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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7화

집 앞에 왔을 때, 김승엽은 망설이다가 열쇠를 쥐고 좀처럼 문을 열지 못했다.

‘이 문을 열면 갑자기 폭발하는 건 아니겠지? 혹은 사나운 개가 튀어나와 날 물거나... 아니면 누군가를 살해하고 시체를 여기에 숨겨 날 모함하려고?’

순간 머릿속에서 무서운 생각이 많이 떠올랐고, 갑자기 다시 돌아가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의 발밑은 마치 뿌리를 내린 것 같았다. 지금 여기서 떠나면 당장 오늘 묵을 곳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 부닥쳤으니 죽는 한이 있어도 발버둥을 쳐보고 죽자는 심정으로 김승엽은 이를 악물고 과감하게 문을 열었다.

뜻밖에도 집안은 조용했다. 그가 상상했던 일들은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어두컴컴해서 방안이 잘 보이지 않았다. 김승엽은 더듬거리며 벽에 있던 스위치를 켰다. 불이 켜지자 그제야 방안의 구조가 보였다. 그것은 지극히 평범한 집이었다.

방안에는 간단한 진열품만 있었다. 거실에는 소파 하나, 책상과 의자, 침실에는 간단하게 침대 하나밖에 없었다.

김승엽은 이렇게 초라한 집을 본 적이 없다. 잠자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더없이 간단한 집이었다. 주방에는 요리할 수 있는 것도 없었고 냉장고나 세탁기도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초라한 집일지라 해도 지금의 그에게 있어선 괜찮은 집이다.

그는 현관문을 닫고 방안에서 두어 번 둘러보았다. 이 집은 더할 나위 없이 평범한 집이었다. 거실, 주방, 침실과 화장실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적어도 그가 밖에서 비바람을 쐬며 자는 것 보단 백배 천배 낫다.

나름 아늑한 집에 들어오니 그의 팽팽해졌던 신경이 느슨하게 풀려 곧이어 잠이 쏟아졌다. 그는 더러워진 외투를 벗고 화장실에 가서 얼굴을 대충 씻고 침대에 눕자마자 곧 꿈나라에 빠졌다.

꿈속에서 김서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조롱했다. 다른 친척들은 모두 그를 비웃었다. 이전에 그와 함께 놀던 그 친구들도 모두 그와 멀리하고 그에게 손가락질했다. 사방에 마치 흩어질 수 없는 안개가 자욱한 것 같았다.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를 지르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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