 그대로 침대에서 일어나 핸드폰을 한번 보았다.새벽 2시가 되었는데도 김서진으로부터 연락이 없
한소은은 잠시 멈칫하다 말을 이어갔다.“전에 내 핸드폰이 도청되고 있었어요. 하지만 새 번호로 바꾸고 보안도 강화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새 폰으로 바꾸기까지 했으니, 당분간은 괜찮을 거예요.”“당신아 나와 아이들을 걱정한다는 거 잘 알아요. 하지만 내가 당신을 찾아가지 않는다고 해서 위험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잖아요. 게다가 당신 때문에 우리가 위험해진 것도 아니고. 그래서 꼭 당신을 만나러 가야겠어요.”한소은의 말이 그를 설득하는데 성공했는지 그가 더 이상 이 일로 말다툼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지만 김서진은 잠시 머뭇거리다 결국 그녀가 자기를 찾아오는 것을 허락했다.“꼭 조심해서 와야 해요. 경호원들도 데려오고 위험이 있다 싶으면 바로 돌아가요. 절대로 무리하지 말아요.”“알았어요.”한소은은 작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더 말하고 싶은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김서진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먼저 전화를 끊어버렸다.잠시 후 김서진이 그녀에게 주소 한 개를 문자로 보내왔다.역시 전에 핸드폰 신호가 잡혔던 그 도시였다. 한소은은 곧바로 일어나 차가운 물로 얼굴을 한번 씻고는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이었기에 기사와 경호원을 부르지 않았다.사실 경호원들의 실력은 그녀보다 못했다. 사람을 많이 데려갔다가 오히려 눈에 띌 수 있다 생각해 그녀는 홀로 가기로 결정했다.한소은은 집에서 가장 평범한 차를 운전해 쥐도 새도 모르게 김서진이 준 주소로 향했다.——지하실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며칠 동안 이곳에 갇혀있던 원철수는 자기가 환청이 들린 것으로 생각했다.처음에는 대충 시간을 어림잡아 날짜를 계산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벌써 며칠째 갇혀있는지 알 수 없었다.밖이 낮인지 밤인지도 몰랐고 지치고 배고픔에 정신마저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전에 이 교수가 가져다준 물과 빵, 그리고 자기가 연구해 낸 약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버티지도 못했을 것이다.원철수는 힘겹게 손가락을 움직여 보았다. 천근만근 무거운 눈꺼
“다리는 어쩌다 다친 거야?”임상언은 이제야 원철수의 다리에 상처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피는 오래전에 멈추었고 아무렇게나 상처를 처리한 흔적은 정말이지 처참해 보였다.“이게 다 당신들 때문이잖아.”원철수는 일부러 말을 비꼬았다. 지금 임상언이 자기를 걱정하는 척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의 말에 임상언은 눈썹을 한번 치켜올리더니 말했다.“말은 똑바로 해. 내가 그런 게 아니잖아.”“당신네 다 똑같은 거 내가 모를 줄 알았어?”원철수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는 임상언이 자기를 구하러 온 사람이 아닌 이상 주효영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그러자 임상언이 반쯤 내밀었던 손을 다시 거두며 차갑게 그를 바라보았다.“이렇게 나오시겠다? 그럼, 이만 가지. 당신은 계속 여기서 썩게 내버려 두면 되겠네.”“......”원철수는 그가 무슨 말을 하건, 태도가 강력하게 그들에게 반항하고 싶었다. 하지만 임상언이 정말 가려 하자 살고 싶은 심정은 그의 보잘것없는 자존심을 집어삼켰다.“잠깐!”나가는 시늉을 하던 임상언이 몸을 돌려 눈을 가늘게 뜨며 원철수를 바라보았다.“당신과 가지.”원철수는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섰다. 쩔뚝거리는 다리를 겨우 움직이며 그의 뒤를 따라나섰다.두 사람이 문 앞까지 갔을 때 밖에서 지키고 있던 사람이 그들을 멈춰 세웠다.“임상언님…….”“왜, 나도 막을 셈이야?”엄숙한 얼굴을 한 임상언의 눈빛은 사람을 얼릴 듯이 차가웠다.“그게 아니라, 주효영 님께서…….”“그 여자가 뭘 하라고 했건 나와 상관없는 일이야. 이곳에서는 내가 갑이지 그 여자가 갑이 아니야! 주효영은 너희 프로젝트의 팀장일 뿐이지 그까짓게 무슨 큰 벼슬이라고 설쳐!”임상언은 차갑게 말하며 손을 번쩍 들었다.“저리 비켜!”그가 이렇게 말하자 두 사람을 막았던 자들을 더 이상 막지 못하고 그들이 가는 뒷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원철수는 임상언이 어떤 신분인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반응으로 봐서는 주효영보다 조금 높은 신분인 게 확실
원철수가 그렇게 성가신 사람인 줄 알았다면 그를 데리고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임상언이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임상언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원철수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 특히 차를 원전하고 있는 임상언과 익숙하지만, 또 낯선 거리의 풍경이 눈앞에서 지나가자 더는 참지 못하고 한마디 더 덧붙였다.“지금 어디로 가는 거야? 집으로 데려다주려고? 우리 집이 어딘지는 알아? 아니면 경찰서로 가는 건가? 그래, 그냥 경찰서로 가지. 다친 다리 감정서도 받아야 하고…….”"내가 당신을 구한다고? 누가 그래?"임상언은 백미러를 힐긋 보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날 구하려는 게 아니라면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야?"원철수는 확신하지 못했다. 그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왜 거기서 자신을 데리고 나온 건지…… 혹시 다른 곳에서 그를 죽이려고 한 것인지 도무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이런 가능성을 생각하니 원철수의 경계심이 높아졌다.“그럼, 뭐 하려는 거야? 날 죽이려고?”임상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운전에만 집중했다.“차 세워! 내릴 거야! 빨리 차 세워!”원철수는 황급히 손에 들었던 음식을 버리고 몸을 돌려 차 문을 열려 했다.하지만 운전석에서 차 문을 걸어둔 바람에 어떻게 해도 열 수가 없었다.임상언의 의미심장한 웃음은 그의 눈에 더욱 소름 돋쳐 보였다.그의 모습은 주효영보다 더욱 악마 같았다. 처음에 그가 자기를 지하실에서 데리고 나왔을 때 원철수는 그를 믿고 있었다.하지만 그들이 사실은 같은 사람이라는 걸 이제야 알아차렸다."당, 당신들……."원철수가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했을 때 순간 어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이런 어지러운 느낌은 약초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너무 잘 아는 느낌이었다.“당신, 음식에 무슨……”“준다고 덥석 받아먹다니, 목숨이 몇 개라도 되는 거야?”임상언은 여전히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원철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차는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당신…….”원철수는 목구멍을 찔러 먹었던
길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핸드폰의 신호는 점점 더 약해졌다.한참을 더 가서 마침내 울창한 숲에 가려진 작은 오두막을 발견했다.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그런 오두막집 같았지만 현실 상황은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오두막집은 단순하고 소박하며 지붕에는 약간의 이끼가 생겨있었다. 이런 집이 숲속에 숨겨져 있으니 자세히 보지 않고는 찾기가 쉽지 않았다. 외부도 울타리로 둘러싸여 단순하며 평범한 농가처럼 보였다.핸드폰에 저장된 주소를 다시 한번 확인한 한소은은 눈앞에 있는 집을 올려다보았다.그녀는 주소에 찍힌 그 집이 바로 눈앞에 있는 집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 외에는 주변에 다른 주택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차를 세우고 내려서 한참을 걸어가다 보니 차가 정말 들어올 수 없는 길이었다.한소은이 문 앞에 다다랐을 때 집이 겉으로 보기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감시 카메라가 몇 대 설치되어 있었고 간단하게 적을 방어 할 수 있는 설비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것들을 본 한소은은 마음이 조금 안심되었다. 적어도 김서진이 자신을 잘 보호하고 있다는 걸 알았으니, 전처럼 그렇게 걱정되지는 않았다.감시 카메라가 있으니, 그녀가 문 앞까지 걸어갔을 때 누군가 집안에서 마중 나오며 말했다."한소은 씨?"상대방은 콧수염이 덥수룩하고 매우 거칠어 보이는 남자였다. 한소은은 처음 보는 사람이었지만 그는 한소은을 알고 있는듯한 눈치였다.남자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따라오세요!"그렇게 말한 후 문을 열고 한소은이 들어올 수 있게 몸을 살짝 비켰다.그녀가 들어오자, 그 남자는 신중하게 울타리 문을 닫고 빠른 걸음으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한소은은 그의 뒤를 바짝 따라가며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사실, 이곳은 은밀한 곳에 있었기에 몸을 숨기기에는 정말 좋은 곳이다. 게다가 핸드폰 신호가 좋지 않으니 도청당할 위험도 많이 줄어든다.다만, 그녀는 김서진이 왜 이런 곳으로 정했는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김씨 가문의 가주로서 모든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