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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2화

힘이 다 떨어지고 나서야 그는 비로소 멈추고 숨을 헐떡였다.

땅에 떨어진 조각들을 보는 그의 귓가에 어머니의 말이 울렸다. 그 일은 김서진의 결정에 달렸고 어쨌든 가족이니까… 어쨌든 가족… 어쨌든…….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그는 폭소를 터뜨리며 눈가에 눈물이 맺힐 정도로 웃었다. 줄곧 자신을 아끼는 어머니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친자식이 아니라는 걸 알자마자 바로 태도를 바꿔 무자비하게 대하다니.

전에 들었던 말들은 모두 자신 위주였다. 김 씨 가문은 그가 이어받아야 하며, 자신이야말로 김 씨 가문을 이끌어 나갈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제 모든 것이 김서진으로 바뀌었다. 무슨 혈육의 정, 무슨 가족이야! 그들의 눈에는 혈연관계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닐 뿐이다.

게다가 이 물건들을 다 뺏어갈 정도로 인색하게 대하다니. 이렇게 된 이상 그들을 편하게 둘 수는 없으니 자신이 망가질 수밖에.

주머니에서 라이터 하나를 꺼내 커튼에 불을 붙이자 불이 곧 타올랐다. 이어서 힘껏 잡아당겨 커튼을 소파에 던지자 불이 번졌다.

온 집에 짙은 연기가 자욱하고 갈수록 불이 번지자 그는 몸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뛰쳐나와 문어귀에서 차갑게 뒤돌아본 뒤 바로 떠났다.

한편, 다른 쪽에서는 노부인이 조급해하며 침대에서 내려오려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그리고 한소은과 김지영이 비틀거리며 방문을 뛰쳐나오는 그녀에게 달려왔다.

“왜 그러세요?”

“승엽이, 승엽이가…….”

노부인은 휴대폰을 쥐고 더듬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고, 김지영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그리고는 바로 한소은을 바라보며 말했다.

“끊겼어.”

“방금 뭔가를 부수고 있는 것 같았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큰 소리였어! 다칠까봐 얼마나 걱정이 되던지.”

마음이 급한 노부인의 얼굴이 온통 상기되었다.

“진정하세요. 전화가 왔을 때 그 사람이 어디에 있었는지 말했어요? 아니면 어떤 요구라도 했나요? 왜 물건을 부숴요?”

한참 생각하던 한소은이 물었고, 노부인은 고개를 저으며 김지영에게 부축받아 의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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