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엽에 관한 일에 대해서는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노부인이 충격에서 조금 벗어난 후 노부인의 말을 따르겠다고 김서진이 모두에게 알렸다.집에서 나간 김승엽은 목적지 없이 돌아다니다 결국 차에 기름이 거의 떨어져서야 길가에 멈췄다.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다. 하늘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길가에 몇 개의 노점이 야식을 판매하고 있었다. 향긋한 음식의 냄새에 김승엽의 배가 꼬르륵 울리기 시작했다.그는 차를 길가에 세워두고 차에서 내려 아무 노점앞에 자리 잡고 앉았다."사장님, 고기 꼬치구이 50개와 맥주 몇 병 주세요."노점 사장은 그에게 대답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수한 꼬치구이와 맥주를 가지고 왔다. 김승엽은 자리에 앉아 홀로 고기 꼬치구이를 먹으며 시원한 맥주를 들이켰다. 이 순간만큼은 모든 번뇌를 잊고 자신이 받은 치욕을 잊었다.노점 주변은 사람이 많이 몰려 소란스러웠다. 아무도 그를 신경 쓰는 사람이 없었고 그를 알아보는 사람도 없었다. 고기 꼬치구이를 먹고 맥주를 들이켜다 보니 어느새 정신이 해롱해롱하여질 만큼 취기가 올라와 있었다.맥주를 마시면서 김승엽은 갑자기 설움이 폭발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바깥을 떠돌았는데 아무도 그를 찾는 사람이 없었다. 이 세상에는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았다.‘날 얼마나 아끼고 사랑한다더니, 결국에는 손수 날 벼랑 끝에서 밀었어! 거짓말쟁이, 다 거짓말쟁이야!’김승엽은 이렇게 생각하며 고기 꼬치를 물어뜯었다. 그는 집에서 나오면서 핸드폰을 꺼두었던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맥주를 두 병 더 마시고 나서 그는 노점 맞은편의 나이트클럽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가끔 세련된 옷차림을 한 사람이 그곳을 드나들었다.그는 술에 취해 반쯤 풀린 눈으로 어슴푸레하게 한 번 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이곳의 단골손님이었지만, 지금은 여기에 앉아서 홀로 술을 마실 수밖에 없다.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다.“사장님, 고기 꼬치구이 백 개 안쪽 룸으로 갖다주세요.”어떤 사람이 노점 사장님에게 주문하
김승엽과 설평의 실력은 막상막하였다. 두 사람 모두 서로에게 몇대치고 몇 대 맞았지만 설평의 친구들이 돌아오지 않는 설평을 찾으러 나와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 한 무리의 사람을 불러왔다. 그 사람들은 김승엽을 중간에 에워싸고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며 그를 마구잡이로 공격했다.예전에는 그가 김씨 가문의 막내 도련님이자 노부인이 가장 아끼는 막내아들이었기 때문에 감히 그를 건드릴 사람이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김씨 가문에서 아무리 소식을 덮으려 해도 이미 엎어진 물이니 삽시간에 모든 가문이 다 알게 되었다. 김씨 가문의 장로들은 이 비밀을 지킨다 해도 그렇게 많은 하인의 입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게다가 모두 김승엽이 김씨 가문에서 쫓겨난다는 걸 확신이라도 한 듯 이제 더 이상 그를 김씨 가문의 막내 도련님 취급을 해주지 않았다. 그저 재밌는 웃음거리로 삼았다.많은 사람의 공격에 김승엽은 곧 당해낼 수 없어 바닥에 쓰러져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덜 맞으려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그런데도 몸은 뼈가 부러질 정도로 많이 맞았다.나중에는 설평이 지쳐서야 그만 멈추었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바닥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는 김승엽을 보고 침을 뱉었다.“예전에는 김씨 가문이 네 뒤에 있었으니, 네가 아무리 나대도 난 감히 건드리지 못했지만, 지금은 달라. 네가 뭐라고! 퉤! 앞으로 날 만나면 길도 돌아가야 할 거야. 그렇지 않으면 한번 마주칠 때마다 오늘처럼 맞을 테니까.”이어 한 번 더 침을 뱉고 다른 사람들이 비웃자 그제야 몸을 돌려 나이트클럽으로 돌아갔다.한참이 지나서야 노점 사장이 혹시라도 자기의 노점 앞에 살인사건이 발생할까 봐 앞으로 나가 보았다.“저기, 괜찮으세요?”“......”바닥에 누운 김승엽이 느릿느릿하게 몸을 움직였다. 천천히 일어나 비틀거리며 서 있었다. 다행히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그는 자기의 바지 주머니에서 5만 원짜리 2장을 꺼내 노점 사장님의 손에 툭 던졌다.“잔돈은 됬어요...”김승엽은 트림하며 자기의
얼마나 지났는지 택시 기사가 그를 깨웠다. 그들을 시내에서 꽤 멀리 나왔다. 그녀가 알려준 아파트의 주소를 보면 교외에 위치한 거 같지만 정확한 주소는 잘 몰랐다. 잠에서 깬 김승엽은 주위를 둘러보았다.“여기가 어디예요?”차가 멈춰 선 주위는 그다지 번화하지 않았다. 김승엽은 이런 광경에 흠칫 놀랐다.“샹란아파트요! 이 주소로 간다고 했잖아요! 밤이 너무 어두워서 그래요. 이쪽 교외의 기초건설이 그렇게 좋지 않아요. 가로등도 많지 않고. 낮에는 아마 알아볼 수 있을 거예요.”택시 기사가 말하면서 미터기를 눌렀다.“총 5만 원입니다.”김승엽은 모든 주머니를 뒤져 겨우 만 원짜리 두 장만 찾아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택시 기사는 다른 결제 수단으로 결제해도 된다고 말했다.김승엽은 멋쩍은 듯 기사를 바라보며 택시 기사가 본적도 없는 해외 카드를 꺼내 들었다.“혹시 이 카드로는 결제가 안 될까요?”사실 김승엽은 외출할 때 거의 현금이나 한도가 높은 해외의 카드로 결제했었다. 요즘 유행하는 다른 결제 방법은 거의 쓰지 않았다. 그는 단 한 번도 돈 문제를 걱정한 적이 없다. 오늘 김 씨 고택에서 쫓기듯 나오는 바람에 현금을 들고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국, 이런 돈이 없어 난처한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택시 기사는 어이가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해외의 카드가 통하지 않자, 김승엽은 손목에서 시계 하나를 벗겨냈다.“이 시계... 시가로는 몇백만 원하는 시계예요. 이걸로 어떻게 안 되나요?”“몇백만 원?”시계를 받아 든 택시 기사가 의심스럽게 살펴보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을 보면 김승엽의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시간도 늦었고, 더 이상 손님도 없는 교외에서 지체하고 싶지 않았던 택시 기사는 시계를 한번 만져 보더니 하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됐어요. 그냥 내가 재수 없었다고 생각해야지 뭐.”택시 기사의 말에 김승엽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정말 몇백만 원짜리라니까요!”고작 몇만 원의 택시비가 없어서 몇백만 원이나 하는 시계로
집 앞에 왔을 때, 김승엽은 망설이다가 열쇠를 쥐고 좀처럼 문을 열지 못했다.‘이 문을 열면 갑자기 폭발하는 건 아니겠지? 혹은 사나운 개가 튀어나와 날 물거나... 아니면 누군가를 살해하고 시체를 여기에 숨겨 날 모함하려고?’순간 머릿속에서 무서운 생각이 많이 떠올랐고, 갑자기 다시 돌아가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그러나 그의 발밑은 마치 뿌리를 내린 것 같았다. 지금 여기서 떠나면 당장 오늘 묵을 곳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 부닥쳤으니 죽는 한이 있어도 발버둥을 쳐보고 죽자는 심정으로 김승엽은 이를 악물고 과감하게 문을 열었다. 뜻밖에도 집안은 조용했다. 그가 상상했던 일들은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어두컴컴해서 방안이 잘 보이지 않았다. 김승엽은 더듬거리며 벽에 있던 스위치를 켰다. 불이 켜지자 그제야 방안의 구조가 보였다. 그것은 지극히 평범한 집이었다.방안에는 간단한 진열품만 있었다. 거실에는 소파 하나, 책상과 의자, 침실에는 간단하게 침대 하나밖에 없었다.김승엽은 이렇게 초라한 집을 본 적이 없다. 잠자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더없이 간단한 집이었다. 주방에는 요리할 수 있는 것도 없었고 냉장고나 세탁기도 없었다.하지만, 이렇게 초라한 집일지라 해도 지금의 그에게 있어선 괜찮은 집이다.그는 현관문을 닫고 방안에서 두어 번 둘러보았다. 이 집은 더할 나위 없이 평범한 집이었다. 거실, 주방, 침실과 화장실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적어도 그가 밖에서 비바람을 쐬며 자는 것 보단 백배 천배 낫다.나름 아늑한 집에 들어오니 그의 팽팽해졌던 신경이 느슨하게 풀려 곧이어 잠이 쏟아졌다. 그는 더러워진 외투를 벗고 화장실에 가서 얼굴을 대충 씻고 침대에 눕자마자 곧 꿈나라에 빠졌다.꿈속에서 김서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조롱했다. 다른 친척들은 모두 그를 비웃었다. 이전에 그와 함께 놀던 그 친구들도 모두 그와 멀리하고 그에게 손가락질했다. 사방에 마치 흩어질 수 없는 안개가 자욱한 것 같았다.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를 지르고 싶
지난날의 위풍당당함은 온데간데없고, 지금의 그는 고개를 숙이고 의기소침한 모습이었다. 마치 싸움에서 패배한 맹수처럼 예전의 위풍이 하나도 없었다. 문득 보기엔 약하고 무기력해 보였고 전 세계에 버림받은 사람 같았다.만약 이전의 김승엽이 그녀에게 많은 즐거움을 주었다면, 지금의 그는 마치 자기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전 세계에 배신당하고 명문가에 있으면서 갈 곳도 발 디딜 곳도 없는 자기 모습과 같았다.그녀는 괴로웠고, 또한 마음이 아파서, 그의 손등을 가볍게 걸치며 말했다.“두려워할 필요 없어. 이젠 다 지나갔어, 너도나도!"“???”그녀의 말은 김승엽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그는 자신의 손등에 걸쳐진 하얀 손을 보았다. 손가락이 가늘고 손가락 관절이 약간 튀어나와 피부가 희고 투명하며 푸른 혈관이 어렴풋이 보인다. 그는 순간 이상함을 느껴 그녀의 손을 획 잡아챘다.그의 반응이 너무 갑작스러워 우해민은 깜짝 놀랐지만, 손을 빼지 않고 자기 손을 잡도록 내버려 뒀다.김승엽은 그녀의 손을 잡고 이리저리 보며 생각하다 또 그녀의 다른 손도 잡았다.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손가락을 문질러 보기도 하고 주물러 보기도 했다. 머리가 멍해지다 어느 순간, 어디가 이상한지 알아차렸다.예전에는 그저 우해영이라는 여자가 정신병이 있어서 성격이 이리저리 변하는 거로 생각했다. 저번의 정신과에서 그녀를 마주치고 더욱 확신했다. 하지만 지금...김승엽은 드디어 어디가 이상한지 눈치챘다.“넌 우해영이 아니야! 도대체 누구야?”이 사실을 알아차리고 그는 그녀의 손을 냅다 벌리고 놀라서 뒤로 두 번 물러섰다.그의 눈앞에 있는 여자는 우해영이 아니다. 오랜 시간 무술을 배워온 우해영의 손에는 무기를 자주 들어 생긴 굳은살이 박여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은 손바닥부터 손가락까지 힘이 들어갔었다.우해영의 손을 잡아보지 못했지만, 그녀는 자신을 몇 번이나 때렸었고, 어깨를 힘껏 짓눌렀고 손목도 꽉 쥐었었다. 그는 그녀의 손가락이 매우 힘이 있었고, 손가락 관절이 마치
김승엽의 반응은 그녀를 기쁘게 했다.“정말 날 알아보는 거야? 정말?”이 말을 듣고 김승엽은 좀 이상하다고 느꼈다.‘왜 기뻐하는 거 같지? 우해영 같지 않다는 말에 왜 기뻐하는 거지?’이렇게 생각하니 김승엽은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정말 우해영이 아닌 거야? 그럼 넌 누군데?”우해민은 바로 알려주지 않고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알려준 적 있잖아. 한번 맞춰봐.”“알려준 적 있다고?”김승엽은 어리둥절했다.‘뭘 언제 알려 줬다는 거지?’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미소를 머금고 그만 바라보았다. 김승엽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가 언제 자신에게 말했는지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다 그녀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보았을 때 갑자기 그녀가 어제 김 씨 고택을 떠날 때 그의 귓가에 대고 한 말이 생각났다.순간, 김승엽의 눈이 갑자기 밝게 빛났다.“혹시 해민인거야?”우해민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상태로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맞아. 난 해민이야!”김승엽이 알아맞히자 우해민은 너무도 기뻐했다. 행복한 미소를 짓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김승엽도 따라 웃었다. 하지만 웃다가 또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그는 그녀의 이름이 해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왜 우해영과 똑같이 생겼을까?그리고 해민이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은 어제가 아니다. 오래전 그들이 데이트할 때 그녀는 이미 자신에게 이렇게 부르라고 했다. 설마 그때부터...“그러니까, 우리가 데이트할 때 몇 번은 우해영이 아니라 당신인 거야?”김승엽이 자기의 생각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슬쩍 그녀를 떠보았다.그러자 우해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이 날 것 같은 충동을 참으며 말했다.“몇 번이 아니라, 우리가 데이트 했을 때 모두 나였어! 내 이름은 우해민이야. 우해영은 내 쌍둥이 언니이고.”“언니? 쌍둥이?”김승엽은 큰 충격을 받은 듯 입을 크게 벌렸다.‘우해영, 우해민. 그 여자가 정신이 이상한 게 아니라 쌍둥이였어!’그는 계속 우해영의
김승엽은 조금 이해하는 듯 했다. 하지만 곧바로 다른 의문이 들었다.“왜 언니를 따라 해야 하는 거지? 그저 닮았다는 이유로?”이 얘기를 꺼내자, 우해민의 빛나던 눈빛이 점차 어두워졌다. 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살고 싶으니까.”“살고 싶다고?”“응.”그녀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껏 풀이 죽은 두 눈을 하고 담담하게 말했다.“우리 우씨 가문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저주가 하나 있어. 만약 가문에 아이가 하나만 태어났다면 무탈하게 평생을 잘 살 수 있지만, 아이가 하나 이상 태어난다면 화를 입게 돼. 몇 명의 아이를 낳아도 결국에는 다 죽고 하나만 남거나, 하나도 안 남는 거지.”“그래서 태어날 때부터 나와 언니는 하나만 살 수 있는 운명이야.”김승엽은 눈을 똑바로 뜨고 그녀의 말을 믿지 못한다는 듯이 말했다.“뭐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저주가 있어?”우해민은 반박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그녀도 이 저주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줄곧 믿지 않았다.그러나 우해민의 부모님은 이 저주를 굳게 믿으셨다. 왜냐하면 어머니의 형제자매들이 모두 죽고 어머니만 남아 가까스로 지금까지 무탈하게 살아있기 때문이었다.원래 우해민의 어머니는 아이를 하나만 낳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배 속의 아이가 쌍둥이 일주일은 생각지도 못했다.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저주를 피하려고 한 명을 죽이려 했는데 우해민의 아버지가 가로막았다. 어쨌든 공평한 경쟁의 기회를 주고 앞으로 누가 더 남기 적합하면 그때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었다.의심할 여지 없이 가장 적합한 사람은 언니다.언니는 모든 면에서 그녀보다 뛰어났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언니의 무술이 매우 대단하고 진취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간단한 나날을 근심 걱정 없이 보내고 싶어 한다.그들의 부모님이 마지막 결정을 내리고 그녀를 죽이려 할 때 가문에 이런 저주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날부터 그녀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언니의 그림자가 되어 언니를 도와 뭔가를 해야 했
갑작스러운 키스에 우해민은 살짝 떨었지만, 그의 입술을 피하지 않고 긴장감에 눈을 감았다.그날 이후로 그녀는 더 이상 그와 키스한 적이 없다. 때로는 그가 자신에게 키스하는 꿈을 꾸기도 한다. 그러나 깨어나면 어두컴컴한 작은 집밖에 없다.그는 자기에게 키스가 무엇인지를 가르쳤고, 연애하는 느낌을 가르쳤으며, 그 작은 섬을 떠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녀가 온전한 한 사람이지, 누구의 그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했다.따뜻한 입술이 닿는 이 순간, 오직 서로만이 서로에게 위안을 줄 수 있다. 김승엽은 처음에는 가볍게 탐색적으로 건드렸으나 나중에는 점차 몰입하여 그녀의 입술을 가볍게 깨물었다.약간 따끔한 느낌이었지만 이런 느낌은 그녀에게 지금 이 모든 것이 진실이고 더 이상 꿈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우해민은 자기도 모르게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에워싸고 그를 꽉 껴안았다. 두 사람의 호흡이 점차 가빠졌다. 김승엽은 천천히 뒤로 누워 그녀의 허리를 껴안고 자기의 몸 위로 눕게 했다.그러고는 몸을 돌려 그녀를 자기의 몸 밑에 꾹 눌렀다.김승엽은 위에서 그녀를 맘껏 눈에 담았다. 촉촉한 안개로 물든 눈, 몽롱해진 눈빛, 빨간 입술, 끝없는 사랑스러움, 이런 아첨하는 태도는 우해영이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해민, 당신은 나만의 해민이야!”김승엽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그녀의 목덜미와 귓가에 키스를 퍼부었다.이 순간, 우해민의 마음은 밀물이 들어오듯 끊임없이 요동쳤다. 그녀는 조금 기대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자기가 무엇을 기대하는지 몰라 긴장하고 있었다. 그저 바닷속에 떨어진 채 나뭇조각 한 개만 붙잡고 있는 사람처럼 김승엽을 끌어안고 또 끌어안았다.김승엽은 그 틈을 타 그녀의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의 손은 빠르게 그녀의 피부를 쓰다듬었다. 이때, 우해민이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정신을 차리고 더 이상 그가 손을 움직이지 못하게 그의 손을 붙잡았다.“안, 안돼!”그녀의 말에 김승엽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