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은 눈빛이 어두워졌지만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남자친구 있어요?”소희는 잠시 침묵했지만 고개를 저었다.중일은 어깨를 으쓱거렸다."그럼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군요!”그는 농담을 하며 조금도 화를 내지 않았다.“그런 거 아니에요!" 소희는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래요.”“알겠어요!" 중일은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잘생기고 우아한 얼굴로 말했다."그럼 소희 씨, 여기에 좀 더 있을 순 없을까요? 지금 나가면 우리 할머니가 분명 잔소리를 할 거예요. 내가 여자아이와 이야기를 나눌 줄 몰라서 몇 분 만에 소희 씨를 화나게 만들었다고 말이에요.”소희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여기서 같이 책 좀 봐요.”마침 그녀는 유림의 친구들과도 아무런 공통 화제가 없었으니 여기에 잠시 앉아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고마워요!"중일은 감격에 겨워 대답했다.소희는 책꽂이에서 책 한 권을 찾아 중일의 맞은편에 앉았다.가늘고 긴 마호가니 탁자 가운데는 옅은 노란색의 구름무늬의 탁상보가 깔려 있었고 두 사람은 각각 한쪽에 앉아 조용히 책을 보고 있었다.옆의 긴 창문은 무척 얇은 흰색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고, 시원한 여름 바람은 열린 창문으로 불어 들어오며 커튼은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정원에는 누군가가 왔다 갔다 하며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소희는 페이지를 넘기면서 집중을 하지 못했고 눈빛은 자꾸 창문 아래를 바라보았다. 마치 누군가가 거기에 서서 그녀를 향해 소리치는 것 같았다."자기야, 뛰어내려요!”중일은 책을 보다 고개를 들어 소희를 바라보며 웃었다."우리 지금 강성대의 도서관에 있는 거 같지 않아요?”소희는 정신 차렸다."네?“우리가 이렇게 마주 보며 책을 보고 있으니까 강성대 도서관에 있는 학생 같지 않아요?" 중일은 다시 한번 반복하면서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온아하게 웃었다."갑자기 대학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들어요. 그때 우리 숙소의 사람들은 나 빼고 모두 여자친
구택은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가며 웃는 듯 마는 듯 했다. 그가 보기엔?정숙은 계속해서 말했다."아무튼 난 소희 씨가 너무 좋은걸요.”구택은 회색 셔츠를 입은 채 한 손은 바지 주머니에 넣고 무척 존귀해 보이는 모습으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이건 소희 씨의 의견을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정숙이 말했다."물론이죠. 난 이미 그들더러 서재에서 얘기 나누라고 안배했어요. 두 사람 지금 안에서 거의 한 시간 동안 있었으니 별문제가 없는 것 같네요."구택은 안색이 약간 어두워졌지만 티 나지 않게 테이블 위의 케이크 장식을 힐끗 보았다."이건 케이크 위에 놓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어머, 내가 깜빡했네, 얼른 가져가야지!" 정숙은 그 장식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정숙이 나가자 구택은 2층 서재를 힐끗 보더니 위로 올라갔다.서재 밖에 도착했을 때 그는 문을 두드리지 않고 바로 문을 밀고 들어갔고 잘생긴 얼굴은 무척 차가운 빛을 띠고 있었다.중일은 책을 보다 한 문장을 어떻게 번역해야 작가의 뜻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지 몰라 일어나서 소희에게 물었다. 그는 몸을 살짝 숙인 채 겸손한 표정으로 소희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그러나 구택이 볼 때, 중일은 소희의 의자에 손을 얹어 자신의 몸으로 그녀를 감싸고 있는 것 같았다.서재의 문은 소리 없이 열렸고 두 사람은 또 진지하게 말하고 있었으니 그들은 사람이 들어왔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구택은 눈빛이 점점 차가워지며 손을 들어 문을 두드리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실례했군요!”중일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둘째 삼촌!”소희도 남자를 바라보았고 눈을 마주치자 그녀는 재빨리 눈을 떼고 시선을 떨구었다.구택은 소희가 가슴이 찔렸다고 생각했다. 그는 화가 났지만 얼굴에는 아무런 정서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그저 중일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긴 다리를 내디디며 서재로 들어왔다.중일은 소희와 방금 전의 화제를 계속했다."이건 줄곧 논란이 있는 거 아닌가요?”소희는 마음
소희는 책을 접으며 책꽂이에 다시 끼어놓고는 몸을 돌려 가려 했다.“거기 서요!" 구택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소희는 그곳에 멈췄지만 몸을 돌리지 않고 구택이 말하기를 기다렸다.구택은 다가가서 서재 문을 닫고 소희를 담담하게 바라보았다."나한테 할 말 없어요?”소희의 작은 얼굴은 침착했고 그녀는 입술을 오므리고 말을 하지 않았다.구택은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연애하고 싶은 거예요? 근데 왜 나한테 말 안 했어요?”소희는 차가운 눈빛으로 단호하게 말했다."우리 사이에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구택은 안색이 갑자기 가라앉으며 화가 치밀어 올랐다. 분명히 그녀의 잘못인데. 그녀가 먼저 거짓말을 하고 그를 속였는데!요 며칠, 그는 줄곧 그녀의 해명을 기다리고 있었고 심지어 그녀가 조금이라도 양보해도 그는 지금처럼 이렇게 화가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에게 눈곱만큼도 미안해하지 않았고 그의 면전에서 다른 남자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담소를 나누었다.그가 죽은 줄 아나 보지?구택은 눈빛이 차가워지며 안색은 음침해졌고 얇은 입술을 꼭 오므렸다. 모든 통제력은 그녀의 앞에서 무너졌다."나와 몇 달이나 잤는데, 지금은 중일과 연애하고 싶은 거예요? 당신은 나와 중일의 관계를 아는 거예요? 당신은 누구와 자든 상관없겠지만, 난 징그럽다고요!”소희는 눈빛이 떨리더니 안색은 새하얗게 변했다. 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마음속에서 솟구치는 억울함을 억누르고 고개를 숙이며 남자를 피해서 나가고 싶었다.구택은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소희의 손을 덥석 잡았다."병원에 있는 그 남자는 누구죠? 내가 직접 알아볼까요?”소희의 고운 얼굴은 새하얬고 눈빛은 매서웠다."임구택 씨, 당신은 나를 조사할 권리가 없어요! 당신이 말한 바와 같이, 우리는 아무런 관계도 없으니 침대를 벗어나면 서로의 생활이 어떻든 모두 상대방과 무관한 일이에요. 당신 곁에 어떤 여자가 있는지 나는 묻지 않았으니 당신도 내가 어떤 사람과 만나는지에 대해 신경 좀 꺼줘요. 그
임지언이 말했다."구택은 몸이 좀 불편해서 우리 먼저 케이크 먹어요. 이따가 제가 가볼게요.”유민과 구택의 사이는 무척 좋아서 그가 오지 않은 것을 보고 유민은 다소 불쾌해하며 무뚝뚝하게 소원을 빈 다음 케이크를 자르기 시작했다.그는 초콜릿이 많이 든 케이크를 소희에게 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초콜릿은 특별히 샘한테 남겨 주는 거야.”소희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고마워, 생일 축하해!”소희는 벤치에 가서 앉아 천천히 케이크를 먹었다. 잔디밭에서는 어떤 사람이 떠들며 케이크를 유민의 몸에 바르고 있었고 점차 유림 그들도 이 게임에 합류했다.유독 소희만 끼어들지 않고 열심히 케이크를 먹고 있었다.정숙은 소희가 옆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중일에게 눈짓을 하며 가보라고 했다.중일은 케이크를 들고 그녀의 옆에 앉아 담담하게 웃었다."단 음식 좋아하나 봐요? 내 것도 먹어요!”소희는 이미 자신의 접시에 있는 케이크를 다 먹었고 그의 말에 케이크를 받으며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고마워요!중일의 눈빛은 한결 부드러워졌다."언제부터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네요. 이렇게 진귀한 케이크를 먹지 않고 오히려 던지고 놀다니. 정말 낭비군요!”소희는 입안의 케이크를 삼키며 담담하게 말했다."굶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래요!”중일은 웃으며 말했다."소희 씨는 굶어본 적 있어요?”소희는 눈을 떨구며 담담하게 말했다."많이요.”중일은 다소 의외를 느끼며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녀가 정말 케이크를 좋아하는 거 같아 웃으며 말했다."내가 또 썰어줄게요!”소희는 고개를 들어 평온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고마워요, 나도 이제 배불러요!”중일은 그녀가 진지하게 배부르다고 말하는 모습에 가슴이 설레며 저도 모르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밥도 아직 먹지 않았는데, 벌써 배가 부르면 어떻게요?”소희는 접시를 테이블 위에 놓았다."미안해요, 나 먼저 갈게요!”그녀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유민을 찾아 그에게 인사를 했다.유민은 얼굴에 케이크다
오후 9시, 케이슬 8층.시원, 백림 그들은 모두 오늘이 유민의 생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구택이 집에서 유민과 같이 놀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룸에 들어간 후 구택이 혼자 소파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탁자 위에는 이미 빈 병이 있었고 남자의 아름다운 얼굴은 평소와 같이 담담했으며 눈빛은 그윽해서 어떤 이상한 점도 보이지 않았다.시원 등은 유민에게 줄 생일 선물을 테이블 위에 놓았고, 구택은 손을 들어 모두들에게 술을 따라주었다."내가 유민이 대신해서 고맙다고 말할게.”사람들은 한바탕 웃고 떠들다 시원은 그들더러 놀러 가라고 한 뒤 자신은 구택과 함께 술을 마셨다."오늘 네 집에는 모두 손님인데 집에서 유민이랑 있어주지 않고 이곳에 와서 혼술 마셔?”구택은 천천히 술을 마시며 담담하게 말했다."사람이 너무 많으면 짜증이 나서. 그래서 나왔어.”시원은 헤헤 웃었다. 한 쌍의 눈은 마치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것 같았다."소희 씨와 관련 있지?”구택은 시원을 힐끗 보고는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을 하지 않았다.“두 사람 도대체 왜 그래, 나한테 말해봐. 네가 혼자 속으로 끙끙 앓는 것보다 나한테 말해서 내가 대신 해결해 주는 게 더 낫지."시원이 웃으며 물었다.구택은 술잔을 들고 한 모금 크게 마시며 소희가 자신한테 운성으로 돌아갔다고 거짓말해가며 병원에서 한 남자를 돌보는 일을 간단하게 말했다.“그 남자는 그녀와 무슨 관계지?"시원이 물었다.구택은 나지막이 말했다."모르겠어, 나도 관심 없고!”사실 그는 병원에서 들은 그 잡담들을 믿지 않았고 소희가 그와 함께 있을 때 다른 남자와 썸을 타는 것을 믿지 않았다.그러나 그녀는 그 남자를 위해 그를 속인 것은 사실이었다.그렇다면 그 남자는 그녀의 마음속에 있어 자신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게 아닌가.그는 그 남자를 조사하지 않았고 마치 마음속으로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일부러 사실을 숨겼고 심지어 자신더러 그 남자의 모습을 보
며칠 뒤, 구택은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 2층을 지날 때 정숙이 베란다에서 전화하는 것을 들었다."최근에 소희와 연락은 했어?”“바쁘다는 핑계 대지 마!”“너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이상 좀 서둘러. 혼자 좋다고 생각하지만 말고. 너 자꾸 이렇게 꾸물대면 다른 사람이 소희 채갈지도 몰라!”정숙은 전화를 끊고 몸을 돌리자 구택이 계단에서 올라오는 것을 보고 부드럽게 인사를 했다."아까 어머님께서 도련님이 돌아오셨냐고 여쭤보셨는데.”구택은 새까만 눈동자로 담담하게 웃었다."형수님 요즘 바쁘지 않으신 가봐요? 중매인도 하시고.”정숙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었다."우리 엄마가 그날 소희를 보고 그녀에 대한 인상이 아주 좋았어요. 지금처럼 이렇게 듬직한 소녀가 적어졌다고 하시면서 줄곧 나더러 중일에게 전화를 해서 신경 좀 쓰라고 재촉하셨어요. 중일은 어릴 때 엄마가 돌아가셨으니 고모인 내가 좀 많이 도와줘야죠,"구택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3층으로 갔다.샤워를 마친 남자는 베란다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 별장 구역은 시내처럼 밤에 여전히 번화하고 떠들썩하지 않았고 이때 완전히 조용해졌다.몽롱한 달빛, 시원한 밤바람, 그리고 한 덩어리의 등불이 나무 그림자에 뒤덮여있어 마치 불꽃놀이가 드문 대지에 흩어져 있는 것 같았다.그는 이미 며칠 동안이나 소희를 보지 못했고 생활과 일도 점차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왔다. 밤에는 가끔 그런 충동을 느꼈지만 샤워를 하고 나면 또 평온해졌다.다만 수면 질량이 점차 나빠지고 있었다. 예전엔 그냥 잠들기가 힘들었지만 지금은 아예 불면증으로 변했다.불면증도 두려울 게 없었다. 그는 괴로워하지 않았고 또 낮에 일할 때 그에게 영향을 주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천성적으로 그렇게 많은 수면이 필요 없다고 누군가가 말한 적이 있었다. 아마 그가 바로 그런 사람일지도 모른다. ……이날 점심, 소희는 중일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자신에게 저녁에 시간이 있냐고, 같이 영화를 보러 가자고 물었다.소희는 완곡하게 거
중일은 약간 실망했지만 태도는 여전히 진지했다."괜찮아요, 전에도 이런 일 있었어요. 시간이 지나면 할머니 그들도 우리가 잘 안 맞는다는 거 알고 그러려니 할 거예요.”그는 케이크를 소희에게 건넸다."어차피 가져왔으니 그냥 가져가서 먹어요. 동료들과 야식으로 먹어도 좋죠.”소희는 받지 않았다.“가져요 그냥, 우린 사귀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그냥 친구잖아요! 케이크일 뿐, 나도 디저트를 좋아하지 않아서 소희 씨가 안 받으면 나도 버릴 수밖에 없어요."중일은 아예 소희의 손을 잡고 케이크를 그녀의 손에 넣어줬다."얼른 출근하러 가요. 나도 갈게요.”소희는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고마워요, 할머니께 고맙다고 전해주고요!”시원과 구택은 차에서 내려 케이슬로 들어갔다. 시원은 힐끗 보더니 고개를 돌려 웃으며 말했다."저기 그 사람 소희 씨 맞지?”구택은 바로 고개를 돌려 소희와 중일이 길가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중일은 케이크를 소희의 손에 넣어주며 부드럽게 웃으면서 그녀와 얘기하고 있었다.남자의 잘생긴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고 곧 고개를 돌려 천천히 케이슬 대문으로 걸어갔다.시원은 구택의 안색을 힐끗 살피며 그가 정말 개의치 않는 건지 아니면 그러는 척하는 건지 의혹해하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와 함께 들어갔다.소희는 들어가서 엘리베이터가 지하 1층에서 올라오기를 기다렸고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심명의 그 준수하고 사악한 얼굴이 앞에 나타났다. 그는 서프라이즈를 느끼며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우리 자기야!”네댓 명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들의 시선은 단번에 소희에게 떨어졌고, 그녀가 케이슬 종업원의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고, 그들은 사색에 잠기거나 거들떠보지도 않거나 또는 부러워했다…….소희는 안색이 가라앉으며 즉시 몸을 돌려 다른 엘리베이터를 타려 했지만 심명은 얼른 그녀의 손목을 잡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잡아당겼다."빨리 들어와요. 다른 사람들 타는 거 방해하지 말고.”많은 사람들이 엘리베이터
소희는 표정이 차가웠다."앞으로 나한테서 좀 떨어져요, 승낙하면 풀어줄게요!”“싫어요!" 심명은 코웃음치며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사람 때려요, 여봐라, 여기 지금 사람 때리고 있어요!”그는 매력 있는 얼굴에 개인 맞춤형 양복을 입은 채 한 종업원에 의해 손이 꺾이며 사람 때린다고 소리치고 있었다.지나가던 사람들은 모두 놀라며 그들을 바라보았지만 아무도 감히 접근하지 못했다.소희는 고운 미간에 분노를 띠고 있었고 심명의 허리를 잡고 바로 그를 들어 올리며 던져버리려고 했다.심명은 놀라서 큰 소리로 외쳤다."자기야, 설마 진짜로 나 죽이려는 건 아니겠죠!”옆에 있던 종업원 몇 명도 놀라며 누군가가 소리쳤다."빨리 가서 미선 언니를 불러!”소희는 심호흡하며 자신에게 참을 인 자 셋이면 살인도 피한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고는 바로 심명을 어깨에 메고 재빨리 휴게실로 들어갔다.“소희야, 지금 뭐 하려는 거야?" 종업원이 쫓아와서 물었다.심명은 소희의 어깨에 엎드려 그 종업원을 노려보았다."우리 지금 사랑싸움하는 거 안 보며? 꺼져!”그 종업원은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다가 얼굴이 붉었다 하얬다 했다.뒤에 있던 종업원도 쫓아오며 입안이 벙벙했다."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소희가 지금 심명 도련님을 어깨에 메고 있는 거야? 힘이 왜 그렇게 세지?”소희는 심명을 메고 휴게실로 들어갔는데 안에는 마침 사람이 없었다. 그녀는 바로 문을 닫았고 심명을 소파에 힘껏 던졌다.심명은 놀라면서도 눈빛은 무척 흥분했다."자기야, 일단 문부터 잠가요!”소희는 그를 노려보며 정말 그를 한바탕 호되게 때리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8층.방금 소희를 만난 남자는 8809호 룸에 들어간 뒤 여러 사람들하고 인사를 하고는 시원에게 물었다."소희 씨 요즘 왜 8층에 없는 거야?”시원은 구택을 힐끗 쳐다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6층으로 전근됐어!”남자는 문득 깨달으며 다시 성난 말투로 말했다."심명 그 망할 자식, 내가 방금 올라왔을
부신명은 고영해의 표정을 보며 더 화가 치밀었다.“그럼 당신, 이미 알고 있었던 건가?”고영해는 급히 해명했다.“그렇게 일찍 안 건 아니에요. 최근 이틀 사이에야 겨우 소식을 들었고, 오늘도 최이석한테 전화했는데, 그 사람은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어요.”“인정할 리가 있나?”부신명은 분노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인정하면 지금까지 받아 챙긴 돈 다 토해내야 하니까.”그는 냉랭한 눈빛으로 고영해를 쏘아봤다.“회사가 최이석한테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들였는지 알아요? 당신은 자신만만하게 꼭 이 프로젝트 따내겠다고 장담했잖아요. 그런데 지금 이게 뭐죠?”부신명은 탁자 위를 세게 내리쳤다.“내일 당장 짐 싸서 나가요!”고영해는 면박을 당해 얼굴이 파랗게 질리며 입술을 깨물었고, 속으로는 온통 최이석에 대한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이 지경까지 만든 게 다 최이석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같이 망하자.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다음 날구씨그룹 인사부와 이사회 일부 고문들의 이메일에는 한 통의 실명 고발장이 도착했다.유지그룹 영업팀 본부장 고영해가 보낸 것으로, 그는 최이석이 먼저 뇌물을 요구하며 협상을 조건으로 걸었다고 고발했다. 그리고 그 안에는 거액의 이체 기록과 녹취 증거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이에 모두가 이 고발장을 받고 충격에 빠졌다.구은정은 증거의 진위를 조사하게 했고, 확인을 마친 뒤 회의석상에서 서성 앞으로 서류를 던지듯 내밀며 차갑게 말했다.“조사해 보니 더 충격이네요. 유지그룹 건만이 아니에요. 최이석이 맡은 프로젝트는 전부 사익을 취했어요.”“이 사람, 당신이 데리고 온 인물이죠? 어떻게 처리하실 건가요?”서성은 눈앞에 놓인 자료들을 보며 얼굴이 일그러졌다.“정말 최이석이 이렇게 대담할 줄은 몰랐어요!”그는 고개를 들고 은정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회사는 최이석을 해고해야 해요. 저는 절대 감싸거나 묵인하지 않을 거예요!”“해고요?”은정은 냉소적인 표정을 지었다.“이미 법무팀에 고소 진
앞에 서 있던 남자는 임유진과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있었고, 유진이 멀어지자 그제야 몸을 돌렸다. 그런 그의 얼굴에는 불쾌한 기색이 스쳤다.구씨그룹과의 계약은 여전히 체결되지 않은 상태였다. 최이석은 최근 구은정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으니 더욱 조심해야 한다며, 여러 단계를 더 거쳐서 확실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었다.사실 잘 알고 있었다. 최이석이 더 많은 이익을 챙기려는 속셈이라는 걸. 하지만 그는 이미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양보를 한 상태였다. 더는 물러설 수 없었다.양쪽은 암묵적으로 팽팽하게 대치 중이었고 이석의 약점을 쥐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전혀 서두르지 않았다.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이석이 몰래 여씨그룹과 접촉해 유지그룹과 여씨그룹 사이를 오가며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누가 더 많은 돈을 주느냐에 따라 결국 그쪽과 손을 잡을 셈이었다.고영해는 분노로 치를 떨었다. 자신이 최이석에게 준 돈이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당장이라도 전화를 걸어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충동적으로 나설 수 없었다.눈동자를 굴리던 그는 일부러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 4층 버튼이 눌린 걸 확인했다.그 순간, 예약해둔 고객의 전화가 울렸다.“왜 아직 안 오셨어요?”[곧 가요.]고영해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약속된 장소로 향했다.임유진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 도착했지만 내리지 않고 다시 1층 버튼을 눌렀다. 자리에 돌아온 그녀는 미안한 표정으로 구은정에게 말했다.“사람이 많아서 조금 기다렸어요.”음식은 이미 하나둘씩 나오고 있었고, 은정은 그녀에게 음식을 덜어주며 말했다.“일단 식사부터 하자.”요리는 꽤 괜찮았다. 재료는 신선했고, 요리사의 솜씨도 뛰어났지만 유진은 많이 먹지 않았다.레스토랑 내부는 품격 있고 세련되게 꾸며져 있었다. 천장에는 중식 스타일의 조각된 펜던트 조명이 달려 있어 분위기를 한층 살려주었고, 그 아래에서 구은정의 이목구비는 더욱 짙어 보였다.은정은 유진을
유진이 요즘 운동을 안 해서 걷고 싶다고 하자, 구은정은 차를 가져오지 않았다.임유진이 중식을 먹고 싶다고 말했고, 마침 한 블록 건너편에 중식 전문점이 있어 두 사람은 걸어서 향했다.하늘은 이미 어둑해졌고, 저녁 시간대라 거리는 번화했다. 네온사인은 반짝이고, 도로 위는 차량과 인파로 북적였다.식당이 거의 다 왔을 무렵, 유진은 길 건너편에서 이벤트 중인 디저트 가게를 발견했다.가게 앞에는 커다란 케이크 조명 간판이 환히 밝혀져 있었고, 예쁘고 유혹적인 분위기였다.유진은 발걸음을 멈추고 맞은편을 바라보며 물었다.“전에 삼촌이 주문해 줬던 타로 크림 롤, 여기 거예요? 맛 괜찮았어요.”은정은 곧장 눈치를 채며 말했다.“내가 다녀올게.”이에 유진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고마워요, 삼촌!”은정은 말없이 길을 건너 디저트 가게로 향했고, 유진은 그 자리에 서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5, 6분쯤 지났을까? 은정은 다시 시야에 들어왔다. 여러 명의 사람과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오는 중이었다.키 크고 잘생긴 그는, 냉철한 분위기와 독특한 존재감으로 복잡한 인파 속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그래서 사람들의 시선이 은정을 향해 자연스레 쏠렸다.번화하고 소란스러운 거리, 은정이 사람들 사이에서 걸어 나와, 손에 디저트를 들고 자신에게 곧장 다가오는 모습은 어딘지 낯익고 익숙했다.유진은 잠깐,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한 착각을 느꼈다. 유진의 앞으로 다가온 은정은 타로 롤케이크를 그녀에게 곧바로 건네지 않았다.“식당 가서 먹자.”그 말에 유진은 기분 좋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좋아요!”식당에 도착해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아 음식을 주문했고, 유진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여기 새로 생긴 식당인가 봐요.”“마음에 들면 자주 오자.”은정의 말에 유진은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이번 프로젝트 끝나면 나 집으로 돌아가야 해요. 할머니께 한 달만 따로 살겠다고 약속했거든요. 그 시간이 거의 다 됐고요.”은정은 순간 멍해졌고, 낮은 목소리로
정현준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가끔은 실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에요. 구씨그룹 나름대로 고려가 있겠죠.”그의 말은 겉도는 이야기뿐, 전혀 실질적인 조언은 없었다. 하지만 유진은 그런 현준의 말에서 불편한 기색 하나 없이 계속 의견을 나눴고, 두 사람은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때까지 꽤 길게 대화를 이어갔다.곽시양의 책상은 유진의 사무실 맞은편에 있어, 현준이 유진의 사무실에서 나오는 모습을 정면으로 볼 수 있었다.현준은 나올 때, 어딘지 모르게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시양은 직감했다. 현준은 틀림없이 유진에게 소혜를 추천하고 나왔을 것이다.소혜는 부서 신입 중에서도 능력과 학력이 가장 두드러졌고, 현준의 밀어주기가 더해진다면 부팀장 자리는 거의 따놓은 당상일 수 있었다.시양은 생각에 잠긴 듯 눈빛을 번득이며 조용히 자료를 정리했다.유진은 평소처럼 정시에 퇴근했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익명의 메시지를 하나 받았다.[팀장님, 보고드릴 게 하나 있어요. 구씨 그룹이 우리와 협력하지 않기로 한 건, 담당자인 최이석 부장이 유지그룹 쪽과 친분이 있어서예요.][이미 프로젝트는 유지그룹에 넘기기로 결정됐어요. 진소혜 씨는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팀장님께 알리지 않았고요.][팀장님이 실패하게 만들고, 직원들 앞에서 망신 주기 위해서요. 처음부터 이 프로젝트는 불가능한 걸 알면서도 팀장님에게 떠넘긴 거예요.][자기는 책임 피하고, 팀장님을 함정에 빠지게 했죠. 이 모든 게 그 사람의 계략이에요.]유진은 메시지를 다 읽고 나서 눈을 반짝이며 전화를 걸었고, 전화를 받은 쪽은 장난기 어린 여자 목소리였다.“삼촌, 나 부탁 하나만 해도 돼요?”전화를 끊은 유진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옷을 갈아입고는 옆집으로 향했다. 문은 닫히지 않고 반쯤 열려 있었고, 유진은 별다른 예고 없이 그대로 안으로 들어갔다.구은정은 서재에서 전화를 받는 듯했고, 유진은 소파에 앉아 애옹이를 쓰다듬으며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몇 분 후, 유진의 휴대폰에
정현준이 어색하게 분위기를 풀며 말했다.“소혜 씨는 원래 목표를 정하면 절대 물러서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그런 자세는 우리가 본받을 만하죠.”그는 임유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팀장님, 팀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팀장님도 부담스럽다면, 우리 영업팀 쪽이랑 다시 얘기해 볼까요? 그쪽도 이제 이 프로젝트 포기하고 싶어 할 수도 있으니까요.”유진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자료를 보고 있었다. 소혜의 도발 섞인 말투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감정 기복 없이 차분했다. 속마음이 전혀 드러나지 않아 오히려 상대가 당황할 정도였다.자료를 대략 훑고 나서야, 유진은 마음을 정리한 듯 고개를 들었다.“굳이 물어볼 필요 없어요. 소혜 씨의 기획서 봤는데 문제없더라고요. 이 프로젝트, 제가 직접 구씨그룹과 협의하죠.”소혜의 입가에 알 수 없는 웃음이 번졌다. 소혜는 구씨 그룹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부서와 이미 친분을 쌓아두었고, 사실 이 프로젝트는 이미 내부적으로 다른 회사와 협력하기로 내정된 상태라는 걸 알고 있었다.결코 우리 쪽으로 넘어올 일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유진이 이 프로젝트를 맡도록 유도한 것이었다. 그래야 결국 성과를 못 내고 망신을 당하게 되니까.계획이 잘 흘러가자, 소혜는 더욱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역시 팀장님답네요. 저도 열심히 도울게요. 이번 프로젝트 꼭 함께 성공시켜요.”유진은 차분히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그래요, 잘 부탁해요.”이후 이틀 동안, 유진은 구씨그룹 프로젝트 담당자에게 전화를 수차례 걸었다. 하지만 매번 비서가 전화를 받았고, 바쁘다는 이유로 면담은 번번이 거절당했다.유진 측에서 아무런 진전이 없자, 소혜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조만간 유진이 자진해서 포기할 거라고 믿었고, 그렇게 되면 팀 내에서의 리더십도 자연히 무너지게 될 것이라 확신했다.소혜의 생각은 단 하나였다. 유진은 능력으로 올라온 게 아니라, 인맥으로 자리를 꿰찼다는 걸 모두에게 증명해 보이겠다는 것. 그리고 유진을 꼭
“아니에요, 그냥 오해일 수도 있어요.”유진이 말했다.“만약 방연하가 아직 나를 좋아한다면, 내가 다시 한번 만나서 말할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너라고 직접 말할 거야.”구은정의 말에, 유진은 순간 멍해졌다. 눈가가 살짝 붉어졌고, 부드러운 얼굴은 더더욱 복숭앗빛으로 물들었다. 그러고는 중얼거리듯 말했다.“누가 말하래요?”그날 서로 솔직하게 얘기한 이후, 며칠 동안 두 사람의 분위기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웠다.그런데 은정이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좋아한다고 말해버리니, 오히려 어떻게 받아쳐야 할지 몰랐다.은정은 말했다.“솔직히 말해도 안 되는 거야?”유진은 표정을 다잡고, 진지하게 말했다.“나랑은 상관없어요. 연하 안 좋아하면 분명하게 말해요. 괜히 질질 끌지 말고요.”은정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가 그런 사람이야?”유진은 고개를 숙였다. 효성은 분명 오해하고 있었다. 이 일은 셋이 제대로 마주 앉아 솔직하게 풀어야 할 것 같았다.그때 은정은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집에도 안 들르고, 옷도 안 갈아입고 그냥 온 거야? 이거 물어보려고?”“그럼 뭐겠어요?”유진이 코웃음을 치자, 은정은 검은 눈동자를 고정시키며, 낮고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난 네가 날 보고 싶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유진의 가슴이 순간 철렁 내려앉았다. 얼굴은 점점 붉어졌고, 마치 연하처럼 화난 척하며 외쳤다.“아니, 삼촌 진짜 안 끝낼 거예요? 계속 이러면, 나 진짜 다시는 안 올 거예요!”은정은 입가를 살짝 풀며, 한발 물러나는 어조로 말했다.“알겠어. 최대한 자제할게.”유진은 그의 웃음소리에 더 정신이 어지러워졌다. 애옹이를 내려놓고 벌떡 일어나 말했다.“나 갈래요!”“수업은 안 해?”은정이 묻자, 유진은 어딘가 토라진 말투로 말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갔다.“안 해요!”은정은 유진을 배웅하며 문 앞까지 나갔다. 하지만 유진은 등을 돌린 채 문을 닫아버렸고, 단 한 번도 고개를 돌려보지 않았다.은정은 무의식적으로 혀끝으로 어금니
연하는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유진아, 너랑 효성이랑 둘이 쇼핑하러 가. 난 회사에 잠깐 다녀와야 해.”유진은 당황한 듯 물었다.“무슨 일 있어?”“상사가 방금 전화해서 오라고 하셨어.”연하가 말하자, 임유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래, 그럼 얼른 다녀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우리한테 연락해.”연하는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고, 그때 갑자기 장효성이 말을 받았다.“정말 가식적이야. 입만 열면 거짓말이 술술 나오네! 유진아, 그렇게 마음 쓰지 마. 쟤는 애초에 네 도움 필요 없어. 괜히 네 손으로 호랑이 새끼 키우지 마.”연하는 끝까지 참다가, 결국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효성을 노려보았다.“장효성, 너 너무 지나친 거 아니야?”오히려 효성은 침착하게 받아쳤다. “내가 틀린 말 했어? 난 네가 전화 받는 소리 못 들었거든.”연하의 얼굴빛이 굳어졌다. 애초에 임유진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조용히 넘어가려 했는데, 효성이 일부러 모르는 척하며 예의 하나 없이 공격해 온 것이다.유진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조용히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 있었던 거야? 둘 다 왜 이래?”그때 옆자리 손님들이 힐끔거리며 쳐다보는 것을 본 연하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여기서 싸울 자리는 아니잖아. 나중에 어디 조용한 데서 얘기하자.”“난 딱히 할 말 없어. 그냥 갈래.”효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들었고 떠나기 전 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유진아, 남의 남자 훔치는 거에 익숙해진 사람은, 친구 남자친구도 똑같이 건드려. 너도 조심해.”그 말을 끝으로 효성은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유진은 한동안 말이 없었고, 이내 연하를 바라보며 물었다.“효성이, 무슨 말이야?”유진은 효성이 말한 그 사람이 혹시 구은정을 말하는 게 아닐지 생각했다. 그러나 연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효성이가 괜히 오해한 거야. 난 네게 부끄러운 행동한 적 없어.유진아, 나 믿어?”유진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믿지.”“
두 사람이 막 자리에 앉았을 무렵, 연하가 도착했다. 유진에게 전화를 걸어 말하길, 자신은 주차할 곳을 찾는 중이니 먼저 메뉴를 고르라고 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장효성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유진아, 연하까지 부른 거야? 미리 말 좀 해주지.”유진은 웃으며 말했다.“단톡방에 말했는데? 못 봤어?”사실 그날 일 이후, 효성은 연하를 다시는 안 보겠다고 마음먹었고, 셋이 있는 단체 채팅방 알림도 꺼둔 상태였다. 예전에 유진이 왜 채팅방에서 말을 안 하느냐고 물었을 때도, 그냥 일이 바쁘다고 둘러댔을 뿐이었다.이에 효성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못 봤네, 정신이 없어서.”곧 연하가 들어왔고,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유진아, 효성아!”효성은 메뉴판을 보는 척하며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연하가 다가오는 순간, 옆자리에 자기 가방을 일부러 내려놓았다.연하는 그 행동을 눈치채고 잠시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유진의 옆자리에 앉았다.유진은 해맑게 웃으며 물었다.“길 막혔어?”“아니, 우리 대학 때 자주 가던 케이크 가게 들렀거든. 거기서 디저트 몇 개 샀어.”연하는 말하며 가방에서 디저트 상자를 꺼내 효성의 쪽으로 내밀었다.“효성이, 네가 제일 좋아하던 두리안 파이야.”연하의 화해 제스처는 분명했다. 하지만 효성은 고개조차 들지 않고, 냉담하게 말했다.“괜찮아. 요즘은 그런 냄새 나는 거 싫어해서.”연하의 얼굴빛이 살짝 굳어졌다. 그러나 유진은 아직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서 그저 웃으며 물었다.“예전엔 냄새나도 잘만 먹더니, 입맛 바뀐 거야?”효성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임유진을 보며 말했다.“그러게. 예전엔 냄새나는 것도 참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보기만 해도 역겨워.”탁. 연하는 파이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러나 입을 열면서는 또다시 화를 억누르고 부드럽게 말했다.“예전에 좋아했다는 건, 그만큼 취향이 맞았다는 뜻이지. 왜 그렇게까지 싫은 티를 내?”효성의 얼굴이
컵 안에는 짙은 갈색의 한약이 담겨 있었고, 향이 진하게 퍼졌다.연하는 소파 위에서 다리를 접고 앉아, 약을 작은 모금씩 천천히 마셨다. 진구는 옆에서 얇은 담요를 가져와 연하의 다리 위에 덮어주며 말했다.“아까 약 달이는 동안 검색해 봤는데, 여자들은 생리 중에 몸이 차가워지면 안 되고, 술 마시는 건 더더욱 안 된대. 너, 진짜 목숨 걸었구나?”연하는 창백한 얼굴로 웃어 보였다.“다음부터는 조심할게요.”약을 마신 덕분인지 한결 나아졌고, 정신도 조금 돌아온 연하는 장난스럽게 말했다.“선배, 의외로 따뜻한 남자였네요? 사실 유진이가 선배랑 사귀었어도 꽤 행복했을 것 같아.”진구는 코웃음을 쳤다.“이제야 알아봤어? 지금이라도 후회돼서 도와주고 싶은 거 아냐?”연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사람 마음이라는 게, 내가 유진이랑 아무리 친해도 대신 선택해 줄 순 없어요.”“알아.”진구는 소파에 앉으며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서, 나 이번에 유진이한테 고백할 생각이야.”그 말에 연하는 조금 놀랐다.“결심했어?”사실 진구는 그동안 줄곧 망설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유진이가 서인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어서 입도 못 뗐고, 나중에 서인을 잊은 후에는 자신에게도 기회가 올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유진이가 자신을 다시 좋아해 주길 바랐다.요즘 유진이와 구은정이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유진이는 다시 그 남자를 좋아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고백하지 않으면, 나중에 정말 후회하게 될 것 같았다.연하는 생각에 잠긴 듯, 조용히 약을 한 모금 더 마시고 물었다.“결과는 생각해 봤어요?”진구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대답하지 않았다. 유진이가 받아준다면야 좋겠지만, 거절당한다면 아마 친구 사이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었다.특히나 유진이가 지금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으니, 자신이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면 부담스러워서 사표라도 내는 건 아닐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