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고개를 돌려 밖을 내다보니, 몇 명의 여학생들은 이미 구택을 에워싸고 있었다. 그녀는 살짝 급해 보였다. 그렇게 많은 여학생들이 있었으니 적어도 한참 그에게 매달릴 수 있었고 그녀가 아이스크림 하나를 다 먹기에는 충분했다.그녀는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가서 기다리며 마음속으로 무척 흥분해했다. 이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리며 연희가 문자를 보냈다. 그녀는 소희가 언제 강성으로 돌아갈지 물었다.소희가 고개를 숙이고 답장을 할 때 누군가가 다가와 그녀에게 주스와 아이스크림을 건네줬다."고마워요!" 소희는 감사 인사를 한 뒤 자신의 아이스크림을 쳐다보았지만 결국 쟁반을 든 손에 시선이 떨어졌다.손가락 마디마디는 분명하고 하얬으며 손목에는 비싼 손목시계가 등불에 빛을 반짝이고 있었고 소희는 멍해지다 인차 고개를 들었다.구택은 이미 손을 거두고 바지 주머니에 넣고 높은 곳에서 그녀를 내려다보며 한심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소희는 눈웃음을 지으며 제발 저린 목소리로 말했다."둘째 삼촌!""아이스크림 하나 때문에 나를 팔았어요?" 남자는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말투는 무척 담담했지만 눈빛에는 위험이 가득했다.소희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아첨했다."사실 나도 둘째 삼촌 믿는 거예요.""그래요?" 구택은 그녀 맞은편에 앉았다."내가 그녀들과 좀 더 얘기하면서 소희 씨가 이 아이스크림을 즐길 수 있기를 바라는 건 아니고요?"소희가 막 부정하려고 하자 남자는 또 입을 열었다."잘 생각하고 말해요. 성실한 아이한테 상이 있는 법이죠!"소희는 눈알을 굴리며 헛웃음을 지었다."그녀들이 구택 씨랑 말 걸고 싶어 하는 거 같아서요. 나는 그냥 그녀들을 응원했을 뿐인데 어떻게 그게 구택 씨를 팔아먹었다고 말할 수 있겠어요?"구택은 꽤 흥미가 있었다."어떻게 응원했는데요?""우리 둘째 삼촌한테 여자친구가 없다고 했더니 그녀들 바로 나갔어요." 소희는 깜찍한 표정을 지었다."틀린 말은 아니죠, 나한테 확실히 여자친구가 없으니까요." 구택은 그녀의
두 사람이 문을 나서자 두 캐셔는 부러워하며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중 키가 약간 큰 사람은 무척 부러워하며 말했다."그 남자 정말 멋있다! 그 여자도 행복해 보이는걸, 이렇게 그녀를 아끼는 둘째 삼촌이 있다니!"그녀들은 두 사람의 대화를 잘 듣지 못했지만 여자가 줄곧 남자를 둘째 삼촌이라고 부르는 것만 들었다.옆에 조금 작은 캐셔가 어이없어하며 그녀를 힐끗 보았다."너는 그 두 사람이 정말 삼촌과 조카라고 생각하니? 그들의 표정, 그리고 남자가 총애하는 눈빛 좀 봐, 분명 커플이잖아!""설마?" 키가 큰 캐셔는 무척 놀랐다."뭐가 설마야, 호들갑도 참! 나만 믿어, 그 남자는 그 여자를 아주 좋아하고 있다고!"키가 큰 캐셔는 다소 흥분했지만 또 약간 아쉬워했다."그럼 나는 희망이 없는 거잖아. 그가 또 오면 번호 달라고 하고 싶었는데.""꿈 깨. 그의 옷차림과 기질만 보면 보통 사람이 아니야. 그리고 그가 손에 차고 있던 그 시계, 인터넷에서 누가 말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너 가격 알면 놀라 자빠질걸!"키가 큰 캐셔는 탄식하며 고개를 저으며 냉정을 되찾은 뒤 몸을 돌려 계속 일을 했다.......소희는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었고 두 사람은 계속 앞으로 걸어가 2인용 자전거를 빌려 가로수길을 따라 자전거를 탔다.가는 길에 풍경은 무척 아름다웠다. 어떤 사람은 길가에서 기타를 안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잔디밭에서 연을 날리고 있었으며 같은 자전거를 탄 젊은이들은 그들을 보고 열정적으로 그들과 인사를 했다......이는 매우 특별한 느낌이었다. 마치 특별하게 낯선 곳에 가서 여행을 하며 진짜 커플처럼 돌아다니는 느낌이었다.소희는 이곳을 떠나면 그들은 더 이상 이렇게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고 디저트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위해 다투며 함께 자전거를 타고 풍경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두 사람이 멈추고 물을 마실 때 어떤 사람이 와서 소희에게 말을 걸었다."아가씨도 자전거 타는 거 좋아해요? 번
두 사람이 강 씨네 본가로 돌아왔을 때 마침 날이 어두워질 무렵이었다. 전에 그들을 돌보던 집사는 빗자루를 들고 정원에서 낙엽을 쓸고 있었다. 그는 두 사람을 보고 자상한 미소를 지었다."돌아왔어요!"소희는 돌아오는 길에 산 떡을 건네주며 부드럽게 말했다."너무 바쁘게 오느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는데 구택 씨가 어르신께 드린다고 방금 떡 좀 샀어요. 부탁해요."집사는 떡을 받으며 자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요, 또 이렇게 떡을 사 오다니!"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구택의 손을 잡고 뒤뜰로 갔다.집사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들이 문에 들어서서야 시선을 거두었다. 상자 속에는 어르신이 가장 좋아하는 무떡도 있었고 그가 좋아하는 개암수도 있었다.오 씨는 웃음이 더욱 짙어지며 빗자루를 내려놓고 떡을 들고 천천히 어르신의 방으로 갔다.저녁 식사는 여전히 입에 맞고 맛있었다. 밥 먹을 때 소희는 농담을 했다."강 씨네 집안은 지금 포로를 우대하는 셈 아닌가요?"구택은 가볍게 웃었다."어르신은 비록 성격이 괴상하지만 명문 출신이기 때문에 당연히 기량과 기개가 있을 거예요."그는 말을 마치고는 또 담담하게 한마디 덧붙였다."강 씨네 가족엔 나쁜 사람 하나도 없을 거예요!"소희는 눈을 들어 맑은 눈동자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게 다리를 그에게 집어주었다."어르신께서 구택 씨의 이 말을 들으면 틀림없이 기분 좋아할걸요."구택이 갑자기 물었다."소희 씨 집은 어디에 있죠?"소희는 해왕을 한 입 먹고 삼킨 후에야 고개를 들어 말했다."여기서 멀지 않아요. 우리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 그 광장 있죠, 서쪽으로 가면 바로 우리 집이에요.""왜 진작에 말하지 않았어요? 그때 가서 한 번 볼 수 있었잖아요." 구택이 말했다."나는 그저 위치를 대충 말해준 거뿐이에요. 우리 집과는 그래도 거리가 좀 있어요. 게다가 우리 할아버지도 거기에 없는데 돌아가서 뭐해요."소희는 무심하게 말하며 구택에게 죽순을 집어주었다."이런 산에서 자란 죽
"네?" 소희는 일부러 놀라는 척했다."비즈니스상 통혼이라고 할 수 있죠. 오래전부터 정한 일이었어요. 그리고 바로 두 달 전에 끝냈고요." 구택의 목소리는 침착하고 냉정하여 마치 다른 사람의 일을 말하는 것처럼 담담했다.소희는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그럼 우리가 함께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끝난 거예요? 왜 끝냈죠? 그 아내를 좋아하지 않아서요?"구택은 소희와 이 일에 대해 말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여기며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나는 심지어 나와 결혼한 그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소희는 어깨를 으쓱거렸다."슬픈 이야기 같네요."구택은 예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왜 슬퍼요? 소 씨네 집안이 혼인을 하려고 한 이유가 원래 우리 임 씨네 집안을 빌어 그들을 도와 사업상의 위기를 극복하려고 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나와 그 소 씨네 아가씨는 다른 의미의 도구에 불과해요. 우리 사이에는 감정이 없었고 그녀도 우리가 조만간 끝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해요."소희는 생각을 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구택 씨 말이 맞네요. 당신은 그 아가씨와 인연이 없어요."구택은 얇은 입술로 가볍게 입을 열었다."게다가, 나도 결혼할 생각을 한 적이 없어요.""왜요? 구택 씨 부모님은 사이가 좋지 않아요?"소희가 물었다. 그녀는 보통 부모님 사이가 좋지 않거나 가족한테 상처를 받은 사람이야말로 결혼을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구택은 눈빛이 어두워지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나의 아버지는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아요."소희는 이해할 수 없는 기색을 보였다. 그녀는 지난번에 임가에 갔을 때, 그의 아버지는 비록 엄숙하고 잘 웃지 않았지만 노부인을 매우 존중한 걸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노부인은 온화하고 우아하며 부드러워 전혀 남편에게 냉대를 받는 부인의 모습처럼 보이지 않았다.그러나 구택은 부모님 사이의 일을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은 듯 차 한 모금만 마셨다. 그리고
소희는 몸을 돌려 화원에서 나와 달 모양의 문을 지나 뒤뜰로 돌아왔다. 이미 깊은 밤이라 온 정원은 조용해졌고 복도 아래의 초롱만이 바람에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소희는 뒤에 닫힌 나무 문을 돌아보며 객실로 돌아가지 않고 앞마당으로 향했다.어르신의 방에는 아직도 불이 켜져 있었다. 소희는 가볍게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인차 활력이 넘치는 소리가 들려왔다."들어와!"소희는 문을 밀고 들어가 활짝 웃었다."할아버지 아직 안 주무셨어요?"어르신은 벤치에 기대어 노래를 듣고 있었다. 그는 일어나서 축음기를 끄며 그녀를 한 번 보더니 성이 나서 말했다."차를 많이 마셔서 안 졸려!"소희는 한숨을 내쉬었다."나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내가 보고 싶지도 않으신가 봐요. 그럼 나 자러 갈게요."그녀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손을 문에 걸치기도 전에 어르신이 외쳤다."돌아와!"소희는 웃으며 돌아서서 얌전하게 물었다."지난번에 할아버지와 영상통화를 했을 때 기침을 심하게 하던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이제 와서 나를 관심한다 이거야. 네가 임가네 그 녀석을 위해 그 옥고리를 찾으러 오지 않았더라면 집이 코앞이면서도 나를 보러 오지 않았을 거 아니야!"어르신은 중얼거렸다.소희는 그의 팔짱을 끼고 앉아 물 한 잔 따라주었다."할아버지도 지금 나와 구택 씨의 관계 알고 있잖아요. 나는 돌아오기가 좀 불편해서 그래요. 게다가 나도 아르바이트 끝나면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잖아요."어르신은 콧방귀를 뀌었다."너 임가네 그 녀석과 무슨 관계야? 넌 그를 위해 이렇게 진심을 다 하는데 그는 너한테 명분도 하나 안 주잖아. 혼약은 이미 끝났는데 너 기어코 이렇게 그와 함께 있어야 할 이유가 뭐야? 너 도대체 무엇을 바라는 거야?"소희는 의자에 앉아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한 손으로 턱을 받치고는 맑은 눈빛으로 말했다."그와 함께 있으면 매우 즐거워서요. 전에 할아버지도 자주 나한테 말했죠? 사람은 즐거우면 된다고요!""즐거움은 일시적인 감정이 아
두 사람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고 오래된 탁상시계가 울렸을 때 소희는 시간을 한 번 보더니 일어섰다."할아버지 얼른 주무세요. 난 우담화 보러 갈게요."어르신은 흥얼거리며 웃었다."꽃을 보러 가는 거야 아니면 사람을 보러 가는 거야?"소희는 당당했다."사람을 보는 것도 당연하죠. 그는 나더러 자게 하려고 스스로 남아서 꽃을 본 거예요."어르신은 물었다."그럼 넌 누구를 위해서야?""......"어르신은 손을 흔들었다."됐어, 가봐, 나도 자야겠어. 내일 아침에 너희들 밥 먹고 가. 옥고리는 내가 이미 오 씨더러 찾아내라고 했고.""네, 그럼 나 갈게요. 할아버지 잘 자요!" 소희는 부드럽게 웃었다."가봐!" 어르신이 말했다.그는 소희가 나가는 것을 보고서야 천천히 안방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무슨 생각이 났는지 그는 고개를 저으며 웃음을 금치 못했다. 임 씨네 그 녀석은 보기에는 괜찮았지만 그의 아버지처럼 나쁜 짓을 하지 않았으면 하며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소희는 어르신의 방 문을 나서자 밤중에 한 사람이 바깥의 받침돌 위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가까이 다가가서야 그 사람이 오 씨 집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품에 보온통을 안고 복도 기둥에 기대어 잠들었다."오 씨 할아버지!" 소희는 몸을 숙이며 조용히 그를 불렀다.집사는 놀라 깨며 소희를 보고 자상한 미소를 지었다."사람이 늙으면 이렇게 쓸모가 없네요, 그냥 잠깐 기다일 것 뿐인데 뜻밖에도 잠이 들었지 뭐예요!""나 기다렸어요?" 소희가 물었다.집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든 보온통을 소희에게 주었다."내가 주방 사람들 시켜서 아가씨한테 끓여준 단국이에요. 밤에 추우니까 좀 마시면 몸이 따뜻해질 거예요."소희는 마음이 따뜻해지며 보온통을 받고는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얼른 돌아가서 주무세요."집사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다."일 없을 때 자주 돌아와요. 어르신은 비록 전화에서 이거 싫다 저거 싫다 하시지만, 아가씨를 매우 그리워하며 줄곧 아가씨
구택은 우담화 앞에 쪼그리고 앉아 도구로 화분을 수집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오는 것을 보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안 자고 뭐해요?"소희는 그릇에 단국을 부었다."자려고 했는데 주방에서 단국 끓이는 냄새 맡고 먹고 싶어서 깼어요."그녀는 단국을 구택에게 건네주었다."올방개, 배, 그리고 옥수수를 넣었는데, 입맛에 맞는지 한번 먹어봐요."구택은 그릇을 받아 국물을 한 모금 마시고 고개를 끄덕였다."음, 달콤하네요."그는 무심하게 웃으며 말했다."강 씨 집안사람들의 입맛은 소희 씨랑 잘 맞네요!"소희는 그릇을 들고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아마도, 이것이 바로 운성 사람들의 입맛일걸요."......두 사람은 새벽이 돼서야 돌아가서 잠을 자려 했다. 문 앞에 도착하자 구택은 소희의 손을 잡으며 놓으려 하지 않았다."내가 봤는데요, 침대는 충분히 커서 우리 두 사람 같이 잘 수 있어요."옆에서 잠든 앵무새는 놀라 깨어나며 문득 고개를 돌렸고 빨갛고 작은 눈은 적외선처럼 두 사람을 주시했다.소희는 앵무새를 힐끗 쳐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른 사람의 집에서 이러면 안 좋아요."구택은 가볍게 웃었다."뭘 하겠다고 그러는 게 아니에요. 단지 소희 씨가 낯선 곳에서 자면 두려워할까 봐 그래요."소희는 마음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말을 참 듣기 좋게 했다. 침대에 올라가서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면 그는 임구택이 아니었다!"나 안 무서워요. 밖에 앵무새가 지키고 있잖아요."소희는 그들을 쳐다보는 앵무새를 가리키며 농담으로 말했다.앵무새가 소리쳤다."무서워하지 마, 무서워하지 마, 바람이 불고 비가 와도 무서워하지 마, 다만 남자가 거짓말 할까 봐 무섭네 무서워!"구택은 검은 눈동자로 앵무새를 노려보며 싸늘하게 웃었다."한 번만 더 말하면 너의 입을 막을 거야!""네가 감히!" 앵무새는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그와 맞섰다."쉿!" 소희는 검지를 입술에 대고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다른 사람들 다 자고 있으니까 조용
"펑" 하는 소리가 났다.남자는 소리를 내며 손을 들어 머리를 가린 채 몸을 돌리려 했지만 비틀거리며 바로 바닥에 쓰러졌다.청아도 놀라서 손에 든 방망이를 바닥에 던지고는 재빨리 후퇴했다.그녀는 인차 자기 방으로 돌아와 방문을 잠그고 숨을 크게 쉬었다.그녀는 심장이 빠르게 뛰면서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침대 앞으로 달려가 핸드폰으로 경찰에 신고하기 시작했다.전화를 할 때도 손은 부들부들 떨렸다.15분 후, 밖에서 초인종 소리가 울리자 이불 속에 숨은 청아는 깜짝 놀랐다.경찰이 도착한 것을 감지한 청아는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거실을 지나갈 때 그녀는 그녀에 의해 기절한 남자가 여전히 베란다에 누워 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살금살금 문 앞으로 걸어가 문구멍을 통해 밖을 내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밖에 서 있는 사람은 경찰이었다. 그녀는 신속하게 문을 열고 경찰을 향해 다급하게 소리쳤다."도둑은 나한테 맞아서 기절했어요. 바로 베란다에 있어요!"다섯 명의 경찰은 들어와서 불을 켜고는 베란다로 향했다.청아는 조심스럽게 그들의 뒤를 따라가며 경찰이 기절한 남자를 뒤집은 것을 보았다. 그중 경찰 한 명이 중얼거렸다."도둑 같지가 않은데!"남자는 비싼 양복을 입고 있었고 손목에 있는 시계는 딱 봐도 값이 만만치 않았다. 비록 그는 혼수상태에 빠졌지만 기질은 절대 보통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청아는 호기심에 앞으로 가서 한번 보았는데 남자의 모습을 보자 제자리에 멈칫했다."이 사람이 여기에 왜 있지?"경찰은 뒤돌아보며 그녀에게 물었다."아는 사람이에요?"청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들은 아는 사이 일가? 하지만 그녀는 그의 이름도 몰랐다!"꽤 심하게 다쳤으니, 우선 병원으로 옮겨. 그가 깨어나면 다시 심문하고!"경찰이 말했다.몇 명의 경찰은 남자를 부축하며 그가 가지고 있는 신분증을 보고 남자의 이름이 장시원이라는 것을 알았다!이 이름을 보고 몇 명의 경찰은 눈빛을 마주쳤다. 모두 의아하며 놀랐다. 설마 장 씨
정현준이 어색하게 분위기를 풀며 말했다.“소혜 씨는 원래 목표를 정하면 절대 물러서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그런 자세는 우리가 본받을 만하죠.”그는 임유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팀장님, 팀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팀장님도 부담스럽다면, 우리 영업팀 쪽이랑 다시 얘기해 볼까요? 그쪽도 이제 이 프로젝트 포기하고 싶어 할 수도 있으니까요.”유진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자료를 보고 있었다. 소혜의 도발 섞인 말투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감정 기복 없이 차분했다. 속마음이 전혀 드러나지 않아 오히려 상대가 당황할 정도였다.자료를 대략 훑고 나서야, 유진은 마음을 정리한 듯 고개를 들었다.“굳이 물어볼 필요 없어요. 소혜 씨의 기획서 봤는데 문제없더라고요. 이 프로젝트, 제가 직접 구씨그룹과 협의하죠.”소혜의 입가에 알 수 없는 웃음이 번졌다. 소혜는 구씨 그룹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부서와 이미 친분을 쌓아두었고, 사실 이 프로젝트는 이미 내부적으로 다른 회사와 협력하기로 내정된 상태라는 걸 알고 있었다.결코 우리 쪽으로 넘어올 일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유진이 이 프로젝트를 맡도록 유도한 것이었다. 그래야 결국 성과를 못 내고 망신을 당하게 되니까.계획이 잘 흘러가자, 소혜는 더욱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역시 팀장님답네요. 저도 열심히 도울게요. 이번 프로젝트 꼭 함께 성공시켜요.”유진은 차분히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그래요, 잘 부탁해요.”이후 이틀 동안, 유진은 구씨그룹 프로젝트 담당자에게 전화를 수차례 걸었다. 하지만 매번 비서가 전화를 받았고, 바쁘다는 이유로 면담은 번번이 거절당했다.유진 측에서 아무런 진전이 없자, 소혜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조만간 유진이 자진해서 포기할 거라고 믿었고, 그렇게 되면 팀 내에서의 리더십도 자연히 무너지게 될 것이라 확신했다.소혜의 생각은 단 하나였다. 유진은 능력으로 올라온 게 아니라, 인맥으로 자리를 꿰찼다는 걸 모두에게 증명해 보이겠다는 것. 그리고 유진을 꼭
“아니에요, 그냥 오해일 수도 있어요.”유진이 말했다.“만약 방연하가 아직 나를 좋아한다면, 내가 다시 한번 만나서 말할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너라고 직접 말할 거야.”구은정의 말에, 유진은 순간 멍해졌다. 눈가가 살짝 붉어졌고, 부드러운 얼굴은 더더욱 복숭앗빛으로 물들었다. 그러고는 중얼거리듯 말했다.“누가 말하래요?”그날 서로 솔직하게 얘기한 이후, 며칠 동안 두 사람의 분위기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웠다.그런데 은정이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좋아한다고 말해버리니, 오히려 어떻게 받아쳐야 할지 몰랐다.은정은 말했다.“솔직히 말해도 안 되는 거야?”유진은 표정을 다잡고, 진지하게 말했다.“나랑은 상관없어요. 연하 안 좋아하면 분명하게 말해요. 괜히 질질 끌지 말고요.”은정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가 그런 사람이야?”유진은 고개를 숙였다. 효성은 분명 오해하고 있었다. 이 일은 셋이 제대로 마주 앉아 솔직하게 풀어야 할 것 같았다.그때 은정은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집에도 안 들르고, 옷도 안 갈아입고 그냥 온 거야? 이거 물어보려고?”“그럼 뭐겠어요?”유진이 코웃음을 치자, 은정은 검은 눈동자를 고정시키며, 낮고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난 네가 날 보고 싶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유진의 가슴이 순간 철렁 내려앉았다. 얼굴은 점점 붉어졌고, 마치 연하처럼 화난 척하며 외쳤다.“아니, 삼촌 진짜 안 끝낼 거예요? 계속 이러면, 나 진짜 다시는 안 올 거예요!”은정은 입가를 살짝 풀며, 한발 물러나는 어조로 말했다.“알겠어. 최대한 자제할게.”유진은 그의 웃음소리에 더 정신이 어지러워졌다. 애옹이를 내려놓고 벌떡 일어나 말했다.“나 갈래요!”“수업은 안 해?”은정이 묻자, 유진은 어딘가 토라진 말투로 말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갔다.“안 해요!”은정은 유진을 배웅하며 문 앞까지 나갔다. 하지만 유진은 등을 돌린 채 문을 닫아버렸고, 단 한 번도 고개를 돌려보지 않았다.은정은 무의식적으로 혀끝으로 어금니
연하는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유진아, 너랑 효성이랑 둘이 쇼핑하러 가. 난 회사에 잠깐 다녀와야 해.”유진은 당황한 듯 물었다.“무슨 일 있어?”“상사가 방금 전화해서 오라고 하셨어.”연하가 말하자, 임유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래, 그럼 얼른 다녀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우리한테 연락해.”연하는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고, 그때 갑자기 장효성이 말을 받았다.“정말 가식적이야. 입만 열면 거짓말이 술술 나오네! 유진아, 그렇게 마음 쓰지 마. 쟤는 애초에 네 도움 필요 없어. 괜히 네 손으로 호랑이 새끼 키우지 마.”연하는 끝까지 참다가, 결국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효성을 노려보았다.“장효성, 너 너무 지나친 거 아니야?”오히려 효성은 침착하게 받아쳤다. “내가 틀린 말 했어? 난 네가 전화 받는 소리 못 들었거든.”연하의 얼굴빛이 굳어졌다. 애초에 임유진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조용히 넘어가려 했는데, 효성이 일부러 모르는 척하며 예의 하나 없이 공격해 온 것이다.유진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조용히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 있었던 거야? 둘 다 왜 이래?”그때 옆자리 손님들이 힐끔거리며 쳐다보는 것을 본 연하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여기서 싸울 자리는 아니잖아. 나중에 어디 조용한 데서 얘기하자.”“난 딱히 할 말 없어. 그냥 갈래.”효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들었고 떠나기 전 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유진아, 남의 남자 훔치는 거에 익숙해진 사람은, 친구 남자친구도 똑같이 건드려. 너도 조심해.”그 말을 끝으로 효성은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유진은 한동안 말이 없었고, 이내 연하를 바라보며 물었다.“효성이, 무슨 말이야?”유진은 효성이 말한 그 사람이 혹시 구은정을 말하는 게 아닐지 생각했다. 그러나 연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효성이가 괜히 오해한 거야. 난 네게 부끄러운 행동한 적 없어.유진아, 나 믿어?”유진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믿지.”“
두 사람이 막 자리에 앉았을 무렵, 연하가 도착했다. 유진에게 전화를 걸어 말하길, 자신은 주차할 곳을 찾는 중이니 먼저 메뉴를 고르라고 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장효성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유진아, 연하까지 부른 거야? 미리 말 좀 해주지.”유진은 웃으며 말했다.“단톡방에 말했는데? 못 봤어?”사실 그날 일 이후, 효성은 연하를 다시는 안 보겠다고 마음먹었고, 셋이 있는 단체 채팅방 알림도 꺼둔 상태였다. 예전에 유진이 왜 채팅방에서 말을 안 하느냐고 물었을 때도, 그냥 일이 바쁘다고 둘러댔을 뿐이었다.이에 효성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못 봤네, 정신이 없어서.”곧 연하가 들어왔고,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유진아, 효성아!”효성은 메뉴판을 보는 척하며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연하가 다가오는 순간, 옆자리에 자기 가방을 일부러 내려놓았다.연하는 그 행동을 눈치채고 잠시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유진의 옆자리에 앉았다.유진은 해맑게 웃으며 물었다.“길 막혔어?”“아니, 우리 대학 때 자주 가던 케이크 가게 들렀거든. 거기서 디저트 몇 개 샀어.”연하는 말하며 가방에서 디저트 상자를 꺼내 효성의 쪽으로 내밀었다.“효성이, 네가 제일 좋아하던 두리안 파이야.”연하의 화해 제스처는 분명했다. 하지만 효성은 고개조차 들지 않고, 냉담하게 말했다.“괜찮아. 요즘은 그런 냄새 나는 거 싫어해서.”연하의 얼굴빛이 살짝 굳어졌다. 그러나 유진은 아직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서 그저 웃으며 물었다.“예전엔 냄새나도 잘만 먹더니, 입맛 바뀐 거야?”효성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임유진을 보며 말했다.“그러게. 예전엔 냄새나는 것도 참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보기만 해도 역겨워.”탁. 연하는 파이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러나 입을 열면서는 또다시 화를 억누르고 부드럽게 말했다.“예전에 좋아했다는 건, 그만큼 취향이 맞았다는 뜻이지. 왜 그렇게까지 싫은 티를 내?”효성의 얼굴이
컵 안에는 짙은 갈색의 한약이 담겨 있었고, 향이 진하게 퍼졌다.연하는 소파 위에서 다리를 접고 앉아, 약을 작은 모금씩 천천히 마셨다. 진구는 옆에서 얇은 담요를 가져와 연하의 다리 위에 덮어주며 말했다.“아까 약 달이는 동안 검색해 봤는데, 여자들은 생리 중에 몸이 차가워지면 안 되고, 술 마시는 건 더더욱 안 된대. 너, 진짜 목숨 걸었구나?”연하는 창백한 얼굴로 웃어 보였다.“다음부터는 조심할게요.”약을 마신 덕분인지 한결 나아졌고, 정신도 조금 돌아온 연하는 장난스럽게 말했다.“선배, 의외로 따뜻한 남자였네요? 사실 유진이가 선배랑 사귀었어도 꽤 행복했을 것 같아.”진구는 코웃음을 쳤다.“이제야 알아봤어? 지금이라도 후회돼서 도와주고 싶은 거 아냐?”연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사람 마음이라는 게, 내가 유진이랑 아무리 친해도 대신 선택해 줄 순 없어요.”“알아.”진구는 소파에 앉으며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서, 나 이번에 유진이한테 고백할 생각이야.”그 말에 연하는 조금 놀랐다.“결심했어?”사실 진구는 그동안 줄곧 망설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유진이가 서인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어서 입도 못 뗐고, 나중에 서인을 잊은 후에는 자신에게도 기회가 올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유진이가 자신을 다시 좋아해 주길 바랐다.요즘 유진이와 구은정이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유진이는 다시 그 남자를 좋아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고백하지 않으면, 나중에 정말 후회하게 될 것 같았다.연하는 생각에 잠긴 듯, 조용히 약을 한 모금 더 마시고 물었다.“결과는 생각해 봤어요?”진구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대답하지 않았다. 유진이가 받아준다면야 좋겠지만, 거절당한다면 아마 친구 사이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었다.특히나 유진이가 지금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으니, 자신이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면 부담스러워서 사표라도 내는 건 아닐지. 이
진구는 고개를 돌려 방연하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다.“어머니가 나더러 너 데리러 오라고 하셨어.”연하는 바로 상황을 이해하고 투덜거렸다.“엄마한테 곧 간다고 말했는데, 왜 또 오빠까지 부른 거야?”“너 데리러 오는 건 당연한 일이지.”진구의 말투는 점점 더 다정해졌고, 하현욱은 재빨리 말했다.“연하 씨, 남자친구가 왔으니 얼른 들어가요!”연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구석한에게 말했다.“다음에 꼭 사장님 노래 들을게요. 전 먼저 갈게요.”구석한도 더는 말할 수 없어, 체면상 걱정스러운 말만 건넸다.“조심히 들어가요.”연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려 진구를 바라봤다.“가자, 집에 가자.”진구는 연하를 데리고 차로 향했다. 차에 올라탄 연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시트에 몸을 기대듯 기대고는 완전히 맥이 풀린 듯한 모습으로 물었다.“근데 선배 어떻게 거기 있었어요?”진구는 말했다.“지나가다가 우연히 봤어. 몇 명이랑 실랑이 중인 거 같아서 혹시 곤란한 일 생긴 건가 싶더라고.”연하는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고마워요. 안 그랬으면 오늘은 진짜 피 토했을지도 몰라요.”진구는 그제야 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무슨 일 있어?”연하는 그를 친구처럼 여겼기에 거리낌 없이 말했다.“생리 중인데, 배가 너무 아파서요.”진구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병원 갈래?”“괜찮아요!”방연하는 씩 웃었다.“딱 봐도 여자친구 없어 보여요. 이거 매달 하는 되게 평범한 거예요.”“아...”진구는 더욱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그렇게 아픈데도 술 마시러 나갔어?”연하는 눈썹을 치켜올렸다.“어쩔 수 없잖아요.”“그러면 잠깐 눈 좀 붙여. 집까지 데려다줄게.”진구가 말에, 연하는 감사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선배, 진짜 고마워요.”“고맙긴.”연하는 정말 배가 아파서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 눈을 감았다.진구는 연하가 어깨를 감싸 쥐고 참고 있는 표정을 보며, 평소의 활달한 모습과
은정은 손에 들고 있던 요구르트를 내려놓았다.“이거 먼저 마셔. 곧 밥이 다 돼.”그 말을 남기고, 곧장 다시 주방으로 향했다. 유진의 얼굴은 붉어졌다가 창백해지고, 이내 푸르스름해졌다.‘이게 어떻게 친구 사이야?’‘예전엔 왜 몰랐을까, 이 남자 이렇게 능숙하고, 설레게 하는 타입이었나? 하.’역시, 유진은 은정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적었다. 은정은 지난번 남겨 냉동해 두었던 생선을 꺼내 생선찜을 만들었다.맛은 나쁘지 않았고 달걀 몇 개를 볶고, 간단한 국도 하나 끓였다. 유진은 배가 고픈 건지, 아니면 이 익숙한 냄새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 건지, 자리에 앉자마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은정은 생선살을 발라 접시에 담아 그녀 앞으로 밀어주었고, 유진은 한 손으로는 자신이 먹으면서, 다른 손으로는 애옹이에게 먹이를 주었다.계란볶음은 아주 평범한 요리였지만, 유진은 파티장에서 먹던 최고급 참치초밥보다도 더 향긋하고 맛있게 느껴졌다.은정은 말없이 생선 살을 모두 유진의 앞 접시에 덜어주고, 조용히 유진이 식사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가끔 휴대폰을 확인하며 업무 관련 메시지 몇 개를 간단히 회신했다.유진이 물었다.“왜 안 먹어요?”이에 은정은 부드러운 어조로 대답했다.“파티 가기 전에 먹었거든.”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진은 야근해서, 진구와 함께 바로 파티장으로 갔었다. 원래는 파티가 끝나면 함께 야식을 먹기로 했었다. 유진은 이내 그 생각이 나 휴대폰을 꺼내 진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미안해요. 약속 못 지켜서요.]진구는 이미 파티장을 떠나 차 안에 앉아 있었다. 유진의 메시지를 받은 그는, 살짝 쓴웃음을 지으며 답장을 보냈다.[괜찮아.]폰을 내려놓은 진구는, 갑자기 집에 가고 싶지도 않고, 혼자 있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생각해 봐도 누구를 만나 수다를 떨 만한 사람도 딱히 없었다.대학 친구들은 다들 바쁘고, 모인 지도 오래됐다. 회사에서 자신이 있는 위치에선, 누군가와 진심을 나누는 것도 어렵다.유진이 그나마
“그날 밤 이후로, 계속 잠을 못 잤어.”“나, 좀 수척해 보이지 않아?”유진이 잠깐 멈칫했다. ‘눈을 감고 있었으면서 어떻게 자신이 쳐다보고 있는 걸 아는 거지?’유진은 순간 당황스러웠고, 동시에 남자의 말이 괜히 가슴을 철렁이게 했다.은정은 반쯤 눈을 뜬 채 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지금은, 이제 좀 마음이 놓이네.”유진은 은정을 바라보다가 문득 웃음을 지었다.“친구가 되니까 마음이 놓였다고요? 그럼 우린 원래 친구였잖아요. 왜 그렇게 돌아서 가려고 했는데요?”어두운 조명 아래, 은정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눈동자는 더욱 짙고 어두워져 먹물처럼 깊었고, 저음의 목소리는 자석처럼 끌리는 울림이 있었다.“왜 그런 것 같아?”유진은 은정의 눈 속에서 깊은 바다 같은 소용돌이를 느꼈다. 괜히 빠져들 것만 같아서, 아예 시선을 피하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작게 투덜거렸다.“그럴 만하니까 그렇죠.”은정은 다시 눈을 감으며, 혼잣말처럼 낮게 말했다.“네 말이 맞아. 내가 그럴 만하지.”원래 하늘이 은정에게는 치트키를 줬다. 왕으로 곧장 올라설 수 있었던 삶을, 굳이 밑바닥 계급부터 정글에서 시작하겠다고 했던 그였다.27층으로 돌아왔을 때, 유진이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이제는 좀 놔줘도 되지 않아요?”그러나 은정은 손을 놓지 않았다.“애옹이 보고 싶지 않아?”유진은 입술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저녁 제대로 못 먹었잖아. 내가 야식 만들어줄게. 넌 애옹이랑 잠깐 놀고 있어.”은정은 목소리를 낮추어 조심스레 제안했다. 그리고 유진이 아무런 반박을 하지 않자, 그는 그녀가 동의한 것으로 알고 그대로 유진을 데리고 자기 집으로 들어갔다.집 안으로 들어선 유진은 문득 말했다.“집에 가서 옷 갈아입어야 해요.”그 말에 그제야 구은정이 손을 놓았다.“얼른 다녀와.”“네.”유진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대답하고는 급히 문을 열고 나갔다. 은정은 문을 닫지도 않고 열어둔 채, 달려오는 애옹이를 받
은정은 유진을 바라보다 담담히 말했다.“이제 좀 진지한 얘기를 하자.”“진지한 얘기?”유진은 아직도 어떻게 하면 구은정을 도와 서성을 견제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었기에, 그의 말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은정의 짙은 눈동자는 깊었다.“친구로 지낼 건지, 아니면 내가 널 계속 쫓아다닐 건지. 결정했어?”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화가 난 듯 말했다.“그게 지금 진지한 얘기예요?”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내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유진의 가슴 한쪽이 찌릿하며 저렸다. 분노도 사라지고,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잘 모르겠어요. 아직 생각 안 해봤어요.”‘이미 고백도 받고, 키스도 했는데, 어떻게 친구로 돌아가라는 걸까?’“결정 못 했으면, 그럼 나는 계속 널 쫓아다닐게.”은정의 목소리는 장난기 섞인 당당함으로 가득 찼다. 그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소파 등받이에 손을 짚고, 유진의 입술을 향해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그리고 유진은 순간 놀라 뒤로 물러났고, 등이 소파에 닿을 만큼 밀려나며 외쳤다.“친구 할게요!”은정의 얇은 입술은 유진의 입술 코앞에서 멈췄다. 단 몇 센티미터만 더 가면 닿을 거리였다.뜨거운 숨결이 유진의 얼굴에 닿자, 그녀는 숨을 참은 채 눈을 내리깔고 은정의 어깨를 밀었다.은정은 결국 몸을 물러섰다. 이 이상 밀어붙일 수는 없다는 걸 알기에, 오늘 이 정도면 충분했다.은정은 유진의 긴장한 얼굴을 보고는 가볍게 웃었다.“좋아. 친구 하자. 하지만 조건 있어. 예전처럼 나 피하지 않기!”유진은 속눈썹을 떨며 고개를 끄덕였고, 은정은 손목시계를 보며 말했다.“우리 이제 집에 가자.”유진은 급히 말했다.“아직 난 못 가요.”말이 끝나기도 전, 휴대폰이 울렸고, 화면에는 여진구의 이름이 떠 있었다. 이에 유진은 재빨리 통화를 받았다.“선배!”진구는 다급한 목소리였다.[유진아, 어디야? 파티장 안에 네가 안 보여서.]유진은 자기를 바라보는 은정의 눈빛이 너무나 뜨겁다는 걸 느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