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벗은 그의 얼굴은 생각보다 정상적이었다. 피부색이 조금 더 창백한 것 외에는 평소와 다른 점은 없었다. 단지 몸이 많이 허약해진 게 눈에 보였다.이 전염병은 매우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었지만 실제로 병에 걸린다면 상황이 그렇게 나쁜 것 같지 않았다.뉴스에 따르면 감염된 후에는 기침, 심각한 구토, 알 수 없는 증상이 나타난다고 했다.하지만 김서진의 모습을 보았을 때 적어도 당분간은 정상 범위 내에 있다고 할 수 있다."혀 내밀어 봐요!"한소은이 김서진을 자세히 보다 한마디 덧붙였다.김서진은 얼어붙었다가 웃으며 말했다."이런 것까지 물어보다니, 정말 배운 게 있나 봐요?”"헛소리 집어치우고! 혀 내밀어요!"그녀는 매우 엄격하고 진지한 의사처럼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김서진은 해맑게 웃으며 순순히 협조하며 혀를 내밀었다.그의 혀에 흰색 설태가 꺼져있고 양옆은 톱니 모양으로 되어있었다.원 어르신의 제자가 되어서 부터 지금까지 수년 동안 의학을 배워왔던 한소은은 처음으로 진지하게 진료하는 것이다. 전에는 환자를 볼 기회가 적었기도 했고 원 어르신의 옆에서 그저 어깨너머 보기만 했었다.나중에는 가끔 작은 병을 치료해 주긴 했지만, 오늘처럼 심각한 전염병에 걸린 환자를 진료한 것은 처음이다. 만약 병에 걸린 사람이 김서진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손 놓고 보기만 했을 것이다."어때요? 살 가망이 있나요?"김서진은 굳은 얼굴로 몸을 곧추세우는 그녀를 보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어떻게 전염병에 걸린 거예요? 불편한 곳은?"한소은은 그의 농담을 받아주지도 않고 옆에 앉아서 따뜻한 목소리로 물었다.얼굴에 미소가 얼어붙은 김서진은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어떻게 걸리게 됐는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곳에 간 후에는 다른 곳에 거의 가지 않았고 대부분의 시간을 공장에서 보냈었어요. 외부 사람들과 거의 접촉하지도 않았어요.”“당신도 알다시피, 그곳에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건 위험하잖아요. 그런데 어느 날 갑
김서진은 철저하게 준비했다. 게다가 경씨가 준비한 것들을 보면 아마 김서진이 지시한 것들일 것이다 보호 조치는 생각보다 잘 되어 있다.“그럼…….”한소은 낮은 목소리로 머뭇거리며 물었다.“서한 씨는요?”이 이름을 들은 김서진은 침묵을 지키며 얼굴이 굳어졌다.서한의 상황이 좋지 않은 게 분명했다. 한소은도 따라서 기분이 가라앉았다. 한편으로는 답을 듣고 싶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답을 듣는 게 두려웠다.정말 나쁜 소식이라면 오이연이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공장에서 많은 사람이 죽었어요 ……."김서진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전쟁에서 죽은 사람들도 있었고 전염병으로 죽은 사람들도 많았어요. 난 더 이상 그곳에 머물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돌아와야 했어요."잠시 머뭇거리다 김서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당시 상황은 혼란스러웠고 공교롭게도 그곳을 떠나는 길에 반란군과 맞닥뜨렸어요. 서한은 나를 구하려 총에 맞았어요.……""그럼, 서한 씨…… 죽었나요?"마음속의 슬픔을 억누르며 한소은은 그 잔인한 말을 내뱉었다."아마도요."김서진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내가 떠날 때 그는 아직 살아있었어요. 다만 나와 함께 떠나지 않고 내가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어요. 그가 없었다면 지금쯤 난 아직 돌아오지 못했을 거예요.”그는 아주 짧게 말하며 최대한 가볍게 말하려고 노력했지만, 이렇게 듣는 것만으로도 한소은은 당시 상황이 얼마나 복잡하고 위험한지 느낄 수 있었다.‘반란군, 총상, 게다가 살아 돌아오지 못할뻔했다니…….’생각만 해도 심장이 꽉 조여오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지금 비록 전염병에 걸렸지만, 적어도 김서진은 자기 앞에 멀쩡히 살아있다. 이렇게 담담한 목소리로 자기에게 말하고 있다. 마치 그가 겪었던 일들이 자기의 일이 아닌 것처럼, 그저 다른 사람이 하는 얘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자칫하면, 정말 자칫하면 난 서진 씨를 잃을뻔했고, 아이들은 아빠 없이 크게 될뻔했어!’그
"준이는 어때요?"일 얘기를 마친 김서진은 소중한 아들이 걱정스러웠다.한소은은 걱정하지 말라는 말투로 대답했다."지금 아주 안전한 곳에 데려다 놓았으니 괜찮을 거예요.""안전한 곳?"김서진은 조금 놀랐다."네, 집에 없어요."한소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했다.“참, 장유나 그 여자, 문제가 있었어요.”"그 새로 온 베이비 시터 말인가요?"생각에 잠긴 김서진은 눈썹에 찌푸리며 물었다.“그 여자의 자료를 모두 확인하고 뒷조사도 마친 후에 고용한 거잖아요. 그 여자가 무슨 짓을 했나요?”장유나는 두 사람이 김준을 돌보게 하기 위해 특별히 고용한 베이비 시터다. 만약 그녀에게 문제가 있으면 아들에게 큰 위협을 가져다줄 것을 알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장유나를 고용하기 전에 사람을 시켜 뒷조사를 했었다.아무런 문제가 없다는걸 확인하고 고용한 것인데 이럼에도 문제가 생겼다면 기필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한소은은 고개를 저었다. 지난 며칠간 김서진 쪽의 일로 바빠 장유나에 대한 문제를 제쳐두고 있었다. 이제 생각해 보니 생각하면 할수록 의문만 가득했다.“다만, 당신 아들이 장유나에게서 기술을 한가지 배웠더라고요.”"기술? 무슨 기술?"김서진은 잘 모르겠다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열쇠를 여는 기술이요""열쇠를 연다고요?!"그는 들으면 들을수록 더 혼란스러워졌다.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던 한소은은 원인과 결과를 하나하나 설명했다. 하지만 원 어르신의 일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그녀의 말들을 들은 김서진은 입이 떡 벌어졌다.“준이가 가느다란 줄로 열쇠를 열었다는 거예요?”김서진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네."한소은은 긍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놀라워하는 걸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김준이 자기의 눈앞에서 열쇠를 연 그 모습은 더욱 놀라웠기 때문이다.잠시 멈칫하던 김서진이 갑자기 테이블을 '탁' 치며 말했다.“우리 준이가 천재인가 본데요?”생각지 못한 그의 반
"안전한 곳에 잘 있어요."한소은은 일부러 둘러 말했다.그녀가 원 어르신에게 의술을 배운 일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부러 김서진에게 숨기는 건 아니었지만 지금 와서 이 일을 말하든 하지 않든 크게 의미가 없었다."안전한 곳?"김서진은 깊은 눈빛으로 한소은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아직도 나한테 비밀이 있는 거예요?"“왜요, 당신만 이런 비밀스러운 곳에 숨겨둔 집이 있는 건 괜찮고 나는 안된다는 거예요?”한소은은 고개를 돌려 밀실 주위를 둘러보았다.빛이 들어오지 않는 것 빼고는 일반 집과 별다를 게 없었다. 심지어 답답한 느낌조차 없었다.“이 곳에는 환풍할 수 있는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어요. 지하지만 답답하지 않죠. 다만, 햇빛은 어쩔 수 없어요. 조금 어둡긴 해도 안전이 제일이니까요.”그녀의 생각을 읽은 듯 김서진이 설명했다.“네.”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참, 뉴스에서 이번 전염병에 걸리면 가슴이 답답한 느낌이 들고 미각이나 후각을 잃는다고 했어요. 혹시 이런 증상 있었었나요?”김서진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처음에는 가슴이 조금 답답하면서 아프다가 당신이 준 향낭을 맡으니 편해졌어요. 가슴이 답답할 때마다 맡으면 증상이 완화되곤 해요.”“향낭?”한소은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그래요!”김서진이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주머니 속에서 꾸깃꾸깃해지고 향이 많이 옅어진 향낭을 꺼냈다.이건 그가 제성을 떠나기 전 한소은이 준비해 준 것이다. 안에는 그녀가 직접 한약재를 섞어놓은 것들이다. 주로 마음을 안정시키고 폐를 깨끗하게 해주는 약들로 가득 채웠다.남아시아에 기후가 덥고 모기와 벌레들이 많아 곤충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고 김서진이 편히 잠들게 하려고 준비해 준 것이다. 하지만 이런 효능이 있을 줄은 한소은도 생각지 못했다."시간이 늦었어요. 이제 돌아가야 해요. 여긴 해가 일찍 지거든요."김서진이 시간을 한번 보고 말했다."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한소은은 향낭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
주 부인은 이틀 동안 별다른 소식을 얻지 못해 조금 낙심이 되었다.원래 이 문제는 그렇게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소문은 조금만 수소문해도 바로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 부인이 모든 인맥에 물어보고 직급이 높은 사람의 아내들에게도 물어보았는데 정확한 소식을 하나도 얻지 못했다.처음에 그녀는 사람들이 진정기와의 관계 때문에 이런 일을 말하지 못하는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이런 얘기를 꺼낼 때마다 자기의 시누이가 죽은 지 오래되었으니 새로운 여자를 찾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며 그들의 말을 떠보려 했다.하지만 그런데도 모두 그녀에게 모른다고 잡아떼고 있었다.심지어 진정기가 여자를 찾았다면 어떤 여자를 찾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었다.이틀 동안 입이 마르도록 사람들에게 물었지만, 쓸모 있는 정보는 하나도 없었고지난 이틀 동안 입이 마르고 목이 담배를 피우고 유용한 것이 없었고 주현철은 점점 더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었다.“매일 미용하고 친구들과 모임만 하는거 말고 뭘 더 할 줄 아는 거야? 이런 작은 일도 제대로 못 해?”주현철은 화가 나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이런 작은 일이라고요? 이게 작은 일 같으면 당신이 직접 해요! 그 사람들이 오히려 당신 매형이 어떤 여자를 찾았는지 물어보는 거 알기나 해요? 심지어 자기 자신을 추천하는 여자도 있다니까요!”주 부인은 물 한 모금을 크게 마시며 목을 축였다. 그녀는 기분이 아주 언짢은 듯 남편의 말에 대답했다.“진정기 그 사람이 얼마나 철저한 사람인지 당신도 알잖아요! 당신, 도대체 어디서 이런 소식을 전해 들은 거예요? 이거 진짜인 거 맞아요?”“당연하지! 이게 가짜일 수도 있다는 말이야? 내가 보기엔 너희 여자들은 이래서 안 돼! 허구한 날 재잘재잘 말만 할 줄 알지, 한치도 쓸모가 없어!”“그럼, 당신이 직접 수소문해요! 당신에게 이런 소식을 준 사람에게 가서 직접 물어보라고요! 진정기가 다른 여자를 찾았다는 걸 알려줬는데 누구인지 말 안 해 주겠어요?”주 부인이 소리를 지르자
“가서 사과하라면서. 가면 되잖아!”‘사과하겠다는데 무슨 말이 이렇게 많은 거야! 차라리 혼자 찾아갈걸…….’하지만 부모님과 함께 간다면 자연스럽게 백신 프로젝트에 관한 얘기를 꺼낼 수 있다.보스가 했던 말들이 떠오르니 주효영은 점점 더 짜증이 났다.“그래서 갈 거야 말 거야?”그녀의 말투가 더 이상 고분고분하지 않았다.“가!”“안가!”두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렸다.주현철은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주효영이 가서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진정기가 자기를 용서해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결국 그는 진정기와의 사이를 이대로 틀어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백신 프로젝트가 자기의 손에 들어오지 않았어도 진정기라는 매부이 있는 한 다시 판을 뒤집을 기회가 있다.진정기 매제라는 신분은 다른 사람이 함부로 하지 못하는 건 사실이다. 만약 이 일로 인해 두 사람의 사이가 틀어진다면 그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반면, 주 부인은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가 주효영의 손을 잡았다.“효영아, 엄마는 네가 억울하다는 거 알고 있어. 진심으로 사과하려는 게 아닌 것도 알아. 게다가 이번 일은 모두 네 탓이 아니잖아. 가연이 그 아이가 잘못 서는 바람에 그런 거지. 네가 가서 사과할 필요 없어. 엄마가 대신 가서 사과할게!”주 부인은 딸이 걱정되기도 하고 딸과의 사이를 조금 완화하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말했다.하지만 주효영은 그런 엄마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더니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내 탓이 아니면 엄마 탓이야? 엄마가 민 것도 아니잖아.”“…….”주 부인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딸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갈 거야 말 거야? 나 오늘 엄청 바쁘거든!”주효영의 얼굴에는 인내심이 조금도 없었다.“가! 당연히 가야지!”주현철은 냉큼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며 말했다.“하지만 경고하는데 이런 태도에 이런 얼굴로 사과할 생각하지 마!! 이게 어디 사과하는 사람의 모습이야?
주현철은 아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딘가 이상했지만, 이유를 알 수 없었다.곧 진정기의 집에 도착하니 더 이상 이 일을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세 식구가 진정기의 집에 도착했을 때 문전박대를 당했다.“아가씨께서 지금 집에 계시지 않으니, 다음에 오세요.”진가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가 대신 말을 전하러 나왔다.“집에 없다니! 가연이는 매일 집에 있었잖아. 왜? 또 한소은 그 여자한테 간 거야?”주 부인이 목소리를 높이며 화를 냈다.주 부인은 이곳에 올 때마다 바로 들어갔었다. 지난 이틀 동안 작은 일로 인해 사이가 틀어져서 안 왔을 뿐인데, 아랫사람들이 감히 얼굴을 내밀고 문을 막아서 정말 화가 났다."아니요, 아가씨는 쇼핑하러 나갔어요."말을 전하러 온 사람이 대답했다.“쇼핑? 그럴 리가 없어! 가연이가 일 년에 몇 번 집을 떠나지도 않고 쇼핑하러 가는 횟수를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만큼 적다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아직도 화가 나서 나를 만나기 거부하는 거지? 들여보내 주면 내가 얘기해 볼게."그러면서 주 부인은 강제로 밀고 들어가려 했다."아니, 그런 게 아니에요. 아가씨께서 정말 쇼핑하러 갔어요. 지금 집에는 아무도 집에 없어요."그녀가 강제로 들어오려 하자 일하는 아주머니가 급히 문을 막아 나섰다.이건 집주인이 지시한 일이다. 진정기는 자기의 허락 없이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라고 했다.“가연이가 집에 없다면 고모부는?”주효영이 담담하게 말했다.“거짓말할 생각하지 마! 오늘 고모부가 집에 있다는 소식을 알고 온 거니까!”“주인님도 집에 없어요. 아가씨와 함께 쇼핑하러 가셨어요.”일하는 아주머니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함께 갔다고?!”세 사람은 자기의 귀를 의심하며 두 눈을 크게 떴다.주 부인은 이 말을 믿지 않았다.“그렇게 바쁜 사람이 가연이와 쇼핑할 시간이 있다고?”“네.”“그러니까 이만 돌아가세요.”일하는 아주머니가 다시 한번 말했다.그러고 나서 대문을 쿵 하고 닫아버렸다
"신의 말이에요!"주 부인이 한껏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그러고는 고개를 주효영에게 돌렸다.“신의?”주현철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내를 바라보았다. 그는 아내가 말한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 내지 못한 눈치였다.“맞아요! 그래도 가연이의 병을 치료해 주고 몸까지 조리해 사람이잖아요. 게다가 가연이가 독에 중독된 사실을 처음으로 알아낸 사람이기도 하고! 진정기는 분명 신의에게 감사한 마음이 있을 거예요!”“진정기 그 사람이 아무리 고리타분한 사람이라 해도 은혜를 갚지 않는 그런 사람은 아니잖아요! 혹시 신의가 우리를 대신해 말 몇 마디 해준다면 그 어떤 사람이 말한 것 보다 효과가 있을 거예요! 심지어 그를 데려온 나에게 감사해서라도 용서해 줄지도 모르잖아요!”이렇게 생각하니 주 부인은 순간 기분이 좋아졌다.주효영은 주 부인의 말에 대답을 하지도 반박하지도 않았다.“…….”옆에서 듣고 있던 주현철은 미간을 깊게 찌푸리며 말했다.“그 사람이 우릴 돕겠어?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 신의란 사람, 그렇게 도도한 척한다고 하던데?”주현철이 이렇게 말하니 주효영이 작게 기침을 했다. 그 모습을 본 주 부인이 남편의 옆구리를 툭 치며 말 가려서 하라고 눈짓했다.“그렇긴 하지만 내가 가연이의 병을 좀 봐달라고 찾아갔을 때 생각보다 친절했어요. 이것도 인맥이라면 인맥이고 내가 진료비로 준 게 얼마인데! 그저 말만 몇 마디 못 전해주겠어요? 이 정도는 도와주겠죠!”“그럼 뭐해, 얼른 연락하지 않고!”주현철은 아내의 말을 듣고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그녀를 재촉했다.“이제 생각이 난 거잖아요! 바로 연락해 볼게요!”주 부인은 핸드폰을 꺼내 원철수가 줬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반면, 주현철은 초조하게 아내를 바라보았다.“걸렸어?”“…….”힘없이 핸드폰을 내려놓은 주 부인은 울상을 지었다.“전화기가 꺼져있대요.”“내가 이럴 줄 알았어!”방금 떠오른 희망은 순식간에 무너졌고 주현철은 분노했다."내가 뭐랬어, 그 사람이 어떻게 우릴 돕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