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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8화

“......”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어 한소은은 노부인이 자기의 손을 잡고 반지를 끼워주도록 내버려 둘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엄지손가락에 비취반지가 꼭 맞았다.

반지를 낀 그녀의 손을 보며 노부인이 허허하며 웃었다.

“딱 맞네! 예전에 집안의 큰 부인들과 황가의 사람들은 엄지손가락에 반지를 자주 꼈었지, 이건 네 운명인가 보구나!”

“감사해요. 할머니.”

한소은은 작게 대답했다. 지금, 이 순간 그녀의 손은 마치 천근만근을 들고 있는 것처럼 무거웠다.

————

김승엽은 방에서 푹 잤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정신이 많이 회복된 것을 느꼈다. 사람도 그렇게 의기소침하지 않았다.

다만 이 집이 너무 비어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은커녕 밥을 할 수 있는 주방용기마저 없었다. 홀로 밥을 해 먹으려 해도 할 수가 없어 배달 음식을 시킬 수밖에 없었다.

다행인 것은 우해민이 가면서 그에게 돈을 남겨 주었다. 이 돈으로 배달 음식을 먹으며 며칠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남은 잔액을 보면서 김승엽은 자기의 모습이 가소롭게 느껴졌다. 그는 단 한 번도 어느 날 여자가 주는 돈에 의지하여 살아야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예전의 그는 외출할 때마다 돈을 펑펑 썼고, 행여 돈이 모자랄 때는 외상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자기 대신 계산하겠다는 사람도 많았다. 그때의 그는 김씨 가문의 가주가 아니었지만 김씨 가문의 도련님이었고 김서진의 작은아버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설평 이 망할 자식! 감히 나를 때려? 이 상황만 해결하면 망할 자식의 팔을 하나 부러뜨려야겠어!’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김승엽은 자기가 정말 이 상황을 해결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순간 그의 빛나던 눈동자는 다시 암담해졌다.

그는 짜증스럽게 옆에 있던 작은 의자를 걷어차고 창문 쪽으로 걸어가 밖을 바라보았다.

이 아파트 단지의 환경은 나름대로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그가 예전에 살던 곳과 비교하면 초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집은 그가 살았던 침실보다도 작았다. 그는 자기가 이런 상황에 놓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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