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147화

Author: 금야
집 앞에 왔을 때, 김승엽은 망설이다가 열쇠를 쥐고 좀처럼 문을 열지 못했다.

‘이 문을 열면 갑자기 폭발하는 건 아니겠지? 혹은 사나운 개가 튀어나와 날 물거나... 아니면 누군가를 살해하고 시체를 여기에 숨겨 날 모함하려고?’

순간 머릿속에서 무서운 생각이 많이 떠올랐고, 갑자기 다시 돌아가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의 발밑은 마치 뿌리를 내린 것 같았다. 지금 여기서 떠나면 당장 오늘 묵을 곳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 부닥쳤으니 죽는 한이 있어도 발버둥을 쳐보고 죽자는 심정으로 김승엽은 이를 악물고 과감하게 문을 열었다.

뜻밖에도 집안은 조용했다. 그가 상상했던 일들은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어두컴컴해서 방안이 잘 보이지 않았다. 김승엽은 더듬거리며 벽에 있던 스위치를 켰다. 불이 켜지자 그제야 방안의 구조가 보였다. 그것은 지극히 평범한 집이었다.

방안에는 간단한 진열품만 있었다. 거실에는 소파 하나, 책상과 의자, 침실에는 간단하게 침대 하나밖에 없었다.

김승엽은 이렇게 초라한 집을 본 적이 없다. 잠자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더없이 간단한 집이었다. 주방에는 요리할 수 있는 것도 없었고 냉장고나 세탁기도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초라한 집일지라 해도 지금의 그에게 있어선 괜찮은 집이다.

그는 현관문을 닫고 방안에서 두어 번 둘러보았다. 이 집은 더할 나위 없이 평범한 집이었다. 거실, 주방, 침실과 화장실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적어도 그가 밖에서 비바람을 쐬며 자는 것 보단 백배 천배 낫다.

나름 아늑한 집에 들어오니 그의 팽팽해졌던 신경이 느슨하게 풀려 곧이어 잠이 쏟아졌다. 그는 더러워진 외투를 벗고 화장실에 가서 얼굴을 대충 씻고 침대에 눕자마자 곧 꿈나라에 빠졌다.

꿈속에서 김서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조롱했다. 다른 친척들은 모두 그를 비웃었다. 이전에 그와 함께 놀던 그 친구들도 모두 그와 멀리하고 그에게 손가락질했다. 사방에 마치 흩어질 수 없는 안개가 자욱한 것 같았다.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를 지르고 싶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1148화

    지난날의 위풍당당함은 온데간데없고, 지금의 그는 고개를 숙이고 의기소침한 모습이었다. 마치 싸움에서 패배한 맹수처럼 예전의 위풍이 하나도 없었다. 문득 보기엔 약하고 무기력해 보였고 전 세계에 버림받은 사람 같았다.만약 이전의 김승엽이 그녀에게 많은 즐거움을 주었다면, 지금의 그는 마치 자기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전 세계에 배신당하고 명문가에 있으면서 갈 곳도 발 디딜 곳도 없는 자기 모습과 같았다.그녀는 괴로웠고, 또한 마음이 아파서, 그의 손등을 가볍게 걸치며 말했다.“두려워할 필요 없어. 이젠 다 지나갔어, 너도나도!"“???”그녀의 말은 김승엽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그는 자신의 손등에 걸쳐진 하얀 손을 보았다. 손가락이 가늘고 손가락 관절이 약간 튀어나와 피부가 희고 투명하며 푸른 혈관이 어렴풋이 보인다. 그는 순간 이상함을 느껴 그녀의 손을 획 잡아챘다.그의 반응이 너무 갑작스러워 우해민은 깜짝 놀랐지만, 손을 빼지 않고 자기 손을 잡도록 내버려 뒀다.김승엽은 그녀의 손을 잡고 이리저리 보며 생각하다 또 그녀의 다른 손도 잡았다.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손가락을 문질러 보기도 하고 주물러 보기도 했다. 머리가 멍해지다 어느 순간, 어디가 이상한지 알아차렸다.예전에는 그저 우해영이라는 여자가 정신병이 있어서 성격이 이리저리 변하는 거로 생각했다. 저번의 정신과에서 그녀를 마주치고 더욱 확신했다. 하지만 지금...김승엽은 드디어 어디가 이상한지 눈치챘다.“넌 우해영이 아니야! 도대체 누구야?”이 사실을 알아차리고 그는 그녀의 손을 냅다 벌리고 놀라서 뒤로 두 번 물러섰다.그의 눈앞에 있는 여자는 우해영이 아니다. 오랜 시간 무술을 배워온 우해영의 손에는 무기를 자주 들어 생긴 굳은살이 박여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은 손바닥부터 손가락까지 힘이 들어갔었다.우해영의 손을 잡아보지 못했지만, 그녀는 자신을 몇 번이나 때렸었고, 어깨를 힘껏 짓눌렀고 손목도 꽉 쥐었었다. 그는 그녀의 손가락이 매우 힘이 있었고, 손가락 관절이 마치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1149화

    김승엽의 반응은 그녀를 기쁘게 했다.“정말 날 알아보는 거야? 정말?”이 말을 듣고 김승엽은 좀 이상하다고 느꼈다.‘왜 기뻐하는 거 같지? 우해영 같지 않다는 말에 왜 기뻐하는 거지?’이렇게 생각하니 김승엽은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정말 우해영이 아닌 거야? 그럼 넌 누군데?”우해민은 바로 알려주지 않고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알려준 적 있잖아. 한번 맞춰봐.”“알려준 적 있다고?”김승엽은 어리둥절했다.‘뭘 언제 알려 줬다는 거지?’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미소를 머금고 그만 바라보았다. 김승엽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가 언제 자신에게 말했는지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다 그녀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보았을 때 갑자기 그녀가 어제 김 씨 고택을 떠날 때 그의 귓가에 대고 한 말이 생각났다.순간, 김승엽의 눈이 갑자기 밝게 빛났다.“혹시 해민인거야?”우해민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상태로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맞아. 난 해민이야!”김승엽이 알아맞히자 우해민은 너무도 기뻐했다. 행복한 미소를 짓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김승엽도 따라 웃었다. 하지만 웃다가 또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그는 그녀의 이름이 해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왜 우해영과 똑같이 생겼을까?그리고 해민이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은 어제가 아니다. 오래전 그들이 데이트할 때 그녀는 이미 자신에게 이렇게 부르라고 했다. 설마 그때부터...“그러니까, 우리가 데이트할 때 몇 번은 우해영이 아니라 당신인 거야?”김승엽이 자기의 생각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슬쩍 그녀를 떠보았다.그러자 우해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이 날 것 같은 충동을 참으며 말했다.“몇 번이 아니라, 우리가 데이트 했을 때 모두 나였어! 내 이름은 우해민이야. 우해영은 내 쌍둥이 언니이고.”“언니? 쌍둥이?”김승엽은 큰 충격을 받은 듯 입을 크게 벌렸다.‘우해영, 우해민. 그 여자가 정신이 이상한 게 아니라 쌍둥이였어!’그는 계속 우해영의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1150화

    김승엽은 조금 이해하는 듯 했다. 하지만 곧바로 다른 의문이 들었다.“왜 언니를 따라 해야 하는 거지? 그저 닮았다는 이유로?”이 얘기를 꺼내자, 우해민의 빛나던 눈빛이 점차 어두워졌다. 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살고 싶으니까.”“살고 싶다고?”“응.”그녀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껏 풀이 죽은 두 눈을 하고 담담하게 말했다.“우리 우씨 가문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저주가 하나 있어. 만약 가문에 아이가 하나만 태어났다면 무탈하게 평생을 잘 살 수 있지만, 아이가 하나 이상 태어난다면 화를 입게 돼. 몇 명의 아이를 낳아도 결국에는 다 죽고 하나만 남거나, 하나도 안 남는 거지.”“그래서 태어날 때부터 나와 언니는 하나만 살 수 있는 운명이야.”김승엽은 눈을 똑바로 뜨고 그녀의 말을 믿지 못한다는 듯이 말했다.“뭐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저주가 있어?”우해민은 반박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그녀도 이 저주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줄곧 믿지 않았다.그러나 우해민의 부모님은 이 저주를 굳게 믿으셨다. 왜냐하면 어머니의 형제자매들이 모두 죽고 어머니만 남아 가까스로 지금까지 무탈하게 살아있기 때문이었다.원래 우해민의 어머니는 아이를 하나만 낳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배 속의 아이가 쌍둥이 일주일은 생각지도 못했다.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저주를 피하려고 한 명을 죽이려 했는데 우해민의 아버지가 가로막았다. 어쨌든 공평한 경쟁의 기회를 주고 앞으로 누가 더 남기 적합하면 그때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었다.의심할 여지 없이 가장 적합한 사람은 언니다.언니는 모든 면에서 그녀보다 뛰어났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언니의 무술이 매우 대단하고 진취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간단한 나날을 근심 걱정 없이 보내고 싶어 한다.그들의 부모님이 마지막 결정을 내리고 그녀를 죽이려 할 때 가문에 이런 저주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날부터 그녀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언니의 그림자가 되어 언니를 도와 뭔가를 해야 했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1151화

    갑작스러운 키스에 우해민은 살짝 떨었지만, 그의 입술을 피하지 않고 긴장감에 눈을 감았다.그날 이후로 그녀는 더 이상 그와 키스한 적이 없다. 때로는 그가 자신에게 키스하는 꿈을 꾸기도 한다. 그러나 깨어나면 어두컴컴한 작은 집밖에 없다.그는 자기에게 키스가 무엇인지를 가르쳤고, 연애하는 느낌을 가르쳤으며, 그 작은 섬을 떠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녀가 온전한 한 사람이지, 누구의 그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했다.따뜻한 입술이 닿는 이 순간, 오직 서로만이 서로에게 위안을 줄 수 있다. 김승엽은 처음에는 가볍게 탐색적으로 건드렸으나 나중에는 점차 몰입하여 그녀의 입술을 가볍게 깨물었다.약간 따끔한 느낌이었지만 이런 느낌은 그녀에게 지금 이 모든 것이 진실이고 더 이상 꿈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우해민은 자기도 모르게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에워싸고 그를 꽉 껴안았다. 두 사람의 호흡이 점차 가빠졌다. 김승엽은 천천히 뒤로 누워 그녀의 허리를 껴안고 자기의 몸 위로 눕게 했다.그러고는 몸을 돌려 그녀를 자기의 몸 밑에 꾹 눌렀다.김승엽은 위에서 그녀를 맘껏 눈에 담았다. 촉촉한 안개로 물든 눈, 몽롱해진 눈빛, 빨간 입술, 끝없는 사랑스러움, 이런 아첨하는 태도는 우해영이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해민, 당신은 나만의 해민이야!”김승엽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그녀의 목덜미와 귓가에 키스를 퍼부었다.이 순간, 우해민의 마음은 밀물이 들어오듯 끊임없이 요동쳤다. 그녀는 조금 기대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자기가 무엇을 기대하는지 몰라 긴장하고 있었다. 그저 바닷속에 떨어진 채 나뭇조각 한 개만 붙잡고 있는 사람처럼 김승엽을 끌어안고 또 끌어안았다.김승엽은 그 틈을 타 그녀의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의 손은 빠르게 그녀의 피부를 쓰다듬었다. 이때, 우해민이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정신을 차리고 더 이상 그가 손을 움직이지 못하게 그의 손을 붙잡았다.“안, 안돼!”그녀의 말에 김승엽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1152화

    “무슨 방법?”김승엽은 궁금해하며 물었다.“지금은 말해줄 수 없어. 이 계획이 성공되면 그때 알려 줄게!”그가 불만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우해민은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에게 숨기려 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지금 말할 수 없어. 아직 이 계획이 성공할지 확신이 안 서기 때문이야. 하지만 미래를 위해서,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시도해 볼 거야.”그녀가 "우리의 미래"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김승엽은 감동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한 손을 잡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너도 알다시피 지금의 난 이런 상황이야. 어제 김씨 가문에서 내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다 보았잖아. 이제 난 아무것도 없는 빈털터리야. 심지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당하는 처지가 된 거지. 해민아, 이런 나라도 함께 해줄 거야?”“당연하지!”우해민은 대답하며 그의 품으로 폭 안겼다. 그러고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비비며 부드럽게 말했다."그 사람들은 모두 당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야. 그들은 당신의 깊은 뜻을 몰라. 이렇게 된 건 당신의 운이 좋지 않을 뿐이야. 당신의 어머니조차도 당신을 돕지 않았잖아. 이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야. 이건 모두 그들의 잘못이야!"우해민은 어려서부터 옳지 않은 집안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녀가 생각하는 방식에는 조금 문제가 있었다. 그녀는 이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부모는 근거도 없는 저주 때문에 자기를 죽이려 했다. 혈연이고 뭐고 그녀에게 있어서 김승엽에 대한 사랑보다 못했다.어제 김 씨 고택에서 모든 걸 지켜본 사람으로서 우해민은 노부인이 너무 매정하다고 생각했다. 친아들이 아니라 해도, 친아들처럼 지금까지 키웠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진실을 말하다니! 이건 김승엽의 길을 모두 막은 격이다.우해민은 그 사람들이 너무 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김승엽이 너무 불쌍해 보였다.그녀의 눈에 비친 김승엽의 모습은 마치 자기와 같아 보였다. 그들 모두 세상에 버림받았다. 세상이 이렇게나 큰데 그들이 머물 자리가 조금도 없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1153화

    한참이 지나서야 김승엽은 그녀를 놓아주고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해민, 기다릴게."이것은 어떤 사랑의 속삭임보다 더 듣기 좋았다. 우해민 역시 아쉬움 가득한 말투로 대답했다.“응.”사실 그녀도 너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우해영은 너무 눈치가 빨랐다. 요즘 자기가 말을 잘 듣지 않았다면 지금 이 작은 자유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했다. 만약 그녀에게 걸리게 되면 모든 계획이 수포가 돼버린다.우해민은 마음속으로 조금만 더 참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연신 말했다. 계획대로만 되면 곧 영원한 자유를 얻게 될 것이다.그녀는 자신을 단단히 가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간 후 작은 거울을 꺼내 얼굴을 확인했다. 아까 했던 뜨거운 키스로 인해 입술이 빨갛게 부어올랐다.이 모습을 우해영이 보았다면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 길가의 화단으로 가서 화단 가장자리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이를 악물고 입술을 화단 가장자리를 향해 힘껏 부딪쳤다.이가 화간 가장자리에 부딪히니 금세 아픔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녀의 입술에는 피가 흘러나왔고 더욱 부어올랐다.우해민은 재삼 거울 속 자기의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 이렇게 하면 입술이 부은 것에 대해 우해영에게 설명할 수 있다.그녀가 집에 돌아왔을 때, 데일이 아직 2층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우해영이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는 눈으로 살짝 인사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우해민은 손가락으로 지하실 방향을 가리키며 먼저 들어갈 테니 언니가 일이 생기면 다시 부르라고 표시했다.데일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그녀는 살금살금 방으로 들어갔다.방문을 닫고 그제야 한숨 돌렸다. 언니가 아직 깨어나지 않았을 줄 알았다면 그렇게 일찍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우해민은 아쉬워하며 책상 서랍을 열고 맨 안에서 작은 서랍에 손을 넣었다. 그러고는 그 안에서 작은 약 한 통을 꺼냈다.병원에서 처방받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1154화

    “이틀이라고?!”노부인은 정신이 멍해졌다. 그녀는 자기가 이렇게 오래 잤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는 건 가족회의로 인해 모였던 사람들이 이미 다 가고 없다는 뜻이다.“서진이는...”“서진씨는 1층에 있어요. 아직 안 갔을 거예요. 불러드릴까요?”“잠깐.”노부인이 이어서 말했다.“이틀 동안 수고했다.”한소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수고는요! 이틀 내내 서진 씨 고모가 할머니를 돌보셨어요. 저는 한 게 없는걸요.”“지영이가...”노부인은 한숨을 푹 쉬며 두 눈은 앞을 보고 있었다. 무엇을 보고 있는지 눈빛이 멀리 떠 있었다.“할머니...”한소은은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사실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이 조금 어색하다 느껴졌다. 원래는 사람을 불러 노부인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전하고 노부인에게 미음을 먹게 해야 하는데 노부인은 그녀가 나가지 못하게 손을 꼭 잡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슨 말을 하자니, 노부인이 다시 충격을 받고 쓰러질까 봐 아무런 말도 못 했다.잠시 후 노부인은 시선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입술을 달싹이며 마치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 같았지만, 말이 입가에 닿았다가 다시 삼키며 말을 잇지 못했다.사실 노부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한소은은 그녀가 무엇을 묻고 싶은지 알고 있었다. 그녀의 안색을 보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서진 씨 작은아버지 일을 묻고 싶으신 거죠?”노부인은 조금 의아해했다.“아직도 그를 작은아버지라 부르는 거야?”‘이렇게 많은 일이 생겼고, 승엽이는 그들을 모함하고 서진이를 무너뜨리려 했고, 심지어는 무술 비적까지 훔쳤는데. 그런데도 작은아버지라 부른다고?’“서진 씨가 이렇게 부르니 저도 따라 부르는 거예요.”한소은은 작게 미소를 지으며 노부인을 달래듯 그녀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렸다.“배고프실 거예요. 먼저 뭐 좀 드시고 나중에 얘기해요.”그녀의 간절한 눈빛을 보고 노부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마침내 손을 놓았다.한소은은 웃으며 몸을 돌려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1155화

    김서진이 노부인의 방에 올라갔을 때 노부인은 침대맡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안색이 괜찮은 것 같았다.하지만 이틀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영양주사로만 체력을 유지했기 때문에 다소 허약해 보였다.”할머니.”김서진은 작게 말하며 들어왔다.“좀 괜찮아지셨어요?”그는 침대 끝에 서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노부인이 잘 보이지만 그리 가깝지 않은 거리였다. 그와 그의 할머니는 항상 이렇게 거리를 유지했었다.노부인은 김서진을 그윽하게 바라보았다.그녀는 반평생 동안 많은 아이를 낳았고, 많은 아이를 먼저 보내었다. 결국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아들은 그녀가 낳은 것이 아니다. 그녀와는 조금의 혈연관계도 없다. 이것은 마치 하늘이 그녀에게 큰 장난을 친 것 같다.그녀는 다시 김서진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이마와 눈은 그의 어머니를 닮았지만, 입과 코는 그의 아버지와 똑 닮았다. 그 자리에 서 있는 모습은 그의 할아버지와 거의 똑같았다.이런 그를 두고 김씨 가문의 자식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니!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유전자 검사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유전자 검사를 하지 않았다면 김승엽이 친아들이 아니라는 사실도 몰랐을 거고 그렇게 남은 인생을 막내아들에게 사랑을 쏟아부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노부인은 이 모든 게 다 자기가 정신이 나가 하마터면 친손자를 해칠 뻔했을 뿐만 아니라 승엽이도 해쳤다고 생각했다.“할머니?”그녀가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는 것을 보고 김서진은 소리를 내며 물었다.“아.”그제야 정신을 차린 노부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많이 좋아졌어. 이렇게 오랜 시간 잠들었으니 좋아지고말고. 난 별일 없으니 가서 일 봐.”“네. 그럼, 저 먼저 갈게요.”김서진이 시계를 한번 보고는 노부인에게 한마디 더 했다.“할머니는 집에서 푹 쉬세요. 필요한 것이 있으면 아주머니에게 시키시면 돼요. 다른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그의 말에는 집안의 엉망진창인 일들은 관여하지 말라는 은근한 암시가

Latest chapter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52화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51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50화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9화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8화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7화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6화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5화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4화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