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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7화

방에서 나온 김승엽은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다만, 이곳에 남아있어서는 안 되었다.

여기에 남아 있으면 그는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았다. 매분 매초가 지날 때마다 자기가 실패했다는 걸 일깨워 주고 있었다.

그는 아직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왜 일이 이렇게 되었는지 상황 파악이 안 되었다. 그는 머릿속이 어떤 생각으로 꽉 찬 것 같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머리가 텅 빈 듯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정원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이미 간 지 오래다. 다들 재밌는 구경거리가 끝나자 다 흩어졌다. 김승엽은 마치 서커스단의 원숭이가 된 기분이었다. 자기가 준비한 무대에서 김서진을 무너뜨리는 큰일을 해낼 줄 알았는데, 사실 비웃음을 당하는 ‘주인공’은 김서진이 아닌 자기였다.

그는 깊이 숨을 한번 들이마시고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때, 그의 시선 속에 한 사람이 들어왔다. 우해민은 사람들이 다 나갈 때 따라 나가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묵묵히 김승엽을 바라보았다.

“......”

하지만 그녀의 모습은 오히려 김승엽을 화나게 했다. 그녀가 입을 열어 자기를 비웃기 전에 김승엽이 먼저 입을 열었다.

“왜 아직 안 간 거야? 날 비웃으려고 남아있는거야?”

“그런 게 아니야.”

우해민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표정은 담담하다 못해 바람 한 점 없는 호수와도 같았다.

그녀의 얼굴에 조롱과 비웃음이 조금도 없는 것을 보고 김승엽은 약간 멍해졌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은 그녀의 모습은 김승엽이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그래?”

김승엽은 우해민의 모습이 믿기 어려웠는지 조롱하듯 웃었다. 다만, 그의 태도는 아까처럼 날이 서지는 않았다.

그는 고개를 푹 숙여 자기의 두 손만 바라보았다. 만약 입장을 바꿔 그가 이런 아수라장의 관객이라면 분명 그 사람을 죽도록 비웃었을 것이다.

하지만, 줄곧 그를 업신여겼던 이 여자가 가지 않고 이 자리에 남은 게 그를 비웃으려 한 게 아니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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