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은 담담하게 소리냈다."없어!"그녀는 힐끗 눈을 돌렸다."넌 키스한 적 있어?"명원의 준수한 얼굴에는 다소 방탕하고 하찮은 표정이 드러났다."물론이지, 그것도 여러 번!"미연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다."그럼 경험이 많겠네.""당연하지!" 명원은 반쯤 취한 눈을 뜨며 말했다."내가 가르쳐줄까? 이 몸 한 번 희생하지."미연은 고개를 돌려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일어나서 그의 앞에 가서 앉아 팔을 소파에 걸치고, 도발적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래!"명원은 술을 한 모금 머금고 있었고 새빨간 입술은 반짝이며 눈빛은 점점 곧아지고 있는 가운데 술기운이 점점 솟아올라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진짜로?"미연은 몸을 숙여 지척에 있는 거리에서 가벼운 목소리로 몰했다."못하겠어?""말도 안 돼는 소리!"명원은 소녀의 요염하고 도도한 얼굴을 주시하면서 군침을 삼키더니 손을 들어 그녀의 옷을 잡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명원은 술을 마셔서 입술은 갈수록 빨개졌고 이빨은 하얘졌으며 말도 안될 정도로 잘생겼다. 그의 길고 촘촘한 속눈썹은 마치 여자애와도 같았고 줄곧 떨고 있었다.미연은 눈썹을 약간 찌푸리더니 그의 어깨를 잡고 그를 소파로 눌렀고 오히려 그보다 훨씬 냉정했다.명원은 갑자기 온몸이 팽팽해지더니 주도권은 거의 미연에게 빼앗겨 눈도 감히 뜨지 못하고 호흡이 거칠어질 정도로 긴장했다.약 1분 뒤, 미연은 뒤로 물러섰고 차분하게 손을 들어 입술을 오므리고 비웃었다."많은 여자랑 키스했다고? 경험이 풍부해?"명원은 소파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원래 입술만 빨걔진 그는 지금 얼굴까지 서서히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부끄러운 안색은 미연의 말에 다소 화가 났다. 그는 갑자기 폭발하여 다시 달려들더니 미연에게 키스하려 했다.그는 방금 확실히 너무 긴장했기 때문에 허점을 드러냈는데, 이때 그는 승부욕만 남았고, 아무렇게나 힘껏 미연에게 키스하며 그녀가 방금 자신을 비웃은 것에 대해 복수했다.두 사람은 승
……월요일에 소희는 작업실로 돌아가 윤미와 함께 일을 처리하고 오후에야 촬영팀에 갔다.정남은 그녀를 보고 매우 기뻐하며 그녀에게 요 며칠의 일을 분배한 후 흥분하여 그녀에게 초콜릿 한 상자를 건네주었다."점심때 그 설정원 도련님이 또 왔는데, 초콜릿을 아주 많이 샀어. 내가 특별히 너에게 남겨준 거야!"정원은 이연을 기쁘게 하기 위해 늘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사서 여기로 오는데, 그야말로 이연의 체면을 충분히 세워줬다.소희는 완곡하게 거절했다."고맙지만 필요 없어요. 내 남자친구는 내가 단 음식을 너무 많이 먹지 못하게 하거든요."정남은 멈칫하다 곧 소희가 사실 자신에게 남자친구가 있다고 알려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약간 서운해하며 어색하게 웃었다."너 남자친구 있었구나? 학교 동창이야?""아니요!" 소희는 담담하게 웃으며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나 이틀 동안 오지 않았으니 먼저 일하러 갈게요!""응!" 정남은 얼른 대답하고 소희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녀가 남자친구 있는 것에 대해 의외를 느끼며 또 정상적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소희는 이렇게 예쁘게 생겼으니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추구할 것이다.오후 4시, 은서가 와서 그녀를 불렀다."소희 씨!"소희는 의자에 앉아 고개를 들었는데, 은서가 예쁘게 꾸민 모습으로 온화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것을 보며 마치 토요일의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 있어요?""오늘 내 촬영이 다 끝나서 일찍 가도 되거든요. 우리 어디 가서 얘기 좀 해요."은서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소희는 이 날이 조만간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좋아요!"은서는 손목시계를 한 번 보았다."나 먼저 화장 지우고 옷 갈아입으러 갈게요. 30분 후에 같이 가요. 내가 소희 씨 대신해서 주 감독님에게 휴가 낼 게요.""네." 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따 봐요!" 은서는 마치 친한 친구처럼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소희는 제작
은서는 소희를 보는 눈빛이 깊어졌는데, 때로는 이 여자애가 너무 차분해서 이 나이와 경력에 맞지 않다고 느꼈다."소희 씨는 모를 거예요. 사실 구택은 이미 결혼한 사람이에요."소희는 은서가 예상한대로 놀라지 않고 오히려 차분하게 말했다."알아요!"은서는 멈칫하더니 마음은 말할 수 없이 아팠고 그저 헛웃음을 지었다."그는 이것까지 모두 소희 씨에게 말했어요?"그녀는 잠시 멈추다 가볍게 흥얼거렸다. "그럼 그가 왜 결혼했는지 알아요?"소희는 그녀를 보면서 오히려 호기심이 좀 생겼다. 설마 소씨네 집안과 협의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었단 말인가?"왜죠?"은서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난 5살 때 구택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시원, 명원 그들과는 함께 자랐다고 할 수 있죠. 내가 대학에 다닐 때 이미 구택과 서로 좋아했지만 줄곧 마음을 밝히지 못했어요. 당시 나는 아직 너무 어렸고 또 이런 애매함과 구택의 보호받는 느낌에 빠져들었거든요. 4년전, 내가 대학을 졸업하는 그날, 구택은 갑자기 나에게 청혼했어요.”소희는 멍해졌다. 구택이 은서에게 청혼한 적이 있다고?은서는 눈빛이 반짝이더니 부드러우며 또 약간의 후회를 품고 있었다."그러나 나는 당시 충분히 놀지 못했고 또 출국해서 연예계에 진출하여 발전하려 했기에 구택을 거절했어요.구택은 매우 슬퍼서 홧김에 다른 여자와 결혼했을 거예요!나는 그가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거든요. 그녀와 결혼하는 것은 단지 날 질투하게 만들기 위해서이고 그는 곧 강성을 떠나 꼬박 3년 동안 돌아오지 않았죠!"소희는 눈빛이 어두워졌다. 원래 구택은 출국하기 전에 이런 경력이 있었다니. 그가 그녀와 결혼한 것은 단지 은서를 질투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단 말인가?"시원이 말을 들으니, 내가 돌아온 후, 구택은 이미 그의 아내와 이혼했대요. 그럼 그가 바로 나 때문에 그런 거 아니겠어요!"은서는 멈추더니 안타까운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았다."난 구택이 줄곧 이 일로 나를 미워하고 있다
말이 끝나자 그녀는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고, 머리도 돌리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계산은 내가 이미 했으니, 좀 더 앉아있다 가요!"*소희는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걸어갔고 밖에는 이미 비가 내리고 있었다. 다방의 웨이터는 우산을 쓰고 은서를 차에 태웠다. 그녀는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얼굴에 정서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차에 오른 후 곧 떠났다.4년 전?그럼 그때가 바로 그녀가 구택과 결혼할 때였다. 원래 그때 그는 다른 여자에게 청혼할 계획이었다.애석하게도 그는 거절을 당했고 그녀의 손아귀에 떨어졌다.그는 정말 은서에게 상처를 받아 그녀와 결혼하는 것에 동의했을까?핸드폰이 갑자기 울리자 소희는 한 번 확인하더니 전화를 받았다.구택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일 끝냈어요? 비가 오니까 내가 데리러 갈게요."소희는 "응" 하고 대답한 뒤 말해싿."주소 보내줄게요."“촬영장에 있는 거 아니에요?”"아니요, 나와서 처리할 일이 좀 있어서요.""응, 그럼 주소 보내줘요."......구택이 도착했을 때, 멀리서 다방 문 앞에 우산을 쓴 소녀가 서 있는 것을 보았는데, 몸에 있는 베이지색 외투는 자신이 아침에 그녀에게 골라준 것이었다.소녀는 우산을 쓰고 가방을 든 채 바닥에 고인 물을 밟고 있었다.소녀는 무심결에 고개를 돌렸고, 정교하고 깔끔한 이목구비가 검은색 큰 우산 아래에서 드러났다. 그의 차를 본 소희는 곧 몸을 돌려 다방으로 들어가 우산을 다방의 웨이터에게 건네주고는 그의 차를 향해 달려왔다.차가 멈추자 구택은 우산을 쓰고 차에서 내렸다. 그는 긴 다리를 아주 빨리 움직이며 몇 걸음만에 그녀의 앞에 도착해서 그녀를 감싸고 차 뒷좌석에 앉혔다.명우가 운전하고 있었고, 구택은 소희와 함께 뒤에 앉아 그녀의 손을 잡고 물었다."추워요?"소희는 고개를 저었다."안 추워요.""다방 안에서 기다리지 그랬어요?" 구택은 티슈로 그녀의 이마에 있는 물방울을 부드럽게 닦아주었다.차가 움직이자 비는 주르륵 내리며 유리를 씻으면서
구택은 잠시 침묵하다 담담하게 말했다."우리는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랐는데, 그녀는 자주 우리 집에 놀러 갔어요. 우리 어머니는 늘 그녀를 며느리로 삼겠다고 농담했고요. 나도 그런 말을 많이 들어서 당연히 그녀와 결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우리 두 사람 사이에는 명확한 고백이 없었고 후에 우리 아버지는 나에게 소씨네 딸과 결혼하라고 하셔서 그게 매우 싫은 나는 마침 은서가 대학을 졸업해서 그녀에게 청혼했어요.나는 당시 만약 내가 은서와 결혼한다면 우리 아버지는 더는 소씨네 딸과 결혼하라고 강요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하지만 그녀는 거절했고요!나도 당연히 그녀를 원망하지 않았어요. 결국 그때 나도 매우 충동적이었으니까요."소희가 눈알을 굴렸다.‘그랬구나!’그는 소씨네 집안과의 혼사가 싫어서 은서에게 청혼한 것이지, 은서에게 거절당한 후에 화가 나서 그녀와 결혼한 것이 아니었다.듣자니 별 차이가 없겠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면 양자의 차이는 여전히 매우 컸다.소희는 그제야 위안감을 느꼈다.구택은 소희이 말하지 않는 것을 보고 다소 긴장하여 그녀의 턱을 쥐고 그녀가 머리를 들게 강요했다."그 청혼은 정말 일시적인 충동이고 이미 지나간 일이에요.”그는 심지어 그때 은서가 거절한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후에 그는 소희를 만났고, 그녀는 진정으로 그를 설레게 하는 사람이었기에 그는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소희는 그의 손을 잡고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응, 난 구택 씨 믿어요."구택은 뜨겁고 맑은 눈빛으로 그녀의 얼굴을 받치고 고개를 숙여 키스했다.소희는 곁눈질로 명우를 살피고 있었는데, 그가 그냥 앞을 보며 열심히 운전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러나 소희는 여전히 좀 뻘쭘해서 남자를 밀치려 했고, 이때 그가 한쪽에 놓은 휴대전화가 울렸다. 그녀는 이 틈을 타서 얼른 뒤로 물러섰다."전화 왔어요!"그러나 구택은 여전히 그녀의 얼굴을 받치고 자신의 이마를 그녀에게 대며 낮게 숨을 쉬며 잠긴 목소리로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구택은 팔을 뻗어 그녀를 품에 안고 그녀의 이마에 키스했다."우리 자기는 왜 이렇게 좋을까요?""내가 안 좋으면, 구택 씨가 어떻게 날 좋아하겠어요?" 소희는 미간을 치켜세웠다.구택은 웃으며 부드럽게 말했다."난 오히려 자기가 이렇게 안 착했으면 좋겠거든요. 그래야 자기를 좀 덜 좋아할 테니까요. 지금은 내가 생각해도 나 자신이 귀신에 홀린 거 같단 말이에요."남자의 갑작스러운 고백은 그녀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소희는 그의 어깨에 엎드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임구택 씨, 이런 말들은 돌아가서 우리 둘만 있을 때만 말해요.»구택은 낮게 웃으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명우는 자동으로 투명인간 될 수 있으니까 그냥 그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명우 씨 여자친구 있어요?”"아니요, 그는 매일 우리 두 사람 이러는 거 많이 봐서 사랑에 지겹대요."소희는 그의 품에 엎드려 입술을 깨물고 낮게 웃었다.당황한 명우, "..."그는 줄곧 안 들리는 척 했지만 사실 다 들리는데, 그의 존엄을 좀 지켜줄 순 없는 것일까?명우는 먼저 소희를 어정으로 데려다 준 후에야 구택을 은서가 만나자는 카페로 데리고 갔다.아일랜드 카페, 4년전의 그 룸. 구택이 들어온 후, 은서는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남자가 맞은편에 앉고서야 은서는 고개를 돌려 부드러운 소리로 웃었다."4년만에 왔는데 여긴 여전히 그대로군. 창밖의 그 인공호수 좀 봐, 그냥 정자가 하나 더 생겼을 뿐이잖아."구택은 담담하게 말했다."무슨 일로 나 찾은 거야?"은서는 남자를 보고 입가에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난 또 네가 소희 씨 데리고 와서 그녀의 면전에서 나와 선 그을 줄 알았는데."구택의 긴 눈동자는 깊고 희미했다."그럴 필요 없거든!"은서는 눈썹을 찌푸렸다."꼭 이런 식으로 나올 거야? 예전에 우리는 안 이랬잖아.""은서야,""구택아!" 은서는 구택의 말을 끊고 한순간 눈에서 눈물이 솟아올랐다."나 후회했어! 솔직히 너를 거절한
은서는 마음이 단번에 가라앉았고 머릿속은 새하얘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눈빛에는 마침내 약간의 당황을 드러냈다."구택아, 나에게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네가 먼저 나에게 청혼했고, 나로 하여금 너를 사랑하게 만들었는데, 내가 그렇게 오랫동안 널 사랑했는데, 이제 와서 오히려 나에게 네가 이미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말하다니!"구택은 얇은 입술을 굳게 오므렸다."미안해, 감정이야 원래 통제할 수 없는 거잖아!"4년 전 은서에게 거절당한 후, 그는 더 이상 남녀의 일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 몇 년 동안 외국에 있는 그는 매우 바빴고 너무 바빠서 그는 자신이 이미 결혼한 아내가 있는 사람이란 것조차 잊어버렸다.귀국한 후, 그도 자신이 마음을 움직일 줄은 몰랐는데, 이제야 그는 은서에 대한 감정과 소희에 대한 감정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진정으로 알게 되었다.은서는 고개를 돌려 눈물이 흘러도 닦지 않고 그대로 앉아 있었다.잠깐의 침묵 후, 은서는 다소 평온해진 듯 고개를 돌려 물었다."소희 씨는 유민이의 과외샘이잖아, 어머님은 너희 두 사람의 일 아셔?""아직 모르셔. 소희는 공개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고, 나도 그녀가 졸업한 후에 우리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은서는 눈물을 머금고 냉소했다."너희 부모님이 동의할 것 같니?"구택은 말투가 담담했지만 무척 단호했다."이건 나 자신의 일이니 다른 사람이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나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순 없어."은서는 콧방귀를 귀었다."그래, 넌 항상 그랬지. 그때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군대에 간 것까지 보면 아무도 네 결정을 좌지우지할 순 없었지."구택은 자신이 이미 충분히 설명한 것 같아 의자에 걸친 외투를 들었다."소희 씨는 아직 나 기다리고 있으니까 먼저 돌아갈게!"은서는 슬픈 눈빛으로 말했다."구택아, 난 소희 씨보다 못한 게 뭐지? 단지 내가 몇 달 늦게 돌아왔기 때문이야? 만약 우리가 공평하게 경쟁한다면, 넌 누구를 선택할 건데?""네가 안
......구택은 어정으로 돌아간 후 소희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녀가 청아와 함께 있다는 것을 알고 바로 30층으로 갔다.시원도 거기에 있었는데, 구택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는 담담하게 눈썹을 찌푸렸다."이런 날씨에 뜻밖에도 소희 씨 혼자 돌아오게 하다니, 무릎 꿇고 잘못 빌 준비나 해!”구택이 비웃었다."청아 씨 없을 때 네가 이렇게 부지런히 오는 거 보지 못했는데, 청아 씨가 오니까 자주 보는 것 같군. 무슨 뜻이지?"시원은 눈살을 찌푸렸다."농담 그만해. 오해 사면 수습하기 어렵잖아!"구택은 미소를 지었다."네가 먼저 시작했어!""임 대표님, 임구택 님, 내가 잘못했어, 됐지?두 사람이 말하고 있을 때 소희는 주방에서 나왔는데, 구택을 보고 눈빛이 밝아졌다."돌아왔어요!""응, 뭐 만들고 있어요? 내가 도와줄게요!" 구택은 양복 외투를 벗고 소매를 걷고 주방으로 갔다."아니에요, 거의 다 됐으닊 손 씻고 밥 먹을 준비해요!" 소희는 해맑게 웃으며 몸을 돌려 다시 주방으로 돌아갔다.시원이 다가와 구택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탄식했다."한 사람을 좋아하면 정말 눈빛조차 다르다는 거 발견했어."구택은 마음속으로 기뻤지만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어디가 다른데?”"소희 씨가 너 볼 때 말이야, 눈에 아주 빛이 나잖아!"시원이 비유했다.구택은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며 약간의 득의를 가지고 담담하게 웃었다."네 여자도 눈에 빛이 날 걸. 특히 네가 그녀들에게 한정판 가방을 선물할 때."시원은 웃었다."아주 내 마음을 쿡쿡 찌르는군!"두 사람이 소파에 앉자 구택은 손을 뻗어 차를 따르며 담담하게 말했다."나 오늘 구은서와 분명하게 말했어!”시원은 한숨을 쉬었다."그녀도 이해할 거야. 과정은 비록 견디기 어렵지만, 견뎌내면 괜찮아질 테니까. 누가 누구를 평생 좋아할 수 있겠는가!""음." 구택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친구인 이상 나도 그녀가 고집 부리고 집착하는 거 원하지 않아."시원은 구택에게 눈짓을
방 안이 삽시간에 조용해졌고, 서인도 고개를 들어 임유진을 바라보았다. 유진은 눈처럼 맑고 투명한 얼굴로 휴대전화를 꺼내 녹음 파일을 찾아 재생했다.녹음 속에서는 두 사람의 대화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처음에는 안주설의 목소리가 먼저 나왔다.“쥐구멍이 없어도 쥐는 나타나요. 쥐는 정말 어디든 들어올 수 있어요. 창문으로 기어들었을 수도 있고요.”“난 쥐가 제일 무서워요. 전에 내가 살던 원룸에도 한 번 쥐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어디서 들어온 건지 도통 모르겠더라고요.”“강성에서 월세 살고 있나 봐요?”“음, 그렇죠!”...녹음이 계속 이어지다, 주설의 목소리가 확연히 낮아졌다.“유진 씨랑 서인 사장님, 토니네 일에서 손 떼면 안 될까요?”유진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뭐요?”“내가 400만 원 줄게요. 그러니까 서인 사장님 설득해서 여기서 떠나게 해 줘요.제발, 네?”“왜 그래요? 무슨 일인데요?”“묻지 말고, 그냥 네가 서 사장님을 설득해서 돌아가게 해 줘요. 우린 모두 토니 가족을 위하는 마음이 같잖아요. 그러니까 제발, 그냥 손 떼고 돌아가 줘요.”...유진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설마 주설 씨였어요?”“뭐가요?”“주설 씨, 이 민박집이 철거되길 바라고 있네요. 보상금 받아서 해성에 집 사려는 거죠?”“그게 유진 씨랑 무슨 상관이죠? 왜 우리 집 문제에 왜 당신이 끼어드는데요? 지나치게 참견하는 거 아닌가요?”“보상금 받아서 집 사면, 토니 씨 부모님은 어떻게 하라고요? 여기가 토니 씨 부모님들이 가진 전부예요.”“집이 무너지면, 부모님을 해성으로 모셔 갈 거예요?”“당신이 상관할 일 아니잖아요! 본인이 집 못 사니까 우리도 못 사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질투하는 거죠? 솔직히?”녹음은 거기서 끝났다. 유진은 녹음이 끝난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충격에 빠진 주설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웃었다.“누가 이 집을 철거시키려 했는지, 누가 보상금을 노렸는지, 누가 우리를 여기서 쫓아내려 했는지 이제 다들 알겠죠?”모든
윤석경은 손에 청경채를 들고 뛰어나오며 소리쳤다.“박민란 씨! 또 무슨 일이죠?”박민란은 서인과 임유진을 발견하자 더욱 흥분한 얼굴로 외쳤다.“당신들 가족 전부 나오라고 해요! 안토니도 불러요! 오늘은 꼭 이 비열한 배신자를 색출해야겠어요!”그 말에 윤석경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배신자라니, 무슨 소리예요?”곧 가족들이 모두 1층 거실에 모였다. 그리고 박민란은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자, 직접 보세요!”유진의 시선이 사진에 닿자마자 눈이 커졌다. 사진 속에는 서인과 유진이 있었다. 일요일, 호텔에서 네 사람이 함께 식사할 때 찍힌 사진이었다. 사진 속에서 오석준이 서인에게 차 한 상자를 건네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이에 박민란은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자, 똑똑히 보세요! 다들 잘 보라고요!”본래도 목소리가 컸던 그녀는, 화까지 난 상태라 더욱 격렬하게 소리를 질렀다. 거기다 입을 열 때마다 침까지 튀었다. “이 두 사람이 호텔 측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당신네 집을 팔아넘겼어요! 그런데도 당신들은 이들을 손님처럼 대접하고 있다니, 제정신이에요?”토니 가족은 사진을 보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토니도 호텔에서 공사 담당자를 찾아갔던 적이 있었기에, 사진 속 인물을 바로 알아보았다.유진은 억울하고 화가 치밀었고, 바로 박민란을 향해 따져 물었다.“이 사진 어디서 난 거죠? 누가 보낸 거예요?”박민란은 비웃으며 말했다.“그건 당신이랑 상관없어요! 아무튼 당신들 얼른 떠나요! 우리 일에 끼어들지 말고요!”토니 가족들은 사진을 들고 자세히 들여다보았고, 유진은 단호하게 설명했다.“사장님이 친구를 통해 호텔 공사 담당자를 만났고, 그 사람이 여기를 철거하지 않기로 약속했어요.”“그날 저녁에 그 사람과 식사한 것도 그 자리에서 설명해 드렸잖아요? 그리고 저 가방 안에는 차가 들어 있어요.”“지금도 차 안에 있으니까 가져와서 보여드릴게요!”토니는 사진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자, 임유진은 주변을 살피며 혹시라도 쥐구멍이 있는지 찾기 시작했고, 안주설은 창가에 기대어 웃으며 말했다.“쥐구멍이 없어도 쥐는 나타날 거예요. 쥐는 정말 어디든 들어올 수 있거든요. 창문을 통해서 들어왔을 수도 있어요.”그러자 유진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난 쥐가 제일 무서워요. 전에 내가 살던 원룸에도 한 번 쥐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어디서 들어온 건지 도통 모르겠더라고요.”주설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강성에서 월세로 살고 있나 봐요?”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음, 그렇죠!”주설은 조심스레 떠보듯 물었다.“그러면 나중에 사장님이랑 결혼하면 집을 살 테니까 더 이상 월세 살 일은 없겠네요? 사장님은 꽤 돈이 많아 보이던데요.”유진은 한숨을 쉬었다.“사장님이요? 무슨 돈이 많아요? 차 한 대 그나마 좀 값나가는 거지, 그거 팔아도 강성에서 집 사긴 어림도 없어요. 강성 집값 엄청 비싸요.”주설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전 집 없이는 절대 결혼 안 할 거예요. 자기 집이 있어야 마음 편하잖아요.”“저도 그렇게 생각해요!”유진은 적극적으로 동의하며 물었다.“두 사람은 언제 결혼할 거예요?”그러자 주설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연말쯤이요. 우리 둘 다 직장도 안정적이고, 하반기부터 결혼 준비를 시작하려고 해요.”“그럼 집은 샀어요?”유진은 궁금한 눈빛으로 묻자 주설은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거의 다 됐어요. 지금 집을 알아보는 중이에요.”“좋겠네요! 해성 집값도 강성이랑 비슷하게 비싸던데, 정말 대단하네요. 나랑 사장님은 언제쯤 자기 집을 가질 수 있으려나?”유진이 부러워하는 듯한 말투를 쓰자, 주설의 얼굴에는 은근한 우월감이 스쳤다.“열심히 일하면 언젠간 생길 거예요!”유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툴툴거렸다.“월급 모아서 집 사려면 늙어야 가능할걸요? 하늘에서 갑자기 돈 보따리라도 떨어지면 좋겠네요!”주설은 그녀의 말을 듣고 눈빛이 스치듯 어두워졌고 살짝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유진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안토니의 부모님은 점심을 준비하러 갔고, 안주설은 안토니를 방으로 끌고 가서 상처에 약을 발라주었다.임유진은 서인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당에 나서자, 유진이 생각에 잠긴 듯 말을 꺼냈다.“내 생각엔, 토니 가족 중에 뭔가 이상한 사람이 있어요.”서인은 눈을 살짝 들며 유진을 바라보았다.“무슨 뜻이지?”유진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어제 우리가 떠날 때, 토니가 우리한테 언제 돌아가냐고 물었잖아요? 그때 사장님이 바로 강성으로 간다고 했죠.”그러나 돌아가는 과정에 산길에 교통사고가 발생해 도로가 막히는 바람에, 한 시간 정도 지체되었고 시내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밤이 되어 떠나지 못했다.“하지만 토니 가족은 우리가 이미 떠난 줄 알았겠죠.”서인은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우리가 떠난 줄 알고 철거팀이 몰래 들이닥친 거라는 거군.”유진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너무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미심쩍잖아요.”서인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토니일 리는 없어.”며칠간 함께 지내며 그를 지켜본 결과, 토니는 형과 마찬가지로 솔직하고 올곧은 성격이었다.무엇보다 부모님께 극진한 효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겉으로만 도와주는 척하면서 뒤로는 배신하는 짓을 할 리가 없었다.유진은 눈을 반짝이며 장난스럽게 물었다.“오늘 우리 여기서 자는 거죠?”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야 할 것 같아.”지금 상황으로 보면, 철거팀은 무슨 짓이든 할 가능성이 컸다. 만약 토니 가족 중 누군가가 정보를 흘린 거라면, 오늘 밤 서인과 유진이 없는 틈을 타 다시 올지도 모른다.그러자 유진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그럼 난 2층에 올라가서 전에 묵었던 방에 아직도 쥐가 있는지 봐야겠어요.”서인은 눈썹을 살짝 올렸고, 유진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2층으로 올라가려던 찰나에, 유진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을 보니 임구택이었다. 유진은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오
안토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서인 형! 호텔 철거팀이 또 왔어요! 이번엔 포크레인까지 끌고 와서 우리 집을 당장 부수겠다고 해요!][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죠? 분명 철거하지 않기로 합의한 거 아니었어요? 우린 어떤 계약서에도 서명한 적 없고, 동의한 적도 없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나오는 거죠?]서인의 얼굴이 굳어졌고, 눈빛은 차갑게 변했다.“지금 바로 갈 테니까 철거 인부들을 최대한 막아봐. 하지만 네 안전이 최우선이야. 가족들도 꼭 보호해야 해!”[네!]토니는 급히 대답했다.[일단 어떻게든 붙잡아 볼게요!]“반드시 조심해!”전화를 끊고 나서야 임유진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서인은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하자, 유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어제 확실히 협의 끝난 거 아니었어요? 혹시 아래 직원들이 전달을 못 받은 거 아닐까요?”서인은 차 시동을 걸면서 오석준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그러나 신호가 길게 가더니 결국 연결되지 않았다.이에 곧바로 이한우에게 전화하자, 한우도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바로 형님한테 전화해 볼게. 안 받으면 직접 찾아갈게!]전화를 끊자마자 서인은 급히 차를 몰아 토니의 집으로 향했다. 차의 속도를 올려 빠르게 도착했을 때, 그곳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포크레인 한 대가 집 앞에 서 있었고, 토니의 아버지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그를 억지로 일으키려 하고 있었고, 토니와 다른 두 사람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윤석경은 철거 인부들에게 울며 애원했지만, 한 명이 그녀를 밀쳐버렸고, 이내 윤석경은 중심을 잃고 벽에 부딪칠 뻔했다.그 순간, 서인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앞으로 나섰다. 토니의 아버지를 붙잡고 있던 사람 중 하나를 단숨에 발로 걷어찼다. 그리고 막 아버지를 부축하려던 순간, 유진이 소리쳤다.“조심해요!”서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재빠르게 몸을 틀어 뒤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상대의 손목을 잡아 꺾었다.
유진은 한눈에 서인의 잠든 모습을 훑어보았다. 거칠고 자유분방한 그의 잠든 모습조차도 심장을 뛰게 했다. 정말 사랑에 빠지면 상대가 제일 멋있어 보인다는 말이 딱 맞는 순간이었다.유진은 침대로 올라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리고 옆에 있는 자신의 최고 미남을 바라보며 말했다.“사장님, 나 이야기 듣고 싶어요!”서인은 살짝 눈꺼풀을 들어 유진을 곁눈질하며 말했다.“내 229명의 여자친구 이야기라도 들려줄까?”그 말에 유진은 눈을 부릅떴다.“말할 용기가 있으면, 난 들을 용기도 있어요!”“좋아.”서인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앉으며 회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첫 번째 여자는 나랑.”그러자 유진은 휙 하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머리까지 덮어버렸다. 서인은 마치 타조처럼 몸을 숨기는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내 서인은 손을 들어 조용히 불을 껐다.다음 날, 서인은 유진과 함께 흥성 주변의 명소를 둘러보았다. 유진은 하루 종일 신나게 놀았고,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월요일전과 같은 찻집에서 서인은 한우와 오전 10시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두 사람은 미리 10분 전에 도착해 기다렸다.서인은 유진에게 말차 케이크를 하나 주문해 주었고, 그녀는 속으로 조금 설렜다.‘지난번에 내가 이걸 좋아한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구나.’정확히 10시가 되자, 한우와 그가 부른 사람이 도착했다. 한우는 두 사람에게 소개를 건넸다.호텔 프로젝트의 공사 책임자는 오석준, 마흔이 갓 넘은 나이에 머리 위가 약간 벗겨졌고, 몸집이 풍채가 있었다. 늘어지는 듯한 눈꺼풀 사이로 날카롭고 계산적인 눈빛이 스쳤다.일행이 자리를 잡고 앉자, 한우가 오늘 만남의 목적을 간단히 설명했고, 서인도 안토니 가족의 상황을 차분히 이야기했다.한우는 이야기를 들은 뒤, 바로 전화를 걸어 토니 가족의 집이 있는 정확한 위치를 확인했다.그 후,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원래 안토니 씨 댁은 철거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어요.”“하지만 서인 사장님이 직접 나를 찾아왔
유진은 맑은 눈으로 서인을 바라보다가, 이내 애잔한 눈빛으로 변하며 말했다.“내가 멍청하고, 잘 몰라서 이렇게 남아서 당신과 함께 세상을 보고 배우려는 거잖아요. 내가 함부로 아무거나 따거나 건드리지 않을게요.”“약속할게요, 그래도 안 될까요?”서인은 유진의 애처로운 표정을 보며 결국 마음이 약해졌다.“그럼 네 일은 어떻게 할 건데?”“휴가 내야죠. 마침 프로젝트 하나 끝낸 참인데, 여진구 선배가 며칠 쉬라고 했어요.”유진은 덧붙였다.“걱정 안 해도 돼요. 저 그런 무책임한 사람 아니에요. 일에 지장 주지 않을 거예요.”서인은 잠시 고민했는데, 유진을 혼자 차 타고 돌아가게 하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그러면 이틀 동안 나랑 같이 다니되, 혼자 돌아다니지는 마.”이에 유진은 환하게 웃었다.“걱정하지 마세요. 하루 24시간 내내 사장님이랑 붙어 있고 싶을 정도니까요.”서인은 할 말을 잃었고, 순간 유진이 일부러 자신을 흔드는 게 아닐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사랑스러운 말이 너무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그러나 유진의 맑은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어쩌면 자신이 너무 깊이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두 사람은 마당에서 바람을 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유진은 의자에 편하게 몸을 묻고 앉아 서인에게 물었다.“이한우 씨한테서 연락이 왔어요?”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호텔 공사 담당자와 연락이 닿았어. 월요일에 만나서 이야기할 거야.”유진은 손으로 턱을 괴며 말했다. “그 사람이 안토니 씨 집을 허물지 않겠다고 동의하면 문제는 해결된 거네요.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것 같아요.”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길 바랄 뿐이지.”유진은 미소를 지었다.“동의하지 않을 거면 굳이 만나려 하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걱정하지 마세요.”서인은 문득 유진에게 물었다.“회사에서는 무슨 일 해?”그러자 유진의 눈빛이 반짝였다.“드디어 내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네요?”서인은 입을 꾹 다물고 약간 어색한 기색을 보이며 시선을 피했다.“그
그 말에 서인은 코웃음을 치며 믿지 않는다는 듯이 옷장을 열어 옷을 꺼냈다. 그러면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나가 있어.”임유진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났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문을 열었다.“내가 훔쳐볼 것도 아니잖아요. 그 정도로 경솔하지 않아요. 보면 당당하게 보죠!”유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문을 밀어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서인은 유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유진,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서인은 서둘러 샤워를 끝내고, 나와서 밖을 내다보았으나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이내 서인의 표정이 굳어졌고, 그는 곧장 발걸음을 옮기며 유진을 불렀다.“임유진!”그러나 대답이 없었다. 수영장 주변은 조용했고, 희미한 조명 아래로 물결만이 은은하게 일렁이고 있었다.검은색 철제 울타리 너머로 다른 객실의 정원이 보였지만, 어디에도 유진은 없었다. 서인의 목소리가 낮아졌고, 이번에는 조금 더 강한 어조로 유진의 이름을 불렀다.“임유진!”그때, 화악 물살을 가르며, 유진이 수면 위로 튀어나왔다. 촉촉한 얼굴에는 물방울이 반짝였고, 커다란 눈동자가 더욱 맑게 빛났다. 유진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눈앞에 있는 서인을 바라보았다.잔물결이 유진의 주변에서 별빛처럼 흩어졌다. 그녀는 마치 물에서 갓 피어난 연꽃처럼 수면 위에 떠 있었다.서인은 순간적으로 말이 막혔고, 유진은 그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수영하며 천천히 다가왔다.그리곤 눈앞에서 손가락을 살랑살랑 흔들며 말했다.“왜 그래요? 놀랐어요?”서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렸다. 유진은 웃으며 수영장에서 나와 그를 따라가려 했지만, 나오자마자 재채기했다.그러자 서인은 한숨을 쉬고, 방으로 들어가 수건을 꺼내고는, 곧장 유진에게 다가가 수건을 둘러주며 나지막이 말했다.“옷 입은 채로 물에 들어가? 유진, 너 혹시 뇌를 물에 빠뜨린 거 아니야?”유진은 수건을 감싸 안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내가 옷을 안 입고
유진은 고개를 돌려 안주설과 안토니를 힐끗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사장님, 힘들지 않아요? 내려줄까요?”서인은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두 시간은 거뜬해.”그 말에 유진은 깔깔 웃었다. 그녀는 그의 어깨에 몸을 더욱 기대고, 탄탄한 팔뚝을 베개 삼아 살짝 눈을 감았다.따뜻한 햇살과 산속의 상쾌한 공기, 그리고 서인이 주는 안정감. 이 순간만큼은 그 어떤 불안도 없었다.유진의 몸은 가볍고 부드러웠고, 땀방울이 살짝 맺힌 피부는 촉촉하고 서늘했다. 그리고 은은한 향이 서인의 코끝을 간질였다. 서인은 잠시 숨을 멈추었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걸음을 뗐다.그러나 그때, 유진이 몸을 조금 더 밀착시키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사장님, 정말 나를 좋아하지 않아요?”갑작스러운 말에 서인의 발걸음이 순간 멈췄다. 유진의 숨결이 서인의 목을 스쳤고, 목소리는 부드럽고도 깊었다.그러나 서인은 단호하게 말했다.“안 좋아해.”유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고, 그녀는 가만히 한숨을 내쉬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래도 좋아요. 사장님이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안 좋아하면, 난 그걸로 괜찮아요.”유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인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빛은 어두웠고,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일렁이고 있었다.“그만 말해.”유진은 입술을 꼭 다물었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서인은 다시 묵묵히 걸었다.마침내 정상에 도착했을 때, 유진과 서인은 산 정상의 너른 바위 위에 앉아 경치를 바라보았다.잠시 후, 토니와 주설도 간신히 정상에 도착했다. 둘은 이미 땀범벅이었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반면, 서인과 유진은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토니는 헉헉대며 엄지를 치켜세웠다.“서인 형, 진짜 대단해요!”주설은 다소 무안한 표정으로 억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산할 때는 토니와 주설이 더욱 느리게 걸었고, 결국 민박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어 있었다.토니의 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