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강시언은 묘한 감정을 느꼈다. 도도희의 배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마치 그 안에 정말 작은 소녀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도도희는 새끼손가락을 내밀며 말했다.“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돼.”강시언도 새끼손가락을 내밀어 도도희와 약속을 하며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설이 지나고, 그는 다시 부대로 복귀했다. 심지어 시언은 도도희와 같은 꿈을 꾸기도 했다. 꿈속에서 한 소녀가 그를 따라다녔다.시언이 돌아보면 여자아이는 장난스럽게 숨었고, 그의 시야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반년 후, 시언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강재석은 도경수와 전화로 대화하며 그를 안심시키려 했다.“너무 화내지 말아. 아이를 받아들이고, 그 남자도 받아들여. 어쩌면 그렇게 나쁘진 않을 거야.”시언은 대화를 온전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대략 도도희가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가 여자아이임을 알게 되었다.시언은 그때 강성에 가서 그 아이를 만나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꿈속에서 보았던 아이가 얼마나 장난스럽고 사랑스러울지 궁금했다. 그러나 시언은 결국 가지 않았다.부대에서의 훈련은 고된 것이었고, 휴가 중에만 잠시 집에 머물 수 있었다.이후 도도희를 만날 기회는 없었고, 소식만 간간이 들려왔다. 예를 들어, 도경수와의 부녀 관계를 끊었다는 것.또는 도도희가 사랑했던 남자와 끝내 함께하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딸이 사라졌다는 것. 시언이 도도희의 딸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강성으로 갔을 때,도도희는 이미 너무나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그녀의 아름답던 눈동자는 이미 회색빛으로 변했고, 정신도 몹시 흐려 보였다. 도도희는 시언을 보자마자 갑자기 그를 끌어안고, 목이 터지라 울었다.“시언아, 재희가 없어졌어. 우리 재희가 사라졌다고!”시언은 마음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을 느끼며 굳은 다짐으로 말했다.“반드시 찾을게요. 꼭 찾을게요.”그러나 시언은 휴가가 끝나 부대로 복귀할 때까지도, 도도희의 딸은 찾을 수 없었다.20년 전의 도로 감시 시스
강아심이 도도희가 알려준 장소에 도착한 것은 오후 2시경이었다. 이곳은 산자락에 자리한 작은 농장으로, 산과 물을 끼고 있어 경치가 매우 좋았다.입구를 지나자, 여러 채의 별장이 정원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사이에는 3층 높이의 도서관이 있었고, 나머지는 잔디밭과 화단으로 꾸며져 있었다.흰색 운동복을 입은 젊은 남자가 관광차를 몰고 와 아심을 마중했다. 그는 눈부신 치아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안녕하세요, 강아심 씨. 저는 주한결이라고 해요. 도도희 선생님의 제자이고, 마중 나왔어요.”주한결은 인사를 건네며 아심의 짐을 받아 차에 실었다.“안녕하세요.”아심은 주한결과 인사를 나누고 관광차에 올라탔다.차는 제일 끝에 있는 별장을 향해 출발했다고, 별장에 도착하자, 한결은 말했다.“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수업 중이십니다. 제가 먼저 방을 안내해 드릴게요.”“좋아요.” 아심은 부드럽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나이도 비슷하고, 사실 저도 선생님의 반쯤 제자나 다름없어요. 우리 모두 친구니까 존댓말은 하지 말고, 이름 부르고 말 편히 해요.”한결은 기뻐하며 웃었다.“그래, 친구가 된 거니까!”한결은 짐을 들고 2층으로 올라갔다. 계단을 오르던 중, 아심은 1층 남향의 방 한 곳이 반쯤 열려 있는 것을 보았다. 농장 직원이 방을 정리하고 있었다.이에 아심은 고개를 돌려 물었다.“또 다른 사람이 와?”한결은 방을 한번 보고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방금 선생님의 친구 한 분이 왔어. 여기서 머물지는 모르겠지만, 선생님이 미리 방을 준비해 두라고 하셨거든.”아심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별다른 생각 없이 2층으로 올라갔다. 방에 도착해 짐을 내려놓은 후, 한결은 시계를 한번 보고 말했다.“선생님께서 수업을 마칠 때가 됐으니, 이제 함께 가볼까?”아심은 동의하며 그와 함께 1층으로 내려갔다. 별장에서 나와 잔디밭을 가로질러 도서관 쪽으로 걸어가던 중, 한결은 설명을 덧붙였다.“네가 묵을 별장 옆에 선생님이 계셔.
그러자 아심이 미소를 지었다.“수업해, 나는 혼자서 도도희 이모를 찾아볼게. 이모가 정원에 있는 것 같아서.”한결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좋아. 선생님이 휴대폰을 교실에 두고 가신 걸 보니 근처에 계실 거야. 만약 못 찾으면 다시 나를 찾아와.”“응.”아심은 미소로 대답하고, 도서관의 측문을 지나 정원으로 향했다. 측문을 나오자, 강아심은 도도희가 벤치에 앉아 작은 여자아이의 그림을 보며 분석해 주는 모습을 발견했다.그 옆에는 커다란 치자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흰 꽃들이 만개해 있어 짙은 향과 함께 우아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마치 나무 아래 앉아 있는 도도희처럼, 그녀는 부드럽고 고요하며,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존재였다.아심을 발견한 도도희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리고 그 아이는 그림책을 안고 교실로 돌아갔다.“아심아!”도도희가 다가오자, 아심도 다가가 그녀와 가볍게 포옹했다.“저 왔어요!”도도희의 머리카락은 설 때보다 조금 길어져 있었고, 흰 옥비녀로 뒤에서 단정하게 묶여 있어, 지적이면서도 우아한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었다.“너무 무리한 요구일 수도 있지만, 여기까지 온 김에 며칠 더 머물러 줘.”도도희가 웃으며 말하자, 아심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보통 사람은 이모 강의를 듣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인데, 나는 초청받아 왔으니 큰 영광이죠!”도도희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입꼬리를 올렸다.“한 사람 소개해 줄게.”도도희는 그렇게 말하고, 도서관 2층을 향해 소리쳤다.“시언! 시언아, 내려와 봐.”아심은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혹시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일까 두려워했지만, 곧 측문에서 사람이 나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심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시언의 강인하고 잘생긴 얼굴이, 불시에 아심의 시야에 들어왔다. 시언 또한 아심을 보자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검은 눈동자가 순간 수축하였고,
도도희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시언아, 심문하는 듯한 말투로 아심에게 말하지 마. 여긴 네가 지휘하는 삼각주가 아니야. 모든 사람을 첩자로 의심하지 말라고!”시언은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그냥 대화를 좀 나누고 싶었을 뿐이에요.”도도희는 헛웃음을 지었다.“대화를 그렇게 하는 사람이 어딨어? 그러니 삼십이 넘도록 여자친구가 없는 거지!” 아심은 입술을 꼭 다물고 고개를 돌리며 웃음을 참았다. 그 모습은 따뜻한 봄바람에 흔들리는 하얀 치자꽃처럼 청아하고 순수했다.시언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스쳐보며 말했다.“이모, 아심 씨와 계속 얘기 나누세요. 이모가 부탁하신 걸 아직 다 못 고쳤으니, 다 고치고 다시 올게요.”“그래, 고생이 많다. 다 끝나면 맛있는 거 해줄게!”도도희는 익숙한 말투로 그와 농담을 주고받았다. 시언은 다시 한번 아심을 쳐다본 뒤, 돌아서서 걸어갔다.그가 떠난 후, 도도희는 미안한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얘는 어려서부터 부대에서 자랐고, 커서도 주위에 남자들뿐이라 여자와 교류가 별로 없어서 말투가 좀 딱딱해. 너무 신경 쓰지 마.”아심은 웃었다.“괜찮아요. 익숙해요.” “익숙해?”도도희가 의아해하며 묻자, 아심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런 성격의 사람들에게 익숙하다는 뜻이에요.”“사실 정말 좋은 사람이야. 익숙해지면 알게 될 거야.”도도희는 아심의 팔짱을 끼고 집 안으로 걸어갔다.“숙소는 봤어? 불편한 점 있으면 말해줘.”“괜찮아요,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두 사람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도도희는 웃으며 말했다.“아이들 옷이랑 운동기구를 좀 샀는데, 내 학생 둘이 차로 읍내에서 가져오는 중이야. 이제쯤 도착했을 테니, 내가 가서 한 번 봐야겠어.”“제가 도울까요?”“아니야, 넌 장거리 운전하고 왔으니 먼저 좀 쉬어.”도도희는 그렇게 말하며 2층을 힐끔 쳐다보았다.“만약 쉬지 않겠다면 2층에 가서 시언이 좀 도와줘. 내가 고풍스러운 축음기를 하나 찾았는데 소리가
수요일 저녁 7시 정각 소희는 전위 호텔 앞에 나타났다.핸드폰 알림 소리가 울리자 소희는 카카오톡을 확인했다. 아빠 소정인이었다. [소희야, 아빠 부탁 들어줘서 고마워, 차가 좀 막히네. 먼저 들어가있어.]소희는 발걸음을 늦추며 이따 임구택을 만나면 어떻게 인사할까 생각하고 있었다.결혼 3년 동안 그들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임구택이 이 결혼을 동의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심지어 거부한다는 것은 안 봐도 뻔했다.그렇다고 임구택을 탓할 일도 아니었다. 과거 소씨 가문의 회사가 위기를 맞자 뻔뻔하게 임씨 가문을 찾아가 혼인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하였고, 당시 임씨 가문의 장남은 이미 결혼을 한 터라 자연스레 그 약속은 차남 임구택이 이행하게 되었다. 그가 내키지 않아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임씨 가문은 당연히 소씨 가문에 좌지우지 당하지만은 않았다. 예물로 50억 원을 건네어 소씨 가문이 난관을 이겨내게 도우면서도 조건을 제시했다. 3년 뒤에 이 혼사가 자동 해지되는 것으로.3년 전, 그녀는 아직 법정 결혼 연령이 되지 않아, 두 사람은 라스베가스에 가서 혼인신고를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두 사람이 아니라 각자의 대리인이 가서 혼인신고를 마쳤다. 결혼하자마자 임구택은 미국으로 건너가서 결혼 해지를 석 달 앞두고 돌아왔다. 결혼을 거부한다는 태도가 너무나도 뚜렷했다.하필이면 오늘, 그녀의 아버지가 회사 때문에 그녀를 앞세워 다시 한번 그를 찾아가 부탁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소희는 스스로를 비웃으며 자신을 어떻게 소개할지 생각하였다. “임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당신 아내에요!”그가 그녀를 거들떠보기나 할까?듣건대 임구택은 미국으로 떠나기 전 강성의 유명한 악질이었다고 한다. 강성의 흑과 백을 모두 통솔하며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매섭고 결단력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하지만 며칠 전 TV의 경제 채널에서 임구택을 본 적이 있는데 그녀가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다. 명품 양복을 입고, 거만하면서도 우아하고 듬직해 보였다.그녀는
그의 손에는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이 쥐어져 있었다.일을 마친 후 돈을 지불하다니. 그녀는 그를 무엇으로 생각하는 걸까?남자가 냉담한 얼굴을 하고 발코니로 성큼성큼 걸어가니 과연 창문이 열려 있었다.여기는 층고가 높아서 3층이 4층 높이일 텐데 그녀는 어떻게 뛰어내렸을까?그가 그렇게 무서웠나? 죽음을 무릅쓰고 도망칠 만큼?창문으로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물을 끼얹은 듯 청량한 바람이지만 남자의 마음속에서 타오르는 화는 식히지 못하였다. 이 여인은 만 원으로 그를 모욕했을 뿐만 아니라, 일이 끝난 후에 창문으로 뛰어내려 도망쳤다... 잡히기만 해봐! ......택시에 앉은 소희가 재채기를 하자 운전기사가 백미러를 보며 물었다. “아가씨, 괜찮아요?”이렇게 예쁘게 생겨서 홀딱 젖어있다니, 딱 봐도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았다.소희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기사는 웃으며 말했다. “아직 학생이죠? 밖에 혼자 다닐 때 각별히 조심해야 되요.”“네, 감사합니다. 기사님.”소희는 대답하고 휴대폰을 꺼내 재빨리 문자를 보냈다. “천위 호텔의 7시와 9시경에 내가 찍힌 CCTV 기록은 모두 없애!”“ok!” 상대방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지시에 따랐다.남자의 귀에 거슬리는 말이 다시 귓가에 울려 퍼졌다. 소희는 오늘 임구택과 만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따위 고민은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다만 임구택이 그녀가 왔었다는 사실을 모르게만 하고 싶었다.운해로에서 내리면서 소희는 뒷좌석을 적신 대가로 택시비를 두 배로 지불했다.별장으로 돌아오자 하인은 소희의 젖은 옷을 보고 깜짝 놀라 물었다.“작은 아가씨, 무슨 일이에요?”“일이 좀 있었어요, 일단 올라가서 샤워부터 할게요.”소희는 위층으로 걸음을 옮겼다.“목욕물 준비해 드릴게요.”하녀는 더 묻지 못한 채 위층으로 올라가 준비했다.몇 분 후 소희는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긴장했던 몸이 점차 풀리기 시작했다.머릿속이 복잡해서 머리까지 물속에 파묻고 오늘 밤에 있
소희는 멍해졌다.남자는 차갑게 입을 열었다. “왜 절 따라오시는 거예요? 강성대 학생이신가요?”그는 오는 길에서부터 이 여자가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것을 발견했다. 그가 멈추면 그녀도 무슨 일이 있는 척 멈추더니 엘리베이터까지 따라왔다.소희는 얼굴이 빨개졌지만 이내 다시 냉정을 되찾고 반문했다. “여기가 당신 집으로 가는 길인가요? 모든 사람이 갈 수 있는 길을 왜 제가 따라다닌다고 하는 거죠?”남자의 눈동자의 싸늘한 빛이 스치더니 뒤로 한 발짝 물러서며 소희에게 올라오라고 눈짓했다.소희는 입술을 실룩거리며 비꼬듯 말했다. “됐어요, 오해받을 만한 행동 안할게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돌아서서 계단으로 걸어갔다.그녀 뒤로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히며 남자의 가늘게 뜬 눈을 가렸다.소희는 임구택과 다시 마주칠까 봐 아예 계단으로 9층까지 올라갔다.회의실에 도착하니 조교가 학과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조교는 그녀를 보자 잠시 기다리라고 눈짓했다.그 옆에는 몇몇 학생들도 자료를 제출하러 왔는데, 그중 한 명은 따가운 눈빛으로 소희를 노려보았다. 소희는 못 본 척 휴대폰을 꺼내 스도쿠를 했다.5분도 안 돼 한 판을 풀고 나니 밖에서 점점 가까워지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돌아온 지 얼마 안 됐죠? 출국한지 오래됐으니 돌아올 때 됐구나 싶었는데”교장선생님의 목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한 사람은 교장선생님이고, 다른 한 사람은...소희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이렇게 공교로운 일이...?임구택도 소희를 보았다. 그의 눈빛은 그녀에게 머물지 않고 바로 지나갔다.학과장은 급히 마중 나가 교장선생님과 인사를 나누었다.방 교장은 그에게 소개하였다. “이 분은 LS그룹의 대표이사님이십니다. 예전에 우리 학교 학생이었지요. 참, 우리 학교 여러 항목의 장학금도 임 회장님이 후원한 것입니다.”그러자 학과장은 냉큼 공손한 표정을 지으며 임구택과 악수를 나누었다. “오늘 마침 학생들에게 장학금 신청 서류를 제출
임구택은 그날 창문에서 뛰어내린 여자를 조사하라고 지시했고, 명우는 제일 먼저 천위 호텔의 CCTV를 조사했다.이상하게도 7시와 9시 두 시간대 모두 공백 상태였고 천위 호텔의 보안요원조차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하지 못하고 당시 인터넷이 끊겼을 것이라고 추측만 하고 있었다.그래도 명우는 한 사람을 찾았다. 서이연.서이연은 B급 배우로 청순하고 러블리한 이미지의 노선을 걷고 있으나 줄곧 뜨지 못했다. 어제 저녁 6시 50분쯤 그녀가 천위 호텔에 들어가 연풍관 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CCTV에서 볼 수 있었다. 이후 CCTV 기록에는 공백이 있어 그녀가 어느 방으로 갔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었다.9시 5분경 서이연의 매니저가 그녀를 부축하고 연풍관 밖에 나타났는데, 그녀는 한쪽 다리를 구부린 채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부상을 입은 것이 분명했다.그 뒤로 기록이 사라졌기 때문에 명우는 서이연이 어떤 차를 타고 떠났는지 몰라 어느 병원에 입원해 있는지 알아내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어젯밤 그녀는 왼쪽 다리를 수술했다.명우는 이미 차트를 확인했는데 낙상이었다.그날 밤, 강성의대 부속병원.VIP706호. 병상에 누워있는 여인은 두 손을 맞잡고 불안한 표정으로 맞은 켠 소파에 앉은 임구택을 바라보았다. “임 대표님 무슨 일이에요?”“다리 어떻게 다쳤어요?” 임구택은 그녀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서이연은 한쪽 다리에 깁스를 하고 반쯤 늘어뜨린 눈꺼풀 아래 눈물을 반짝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임 대표님과 관련이 있나요?”“숨길 필요 없어요, 사람을 시켜 이미 CCTV를 확인했으니까. 어젯밤 9시쯤 매니저가 당신을 부축해서 차를 타고 떠날 때 다리는 이미 부러져 있었죠. 그날 밤 제 방에서 뛰어내린 사람은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맞나요?” 임구택의 어조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담담했다.손님의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천위 호텔은 카메라가 객실 창문을 향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서이연이 어디서 뛰어내렸는지는 볼 수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