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136화

이제 그는 더 이상 김씨 가문의 가업을 물려받을 자격이 없다. 더 이상 판을 뒤집을 카드도 없다. 심지어는 김씨 가문에서 쫓겨나 지금 가지고 있던 모든 것들을 다 잃게 된다.

그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여전히 자기는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몸 옆으로 늘어진 두 손을 주먹 쥐고 그는 이를 악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앞에 서 있던 사람들은 노부인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어서 서로를 밀고 밀치며 양보하려 하지 않았다. 이때 한소은은 여주인의 포스를 내뿜으며 일하는 아주머니에게 홈닥터를 연락하라 지시하고 가까이 모여든 사람을 뒤로 물러서게 했다.

그녀는 침대 옆에 앉아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아주머니를 시켜 따듯한 물과 수건을 가져오게 했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수건을 받아서 들어 물에 적시고는 정성스럽게 노부인의 이마와 손을  닦아주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갑작스레 발생한 일에 조금도 당황한 기색 없이 의젓하고 침착한 모습이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김지영도 그녀의 침착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방금 노부인이 쓰러졌을 때 김지영은 당황해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전에도 노부인이 몇 번 쓰러진 적 있었지만, 그때마다 다른 사람이 있었다. 김서진이나 김승엽이 아주머니들에게 지시를 내리다 보니 그녀는 딱히 할 일도 없었다.

이 순간에 와서야 그녀는 사실 자기가 해야 했을 일들을 많이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때 한소은이 김서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할머니는 큰 충격에 슬픔까지 더해져 버티지 못하시고 쓰러진 거 일거에요. 잠시 쉴 수 있도록 다들 나가 주세요. 여기는 내가 남아서 할머니를 보살필게요. 사람이 많으면 공기가 잘 통하지 않으니 다들 어서 나가요!“

그녀의 말에 김서진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지시한 대로 모두 나가게 했다.

그러자 김지영이 말했다.

“난 여기 남아서 도울게.”

김지영의 눈빛은 확고했다. 한소은은 그녀를 한번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나서는 건 쓰러진 어머니가 걱정되어서였을 것이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