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은 약간 실망했지만 태도는 여전히 진지했다."괜찮아요, 전에도 이런 일 있었어요. 시간이 지나면 할머니 그들도 우리가 잘 안 맞는다는 거 알고 그러려니 할 거예요.”그는 케이크를 소희에게 건넸다."어차피 가져왔으니 그냥 가져가서 먹어요. 동료들과 야식으로 먹어도 좋죠.”소희는 받지 않았다.“가져요 그냥, 우린 사귀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그냥 친구잖아요! 케이크일 뿐, 나도 디저트를 좋아하지 않아서 소희 씨가 안 받으면 나도 버릴 수밖에 없어요."중일은 아예 소희의 손을 잡고 케이크를 그녀의 손에 넣어줬다."얼른 출근하러 가요. 나도 갈게요.”소희는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고마워요, 할머니께 고맙다고 전해주고요!”시원과 구택은 차에서 내려 케이슬로 들어갔다. 시원은 힐끗 보더니 고개를 돌려 웃으며 말했다."저기 그 사람 소희 씨 맞지?”구택은 바로 고개를 돌려 소희와 중일이 길가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중일은 케이크를 소희의 손에 넣어주며 부드럽게 웃으면서 그녀와 얘기하고 있었다.남자의 잘생긴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고 곧 고개를 돌려 천천히 케이슬 대문으로 걸어갔다.시원은 구택의 안색을 힐끗 살피며 그가 정말 개의치 않는 건지 아니면 그러는 척하는 건지 의혹해하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와 함께 들어갔다.소희는 들어가서 엘리베이터가 지하 1층에서 올라오기를 기다렸고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심명의 그 준수하고 사악한 얼굴이 앞에 나타났다. 그는 서프라이즈를 느끼며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우리 자기야!”네댓 명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들의 시선은 단번에 소희에게 떨어졌고, 그녀가 케이슬 종업원의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고, 그들은 사색에 잠기거나 거들떠보지도 않거나 또는 부러워했다…….소희는 안색이 가라앉으며 즉시 몸을 돌려 다른 엘리베이터를 타려 했지만 심명은 얼른 그녀의 손목을 잡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잡아당겼다."빨리 들어와요. 다른 사람들 타는 거 방해하지 말고.”많은 사람들이 엘리베이터
소희는 표정이 차가웠다."앞으로 나한테서 좀 떨어져요, 승낙하면 풀어줄게요!”“싫어요!" 심명은 코웃음치며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사람 때려요, 여봐라, 여기 지금 사람 때리고 있어요!”그는 매력 있는 얼굴에 개인 맞춤형 양복을 입은 채 한 종업원에 의해 손이 꺾이며 사람 때린다고 소리치고 있었다.지나가던 사람들은 모두 놀라며 그들을 바라보았지만 아무도 감히 접근하지 못했다.소희는 고운 미간에 분노를 띠고 있었고 심명의 허리를 잡고 바로 그를 들어 올리며 던져버리려고 했다.심명은 놀라서 큰 소리로 외쳤다."자기야, 설마 진짜로 나 죽이려는 건 아니겠죠!”옆에 있던 종업원 몇 명도 놀라며 누군가가 소리쳤다."빨리 가서 미선 언니를 불러!”소희는 심호흡하며 자신에게 참을 인 자 셋이면 살인도 피한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고는 바로 심명을 어깨에 메고 재빨리 휴게실로 들어갔다.“소희야, 지금 뭐 하려는 거야?" 종업원이 쫓아와서 물었다.심명은 소희의 어깨에 엎드려 그 종업원을 노려보았다."우리 지금 사랑싸움하는 거 안 보며? 꺼져!”그 종업원은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다가 얼굴이 붉었다 하얬다 했다.뒤에 있던 종업원도 쫓아오며 입안이 벙벙했다."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소희가 지금 심명 도련님을 어깨에 메고 있는 거야? 힘이 왜 그렇게 세지?”소희는 심명을 메고 휴게실로 들어갔는데 안에는 마침 사람이 없었다. 그녀는 바로 문을 닫았고 심명을 소파에 힘껏 던졌다.심명은 놀라면서도 눈빛은 무척 흥분했다."자기야, 일단 문부터 잠가요!”소희는 그를 노려보며 정말 그를 한바탕 호되게 때리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8층.방금 소희를 만난 남자는 8809호 룸에 들어간 뒤 여러 사람들하고 인사를 하고는 시원에게 물었다."소희 씨 요즘 왜 8층에 없는 거야?”시원은 구택을 힐끗 쳐다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6층으로 전근됐어!”남자는 문득 깨달으며 다시 성난 말투로 말했다."심명 그 망할 자식, 내가 방금 올라왔을
구택은 멈칫하다 곧 고운 눈썹을 찌푸리며 눈빛이 차가워졌다.소희와 심명은 탁자 앞에 앉아 있었다. 소희는 펜을 들고 글을 쓰고 있었고 심명도 한 손에 책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펜을 들며 글을 쓰고 있었다. 옆에는 케이크가 놓여 있었고 그의 입가에도 크림이 좀 묻었다.심명은 핑크색 양복 외투를 의자에 걸쳤고 오직 옅은 회색 셔츠만 입고 있었다. 그는 손을 들어 입가를 닦았으며 매혹적이게 눈웃음 지으며 구택을 바라보았다."임 대표님은 내가 예상한 것보다 30분이나 늦었군요!”구택은 심명을 넘어 소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고 그저 차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소희의 냉정하고 무관심한 눈빛은 찬물처럼 그의 머리에 끼얹었다.화가 치밀어 올랐던 마음은 순식간에 차가워졌고 마치 다 타버린 초목처럼 푸른 연기가 한 줄기 뿜어져 나오며 바람에 흩어져 재만 남았다.그는 점점 평온을 되찾았고, 눈 밑은 고요하며 잔잔했다. 그는 담담하게 소희와 심명을 한 번 보더니 입을 열었다."이런, 내가 잘못 찾아왔군요. 두 분 하던 거 계속하죠!”말을 마치고 그는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시원은 밖에서 기다리다가 구택이 나오는 것을 보고 의미심장하게 그를 힐끗 쳐다보며 안색은 담담했다.백림은 구택이 이대로 가는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시원에게 물었다."택이 형하고 소희 씨 정말 헤어졌어?”시원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싸늘하게 웃었다."만약 소희 씨와 심명이 안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면, 구택이 저렇게 냉정할 수 있을 거 같아?”백림은 웃었다."그래도 이건 택이 형 답지가 않잖아!”시원은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이런 일은 그 자신만이 깨달을 수 있어.”백림은 그날 병원에서 본 일을 시원에게 알릴까 망설였지만 끝내 말하지 않았다.문이 다시 닫히자 소희의 안색은 약간 하얘졌고 맑디맑은 눈동자도 안개가 낀 것 같았다.심명은 놀라움을 느꼈고 고개를 돌려 소희를 바라보며 눈썹을 치켜세웠다."임구택과 헤어졌어요?”소희는 그를 무시하고 고개
심명은 케이크 한 입 먹다 체할 뻔했다. 그는 목이 멘 채로 고운 눈은 빨개졌다, 마치 병에 걸린 것처럼 연약하고 또 억울해 보였다.소희는 책을 보다가 핸드폰에 문자가 온 것을 보았고 확인해 보니 찬호가 보낸 문자였다.[소희 누나, 누나가 보낸 king 사인 잘 받았어요. 우리 누나도 봤는데 자꾸 소희 누나가 나한테 준 건 가짜라고 했어요.]소희가 대답했다. [괜찮아.][나는 그녀의 것이야말로 가짜라고 생각해요. 근데 우리 누나는 인스타에 올려서 자랑까지 했어요.]심명은 머리를 내밀었다."누구랑 얘기하는 거예요?”소희는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한 번 더 추가하고 싶어요?”심명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바로 꼿꼿하게 앉았다.소희는 찬호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핸드폰을 내려놓고 계속 책을 보았다. 두 사람은 그나마 화목했다. ......목요일 점심, 소희는 외출하려 할 때 소시연의 전화를 받았는데 그녀는 닥치는 대로 물었다."소희, 내 동생한테서 돈을 얼마나 뜯었어?”소희는 눈살을 찌푸렸다."뭐?”“가짜 king 사인으로 내 동생한테서 돈을 얼마 받았냐고?" 시연은 말투가 각박하고 차가웠다.소희는 안색이 담담해지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첫째, 사인은 진짜야. 둘째, 사인해 준 건 돈을 위해서가 아니야.”시연은 소희이 뭐라 하든 전혀 듣지 않고 냉소하며 욕설을 퍼부었다."네가 지금 소 씨네 집안으로 돌아오고 싶은데 우리 둘째 큰어머니와 큰아버지는 너를 전혀 인정하지 않아서 우리 찬호의 비위를 맞추려고 애쓰는 거 맞지? 내가 경고하는데, 너 다시 감히 찬호를 속이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가서 이를 거야. 너 앞으로 영원히 소 씨네 집안으로 들어올 수 없게 할 거라고!”소희가 말했다."내가 말했지, 사인은 진짜라고.”“넌 내가 진짜 king의 사인을 못 본 줄 알아?" 시연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소찬호도 바보라서 너한테 속아넘어간 거야!”소희는 손목시계를 한 번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한 시간 후 아일
그녀는 5분 앞당겨 도착해서 먼저 스도쿠를 하다가 5분 후에 시연이 찬호를 데리고 도착했다.아마도 찬호의 면전에서 대치하여 소희의 "진면목"을 밝히며 찬호더러 더 이상 속지 말라고 하려는 것 같았다.찬호는 들어올 때 안색이 좋지 않았고, 소희를 바라볼 때의 눈빛은 죄책감이 들어있었다."소희 누나, 미안해요”!소희는 가볍게 웃었다."괜찮아.”시연은 머리를 또 옅은 갈색으로 염색했고 탱크롭 티에 청바지를 입고 소희의 맞은편에 앉아 두 손은 가슴을 안으며 짜증을 냈다."그녀가 널 속였으니까 사과는 마땅히 그녀가 너한테 해야 해. 네가 무슨 사과를 하는 거야!”그녀는 말을 마치고는 또 소희를 바라보았다."너 도대체 무슨 수단으로 우리 찬호를 이렇게 속인 거야? 너 지금 너무 가난해서 더 이상 밖에서 살 수 없어서 한 아이의 돈을 뜯고 있는 거지! 그는 아직 초등학생인데, 너 어쩜 이렇게 뻔뻔스러운 거야?”찬호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줄곧 소희 누나가 나 도와주고 있었어요. 누난 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말하지 마요!”시연은 콧방귀를 뀌며 소희가 찬호에게 준 사인을 테이블에 놓으며 싸늘하게 말했다."도와줬다고? 가짜 사인 사진 가지고 너 속였는데? 이 바보야!”찬호는 화가 났다."누나야말로 바보야, 소연이 누나한테 준 사인은 가짜라고!”시연은 손을 뻗어 찬호의 귀를 잡고 씩씩거리며 말했다."전 소 씨네 집안에서 그녀를 상대하는 사람이 없는데, 너만 그녀와 사이가 좋아. 그 이유가 뭔지 알아? 네 나이가 어려서! 속이기 쉬워서 그런 거라고!”“이거 놔!" 찬호는 발버둥 쳤다.이때 소희가 입을 열었다."찬호 놓아줘!”시연은 찬호를 놓아주고 화가 난 표정으로 소희를 노려보았다."내가 내 동생을 훈계하는데, 넌 신경 좀 꺼주지? 너도 앞으로 우리 청호한테서 좀 떨어져 있어. 소 씨네 집안에 돌아가고 싶다면 가서 우리 둘째 큰어머니 찾아가! 그들은 너 거들떠보지도 않을걸!”소희는 침착했다."난 찬호를 속이지 않았어. 넌 내가 그에게
이것은 그녀에게 자신이 하순희의 친딸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 놀라웠고, 심지어 더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럴 리가?정말 꿈만 같아!찬호는 기뻐서 줄곧 입을 다물지 못하고 득의양양하게 말했다."지난번에 누나가 설백현 그 사람한테 속았을 때도 바로 소희 누나가 도와준 거예요. 소희 누나는 또 작업실 사람더러 엄마한테 전화하라고 했어요. 근데 당신들은 아무도 날 믿지 않았고, 소희 누나를 믿지 않았어요!”시연은 작은 소리로 말했다."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어?" 찬호는 콧방귀를 뀌었다."이제 알았죠!”시연은 찔린 듯 눈썹을 치켜세웠고 여전히 믿을 수 없어 중얼거렸다."그녀가 어떻게 King 이지? 시골에서 왔다 하지 않았어? 아직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또 어떻게 도 씨 어르신의 제자가 된 걸까?”지금 시연의 머릿속은 온통 소희에 관한 물음이었다.찬호가 말했다."어차피 누난 그녀가 King이라는 것을 알면 됐어요. 소희 누나가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엄마한테도 말하지 마요!”“알아!" 시연은 King의 팬이었고 그녀가 소희라는 것을 알아도 그 숭배하는 마음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그녀는 갑자기 예전에 자신의 부모님 그리고 그녀 자신을 포함해서 모두 소희를 업신여기며 어릴 때부터 시골에서 자라서 곳곳에서 소연보다 못하고, 설령 친딸이라도 소정인과 진원의 인정을 받지 못하며 소 씨네 집안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어려워서 그녀가 불쌍하고 가소롭다고 생각했다!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소희는 아마 소 씨 집안에 돌아갈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다!진원은 줄곧 소연을 자신의 보배처럼 자랑해왔지만 소연은 여정 선생님의 제자일 뿐 도 씨 어르신과 한 번 만나기도 무척 어려웠다.그러나 소희는 도 씨 어르신의 득의한 제자였으니 심지어 소연의 선배님이었다!모든 것을 알게 된 후에야 시연은 진원이 얼마나 우스운지 깨달았다!시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소희 언니는 왜 말을 안 하는 걸까?”그녀가 만약
이틀 뒤 토요일, 소 씨네 본가의 모임에서.소희와 외지에 출장 중인 소정필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도착했다.소 씨네 가족 모임은 한결같았다. 남자들은 함께 모여 사업상의 일을 이야기하고, 여자들은 함께 모여 아이들의 일을 토론했다.남을 칭찬하는 동시에 자신의 아이를 자랑하는 것이었다.물론 매번 칭찬을 받는 사람은 설아와 소연이었다.오늘 식사할 때, 진원은 일부러 화제를 소연한테로 돌리며 그녀가 얼마나 우수하고 작업실에서 얼마나 큰 중시를 받고 있는지, 그리고 이미 스스로 독립적으로 디자인 원고를 설계하기 시작했다고 자랑했다.사람들은 한바탕 칭찬을 했고, 소연은 겸손하고 조신한 미소를 유지했다.시연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며 의미심장한 냉소를 지었다.연경은 많은 사람들이 소연을 칭찬하는 것을 보고 내색하지 않고 물었다."소희는 왜 또 오지 않았대요?”진원은 원래 득의양양한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순희는 미적지근하게 말했다."아르바이트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케이슬에 손님이 그렇게 많으니 주말에도 쉴 수 없겠죠!”그녀의 말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들의 안색도 별로 좋지 않았다. 노부인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그만두라고 하지 않았느냐? 아직 거기에 다니는 거야? 그녀가 만약 명성을 망쳤다면, 임가네 사람들은 그녀를 계속 가정교사로 하게 할 수 있겠나?”순희는 비웃었다."확실히 시야가 좀 짧네요. 만약 임가네에 들어갈 수 있다면, 이까짓 돈에 신경 쓰겠어요?”설아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힐끗 보았다.시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그건 당신과 무슨 관계가 있다고요? 그냥 밥이나 드세요!”매번 큰어머니가 내색하지 않고 일을 벌이면 그녀의 어머니는 튀어나와서 듣기 싫은 말로 남들의 미움을 샀다. 매번마다 이랬으니 전에 그녀는 귀찮아했지만 지금 보면 소 씨네 가족이 다 나쁜 사람이라고 느꼈다!“어른이 말하는데 넌 왜 끼어들어!" 순희는 시연을 노려보았다.노부인은 진원에게 물었다."소희는 도대체 그 일을 그만둔 거야 안
소연은 눈을 깜박였다."물론이지, 난 북극 작업실에서 일하니까 King을 본 적 있는 것은 아주 당연한 거 아니야? 뭘 의심해?”시연이 말했다."거짓말하지 마요. King은 작업실에 거의 가지 않아서 너도 King을 본 적이 전혀 없잖아요. 네가 나한테 준 사인도 가짜고. 가짜를 가지고 사람을 속인다니, 당신은 내가 어리석고 순진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더러워서 정말!”“소시연, 너 말 똑바로 하지 못할까!"진원은 일어서서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내가 너 어린 거 봐서 더 이상 따지지 않겠는데, 너무 지나치게 굴지 마!”시연도 일어서서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둘째 큰어머니, 제발 여린 척 착한 척하는 누군가의 외모에 속아서 큰어머니가 진정으로 사랑해야 할 사람을 소홀히 하지 마요!”“너 빗대어 욕할 필요 없다!"진원은 노여워하며 말했다."소희가 너한테 무슨 말 했지? 그녀도 참 능력이 있구나. 먼저 찬호를 매수한 다음 지금은 너까지 이간질해서 우리 연이를 욕해!”“소희 언니는 확실히 능력이 있죠. 그녀는……."시연이 사실을 말하기 직전에 옆에 있던 찬호가 갑자기 그녀의 옷을 잡아당기며 눈살을 찌푸렸다."누나, 좀 작작해요!”시연은 침착해지며 콧방귀를 뀌고 고개를 돌렸다.진원은 화가 여전히 가라앉지 않아서 순희에게 말했다."별일 없으면 시연이 좀 많이 챙겨요. 하루 종일 그런 깡패 같은 사람들하고 놀지 말게 해요. 이게 무슨 꼴이에요!”순희는 비록 소희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이 자신의 딸을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싸늘하게 받아쳤다."나도 자신의 딸을 깡패로 말하는 엄마를 처음으로 보네요!”“뭐야……." 진원의 안색은 무척 흉해졌다.정인은 그녀를 잡아당기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당신도 그만 좀 해! 아랫사람들과 뭘 그렇게 따지는 거야?”진원은 중얼거렸다."아랫사람이 뭐가 어때서요? 아랫사람이라서 더 잘 단속해야 하는 거예요!”순희가 말했다."집에 가서 당신의 딸이나 잘 단속시켜요. 우리 집 시연이 아
도도희가 말했다.“집으로 가져올 짐이 있으면 내가 같이 가서 챙길게.”강심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괜찮아요. 제가 혼자 해도 돼요. 짐이 많지 않거든요.”도경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면 일이 끝나면 꼭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외할아버지가 너랑 상의할 일이 있어.”아심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어요.”그러자 양재아가 말을 받으며 웃었다.“아심이 집에 오면 내 옆방에서 지내면 어때? 우리 같이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도도희는 잔잔히 웃으며 거절했다.“괜찮아요. 내가 이미 내 옆방을 정리해 두었어요. 재희와 좀 더 가까이 있고 싶거든요.”그 말에 재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그래요, 그것도 괜찮네요.”아침 식사가 끝난 뒤, 강시언은 아심을 회사까지 데려다주었고, 도경수는 끝까지 마당 문밖까지 따라 나와 배웅했다.재아는 도씨 집안의 운전사가 운전하는 차에 타고 도경수가 시언의 차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모습을 보며 차가운 기운이 들었다.‘역시 친자식은 다르구나.’ 재아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내가 몇 달 동안 도씨 집안에서 도경수를 모셨는데도, 강아심이 하루 있는 것만 못하네.’“가요, 늦겠어요.”재아는 시선을 거두며 운전사에게 말했다....시언은 앞을 응시한 채 운전하며 물었다.“저녁에 정말 약속이 있는 거야?”아심은 나른한 자세로 의자에 기대고 있었다. 부드러운 햇빛이 그녀의 옆얼굴에 떨어져 따뜻한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아심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정말이예요.”그러자 시언은 그녀를 힐끔 보며 말없이 운전했고, 아심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저녁에 제가 운전해서 갈 테니 굳이 데리러 오지 않아도 돼요.”“그래.” 시언은 담담히 대답했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아심은 가벼운 질문을 하였다.“강재석 할아버지랑 언제 강성으로 돌아가세요?”시언이 물었다.“왜 그러는데?”“그냥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아심은 잠시 멈추었다가 고개를 돌려 말했다.“강재석 할아버지가 제 일
“‘강’ 씨 성이면 어때? 아심이 자발적으로 사용하는 이름이야.”강재석이 논리적으로 반박했다.“그건 아심이 예전에 도씨 가문으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지. 이제 돌아왔으니 성은 반드시 바꿔야 해요.”도경수는 고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다.“재희로?”도경수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잠시 어두워졌다.“재희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와 도도희는 계속 다퉜어. 얼마 후 도도희는 재희를 데리고 강성을 떠났고, 그저 재희라는 예비 이름만 붙여줬어.”“나중에 집에 돌아와서야 재희로 이름을 지어주자고 했지만, 나와 도도희의 의견이 매번 엇갈려 결국 이름을 정하지 못했어.”강재석은 기뻐하며 말했다.“그 말은 재희의 운명적인 이름이 이미 강아심이라는 뜻이니 바꿀 필요가 없다는 거야!”도경수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그건 절대 불가능해. 내일 바로 도도희와 상의해서 재희를 우리 도씨 가문의 호적에 올릴 거야.”“그 문제는 아심의 의견을 물어봐야지.”강재석이 말했다.“네 멋대로 결정하면 아심을 불쾌하게 만들 수 있어.”그 말을 듣고 도경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말했다.“물론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하지.”그는 위층을 올려다보며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밤은 도도희와 아심이가 한방에서 지내고 있어.”강재석이 웃으며 말했다.“모녀가 이미 서로를 알게 되었으니, 그만큼 거리감도 줄었겠지.”“맞아!” 도경수가 감탄하며 말했다.“볼수록 아심은 우리 도씨 가문의 사람처럼 보여.”강재석이 비웃으며 말했다.“예전에 사람 깎아내릴 때는 아니었나 봐?”도경수는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그때는...”“그때는 뭐? 양재아의 한마디에 휘둘려, 본 적도 없는 아가씨를 편견으로 대했잖아.”강재석이 차갑게 말했다.“그러니 아심이가 당신을 무시하는 게 당연하지.”도경수는 주름이 가득 한 얼굴로 당황하며 말했다.“그건 내 잘못이야!”“잘못을 인정한다니 다행이네!”그 말에 도경수는 찡그리며 말했다.“지금까지 재희가 날 외할
소희는 손을 뒤로 돌려 임구택의 손을 잡으며 미소를 지었다.“이제 신혼여행을 어디로 갈지 생각해 볼 수 있겠네.”구택의 긴 눈매가 부드럽게 변했다.“가고 싶은 곳 있어?”그 말에 소희는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사실, 아직 양재아가 조금 걱정돼.”“걱정하지 마. 형님이 있으니까.” 구택이 웃으며 말했다.“형님은 절대 아무도 아심을 해치지 못하게 할 거야.”“그건 그렇지!” 소희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우리가 돌아왔을 때, 오빠랑 아심이 사귀고 있었으면 좋겠어.”“그럴 거야.”...그날 밤, 도도희는 아심을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갔다.“오늘 밤은 한방에서 지내자. 아직 너랑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아심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요!”도우미들이 아심을 위해 새 세면도구와 잠옷을 준비해 놓았다. 아심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도도희는 침대에 앉아 자신의 어릴 적 사진을 보고 있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손짓했다.“침대로 와.”아심은 신발을 벗고 도희 옆에 앉았다. 방 안은 냉방이 세게 틀어져 있었고, 도도희는 이불을 들어 그녀의 다리에 덮어주며 말했다.“젊은 사람들이 너무 차게 하면 안 돼. 특히 너는 위가 안 좋잖아.”아심은 스스로 이불을 위로 끌어올리며 웃었다.“이제 알았어요. 제가 위가 안 좋은 건, 알고 보니 유전 때문이었네요.”이에 도도희는 잠시 멈칫하더니 곧 웃음을 터뜨렸다.“드디어 원인을 찾았구나!”아심은 사진첩을 넘기다가 자신이 세 살이 되기 직전의 사진을 보고 중얼거렸다.“양부모님 댁에서도 제 어릴 적 사진 한 장을 본 적이 있는데, 이 사진 속 모습과 거의 비슷했어요.”도도희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물었다.“그 사람들이 널 자주 때렸니?”“친자식이 아니니까, 당연히 정이 없었죠.” 아심은 쓴웃음을 지었다.“그래도 다행히 할머니가 아주 착해서 저를 보호해 주셨어요. 그런데 나중에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친아들이 병에 걸리자 저를 팔아버렸어요.”도도희는 가슴이 아파 그녀를
강재석이 말했다.“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꺼내면 다 지난 일이 된다. 재희가 돌아왔으니 기쁜 일이야. 너까지 이러면 재희 마음도 편하지 않을 거다.”“그렇지!” 도경수가 눈물을 닦으며 강아심을 향해 말했다.“앞으로 남은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지난 20년의 세월을 되찾아야지!”아심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식사가 끝난 후, 모두 거실에 모여 대화를 나눴다. 강재석이 소희에게 말했다.“너희 부부도 신혼여행을 가야 하지 않느냐? 이제 재희도 찾았으니 내일부터 떠나도록 해.”소희는 만화에서나 볼 눈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너무 기뻐서 신혼여행이고 뭐고 갈 마음이 없어요.”그 말에 강시언이 웃으며 말했다.“임구택이 그룹 일을 전부 내려놓고 널 위해 시간을 냈는데, 하고 싶은 건 해야지. 앞으로 함께할 시간이 많으니 신혼여행을 미루지 마.”구택이 소희를 한 번 바라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하세요.”“걱정하지 마.” 시언이 잔잔히 미소 지었고, 도경수도 진석과 강솔을 향해 말했다.“너희도 나를 계속 돌보려 하지 말고 할 일 있으면 하러 가라. 여기 강재석도 있고, 나와 이야기하면 충분하다.”진석이 말했다.“그러면 강재석 할아버지께서 강성에 며칠 더 머물러 주세요.”강재석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당분간은 떠날 수 없구나!”도도희가 말했다.“아저씨, 어떤 일이신지 말씀해 주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그 말에 강재석이 웃으며 말했다.“그건 너희 아빠에게 물어봐라!”도경수가 눈을 굴리며 말했다.“그 일은 신경 쓰지 마라. 난 절대 허락하지 않을 거다. 돌아가려면 얼른 돌아가!”도도희가 호기심에 물었다.“대체 무슨 일이에요?”“시언과 아심의 혼사 얘기다!” 강재석이 웃으며 말했다.“네 아버지가 전에 재희를 찾으면 두 집안이 결혼을 통해 인연을 더 깊게 맺자고 했는데, 이제 와서 약속을 취소하고 나 몰라라 하고 있어.”모두가
양재아는 그 자리에 서서 창백한 얼굴로 정원을 응시했다. 저녁노을이 그녀의 얼굴에 내려앉자, 묘한 냉랭함이 깃들었다.‘이제 겨우 첫날인데, 강아심이 나에게 벌써 이런 태도를 보이다니! 분명 나를 내쫓을 방법을 생각하고 있을 거야!’재아는 분노와 억울함으로 목이 메어, 눈물을 억지로 참으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는 차가운 얼굴로 저택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재아는 두 도우미가 아심을 둘러싸고 환대하는 모습을 보았다.“아가씨, 주방에서 진귀한 홍삼 특급 탕을 준비했는데 괜찮으신가요? 입맛에 맞지 않으시면 다른 탕으로 바꿔 드릴게요.”“아가씨, 요리는 찜으로 드시겠어요, 아니면 다른 것으로 조리해 드릴까요? 도경수 어르신께서 아가씨의 의견을 꼭 여쭙고 준비하라고 하셨어요.”“아가씨, 평소에 단맛을 좋아하세요, 아니면 매운맛을 좋아하시나요? 말씀해 주시면 앞으로 아가씨 입맛에 맞게 요리해 드릴게요.”...그들의 말이 들려오는 순간, 재아의 가슴은 서늘하게 식어갔다. 동시에 도우미들의 태도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저녁 식사 자리는 화기애애했다. 도경수는 특별히 풍성한 식탁을 준비했고, 모든 사람이 한데 모여 앉아 웃음꽃을 피웠다.도경수는 가장 먼저 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오늘 첫 잔은 시언 그리고 모두를 위해 건배하네. 너희가 없었다면 나와 도도희는 우리 아심이를 찾지 못했을 거야.”도도희도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저도 여러분께 감사의 잔을 드려요. 20년간 간절히 바라온 소원이 오늘에서야 이루어졌어요.”“지난 20년 동안, 저는 하루도 편히 잠든 적이 없었고, 하루도 제 딸이 어디에 있을지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어요.”“이번 생에 다시 만날 수 있을지조차 확신이 없었는데...”도도희의 목소리는 떨렸고, 눈시울은 붉어졌다.“이제야 제 마음이 놓이네요.”도도희의 감동적인 말에 모두가 잔을 들어 올렸다.“도도희 이모, 축하드려요!”“스승님,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시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요.”도도희는 아심을 의미심장하게 흘낏 바라보며 미소를 지은 뒤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아심은 도도희가 시언과 단둘이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주려 한다는 걸 바로 눈치챘다.꽃이 가득한 정원에는 어느새 둘만 남아 있었다. 도도희가 좋아하는 꽃은 자스민이었다. 도경수의 정원에는 자스민이 가득 심어져 있었다. 오월의 따뜻한 날씨 덕에 이미 꽃망울이 터졌고, 얼음 조각처럼 하얀 꽃잎들이 싱그러운 초록 잎 사이에 피어 있었다. 작고 귀여운 꽃들이 은은하게 퍼지는 향기와 함께 정원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고요한 정원에서 시언은 깊고 어두운 눈동자로 아심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손을 들어 그녀의 눈가를 살짝 닦아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울었어?”아심은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도도희 이모가 제게 어린 시절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엄마라고 불러야지.” 시언은 그녀의 말을 끊으며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오늘부터는 엄마라고 불러야 해.”아심은 붉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녀의 매혹적인 눈동자에는 어색함이 서려 있었다.시언은 부드럽게 말했다.“첫마디는 어렵겠지만, 한 번 입을 떼면 그 다음부터는 쉬워질 거야.”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 아심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언은 아심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천천히 그녀를 품에 안았다.“가족을 찾은 기분이 어때?”시언의 넓은 어깨에 기대자 불안했던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그리고 아심은 조용히 말했다.“좋아요.”“나도 기뻐.” 시언의 거친 손끝이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쓸었다.“네가 도도희 이모의 딸이라는 사실이 정말 기쁘거든.”아심은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당신은 왜 기쁜 거죠?”시언의 눈빛에는 노을이 어스름이 비쳤고, 그의 표정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네가 드디어 가족을 찾았으니까. 그리고 나도 약속을 지켰으니까.”그 말에 아심은 시선을 내리깔았다. 맞았다. 아심은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고, 가족이 생겼다. 아심은 시언의 팔
도경수는 상황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재아야, 어떤 상황이든 내가 한 말은 여전히 유효하단다. 네가 친부모를 찾고 싶지 않다면 계속 이 집에 살아도 돼. 우리는 언제까지나 너의 가족이야.”그러자 양재아는 눈시울을 붉히며 목이 메인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할아버지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도경수는 서둘러 달래듯 말했다.“알고 있어.”재아는 창백한 얼굴로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할아버지, 저도 생각해 봤어요. 저는 친손녀도 아닌데 이 집에 계속 머물 수는 없잖아요. 게다가 이제 진짜 손녀분이 돌아오셨으니, 제가 여기 남아 있을 이유는 더더욱 없어요.”“하지만 저는 정말 갈 곳이 없어요. 양부모님 댁에는 돌아갈 수도 없고, 가족도 친구도 아무도 없어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도경수는 재아의 말을 듣고 더욱 안쓰러운 표정이 되어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우리 손녀를 찾지 못했더라면, 걔도 너처럼 집 없이 외롭게 살았을지 모른다. 어디에도 갈 필요 없어.” “그냥 여기 계속 살아. 도도희가 아심이를 찾은 지금 정말 행복해하니까, 너한테 뭐라 하지 않을 거야. 앞으로 너와 아심이가 친한 자매처럼 지낼 수도 있겠지.”재아는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저는 아심이와 아무것도 경쟁하지 않을 거예요. 여기 남아서 도우미로 일해도 괜찮아요.”“그게 무슨 말이냐? 네가 나한테 몇 달 동안이나 할아버지라고 불렀는데 내가 너를 어떻게 도우미 취급을 하겠느냐.” 도경수는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마음 편히 지내렴.”그 말에 재아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감사해요, 할아버지. 아마 저희는 전생에 인연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할아버지 곁에 오게 된 거겠죠.”도경수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것도 다 인연이지.”그때 강재석이 입을 열었다.“도경수, 내 생각에는 양재아의 친부모를 찾아보는 게 좋겠어. 이 아이도 자신이 친딸이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 이 집에서
이 모든 것을 보며 강아심의 마음이 이상해졌다. 이 순간에서야 그녀는 진짜로 자신이 이재희라는 사실을 실감했다.“이 나무 목마는 네 할아버지가 직접 만들어주신 거야. 위에 색칠한 것도 그분이 손수 한 거고.” 도도희는 눈가에 따뜻한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여기 달린 금방울도 네 할아버지가 금을 녹여 특별히 만들어주신 거야. 네가 어렸을 때 이 목마를 정말 좋아했거든.”아심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목마 앞에 그대로 앉아 조각처럼 섬세하고 생생한 나무 목마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에도 이 목마가 참 마음에 들었다.도도희는 옷장을 열었다. 그 안에는 작은 드레스들이 줄지어 걸려 있었다.“이건 네가 어렸을 때 입었던 옷들이야.”20년이 지난 옷들은 다소 낡았지만 여전히 아름답고 눈에 익은 느낌이 물씬 풍겨왔다.“그리고...”도도희는 옷장 아래 서랍에서 두 권의 커다란 사진첩을 꺼냈다. 그녀는 강아심과 함께 바닥에 앉아 사진첩을 열었다.“여기에 너의 어린 시절이 담겨 있어.”사진첩은 그동안 아무도 펼치지 못한 채 20년간 봉인되어 있었다. 겉면에는 얇은 먼지가 쌓여 있었지만 도도희가 그것을 열기 전부터 이미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사진첩을 열자 맨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갓난아이의 사진이었다.20년 전의 사진이라 화질은 다소 흐릿했지만, 뽀얀 볼과 크고 또렷한 눈동자는 여전히 보는 이의 마음을 울릴 만큼 사랑스러웠다.“네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사진이야. 그때 네 아빠는 이미 떠난 후였고, 넌 나에게 살아갈 유일한 이유였어.”도도희는 한 장 한 장 사진을 넘기며 설명을 이어갔다.“이건 해성에서 찍은 사진이야. 그때 네 할아버지와 다투고 나서 널 데리고 해성으로 갔었지. 우리 둘이서만 거의 1년을 해성에서 지냈어.”“그때 나는 막 졸업한 상태라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지 않으려고 미술 선생님으로 일했어. 넌 정말 착한 아이였어.”“내가 수업할 때면 늘 조용히 잠들어 있어서 나를 한 번도 방해한 적이 없었지.”“이건 우리가 다
도경수는 차를 마시며 여유롭게 말했다.“내가 그런 말을 했었다고 치자. 그런데 그때 너는 동의 안 했잖아? 뭐라 그랬더라, 젊은 사람들은 자유롭게 연애해야 한다고 했었지?”“요즘은 맞선이 유행하지 않는다고. 그런데 내가 손녀를 찾으니까 이제 와서 네가 자유연애를 반대하는 건가?”강재석은 시언을 향해 물으며 말했다.“누가 맞선이 유행하지 않는다고 했어?”시언은 담담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기억이 안 나요.”이에 도경수는 비웃으며 말했다.“너희 할아버지와 손자가 둘이 함께 일부러 얼버무리는 거야? 내가 한 말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고!”강재석은 웃으며 시언에게 물었다.“넌 어떻게 생각하냐?”시언은 태연하게 대답했다.“자유롭게 연애하는 걸로 할게요. 그것도 문제없거든요.”그 말에 강재석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의 표정은 마치 모든 걸 예상하였다는 듯했다. 그러나 도경수는 곧바로 반대했다.“안 돼! 안 된다고! 우리 손녀를 건드리려 하지 마. 나와 도도희는 절대 그렇게 서둘러 재희를 시집보낼 생각이 없어. 최소 몇 년은 집에 두고 보고 싶단 말이야.”강재석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아까까지는 강시언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감사를 표하더니, 이게 그에 대한 보답이야?”도경수는 서둘러 말했다.“시언아, 내가 너한테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 네가 원하는 게 뭐든 말해봐라. 내 수집품 중에 골라.”“골동품이든 진품 그림이든 상관없어. 너희 할아버지가 평생 탐내던 서화도 내줄게. 원하는 건 뭐든 가져가!”그러나 시언은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도경수 할아버지, 제가 원하는 건 단 하나, 강아심뿐이예요.”당당한 시언에 도경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강재석은 흐뭇하게 웃으며 도경수를 바라보았다.“들었지? 우리 시언이 널 대신해 손녀를 찾아줬잖아? 진심으로 감사하고 싶으면 그것에 걸맞은 보답을 해야지.”도경수는 화가 난 듯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너희 집안은 이걸 빌미로 우리 손녀를 빼앗아 가려고 하는 거야?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