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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5화

김서진이 노부인의 방에 올라갔을 때 노부인은 침대맡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안색이 괜찮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틀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영양주사로만 체력을 유지했기 때문에 다소 허약해 보였다.

”할머니.”

김서진은 작게 말하며 들어왔다.

“좀 괜찮아지셨어요?”

그는 침대 끝에 서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노부인이 잘 보이지만 그리 가깝지 않은 거리였다. 그와 그의 할머니는 항상 이렇게 거리를 유지했었다.

노부인은 김서진을 그윽하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반평생 동안 많은 아이를 낳았고, 많은 아이를 먼저 보내었다. 결국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아들은 그녀가 낳은 것이 아니다. 그녀와는 조금의 혈연관계도 없다. 이것은 마치 하늘이 그녀에게 큰 장난을 친 것 같다.

그녀는 다시 김서진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이마와 눈은 그의 어머니를 닮았지만, 입과 코는 그의 아버지와 똑 닮았다. 그 자리에 서 있는 모습은 그의 할아버지와 거의 똑같았다.

이런 그를 두고 김씨 가문의 자식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니!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유전자 검사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유전자 검사를 하지 않았다면 김승엽이 친아들이 아니라는 사실도 몰랐을 거고 그렇게 남은 인생을 막내아들에게 사랑을 쏟아부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노부인은 이 모든 게 다 자기가 정신이 나가 하마터면 친손자를 해칠 뻔했을 뿐만 아니라 승엽이도 해쳤다고 생각했다.

“할머니?”

그녀가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는 것을 보고 김서진은 소리를 내며 물었다.

“아.”

그제야 정신을 차린 노부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많이 좋아졌어. 이렇게 오랜 시간 잠들었으니 좋아지고말고. 난 별일 없으니 가서 일 봐.”

“네. 그럼, 저 먼저 갈게요.”

김서진이 시계를 한번 보고는 노부인에게 한마디 더 했다.

“할머니는 집에서 푹 쉬세요. 필요한 것이 있으면 아주머니에게 시키시면 돼요. 다른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의 말에는 집안의 엉망진창인 일들은 관여하지 말라는 은근한 암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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