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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구택은 차를 든 동작을 멈칫하더니 고개를 반쯤 숙이고 얼굴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목소리는 거의 알아볼 수 없이 낮아졌다.

"그래요?"

노부인은 웃으며 말했다.

"우가네 사람들은 모두 연구 사업을 하잖아. 중일은 아주 우수하고 소희도 사람 됨됨이가 좋고. 가문을 제외하면, 두 사람도 아주 잘 어울리지."

구택은 눈을 떨구고 차를 마시며 입술을 오므리고 말을 하지 않았다.

노부인은 한바탕 말한 뒤 그제야 본론을 얘기했다.

"너보다 훨씬 어린 중일도 여자친구를 사귀려 하는데, 넌 언제 시간 좀 내서 결혼에 대해 생각할 거야?"

구택은 눈빛이 담담해지더니 농담으로 말했다.

"형수님은 그래도 자신의 가문을 먼저 생각하고 계시군요. 저와 중일은 모두 여자친구가 없는데 형수님은 괜찮은 사람 보면 먼저 중일을 생각했으니까요."

노부인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네 형수님이 어찌 감히 네 사적인 일에 관여하겠어. 네가 만약 중일처럼 말을 잘 듣는다면 진작에 결혼했어."

구택은 손을 들어 미간을 비볐고 떨군 눈동자 속에는 초조함이 들어 있었다.

"어젯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해서 먼저 위층으로 올라가서 잠시 쉴게요. 유민이가 물어보면 제가 이미 돌아왔다고 전해줘요. 전 그가 케이크 먹을 때 다시 내려올게요."

노부인은 관심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 씨는 어젯밤 2시가 됐는데도 네 방의 불이 켜져 있다더구나. 잠이 안 오는 거야 아니면 회사의 일로 바쁜 거야?"

"해외 쪽에 회의가 있어서요."

구택은 말하며 일어섰다.

"먼저 올라갈게요!"

노부인이 말했다.

"그래, 이따 내가 사람더러 너 부르라고 할게!"

구택은 가볍게 응답하고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3층 서재에 들어서자 구택은 안색이 어두워졌고 양복 외투를 벗고 곧장 긴 창문을 향했다.

창밖은 잔디밭을 마주하고 있었다. 잔디밭 한쪽은 유민의 친구가 있었고, 다른 한쪽은 유림이 초대한 동창들이었다.

소희는 파란색 운동 치마를 입고 있었고 가늘고 하얀 긴 다리를 드러내며 벤치에 앉아 유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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