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할수록 마치 이 행위에 중독되는 것 같았다. 우해민의 눈에서 불꽃이 튀며 좌우로 우해영의 따귀를 쉴새없이 때렸고, 곧 두 볼은 높이 부어올라 말을 분명하게 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한참을 때리고서야 멈춘 우해민은 빨갛게 부은 손바닥을 보았다. 손은 아팠지만 기분은 아주 상쾌했다. 이렇게 사람을 때린 적이 없었는데, 게다가 가장 두려워하는 언니를 때릴 일은 전혀 없었다.마음 속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흥분이 떠오르자, 그녀는 고개를 들어 웃었다.“내가 해냈어, 내가 정말 해냈어! 이제 나는 우해민이야, 더 이상 우해영의 그림자가 아니라고!”“너… 꿈도 꾸지 마!”우해영이 이를 갈며 그 틈으로 몇 마디 말을 짜냈다. 지금 말하기도 어려운 상태였지만, 여전히 기가 꺾이지 않은 모습이었다.“너는 영원히 실패자야. 진작 죽었어야 할 운명이야!”“내가 아니라 언니야, 죽어야 할 건 언니라고!!!”우해영의 반격에 우해민이 자극되어 화가 난 두 손으로 우해영의 목을 힘껏 꽉 졸랐다.“만약 집에서 자식 하나만 남겨야 한다면, 언니가 죽어야지! 무슨 근거로 내가 죽어야 해? 죽을 사람은 언니여야 해! 이 괴물, 이 냉혈한, 정이 뭔지 사랑이 뭔지 알기나 해? 그 무공 비적 연구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지! 죽을 사람은 너야!!!”“컥… 컥컥…….”목이 졸린 우해영은 두 눈이 뒤집힌 채 기절하기 직전이었다.그녀가 자신의 목숨이 이렇게 없어진다고 느끼고 있을 때, 갑자기 신선한 공기가 크게 밀려오며 목의 압력이 풀렸다. 즉시 숨을 크게 쉰 그녀의 머리가 어지럽고 피가 도는 게 느껴졌다.“내가 그렇게 빨리 죽일 것 같아?”우해민이 일어서서 우해영을 차갑게 쳐다보며 비웃었다.“그럴 순 없지! 적어도 지금은 아니야. 나는 언니를 그렇게 쉽게 죽게 하지 않을 거야. 내가 받은 고통을 똑같이 맛보게 할거야. 내가 보냈던 그런 암담한 날들을 보내게 할거야. 충분히 괴롭힌 다음에 죽게 해 주지! 밖에 사람 없어?!”그녀의 말에 밖에서 몇 사람이 들어왔다. 숨을
우해영이 끌려간 후, 우해민은 혼자 큰 방에서 두 팔을 벌리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고개를 들어 눈을 감고 힘껏 심호흡을 하며 이곳의 모든 것을 느끼고 있었다. 우해영의 방은 음침하고 좁아서 햇빛이 들지 않는 자신의 방과 완전히 달랐다.어릴 때부터 그녀는 언니의 방을 몰래 보곤 했다. 크고 예쁜 방, 침대도 매우 커서 그녀의 방만한 크기였다. 안에는 옷도 아주 많았고, 책상, 옷장, 소파도…….하지만 그 모든 게 그녀의 방에는 없었다. 가장 중요했던 건 큰 창문, 따뜻한 햇빛, 그리고 햇빛이 들어오는 베란다.항상 몰래 부러워하며 자신이 그걸 가질 수 있다는 건 감히 상상하지 못했다.그때까지는…….우해영은 그 남자 때문이냐고 물었다.그래, 맞아. 하지만 아니야!김승엽이 그녀의 마음 속 가장 깊은 욕망과 갈망을 불러일으켰지만, 그는 도화선일 뿐 결코 진정한 원인이 아니었다. 진정한 원인은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축적되고 억압되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욕망이 있다. 외부에서 이걸 억압하면, 결국 마지막에는 분출되어 폭발하는 역효과가 날 뿐이다.이제 그녀의 모든 욕망이 발동했다. 큰 집, 부드러운 침대, 투명한 창문, 공기 속에 서서 자유롭게 호흡하고 즐거운 연애를 하는 온전한 자신이 되고 싶었다.우해영이 양보하지 않는다면 망쳐버릴 수밖에 없다. 그래야만 자신이 모든 걸 얻을 수 있다.큰 침대에 엎드린 우해민은 몸이 모두 빠져들 것만 같았다. 역시 큰 침대는 너무 편하다. 꿈에 그리던 침대!즐겁게 위에서 여러 번 뒹굴고 몸을 뒤척이던 그녀는 우해영의 휴대폰을 들고 이 즐거움을 김승엽에게 공유해야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전화는 꺼져 있었다. 아마 김 씨 가문 사람에게서 연락이 올까 봐 꺼 놓은 것 같았다.하지만 갑자기 보고 싶은 마음이 용솟음쳤다.보고 싶으면 바로 만나면 되지 않을까? 그녀는 이전과 달라졌다. 지금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으니 누구를 만나고 싶든지, 뭘 하고 싶든지 누구에게도 보고할 필요 없이 다 할 수 있다!이런 생각이
“무슨 소리야?”한숨을 쉰 우해민이 화가 나서 묻자 눈을 깜박거리던 김승엽이 갑자기 히히 웃기 시작했다.“너 해민이네! 우리 해민이야! 해민이는 착해서 욕할 줄도 몰라, 그러니까 너는 해민이야! 히히히…….”멍청하게 웃는 그의 얼굴은 술 때문에 빨개져서 눈빛마저 취해 멍청하고 어리석게 웃고 있었다.그러나 그 모습을 보면서도 우해민은 기뻤다. 그가 자신을 알아봤다. 이렇게 취했는데도 자신이 우해영이 아니라 우해민이라는 걸 알아본 것이다.이 세상에서 오직 그만이 자신을 이해하고 알아볼 수 있다.“바보, 웃지 마!”감동받은 우해민이 두 손을 들어 그의 얼굴을 받치고 눈을 마주치며 진지하게 물었다.“질문 하나 할게. 그럼 네가 좋아하는 건 우해영이야, 우해민이야?”그녀는 계속 그가 마음속으로 정말 자신을 좋아하는지 알고 싶었다. 만약 좋아한다면 그녀가 우해영을 닮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우해민이기 때문일까?이건 그녀에게 정말 중요한 문제다.술기운이 오른 김승엽은 얼굴을 그녀의 손에 올리고 약간 어질어질하게 눈을 깜박거리며 생각하다가 그녀의 손을 툭 치며 말했다.“우해영!”“…….”그녀가 막 화를 내려고 할 때, 그가 우렁차게 트림을 했다. 그 소리가 끝나고 나서야 그녀가 소리를 질렀다.“그 계집애가 뭐가 좋아! 사납고, 포악하고, 야만적이고, 이기적인데!”“그래도 우리 해민이가 좋아, 히히히, 해민이가 좋아!”그 말을 마친 그는 몸이 비뚤어지며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대고 쓰러져 히히거렸다.마음속에서 떠오른 불이 한순간에 꺼진 우해민은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고개를 저었다.“그렇게 아무 말이나 하는 버릇 좀 고칠래?”“해민아, 너만 나한테 잘해줘. 너 알지? 우리 엄마… 우리 엄마는 정말 모질어. 나한테 아무것도 안 준다고 했어. 내 모든 걸 다 가져가겠다고! 너도 알지? 엄마는 날 원하지 않아! 흑흑…….”말을 하던 그는 울기 시작했다. 화가 나고 무서워서 마음속으로 억울함을 가득 참고 있다가 마침내 그녀에게 털어놓을 수 있게 되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콧끝은 그의 술냄새로 가득 찼지만 우해민은 불쾌하기는커녕 오히려 아주 특별하다고 느꼈다.여전히 술에 잔뜩 취한 김승엽은 몽롱한 눈빛으로 우해민의 얼굴을 쳐다보며 조용히 말했다.“해민아, 가지 마. 날 버리지 마. 난 너밖에 없어…”그러면서 김승엽은 고개를 숙여 우해민의 입술에 힘껏 키스했다.심장의 떨림에 우해민은 김승엽을 밀어내지 않고 순순히 두 눈을 꼭 감고 두 손으로 그의 목을 끌어안은 채 키스를 이어갔다.김승엽은 술기운 때문인지 거칠면서도 부드럽게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마치 그녀를 잡아먹을 기세로 달려들다가도 또 다시 평온함을 되찾고 행여 우해민을 아프게 한 건 아닌지 안절부절해했다.이런 일을 한 번도 겪은 적 없는 우해민은 그저 김승엽에게 몸을 맡겼다. 김승엽은 스킨십 방면에서 우해민에게 멘토같은 존재였다. 처음 손을 잡았을 때부터 첫 입맞춤, 그리고 지금… 그녀는 이 다음 번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우해민은 여기에서 멈추고 싶지 않았다. 심지어 마음속으로는 김승엽과 끝까지 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온도는 금세 후끈 달아올랐고, 주위에서는 빈 맥주 캔이 이따금씩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해민은 김승엽이 술에 만취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를 전혀 깨우려 하지 않았다. 깊은 밤, 우해민은 김승엽과 함께 어둠 속으로 영원히 빠져들고 싶었다.......오랜 시간이 흐른 후, 꿈에서 깨어난 우해민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온몸이 뻐근하고 아프긴 했지만 마음만은 즐거웠다. 이건 그녀가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한 선택이었다. 그녀의 몸, 그녀가 선택한 남자, 모두 그녀가 원한 것이었다.우해민은 잠들어 있는 김승엽을 바라보며 손으로 그의 얼굴을 살짝 만졌다. 우해민은 속으로 이제 자신이 바라고 바라던, 아름다운 미래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다.잠시 후, 우해민은 몸을 일으켜 쓰레기봉투에 쓸데없는 물건들을 전부 치우고 김승엽을 다시 침대로 옮기려고 했지만 그가 너
그들은 대표의 지시대로 김승엽에게 먼저 경고했다. 김승엽이 고분고분 그들의 뜻대로 그들과 함께 간다면 모든 것은 원만히 해결되겠지만 만약 김승엽이 반항한다면 그들은 사양하지 않고 바로 그를 끌고 갈 수 있다.“…”이 말에 수많은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던 김승엽은 흐트러진 정신을 애써 다잡았다. 그는 자신이 쏘아올린 불길과, 어머니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그래서 지금, 그들은 벌써 여기까지 찾아와 그를 끌고 가서 시비를 가리려는 것인가? 이런저런 생각으로 김승엽의 얼굴빛은 한순간에 굳어졌다. 그가 생각정리를 끝내기도 전에 우해민은 이미 문을 열어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그 남자는 초인종을 누르던 손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우해민은 품이 넓은 셔츠 하나를 걸치고 있었는데 그녀는 반들반들하고 긴 두 다리를 드러내고 태연하게 서 있었다.“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야?”우해민은 한 손으로 문틀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문고리를 잡고 있었다. 그들에게 문을 완전히 열어줄 생각은 없어보였다.“…”남자는 문을 여는 사람이 여자일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지 어안이 벙벙해있었다. 게다가 이런 섹시한 옷차림의 여성이라니… 다시 고개를 돌려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보니 마룻바닥에 상의 탈의를 하고 앉아있는 김승엽이 눈에 들어왔다.“…”아찔한 상상을 자극하는 장면이었다.“뭘 봐? 또 이렇게 자꾸 초인종을 누르면 그땐 주택 칩입죄로 신고해 버릴꺼야. 그러니까 빨리 썩 꺼져.”우해민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호통을 치더니 문을 콱 닫으려고 했다.하지만 상대방은 손으로 문을 닫지 못하게 꽉 막았다.“도련님, 대표님께서 말씀하셨어요. 무슨 일이 있든지 먼저 집에 가서 천천히 얘기하자고 하셨습니다. 지금 이렇게 피하셔도 평생 피하고 사실 수는 없잖아요.”“평생 피하고 살면 안된다고 누가 그래?”우해문은 턱을 치켜들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하지만 잠시 생각해보니 이 말은 잘못을 인정하는 것 같았는지 바로 말을 바꾸었다.“누가 이 사람이 평생 회피할 거라고 했
그녀는 김승엽에게 몸을 한껏 기댔다. 그녀는 한 손으로 문을 받치고 다른 한 손으로 김승엽의 어깨를 잡고 다정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뭘 무서워하는 거야?”“뭐가 무섭다고 그래? 하… 하나도 무섭지 않아.”김승엽은 입술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그는 마음속으로 조금 두려웠지만 그래도 자신을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주눅이 들었다는 걸 티내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무서우면 무섭다고 해도 돼. 부끄러울 게 뭐가 있어? 하지만 너한텐 내가 있으니까 전혀 무서워할 필요 없어.”우해민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한껏 과장된 말투와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눈빛… 지난번에 만났던 우해민과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정확히 말하자면 예전의 부드럽고 얌전했던 우해민과는 전혀 달랐다. 그는 갑자기 확 달라진 우해민을 보고 잠시 어리둥절해 했다. 그러다가 이내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아래 위로 훑어보았다. “너 정말 우해민 맞아? 아니면…”아니면 우해민인 척 하는 다른 사람인 건지…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분위기가 이렇게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단 말인가? 이런 김승엽의 말에 우해민의 얼굴은 금세 굳어졌다.“뭐라고? 다시 말해봐.”“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헛소리야, 헛소리.”그녀의 호통에 깜짝 놀란 김승엽은 서둘러 말을 바꾸고 손사래를 치며 해명했다. 조금 전 그 순간, 그녀는 정말 우해영과 똑같아서 김승엽은 깜짝 놀랐었다.그의 깜짝 놀라하는 모습을 보고 우해민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김승엽을 놀래키려는 것이 아니라 조금 전 그의 말은 정말로 그녀를 화나게 했었다.김승엽은 분명히 그녀를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와 우해영을 충분히 구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왜 지금은 자신을 자기 언니라고 의심하는 건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언니랑 내가 어디가 그렇게 닮았다고 그래? 분명 하나도 닮지 않았구만.’“나를 자세히 잘 봐. 내가 우리 언니랑 어디가 그렇게 닮았어? 잘 봐. 내가 누군지.”그녀의 목소리는 한껏 부드러워지고 눈빛도 평온해졌다.단호한 말투에 부
김승엽의 말에 우해민은 화를 내지도 않고 오히려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뭔 큰 일이 있는 줄 알았는데 별거 아니네? 난 다 괜찮아. 네 마음속에 내가 있다면 말이야. 나한테 미안해할 것 전혀 없어.”우해민은 이렇게 말하면서 그의 품에 폭 기댔다.엄청난 미인이 자신의 품에 안겼지만, 김승엽은 하나도 두근거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김서진이 자신을 찾아올까 봐 걱정이 가득했다. 스스로 자기 집을 불태운다면 그건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김서진이 그의 손에 있던 자산을 전부 몰수한다면, 김승엽이 태운 건 그의 자산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우해민은 김승엽의 마음이 딴 데로 있는 것 같은 느낌에 기분이 언짢았지만 조금 전 그가 했던 말이 문득 궁금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근데 아까 왜 감옥에 갈지도 모른다고 한 거야? 불법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그게…”김승엽은 건조해진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모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어제 우리 집을 불태웠거든.”“집을 불태웠다고?”그의 말에 깜짝 놀란 우해민은 고개를 들고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김승엽을 빤히 쳐다봤다.“왜 집을 불태운 거야? 혹시… 본가를 불태운 건 아니지?”“아니.”김승엽은 한숨을 푹 쉬었다.그는 우해민을 부축하고 나란히 소파에 붙어앉아 어제의 일을 그녀에게 전부 털어놓았다.“난 우리 어머니가 우리 모자 관계를 한 번만 더 생각해주셨으면 다시 옛날로 돌아갈 수 있는 여지가 있었을 텐데… 저렇게까지 매정하게 구실 줄은 전혀 몰랐어. 그래서 화가 나서 그만… 충동적이었어.”그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손바닥에 얼굴을 깊이 파묻었다. 그러면 마치 귀찮은 일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하지만 우해민은 그의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녀가 관심하는 건 오직 하나밖에 없었다.“왜 또 거길 가려는 거야? 여기 싫어? 내가 어디 가지말고 내 옆에 있으라고 했잖아. 왜? 설마 나 몰래 도망치려는 거야?”
“왜? 못 믿겠어? 못 믿겠으면 지금 당장 나랑 같이 우리 집에 가자.”말을 마치고, 우해민은 그의 팔을 끌어당겨 자리에서 일으켰다.“잠… 잠깐만.”김승엽은 우해민의 손목을 잡아당기며 서둘러 그녀를 말렸다.“왜? 나를 그렇게 못 믿겠어? ”우해민은 화가 났다.“옷은 갈아입고 가야지.”김승엽은 두 사람의 몸을 번갈아 가리키며 말했다.현재 이 상태로 어떻게 밖을 나갈 수 있단 말인가?잠시 후, 김승엽은 우해민을 따라 우씨 가문 별장으로 갔다. 가는 길 내내 그는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그는 우씨 가문 별장에 와본적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매번 올때마다 우해영이 그를 안으로 들여보내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비굴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우씨 가문 전용 차에 앉아, 옆에는 우씨 가문 자녀를 앉힌 채 우씨 가문 별장으로 가고 있다.잠시 후, 그는 우해민을 따라 별장 안으로 당당하게 들어갔다. 그가 안으로 들어가자 고용인이 그들의 외투를 받아주었다.우씨 가문 별장 한가운데 서 있는 그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거 같았다. 사실 이 별장은 김승엽 가문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발 디딜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만족했다.“해민아, 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지?”김승엽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듯 두 눈을 비볐다.그러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우해민에게 다가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네 언니는…”“우리 언니?”그러자 우해민은 헛웃음을 지으며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이제부터 언니는 더 이상 내 삶을 제한할 수 없어. 언니가 앞으로 살아갈 나날은 내가 예전에 살던 날들, 아니. 아마 그것보다 더 나빠질 거니까.”“하지만, 해영 씨 무술은…”김승엽은 생각만 해도 아찔해났다. 우해영의 무술 실력은 말할 것도 없었다. 김승엽과 우해민 두 사람. 아니, 스무 명이 한 번에 덤빈다고 해도 우해영은 손쉽게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하하, 무술…”아무리 무술 실력이 뛰어난다고 해도 독극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