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핸드폰의 신호는 점점 더 약해졌다.한참을 더 가서 마침내 울창한 숲에 가려진 작은 오두막을 발견했다.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그런 오두막집 같았지만 현실 상황은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오두막집은 단순하고 소박하며 지붕에는 약간의 이끼가 생겨있었다. 이런 집이 숲속에 숨겨져 있으니 자세히 보지 않고는 찾기가 쉽지 않았다. 외부도 울타리로 둘러싸여 단순하며 평범한 농가처럼 보였다.핸드폰에 저장된 주소를 다시 한번 확인한 한소은은 눈앞에 있는 집을 올려다보았다.그녀는 주소에 찍힌 그 집이 바로 눈앞에 있는 집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 외에는 주변에 다른 주택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차를 세우고 내려서 한참을 걸어가다 보니 차가 정말 들어올 수 없는 길이었다.한소은이 문 앞에 다다랐을 때 집이 겉으로 보기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감시 카메라가 몇 대 설치되어 있었고 간단하게 적을 방어 할 수 있는 설비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것들을 본 한소은은 마음이 조금 안심되었다. 적어도 김서진이 자신을 잘 보호하고 있다는 걸 알았으니, 전처럼 그렇게 걱정되지는 않았다.감시 카메라가 있으니, 그녀가 문 앞까지 걸어갔을 때 누군가 집안에서 마중 나오며 말했다."한소은 씨?"상대방은 콧수염이 덥수룩하고 매우 거칠어 보이는 남자였다. 한소은은 처음 보는 사람이었지만 그는 한소은을 알고 있는듯한 눈치였다.남자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따라오세요!"그렇게 말한 후 문을 열고 한소은이 들어올 수 있게 몸을 살짝 비켰다.그녀가 들어오자, 그 남자는 신중하게 울타리 문을 닫고 빠른 걸음으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한소은은 그의 뒤를 바짝 따라가며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사실, 이곳은 은밀한 곳에 있었기에 몸을 숨기기에는 정말 좋은 곳이다. 게다가 핸드폰 신호가 좋지 않으니 도청당할 위험도 많이 줄어든다.다만, 그녀는 김서진이 왜 이런 곳으로 정했는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김씨 가문의 가주로서 모든 일
여기까지 왔으니, 앞을 예측할 수 없다고 해서 이대로 물러설 한소은이 아니었다.그녀는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허리춤에 숨겼던 비수를 꼭 쥐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조금 내려가다 보니 입구와는 달리 희미한 빛이 있었다. 이곳은 지하실이자 밀실이다.이런 숲속 오두막집 아래 이러한 밀실이 숨겨져 있을 거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다. 이곳은 확실히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요양할 수 있는 좋은 곳이다.몇 발짝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을 때 부드러운 기침 소리가 들렸다. 몇 번의 기침 소리에서 한소은은 김서진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원래 침착했던 그녀는 더 이상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김서진을 불렀다.“서진 씨!”그녀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김서진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지 않았다. 서재 같은 내부에는 책장과 컴퓨터가 있고 심지어 네트워크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한쪽에 큰 침대가 놓여 있었고 침구는 깔끔하게 접혀 있었다. 김서진은 책상 앞에 앉아 부드럽게 기침하며 두 눈은 무엇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당신……"그런 그를 보며 한소은은 잠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김서진은 그녀를 흘끗 쳐다보더니 서둘러 옆에 있던 마스크를 집어 착용한 뒤 눈을 들어 그녀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왔어요?"오랜만에 만난다는 설렘과 흥분보다는 차분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서 얼마나 반가운지 알 수 있었다."충분히 쉬어야지, 왜 아직도 일을 하고 있어요!"한소은은 조금 화가 났다.자기에게는 계속 쉬라고 말하면서 정작 자기는 아픈데도 일어나 일을 하고 있다니!병으로 인해 핼쑥해진 그의 모습을 보니 한소은은 마음이 아팠다."계속 쉬고 있었는데 잠시 앉으려고 일어났어요."힘없이 웃으며 입으로는 이렇게 말했지만, 눈 밑에 다크서클이 있는 걸 보면 제대로 쉬지 못한 게 분명해 보였다."당신은 항상 이래요!"화를 내며 그를 노려보던 한소은은 그의 앞으로 재빨리 걸어가 그의 얼굴을 주의 깊게 살폈다.김서진의 얼굴은
마스크를 벗은 그의 얼굴은 생각보다 정상적이었다. 피부색이 조금 더 창백한 것 외에는 평소와 다른 점은 없었다. 단지 몸이 많이 허약해진 게 눈에 보였다.이 전염병은 매우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었지만 실제로 병에 걸린다면 상황이 그렇게 나쁜 것 같지 않았다.뉴스에 따르면 감염된 후에는 기침, 심각한 구토, 알 수 없는 증상이 나타난다고 했다.하지만 김서진의 모습을 보았을 때 적어도 당분간은 정상 범위 내에 있다고 할 수 있다."혀 내밀어 봐요!"한소은이 김서진을 자세히 보다 한마디 덧붙였다.김서진은 얼어붙었다가 웃으며 말했다."이런 것까지 물어보다니, 정말 배운 게 있나 봐요?”"헛소리 집어치우고! 혀 내밀어요!"그녀는 매우 엄격하고 진지한 의사처럼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김서진은 해맑게 웃으며 순순히 협조하며 혀를 내밀었다.그의 혀에 흰색 설태가 꺼져있고 양옆은 톱니 모양으로 되어있었다.원 어르신의 제자가 되어서 부터 지금까지 수년 동안 의학을 배워왔던 한소은은 처음으로 진지하게 진료하는 것이다. 전에는 환자를 볼 기회가 적었기도 했고 원 어르신의 옆에서 그저 어깨너머 보기만 했었다.나중에는 가끔 작은 병을 치료해 주긴 했지만, 오늘처럼 심각한 전염병에 걸린 환자를 진료한 것은 처음이다. 만약 병에 걸린 사람이 김서진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손 놓고 보기만 했을 것이다."어때요? 살 가망이 있나요?"김서진은 굳은 얼굴로 몸을 곧추세우는 그녀를 보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어떻게 전염병에 걸린 거예요? 불편한 곳은?"한소은은 그의 농담을 받아주지도 않고 옆에 앉아서 따뜻한 목소리로 물었다.얼굴에 미소가 얼어붙은 김서진은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어떻게 걸리게 됐는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곳에 간 후에는 다른 곳에 거의 가지 않았고 대부분의 시간을 공장에서 보냈었어요. 외부 사람들과 거의 접촉하지도 않았어요.”“당신도 알다시피, 그곳에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건 위험하잖아요. 그런데 어느 날 갑
김서진은 철저하게 준비했다. 게다가 경씨가 준비한 것들을 보면 아마 김서진이 지시한 것들일 것이다 보호 조치는 생각보다 잘 되어 있다.“그럼…….”한소은 낮은 목소리로 머뭇거리며 물었다.“서한 씨는요?”이 이름을 들은 김서진은 침묵을 지키며 얼굴이 굳어졌다.서한의 상황이 좋지 않은 게 분명했다. 한소은도 따라서 기분이 가라앉았다. 한편으로는 답을 듣고 싶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답을 듣는 게 두려웠다.정말 나쁜 소식이라면 오이연이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공장에서 많은 사람이 죽었어요 ……."김서진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전쟁에서 죽은 사람들도 있었고 전염병으로 죽은 사람들도 많았어요. 난 더 이상 그곳에 머물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돌아와야 했어요."잠시 머뭇거리다 김서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당시 상황은 혼란스러웠고 공교롭게도 그곳을 떠나는 길에 반란군과 맞닥뜨렸어요. 서한은 나를 구하려 총에 맞았어요.……""그럼, 서한 씨…… 죽었나요?"마음속의 슬픔을 억누르며 한소은은 그 잔인한 말을 내뱉었다."아마도요."김서진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내가 떠날 때 그는 아직 살아있었어요. 다만 나와 함께 떠나지 않고 내가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어요. 그가 없었다면 지금쯤 난 아직 돌아오지 못했을 거예요.”그는 아주 짧게 말하며 최대한 가볍게 말하려고 노력했지만, 이렇게 듣는 것만으로도 한소은은 당시 상황이 얼마나 복잡하고 위험한지 느낄 수 있었다.‘반란군, 총상, 게다가 살아 돌아오지 못할뻔했다니…….’생각만 해도 심장이 꽉 조여오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지금 비록 전염병에 걸렸지만, 적어도 김서진은 자기 앞에 멀쩡히 살아있다. 이렇게 담담한 목소리로 자기에게 말하고 있다. 마치 그가 겪었던 일들이 자기의 일이 아닌 것처럼, 그저 다른 사람이 하는 얘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자칫하면, 정말 자칫하면 난 서진 씨를 잃을뻔했고, 아이들은 아빠 없이 크게 될뻔했어!’그
"준이는 어때요?"일 얘기를 마친 김서진은 소중한 아들이 걱정스러웠다.한소은은 걱정하지 말라는 말투로 대답했다."지금 아주 안전한 곳에 데려다 놓았으니 괜찮을 거예요.""안전한 곳?"김서진은 조금 놀랐다."네, 집에 없어요."한소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했다.“참, 장유나 그 여자, 문제가 있었어요.”"그 새로 온 베이비 시터 말인가요?"생각에 잠긴 김서진은 눈썹에 찌푸리며 물었다.“그 여자의 자료를 모두 확인하고 뒷조사도 마친 후에 고용한 거잖아요. 그 여자가 무슨 짓을 했나요?”장유나는 두 사람이 김준을 돌보게 하기 위해 특별히 고용한 베이비 시터다. 만약 그녀에게 문제가 있으면 아들에게 큰 위협을 가져다줄 것을 알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장유나를 고용하기 전에 사람을 시켜 뒷조사를 했었다.아무런 문제가 없다는걸 확인하고 고용한 것인데 이럼에도 문제가 생겼다면 기필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한소은은 고개를 저었다. 지난 며칠간 김서진 쪽의 일로 바빠 장유나에 대한 문제를 제쳐두고 있었다. 이제 생각해 보니 생각하면 할수록 의문만 가득했다.“다만, 당신 아들이 장유나에게서 기술을 한가지 배웠더라고요.”"기술? 무슨 기술?"김서진은 잘 모르겠다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열쇠를 여는 기술이요""열쇠를 연다고요?!"그는 들으면 들을수록 더 혼란스러워졌다.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던 한소은은 원인과 결과를 하나하나 설명했다. 하지만 원 어르신의 일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그녀의 말들을 들은 김서진은 입이 떡 벌어졌다.“준이가 가느다란 줄로 열쇠를 열었다는 거예요?”김서진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네."한소은은 긍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놀라워하는 걸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김준이 자기의 눈앞에서 열쇠를 연 그 모습은 더욱 놀라웠기 때문이다.잠시 멈칫하던 김서진이 갑자기 테이블을 '탁' 치며 말했다.“우리 준이가 천재인가 본데요?”생각지 못한 그의 반
"안전한 곳에 잘 있어요."한소은은 일부러 둘러 말했다.그녀가 원 어르신에게 의술을 배운 일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부러 김서진에게 숨기는 건 아니었지만 지금 와서 이 일을 말하든 하지 않든 크게 의미가 없었다."안전한 곳?"김서진은 깊은 눈빛으로 한소은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아직도 나한테 비밀이 있는 거예요?"“왜요, 당신만 이런 비밀스러운 곳에 숨겨둔 집이 있는 건 괜찮고 나는 안된다는 거예요?”한소은은 고개를 돌려 밀실 주위를 둘러보았다.빛이 들어오지 않는 것 빼고는 일반 집과 별다를 게 없었다. 심지어 답답한 느낌조차 없었다.“이 곳에는 환풍할 수 있는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어요. 지하지만 답답하지 않죠. 다만, 햇빛은 어쩔 수 없어요. 조금 어둡긴 해도 안전이 제일이니까요.”그녀의 생각을 읽은 듯 김서진이 설명했다.“네.”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참, 뉴스에서 이번 전염병에 걸리면 가슴이 답답한 느낌이 들고 미각이나 후각을 잃는다고 했어요. 혹시 이런 증상 있었었나요?”김서진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처음에는 가슴이 조금 답답하면서 아프다가 당신이 준 향낭을 맡으니 편해졌어요. 가슴이 답답할 때마다 맡으면 증상이 완화되곤 해요.”“향낭?”한소은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그래요!”김서진이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주머니 속에서 꾸깃꾸깃해지고 향이 많이 옅어진 향낭을 꺼냈다.이건 그가 제성을 떠나기 전 한소은이 준비해 준 것이다. 안에는 그녀가 직접 한약재를 섞어놓은 것들이다. 주로 마음을 안정시키고 폐를 깨끗하게 해주는 약들로 가득 채웠다.남아시아에 기후가 덥고 모기와 벌레들이 많아 곤충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고 김서진이 편히 잠들게 하려고 준비해 준 것이다. 하지만 이런 효능이 있을 줄은 한소은도 생각지 못했다."시간이 늦었어요. 이제 돌아가야 해요. 여긴 해가 일찍 지거든요."김서진이 시간을 한번 보고 말했다."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한소은은 향낭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
주 부인은 이틀 동안 별다른 소식을 얻지 못해 조금 낙심이 되었다.원래 이 문제는 그렇게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소문은 조금만 수소문해도 바로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 부인이 모든 인맥에 물어보고 직급이 높은 사람의 아내들에게도 물어보았는데 정확한 소식을 하나도 얻지 못했다.처음에 그녀는 사람들이 진정기와의 관계 때문에 이런 일을 말하지 못하는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이런 얘기를 꺼낼 때마다 자기의 시누이가 죽은 지 오래되었으니 새로운 여자를 찾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며 그들의 말을 떠보려 했다.하지만 그런데도 모두 그녀에게 모른다고 잡아떼고 있었다.심지어 진정기가 여자를 찾았다면 어떤 여자를 찾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었다.이틀 동안 입이 마르도록 사람들에게 물었지만, 쓸모 있는 정보는 하나도 없었고지난 이틀 동안 입이 마르고 목이 담배를 피우고 유용한 것이 없었고 주현철은 점점 더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었다.“매일 미용하고 친구들과 모임만 하는거 말고 뭘 더 할 줄 아는 거야? 이런 작은 일도 제대로 못 해?”주현철은 화가 나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이런 작은 일이라고요? 이게 작은 일 같으면 당신이 직접 해요! 그 사람들이 오히려 당신 매형이 어떤 여자를 찾았는지 물어보는 거 알기나 해요? 심지어 자기 자신을 추천하는 여자도 있다니까요!”주 부인은 물 한 모금을 크게 마시며 목을 축였다. 그녀는 기분이 아주 언짢은 듯 남편의 말에 대답했다.“진정기 그 사람이 얼마나 철저한 사람인지 당신도 알잖아요! 당신, 도대체 어디서 이런 소식을 전해 들은 거예요? 이거 진짜인 거 맞아요?”“당연하지! 이게 가짜일 수도 있다는 말이야? 내가 보기엔 너희 여자들은 이래서 안 돼! 허구한 날 재잘재잘 말만 할 줄 알지, 한치도 쓸모가 없어!”“그럼, 당신이 직접 수소문해요! 당신에게 이런 소식을 준 사람에게 가서 직접 물어보라고요! 진정기가 다른 여자를 찾았다는 걸 알려줬는데 누구인지 말 안 해 주겠어요?”주 부인이 소리를 지르자
“가서 사과하라면서. 가면 되잖아!”‘사과하겠다는데 무슨 말이 이렇게 많은 거야! 차라리 혼자 찾아갈걸…….’하지만 부모님과 함께 간다면 자연스럽게 백신 프로젝트에 관한 얘기를 꺼낼 수 있다.보스가 했던 말들이 떠오르니 주효영은 점점 더 짜증이 났다.“그래서 갈 거야 말 거야?”그녀의 말투가 더 이상 고분고분하지 않았다.“가!”“안가!”두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렸다.주현철은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주효영이 가서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진정기가 자기를 용서해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결국 그는 진정기와의 사이를 이대로 틀어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백신 프로젝트가 자기의 손에 들어오지 않았어도 진정기라는 매부이 있는 한 다시 판을 뒤집을 기회가 있다.진정기 매제라는 신분은 다른 사람이 함부로 하지 못하는 건 사실이다. 만약 이 일로 인해 두 사람의 사이가 틀어진다면 그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반면, 주 부인은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가 주효영의 손을 잡았다.“효영아, 엄마는 네가 억울하다는 거 알고 있어. 진심으로 사과하려는 게 아닌 것도 알아. 게다가 이번 일은 모두 네 탓이 아니잖아. 가연이 그 아이가 잘못 서는 바람에 그런 거지. 네가 가서 사과할 필요 없어. 엄마가 대신 가서 사과할게!”주 부인은 딸이 걱정되기도 하고 딸과의 사이를 조금 완화하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말했다.하지만 주효영은 그런 엄마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더니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내 탓이 아니면 엄마 탓이야? 엄마가 민 것도 아니잖아.”“…….”주 부인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딸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갈 거야 말 거야? 나 오늘 엄청 바쁘거든!”주효영의 얼굴에는 인내심이 조금도 없었다.“가! 당연히 가야지!”주현철은 냉큼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며 말했다.“하지만 경고하는데 이런 태도에 이런 얼굴로 사과할 생각하지 마!! 이게 어디 사과하는 사람의 모습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