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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2화

운성.

그날 밤, 조용한 작은 거실에서 강시언은 강재석과 함께 바둑을 두고 있었다. 이미 늦봄으로 접어든 강씨 집안의 정원은 다시 활기를 되찾아, 은은한 꽃향기와 푸르름으로 가득했다.

저녁 바람이 불어오자, 창밖의 몇 가닥의 대나무가 바람에 따라 흔들리며, 그 그림자가 얇은 비단 커튼에 아련히 비쳤다. 고풍스러우면서도 고요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바둑 한판은 이미 막바지에 다다랐고, 뻔한 결과로 시언이 또다시 패배했다. 강재석은 천천히 돌을 거두며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많이 퇴보했구나.”

시언은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고, 묵묵히 돌을 하나하나 주워 담았다. 강재석은 그를 한번 쳐다보더니 말했다.

“이틀 만에 돌아왔네. 거기서 너를 상대해 주지 않았나?”

시언은 굳게 다문 입술로 침묵하다가, 돌을 다 주워 넣은 후에야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제가 너무 늦게 돌아왔어요.”

강재석은 한 수를 두며 말했다.

“바둑에서 궁지에 몰렸을 때 자주 쓰는 수가 퇴로를 통해 전진을 꾀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두보 전진을 위한 한보 후퇴라고 하지.”

시언은 강재석을 바라보았고, 강재석은 계속 말을 이었다.

“겉으로는 사면초가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언제나 변수가 숨어 있지. 이 기회를 잡을 수 있느냐에 따라 죽음에서 벗어날 수도 있어.”

강재석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물론, 이렇게 집으로 물러나는 건, 전진을 위한 후퇴라고 볼 수 없지.”

시언은 한 수를 두며 말했다.

“저는 도망치는 게 아니라, 깊이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에요.”

강성에서는 아심과 승현이 언제나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분노와 불안감이 차오를까 두려워 그는 돌아왔다. 냉정을 되찾을 수 있는 곳으로.

“좋아, 잘 생각해보거라.”

강재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한 수를 더 두었다.

“네가 다 생각하기 전에 그녀가 결혼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

시언의 손이 돌을 꽉 쥐며, 얼굴에 짙은 어둠이 드리웠다. 아니, 그것은 살기가 깃든 표정이었다.

강성

주말, 아심은 승현과 함께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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