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610화

강시언은 앞선 대화를 넘어 다시 축음기를 고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물었다.

“설날에 네가 인가마을에서 만났다고 한 친구, 그 친구가 급히 떠났다고 했지? 그게 도도희 이모였어?”

설날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자 강아심의 마음 한구석이 미묘하게 아려왔다.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당시 도도희가 갑작스러운 일로 떠나지 않았다면, 셋이 일찍이 서로의 관계를 알게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번 만남이 오히려 덜 어색해졌을지도 모른다.

아심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도와줄 일 있으면 말해봐요.”

“네가 뭘 도울 수 있는데?”

“뭐든지!”

아심은 대답한 뒤, 다소 쓸데없는 말을 덧붙였다.

“그렇지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요. 내가 할 줄 아는 일만 시켜요.”

이에, 시언은 가볍게 웃었다.

“네가 도와줄 건 없어. 제발 방해나 하지 마.”

아심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가 언제 당신을 방해한 적 있나?”

그 말에 시언은 차분히 아심을 한 번 흘겨보며 말했다.

“하나하나 다 얘기해줄까?”

아심은 살짝 눈썹을 올리며 다소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했다.

“그렇게까지는 안 해도 돼요.”

시언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아심은 그의 방해가 되지 않으려 조용히 방을 둘러보다가, 책장에 있는 책을 한 권 꺼냈다. 방에는 탁자나 의자가 없었기에, 아심은 벽에 기대어 바닥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몇 장을 넘기다가 문득 눈을 들어 시언을 바라보았다. 시언의 집중된 옆모습은 차분하고 고요해 보였다.

가끔 시언도 아심을 힐끗 쳐다보곤 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아심은 급히 고개를 돌리며 책에 집중하는 척했다.

축음기는 오래된 탓에 여러 가지 문제가 많았다. 시언은 잠시 밖으로 나가서 필요한 새로운 도구와 부품을 가져와서 또 한 시간가량을 더 수리했다.

시언은 이 낡은 잡동사니 방에 익숙한 듯, 오래된 서랍장에서 LP 판을 찾아내어 턴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부드럽고 낮은 음색이 조용한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이에 아심은 책을 안고서 감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