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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3화

저녁 무렵, 김서진은 어제와 다름없이 한소은을 데리러 왔다.

차에 올라타 안전벨트를 매던 한소은은 뒷좌석에 큰 상자가 놓여 있는 걸 발견했다.

정교하게 잘 포장된 것도 모자라 그 위에는 리본도 달려 있었다.

순간 장난기가 발동한 한소은이 입꼬리를 올리며 김서진에게 물었다.

“어떤 여자에게 선물하려고 이렇게 정성스럽게 준비한 거예요?”

“당신 말고 내가 누구에게 선물하겠어요?”

김서진은 그녀의 장난을 받으며 그녀에게 되물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사랑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를 한번 바라보았다.

“무슨 기념일도 아닌데 웬 선물이에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선물을 받은 한소은은 내심 기뻤다. 큰 상자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궁금해서 김서진이 대답하기도 전에 한마디 더 물었다.

“뭔데요?”

“오늘이 기념일이 아니라고 누가 그래요? 오늘이 무슨 날인지 잊었어요?”

김서진이 대답 대신 이렇게 묻자, 한소은이 당황해하며 생각했다.

‘결혼기념일은 아니고, 서진 씨나 내 생일도 아니고, 준이 생일도 아닌데…….”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날인지 생각나지 않자, 한소은은 핸드폰을 꺼내 달력을 확인했다.

‘무슨 특별한 날도 아닌데…….”

“아직도 생각해 내지 못했어요?”

“…….”

한소은은 눈을 깜빡이며 망연자실한 눈빛으로 김서진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김서진이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푹 쉬며 대답했다.

“오늘은 우리가 혼인 신고를 한 지 800일 되는 날이예요.”

‘800일…….”

오래된 것 같지만 계산해 보면 고작해야 2년 조금 넘는 시간이었다.

‘뭘 이런 것까지 계산해서 기념일 취급하는 거야!’

“800일도 기념일인가요? 그럼 900일은? 1,000일은? 다 기념일로 정할 거예요?”

한소은 손가락을 꼽으며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이러니 내가 기억하지 못할 수밖에! 이렇게 계산하면 일 년 내내 기념일인데 이걸 어떻게 다 기억해!’

“음…….”

김서진은 잠시 고민하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안될 것도 없죠.”

그의 말에 한소은은 눈을 부라렸다.

‘되긴 뭐가 되!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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