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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6화

얼마나 지났는지 택시 기사가 그를 깨웠다. 그들을 시내에서 꽤 멀리 나왔다. 그녀가 알려준 아파트의 주소를 보면 교외에 위치한 거 같지만 정확한 주소는 잘 몰랐다. 잠에서 깬 김승엽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가 어디예요?”

차가 멈춰 선 주위는 그다지 번화하지 않았다. 김승엽은 이런 광경에 흠칫 놀랐다.

“샹란아파트요! 이 주소로 간다고 했잖아요! 밤이 너무 어두워서 그래요. 이쪽 교외의 기초건설이 그렇게 좋지 않아요. 가로등도 많지 않고. 낮에는 아마 알아볼 수 있을 거예요.”

택시 기사가 말하면서 미터기를 눌렀다.

“총 5만 원입니다.”

김승엽은 모든 주머니를 뒤져 겨우 만 원짜리 두 장만 찾아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택시 기사는 다른 결제 수단으로 결제해도 된다고 말했다.

김승엽은 멋쩍은 듯 기사를 바라보며 택시 기사가 본적도 없는 해외 카드를 꺼내 들었다.

“혹시 이 카드로는 결제가 안 될까요?”

사실 김승엽은 외출할 때 거의 현금이나 한도가 높은 해외의 카드로 결제했었다. 요즘 유행하는 다른 결제 방법은 거의 쓰지 않았다. 그는 단 한 번도 돈 문제를 걱정한 적이 없다. 오늘 김 씨 고택에서 쫓기듯 나오는 바람에 현금을 들고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국, 이런 돈이 없어 난처한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택시 기사는 어이가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해외의 카드가 통하지 않자, 김승엽은 손목에서 시계 하나를 벗겨냈다.

“이 시계... 시가로는 몇백만 원하는 시계예요. 이걸로 어떻게 안 되나요?”

“몇백만 원?”

시계를 받아 든 택시 기사가 의심스럽게 살펴보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을 보면 김승엽의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시간도 늦었고, 더 이상 손님도 없는 교외에서 지체하고 싶지 않았던 택시 기사는 시계를 한번 만져 보더니 하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됐어요. 그냥 내가 재수 없었다고 생각해야지 뭐.”

택시 기사의 말에 김승엽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정말 몇백만 원짜리라니까요!”

고작 몇만 원의 택시비가 없어서 몇백만 원이나 하는 시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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