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아는 한창 분개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남자가 "흥" 하는 소리를 듣고 문득 고개를 들었고 마침 남자가 눈을 뜨는 것을 보았다.눈이 마주치자 청아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남자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꿈속의 이 소녀는 심지어 낯이 좀 익었다!잠시 멍하니 있다가 청아는 의심했다. 남자는 왜 움직이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은 것일까? 설마 그녀의 방망이에 맞아 바보로 됐거나 눈이 멀었단 말인가?그녀는 당황해하며 일어나 손을 들어 남자의 눈앞에서 흔들었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저기요, 나 보여요?"시원은 눈살을 찌푸리며 목이 쉰 채로 입을 열었다."어지러우니까 손 좀 치워요!"청아는 즉시 손을 거두고 한숨을 돌렸다. 바보도 아니고 눈도 멀지 않았으니 다행이었다!시원은 머리를 움직이면 현기증이 나서 눈동자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는 좌우를 둘러보며 물었다."여기가 병원이에요?"청아가 대답했다. "네!"시원은 의혹이 가득했다."내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죠?"그는 또 청아를 쳐다보았다."아가씨는 왜 또 여기에 있는 거고요?"청아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기억 안 나요?"시원은 미간을 찌푸렸다."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냐고요!"청아의 안색이 변했다. 그는 기억을 잃은 것일까?그녀는 떠보며 물었다."당신은 자신이 누군지 알아요? 올해가 어느 해죠?"시원은 표정이 어두워지며 그녀를 보았다."나는 단지 내가 어떻게 쓰러졌는지 생각나지 않을 뿐이에요!""아, 그렇군요!" 청아는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굴리면서 사실대로 말할까 말까 망설였다.사실대로 말하면 그녀는 그가 흥분해서 자기를 때릴 가봐 무척 두려웠다. 필경 그녀와 함께 있던 그 여경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 청아는 웃으며 천천히 말했다."어젯밤에 내가 아래층에서 운동을 하다가 당신이 거기에 쓰러져있는 것을 보고 구급차에 전화를 해서 병원에 데려다준 거예요. 당신이 어떻게 쓰러졌는지에 대해선 나도 잘 몰라요. 그러니까 당신
경찰은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이미 조사해 봤는데 그 집은 장시원 씨의 명의로 된 집이에요."그는 말을 마치고 의아해했다."아가씨는 거기에 살면서 집주인이 누군지 몰랐어요?"청아는 눈을 크게 뜨고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이 집이 장시원 씨의 것이라고?)(소희는 분명 그녀의 둘째 삼촌 친구 집이라고 했는데? 설마 그녀의 둘째 삼촌의 친구가 바로 장시원 씨인가?)(아하!)시원도 다소 의외라 느끼며 경찰에게 물었다."이 아가씨가 내 집에 살고 있다고요?"경찰은 더 의혹해했다."설마 장시원 씨도 모르셨나요?"이거 참 재밌는 일이었다. 집세 내는 사람은 집주인이 누구인지 몰랐고, 집주인도 자기 집에 사는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다. 그리고 집주인이 들어오자 세입자는 집주인을 도둑으로 생각하며 때렸을 뿐만 아니라 신고까지 했다!이 일을 인터넷에 올리면 아마 이틀 동안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시원은 이때 모든 것을 깨달았다. 전에 구택은 그에게 전화를 하며 그의 친구가 자신의 집에서 잠시 지내겠다고 했다. 그는 어정에 거의 돌아가지 않았으니 이 일을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리고, 저번에 그는 청아와 소희가 함께 있는 것을 보았고 그녀들은 친구였기에 구택이 청아를 도와 집을 찾게 되었던 것이다.이렇게 생각하면 모든 일이 분명해졌다!어젯밤에 그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셨고 일행이 그를 가까운 어정으로 데려다주는 바람에 그도 이 집에 사람이 사는 것을 잊었다.그리고 그녀는 그를 도둑으로 몰았던 것이다...사실이 밝혀지자 그들 사이의 오해도 풀렸다. 경찰은 시원과 청아 두 사람더러 나중의 병원비와 보상에 관한 일을 상의하게 한 후 사건을 종결하고 두 사람을 위로한 다음 철수했다.경찰이 떠나자 분위기는 무척 어색해졌다!청아는 조심스럽게 앞으로 다가가서 물었다."장시원 씨, 물 좀 마실래요?"시원은 담담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물을 마시면 내 머리가 나을 수 있나요?"청아는 죄책감을 느꼈다. 시원이 어떤 사람이든,
그날 점심에 시원은 퇴원하겠다고 소란을 피웠다. 병원의 침대에서 자면 등이 가렵고 또 병원의 소독수 냄새를 맡으면 머리가 아프고 토하고 싶다고 했다. 아무튼 그는 온몸에 편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의사 선생님은 뇌진탕 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토하고 싶은 증상이 있는 것은 정상이라고 설명했다.시원은 어두운 얼굴로 물었다."당신은 뇌진탕에 걸린 적이 있나요?"“......”의사 선생님은 침묵했다.의사 선생님은 시원의 금방 나온 검사 보고를 살펴보고 기타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한 뒤 또 그의 고집을 이기지 못하고 하는 수 없이 퇴원을 허락했다.시원은 자기 집에 돌아가지 않고 어정에 갔고 청아가 그를 돌보았다.어정의 집으로 돌아오자, 그들을 따라온 남자 호사는 그에게 샤워를 시키고 잠옷으로 갈아입혔다.시원은 침대에 누웠다. 아마도 한바탕 고생해서 힘들었는지 그는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청아는 그가 편안하게 자는 것을 보고 병원에서 따라온 호사를 보낸 후 그녀도 씻고 외출했다.그녀는 먼저 디저트 가게에 가서 일주일 휴가를 낸 후 마트에 가서 장을 보며 시원에게 보신탕을 끓이려 했다. 그녀는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만회하려고 했다.그녀는 마트에서 돌아온 후 시원이 아직 깨어나지 않은 걸 보고 주방에 가서 먼저 보신탕을 끓였다.그녀는 밤새 잠을 자지 못했기에 보신탕 끓일 때 그녀는 주방 탁자 위에 엎드려 어렴풋이 잠이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뚝배기의 뚜껑이 끓는 물에 들썩하며 나는 소리에 그녀는 바로 잠에서 깨났다.보신탕은 거의 다 돼갔고 청아는 보신탕을 그릇에 담아 안방으로 가져갔다.날은 이미 어두워졌다. 청아는 보신탕을 옆의 테이블에 놓고 고개를 돌리자 시원이 눈을 부릅뜨고 그녀를 보고 있는 것을 보며 깜짝 놀랐다.시원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뭘 그렇게 무서워해요. 안심해요. 나는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청아는 얼굴이 약간 빨개지며 입을 열었다."깨어났어요? 내가 보신탕 끓였는데, 좀 마셔요. 몸에 좋아요.""불 좀 켜요!"
시원이 대답했다."세입자에게 맞아 기절한 집주인일 수도 있죠!""하하하!"청아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크게 웃었다. 그녀는 먼저 몸을 웅크리고 그릇을 땅에 내려놓은 다음 머리를 팔꿈치에 묻고 웃으며 온몸을 떨었다.그녀의 갑갑한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녀가 울고 있는 줄 알 것이다.시원은 확실히 배가 고팠다. 그는 계속 웃고 있는 소녀를 보며 입을 열었다."이봐요, 웃을 만큼 웃었으면 그 삼계탕 좀 나한테 가져다 주죠? 산모도 삼계탕을 마셔야 젖이 나오죠!""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청아는 아예 카펫에 앉아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른 한 손으로 배를 가리며 웃었다. 그녀는 하도 웃어서 배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소녀가 이렇게 통쾌하게 웃는 것을 보고 시원도 그녀의 웃음에 감염되며 참지 못하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도 기분이 그렇게 꿀꿀하지 않았다.한참 지나, 청아는 웃음을 거두고 삼계탕을 들고 남자 앞에 가서 웃으며 말했다."제발 농담 좀 그만 해요. 그렇지 않으면 삼계탕 다 식겠어요!"시원은 고개를 들어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웃어서 얼굴이 새빨개졌고 눈에서 눈물까지 났으며 초롱초롱한 눈빛은 마치 큰비에 맞은 바위처럼 반짝였다.그는 담담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누가 그렇게 웃으래요? 그게 그렇게 웃겨요?"청아는 또 웃고 싶었지만 입술을 깨물며 참았다."먼저 삼계탕 마셔요.""나 먹여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시원이 물었다.청아는 좀 쑥스러웠다."혼자 마실 순 없나요?""내가 혼자서 마실 수 있다면 아가씨가 돌볼 필요가 있을까요?" 시원은 웃었고 화를 내지 않았다."원하지 않는다면, 난 간병인 하나 찾으면 되죠.""괜찮아요, 나 할 수 있어요!" 청아는 원래 시원을 때려서 양심의 가책을 느낀 데다 그는 또 그녀를 불쌍히 여기고 병원비까지 내라 하지 않고 며칠만 그를 돌보게 했으니 그녀는 안 된다고 말할 이유가 없었다.청아는 침대 옆에 앉아 숟가락을 들고 한 숟가락 한 숟가락 남자에게 먹여줬다.
시원도 그녀가 난처해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녀와 상의했다."아니면 아가씨가 나를 부축해서 화장실 안으로 데려다줘요. 그 뒤에는 나 혼자 하면 돼요.""네." 청아는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남자를 부축했다. "안 어지러워요? 토하고 싶진 않고요?""말하지 마요!" 시원은 일어서서 현기증이 없어지기를 기다리며 낮게 입을 열었다.청아는 인차 입을 다물었다."가요!" 한참이 지나서야 시원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는 거의 완전히 청아의 몸에 기대고 있었고 그녀의 힘을 빌려 화장실로 갔다.남자는 청아보다 머리 하나 정도 키가 더 컸다. 그녀는 한 손으로 그의 허리를 잡고 있었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어깨에 걸쳐진 그의 팔을 잡으며 힘겹게 그를 끌고 가고 있었다.두 사람은 거리가 아주 가까워서 거의 포옹할 정도였다. 그러나 청아의 머릿속에는 아무런 이상한 생각도 없었다. 그녀는 그저 시원이 어디 불편해 할까 봐 걱정했다.화장실에 들어서자 두 사람은 잠시 조용히 서 있으면서 그다음 뭘 해야 할지 몰랐다.몇 초간의 침묵 후, 청아가 나지막이 물었다."바지 벗을 수 있어요?""한 번 해볼게요!" 시원은 보기 드물게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청아는 얼굴이 새빨개졌다."그럼 난 돌아서서 있을 테니까 스스로 벗어봐요. 정 안 되면 내가 도와줄게요!""그래요!" 시원은 흔쾌히 대답했다.청아가 그를 변기 앞으로 부축하자 변기 뚜껑은 자동적으로 열렸다. 그녀는 그가 똑바로 서있도록 부축한 다음 즉시 몸을 돌렸다.시원은 그녀가 난처해하는 모습을 보고 재미있어하며 웃으며 천천히 잠옷 바지를 벗기 시작했다."할, 할 수 있겠어요?" 청아는 그를 등진 채 긴장한 목소리로 말을 더듬었다."별문제 없는거 같으니까 먼저 나가봐요." 남자도 이 상황이 다소 어색하다고 느끼는 모양이었다."넵!" 청아는 한숨을 돌리며 즉시 뛰어나갔고 "펑" 하고 문을 닫았다.문이 세게 닫히는 소리에 시원은 깜짝 놀라며 하마터면 머리를 변기에 박을 뻔했다. 그는 속으로 중얼
"올렸어요!" 시원이 대답했다.변기는 이미 자동으로 물을 내려서 청아가 내릴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그를 부축하며 밖으로 나갔다. 그를 침대에 안착시키자 그녀는 숨을 길게 내쉬며 물었다."또 뭐 필요한 거 있어요?"시원은 자연스럽게 말했다."배고파요!"아침부터 지금까지 그는 삼계탕 한 그릇만 마셨으니 당연히 배가 고팠다.청아는 이건 쉽다고 느꼈다."뭐 먹고 싶어요? 내가 해줄게요."시원은 간단한 요리 두 가지를 시켰고, 청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할 수 있어요, 먼저 누워서 좀 쉬어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시원에게 이불을 덮어준 뒤 또 방안의 커튼을 닫으며 방안을 어둡게 하여 그가 쉴 수 있도록 했다.시원은 소녀의 바쁜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매우 기묘한 느낌이 생겼다.청아는 주방에 가서 식재료를 꺼내 두 가지 요리를 더 하려고 했다. 지금 시간도 마침 점심이었다.그녀는 앞치마를 두르고 채소를 씻고, 채소를 썰고, 물고기를 처리했다...... 그녀는 일사불란하게 깔끔하게 요리를 하고 있었다.시원은 머리에 상처가 있었기에 그녀는 특별히 음식을 담백하게 만들었다. 한 시간도 안 되어 그녀는 4개 요리를 완성했고 또 전에 다 마시지 못한 삼계탕을 데워 그릇에 담았다.안방으로 돌아오자 시원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전화를 하고 있었다. 그는 말투가 부드러웠다."나 출장 갔어. 임시로 결정된 거라 미리 너한테 말 못 했어!""우리 귀염둥이, 내가 돌아오면 같이 놀아줄게. 사고 싶은 거 있으면 가서 사, 내 카드 맘대로 쓰면 되니까!""응, 나도 사랑해!"......청아는 문 앞에 서서 눈을 부라렸다. 허연은 대체 왜 이런 남자 때문에 죽고 못 사는 것일까? 그녀는 정말 여기에 와서 그의 말을 들어봐야 해야 했다.남자가 전화를 끊은 후에야 그녀는 앞으로 다가가서 물었다."밥 다 됐는데, 지금 먹을래요?"시원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청아는 그녀가 새로 산 침대에 놓고 책 읽고 컴퓨터 보는 작은 책상을 옮겨와 시
구택과 소희가 강가를 떠나자마자 그들이 옥고리를 얻은 일은 운박의 귀에 전해졌다.침대에 누워 휴식하던 운박은 즉시 침대에서 일어나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어떻게 그럴 리가?"어제 그는 머리에 부상을 입은 것도 불구하고 직접 은설과 함께 강가를 방문했는데 결국 그들은 그 어르신의 얼굴도 보지 못했다.그는 그의 할아버지의 이름까지 모두 말했건만 그 늙은 집사는 단지 그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었을 뿐, 공손하게 어르신은 몸이 불편해서 손님에게 전염할까 봐 얼굴을 내밀지 않겠다고 말했다.그는 그 늙은 집사더러 어르신한테 옥고리를 그들에게 팔기만 하면 가격을 마음대로 불러도 된다고 전해주라 했지만 끝내 옥고리를 사지 못했다.그는 운성의 친구에게 부탁하다가 옥고리는 이미 구택에게 사 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문제는 구택은 옥고리가 강 씨 집안에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은설은 문화 재국에 있는 친구를 통해 알아냈는데, 그럼 그들은 어디에서 소식을 얻었을까?운박의 비서는 추측했다."마은설 씨가 소희 씨에게 말한 거 아닙니까? 그녀 두 사람의 사이가 무척 좋아 보이는데 말입니다."운박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가로저었다."은설은 그렇게 멍청하지 않아. 그녀는 나를 그렇게 오랫동안 따라다녔으니 이 정도 규칙은 잘 알고 있어."지금 그는 이미 한 걸음 뒤처져 있었다. 옥고리의 일은 희망이 없어졌으니 가능한 한 빨리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비서는 걱정했다."임구택이 옥고리에 대해 알게 된 이상 대표님께서 그를 속이고 옥고리를 찾아간 것도 알고 있을 겁니다. 혹시 대표님에 대해 불리한 일을 하지 않을까요?""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 그런 것을 신경 써?" 운박은 코웃음치며 눈빛을 번쩍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연회 준비해. 내가 밥 산다고 가서 크루스를 초대해."비서가 말했다."대표님께서 힐드를 무시하고 크루스를 따로 초대하면 힐드는 오해하지 않을까요?""아니야!"운박은 확신에 서며 말했다."원래 일부 합작에 관한 일은
운박은 살짝 귀찮아졌다."얼른 가!"은설은 얼굴이 약간 하얗게 질린 채 고개를 끄덕이며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발걸음이 느리고 무거웠다.그녀의 뒷모습이 계단 모퉁이에서 사라지자 운박은 크루스를 바라보았다."은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자예요. 평소에 다른 사람이 그녀를 보는 것조차 원하지 않았어요. 오늘 내가 그녀를 미스터 크루스에게 맡길테니 그녀한테 좀 잘해야 줘요."크루스는 의자에 기대어 눈빛은 여전히 약간 취해있었지만 표정은 방금처럼 멍하지 않았다. 그의 눈가에 있는 주름은 차갑고 침착해 보였다."독일에 일이 좀 생겨서 미스터 힐드는 이번 C국에 있는 일정을 단축하기로 했어요. 계약은 이미 고려하기 시작했어요. 내가 도운박 씨를 위해 좋은 말 몇 마디 더 하면 그는 가능한 한 빨리 승낙할 것이에요."운박은 일어나서 크루스를 위해 또 술 한 잔을 따랐다. 그는 손을 그의 의자에 걸치고 몸을 숙일 때 눈이 반짝였다. 그는 목소리를 낮추고 웃으며 말했다."우리 도가는 단독으로 머크 가족과 합작할 수 있어요. 우리는 이런 실력이 있거든요. 만약 미스터 크루스가 힐드에게 우리 도가와만 계약하는 것에 동의하게 할 수만 있다면, 지금 바로 올라갈 수 있어요!"크루스는 잠시 생각했다."나는 그동안 도 대표의 뜻을 위해 노력해 왔으니..."그는 고개를 들어 웃었다."큰 문제는 없을 것 같네요.""당신이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운박은 일어나서 아첨해하며 웃었다."은설 씨는 이미 방 안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도 대표가 이렇게까지 양보해 줘서 정말 고맙네요!"크루스 신사처럼 한마디 하고서야 몸을 돌려 위층으로 갔다.운박은 크루스의 뒷모습을 보고 입가에 득의양양한 냉소를 지으며 몸을 돌려 별장을 나갔다.소희는 구택과 곧 장원에 도착할 때 은설로부터 오후 2시경에 찾아오라는 문자를 받았다.그녀는 시간을 보니 벌써 두 시가 되었다.그녀는 은설에게 무슨 일 생겼냐고 물었지만, 은설은 줄곧 답장을
도우미가 식사를 준비하던 중 도경수에게 다가와 말했다.“어르신, 양재아 아가씨가 방금 전화해서, 오늘 점심은 집에서 먹지 않겠다고 하셨어요.”재아는 아침 일찍 집을 나섰으며, 회사에서 야근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도경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네.”그 순간, 이반스가 옆문으로 들어와 밝은 목소리로 강시언과 강아심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연한 파란색 폴로 셔츠를 입고 있었고, 갈색 머리에 부드러운 미소를 띤 모습이었다.아심이 물었다.“이반스 씨, 강성에서 생활은 어떠세요? 잘 적응하고 계시죠?”이반스는 온화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 음식도 잘 맞고, 생활도 편해요. 그리고 도경수 선생님께서 소장하고 계신 골동품과 서화들은 정말 감탄스러웠어요.”“제가 C국에 대해 얼마나 얕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는지 깨달았을 정도죠.”도경수는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하하,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기회 되면 강씨 저택에 가봐. 거긴 정말 더 대단해. 그 집에 가야 진짜 놀랄 거야.”이반스는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정말요?”모두가 웃음을 터뜨렸고, 강재석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언제든 우리 집에 놀러 오게나.”“꼭 한번 방문할게요.”다들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으며, 분위기는 편안하고 유쾌했다.식사 중에 도도희가 아심에게 물었다.“오후에 일정 있니?”“아니요, 오늘은 쉬는 날이예요.”도도희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오늘은 집에서 자고 가.”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앞으로는 계속 집에서 지낼게요.”도도희와 도경수는 놀라움과 기쁨으로 눈빛이 반짝였고, 도경수는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그래야지! 우리 가족인데 당연히 함께 살아야지.”시언은 아심을 바라보며 눈빛이 더 깊어졌다. 그녀가 자기 말을 듣고 순순히 집으로 돌아온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그러나 시언은 어딘가 이상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정말 자신이 한 말 때문에 이 집에 머물기로 결심했을까?시언은 입가
강재석은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우리 둘이 서로를 안 지가 몇 년인데. 서로 성격도 잘 알고 있으니 진짜로 화낼 일은 없어.”그는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사실, 이 몇 년 사이에 도경수의 성격이 아주 좋아졌어. 예전처럼 고집만 부리는 건 아니야. 특히 과거에 너랑 재희의 아버지를 갈라놓은 일을 후회하고 있어.”도도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도 요 며칠 보니 확실히 예전과 많이 달라지셨어요.”강재석은 깊은 뜻을 담아 말했다.“너희 부녀가 너무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지. 사람 인생에서 20년이 몇 번이나 있겠어. 지금은 시간을 많이 함께 보내야 해.”그 말에 도도희는 감동하며 말했다.“그럴게요. 아저씨, 그동안 우리 아버지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강재석은 따뜻한 눈빛으로 말했다.“우리가 몇십 년 된 친구 사이인데, 고맙다는 말은 너무 멀게 들려.”도도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러면 우리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강재석은 약간 화난 듯이 말했다.“그 양반, 아심이 시언을 좋아하는 거 뻔히 알면서도 일부러 그러는 거야. 내가 그 속을 모를 줄 알아?”도도희는 웃음을 터뜨릴 뻔하며 고개를 돌렸다.한편.도경수는 아심과 시언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활짝 웃으며 환영했다. 그는 연신 그녀를 걱정하며 물었다.“길 더웠지? 괜찮아?”“왜 그렇게 자주 야근해? 아직 젊으니까 건강도 챙겨야지!”아심은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 할아버지. 건강 잘 챙길게요.”그녀가 처음으로 할아버지라고 부르자, 도경수는 순간 멈칫하며 표정이 굳었다. 이내 눈물이 차오르며 여러 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 그래!”20년 전, 어린 아심이 도경수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할아버지라고 부르던 장면이 떠올랐다.그는 이 장면을 그리워하며 꿈속에서 수없이 그려왔다. 그리고 양재아가 할아버지라고 부를 때는 단지 친근한 느낌이었을 뿐이었다.하지만 아심이 그렇게
두 사람이 집을 나설 때는 이미 거의 점심시간이었다. 길을 지나던 중, 아심은 꽃집을 발견하고 시언에게 차를 세워달라고 요청했다. 그녀는 차에서 내려 도도희에게 줄 꽃다발을 샀다.차로 돌아온 아심은 시언에게 물었다.“외할아버지는 어떤 걸 좋아하세요? 뭐 하나 선물 드리고 싶은데요.”시언은 태연히 대답했다.“이번에는 괜찮아. 다음에 하면 돼.”아심은 그의 말을 듣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차 안은 꽃향기로 가득 찼고, 그 은은한 향기가 그녀의 마음을 더 차분하게 만들었다.집으로 간다는 사실에 이제는 약간의 기대가 생겼다. 적어도 처음 방문했을 때처럼 알 수 없는 불안한 마음은 아니었다.도씨 저택.도경수는 아침부터 마음이 초조해진 듯 거실을 이리저리 서성이고 있었다. 그는 계속 마당 쪽을 내다보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었다.이를 본 강재석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너무 많이 왔다 갔다 하지 마. 그러다 어지러워 쓰러지겠어. 앉아서 좀 쉬어. 도도희가 그러지 않았나? 아심이가 조금 있다가 점심 먹으러 온다고.”도경수는 마지못해 의자에 앉았지만 여전히 불안한 표정이었다.“네 생각엔 아심이가 정말 오긴 할까?”강재석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그 말을 그제부터 벌써 몇 번이나 물었는지 알아? 이제는 귀에 못이 박히겠어. 아심이는 바빠. 걔에게도 시간을 좀 줘.”도경수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그래도 내게 서운한 마음을 품고 있지는 않을까 싶어.”강재석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무슨 일로?”“내가 예전에 오해했던 일, 그리고 네 앞에서 아심에 대해 별로 좋은 말을 하지 않았던 것들 말이야.”그러나 강재석은 단호히 말했다.“아심이는 속이 좁은 사람이 아니니까, 괜한 걱정 하지 마.”도경수는 여전히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그래도 아직 우리랑 조금 거리감이 있는 것 같아.”강재석은 그를 달래며 말했다.“아심이는 아직 익숙하지 않을 뿐이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가까워질 거고. 아심은 착한 아이라고 믿어.”
이에 강시언은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깜빡했어.”강아심은 시언의 품에서 몸을 돌리며 눈가를 살짝 치켜올렸다. 그녀의 요염한 미소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그렇다면 앞으로는 매번 내가 이체할게요.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할 것 같거든요.”시언은 반쯤 감은 눈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말했다.“자기기만이 그렇게 재밌어?”아심은 시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대꾸했다.“재밌죠! 그런데 당신이 그걸 들춰내면 안 재밌어지잖아요!”그 말을 마치고, 그녀는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시언은 아심의 손목을 잡아 침대에 눌러두며,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요금을 받는 상황이라면, 내가 강아심 씨가 기꺼이 낼 수 있도록 만들어 드려야겠네.”아심은 고개를 들고 시언의 입술에 키스했다. 그리고 그가 방심한 틈을 타 몸을 뒤집어 위치를 바꾸었다.아심의 아름다운 얼굴은 매혹적이면서도 공격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시언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힘을 주어 시언의 입술에 깊은 키스를 남겼다.시언은 그녀가 원하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누가 아심이 스폰서인 이상 어쩔 수가 없었다....갑자기 침대 옆 탁자에 놓인 휴대전화가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아심은 무시하고 싶었지만, 벨 소리는 멈출 줄 몰랐다. 아심은 남자를 달래듯 가볍게 입술에 키스한 뒤, 몸을 기울여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누가 주말 아침부터 전화를 걸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화면을 봤을 때, 그녀의 눈이 약간 커지고 긴장으로 휴대전화를 놓칠 뻔했다.발신자는 도도희, 아심의 엄마였다. 울리는 벨 소리는 그녀를 재촉하는 듯했고, 아심은 숨을 가다듬고 전화를 받으며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엄마!”마치 어린아이가 장난을 치다가 들킨 듯한 느낌이었다.도도희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주말이라 늦잠 잤니? 아침은 먹었어?]“아니요, 좀 있다가 먹으려고요.”아심은 얌전하게 대답했다.[오늘도 혹시 야근하는 건 아니지?]도도희의 웃음 속에는 약간의 장난기가 묻어 있
강시언은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최근에 내가 너의 양부모와 관련된 단서를 따라갔고, 너를 납치했던 사람을 찾아냈어.”“대략 1년 전에 체포되어 지금 감옥에 있어. 내가 사람을 보내 잘 돌봐주게 했지.”아심은 눈빛이 살짝 차가워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시언은 말을 이었다.“그리고 널 샀던 양부모도 지금 형편이 좋지 않아. 아들은 방탕한 삶을 살고, 일을 하지도 않으면서 여자 친구랑 함께 부모를 착취하고 있지.”“돈을 요구하며 부모를 때리고 욕하는 게 다반사야. 그래서 그런 상황이라면 내가 따로 손을 쓸 필요도 없었어.”아심은 담담히 말했다.“나는 그들에게 이미 마음을 비웠어요. 어차피 친부모도 아니었으니까요. 나를 사들였다가 다시 팔아버릴 수도 있는 사람들이죠.”“감정도 없으니 당연히 원망도 없어요.”“원망은 내가 해!”시언의 목소리는 차갑고 무거웠다.“그 사람들이 너를 때리고 욕했던 걸 떠올리면, 지금 받는 벌이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껴져.”아심의 마음은 순간 간질거렸다. 마치 개미가 기어오르는 듯한, 따뜻하면서도 저릿한 감각이 가슴 끝까지 퍼졌다. 그녀는 눈가가 살짝 물들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 사람들이 나를 팔았기에 내가 당신을 만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정말로 그들을 원망하지 않아요.”시언은 팔을 들어 아심의 어깨를 감싸며 눈을 마주쳤다. 시언의 깊고 투명한 눈동자는 점점 더 차갑고도 또렷해졌다.“그날 도경수 할아버지가 네 몸에 있는 태어나는 반점을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을 때, 내가 대답하지 않았잖아. 네 생각엔 뭐라고 답해야 할까?”시언은 끝음을 살짝 끌며, 자기 목소리에 특유의 저음과 자극적인 울림을 더했다. 빗소리에 묻힌 그의 말은 그녀의 마음을 강렬히 두드렸다.이에 아심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있는 그대로 대답하세요. 근데, 그럴 용기 있어요?”“내가 무서워서 못 한다고 생각해?”시언은 낮고 짧게 대꾸했다. 그는 긴 손가락으로 아심의 정교한 턱을 잡아들며,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오븐 속 닭 날개는 이미 다 구워졌고, 끓던 국도 식어버렸다. 밖에서는 다시 비가 내리는지, 부슬부슬한 빗소리가 고요한 분위기를 더욱 차분하게 만들고 있었다.강시언은 몸을 약간 일으켜 그녀의 옷을 입혀주며 낮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뒷정리할 테니, 너는 가서 샤워해. 씻고 나오면 바로 식사할 수 있을 거야.”강아심은 나른하게 눈을 가늘게 뜨며 움직이지 않고 대꾸했다.“내가 샤워 끝낼 때쯤 당신이 음식을 다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해요?”“딱 두 가지 요리랑 국 하나야. 충분하겠어?”시언이 묻자, 아심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점심에 외할아버지가 보내주신 음식이 많이 남아서, 그거 데워서 먹으면 돼요. 음식은 낭비하면 안 되니까.”“그래.”시언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아심을 조리대에서 내려주었지만, 아심은 그의 단단한 허리를 감싸 안고 움직이지 않았다.붉게 물든 눈가로,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 못 걸을 것 같아요.”이에 시언은 낮게 웃으며 아심을 다시 들어 올려 주방에서 주방의 욕실로 데려갔다....두 사람이 저녁 식사를 마쳤을 때는 이미 밤 10시가 되었다. 시언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아심은 발코니에 앉아 있었다.얇은 잠옷 차림의 그녀는 헝클어진 긴 머리를 어깨에 흘러내린 채 앉아 있었다. 밖에서 스며드는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아심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흩날렸고, 하얗고 가녀린 어깨가 머리카락 사이로 드문드문 드러났다.아심은 비를 바라보며 무언가 깊이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어두운 조명이 그녀의 부드럽고 가냘픈 라인을 더 강조했고, 그녀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쓸쓸하고 고독한 느낌을 주었다.시언은 그녀에게 다가가 같은 자세로 바닥에 앉았다.“야근은 좋은 핑계겠지만, 도도희 아주머니랑 도경수 할아버지가 모를 리 없지. 너, 집에 가기 싫은 거잖아.”아심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시언의 깊고 투명한 눈빛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이에 아심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그 말이 맞아요.
영상 속의 셰프는 유창하게 자국어를 구사하며 부드럽게 웃었다.[당신은 미스터 강의 여자 친구인가요? 참고로 지금 종료해도 보수는 환불되지 않아요.]아심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알고 있어요.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좋아요. 그러면 이만!]셰프의 말을 끝으로 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영상을 종료했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강시언에게 물었다.“닭 날개를 굽고 싶으신 거예요?”“너 할 줄 알아?”“이미 양념까지 다 해두셨으니, 오븐에 넣고 온도와 시간을 맞추면 끝이예요.”시언은 접시에 담아둔 닭 날개를 그녀에게 건네자, 아심은 돌아서서 접시를 오븐에 넣으며 물었다.“어떻게 갑자기 요리를 배우고 싶으셨던 거예요?”시언은 다른 재료를 고르며 무심하게 대답했다.“별거 아니야. 네가 집에 돌아왔을 때 따뜻한 밥상을 느껴보라고.”그 말에 아심은 순간 멈칫하며 오븐을 멍하니 바라봤다. 몇 초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타이머를 설정했다. 아심은 돌아서며 미소를 지었다.“제가 뭐 도와줄까요?”시언은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네가 내가 부른 셰프를 쫓아냈잖아. 네가 안 도우면 생닭을 먹겠다는 뜻인가?”아심은 고개를 숙이며 작게 웃었다. 그녀는 소매를 걷으며 도마 위에 놓인 토마토를 보며 물었다.“이건 뭐 만들려고요?”“약간의 토마토를 곁들인 소고기볶음.”아심은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아직 걷는 법도 배우지 않았는데 벌써 달리려는 거예요?”시언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지?”아심은 대답 대신 말했다.“그 요리는 오래 걸려요. 배가 고프니까 그냥 토마토는 생으로 먹어요.”시언은 물었다.“생으로? 그냥 먹으라고?”“상쾌하고 맛있어요.”아심은 토마토를 반으로 자른 뒤 한 조각을 손으로 집어 시언의 입가에 내밀며 말했다.“한번 먹어보고 생토마토 맛이 어떤지 확인해 보세요.”아심은 고개를 살짝 치켜들며, 눈가가 붉어진 채 가늘게 올라간 눈꼬리와 흐르는 듯한 시선으로 무의식적인 매혹적인 분위기를 풍겼다.시언은
아심은 연희가 쏟아내는 말들을 들으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기절하지 마, 그러다 네 남편이 걱정하실라.”[아심아, 내가 도경수 할아버지를 몇 년 동안 알아 왔는지 너 알아?]연희는 감탄하며 말했다.[우리가 친구였는데, 이제 넌 도경수 할아버지의 친손녀가 됐잖아!]아심은 연희의 목소리에서 그녀의 놀라움을 느낄 수 있었다.“사실 나도 정말 많이 놀랐어.”[그렇지만 정말 축하할 일이야!]연희는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이건 정말 깜짝 놀랄 만 하면서도 기쁜 소식이야!]연희는 평소 양재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재아가 도경수의 손녀가 아니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기뻤다. 그런데, 아심이 도경수의 손녀라는 사실을 들었을 땐 말 그대로 두 배의 기쁨이었다.어젯밤, 연희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노명성을 끌어안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 바람에 명성은 그녀가 임신이라도 한 줄 알고 당황했던 적도 있었다.“고마워.”아심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연희야, 나도 네가 내 친구라는 게 너무 행복해.”[이제는 친구뿐만 아니라 가족이기도 하잖아!]연희는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이번 주말에 도경수 할아버지를 찾아뵈러 갈게. 축하도 드릴 겸.]“언제든지 환영해.”두 사람은 한참 더 이야기를 나눈 뒤에야 전화를 끊었다....오후에 정아현이 다시 업무 보고를 하러 왔을 때는 이전과 달리 눈에 띄게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녀는 내내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결국 입을 열었다.“사장님, 정말 죄송해요. 저, 나쁜 의도는 없었어요. 그저 사장님이 걱정돼서 그랬던 건데, 앞으로는 다시는 미스터 강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을게요!”아심은 담담히 말했다.“그래요. 오늘은 일찍 퇴근해요. 남자 친구 생겼다면서요? 데이트하러 가요.”이에 아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감사드려요, 사장님. 다시는 실수하지 않을게요!”...아심이 퇴근할 때쯤엔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회사를 나설 땐 직원들마저 모두 퇴근해 그녀 혼자 남아 있었다.점심으로 받은 음
식사 중에 강시언이 물었다.“저녁에 또 약속 있어?”아심은 반쯤 내려간 눈길로 잠시 깜빡이며, 약간 죄책감을 느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요즘 정말 바빠요.”“응.” 시언은 짧게 대답한 뒤 더는 묻지 않았다.식사가 끝나고 두 사람은 함께 집을 나섰지만 각자 차를 타고 반대 방향으로 떠났다. 아심은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고, 그녀는 정말 바빴다.정아현이 업무 보고를 하러 들어왔을 때, 아현은 무심코 아심에게 말했다.“내일 토요일인데, 권수영 여사님께서 댁에서 생일 파티를 연대요. 성대한 파티를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꽤 많은 사람을 초대한 것 같아요.”“지승현 사장님도 아마 어머니 생일을 위해 집에 남아 있을 거고요. 어쩌면 권 여사님께서 그 자리에서 며느리를 정하려고 할지도 몰라요.”아현은 슬쩍 아심의 반응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내일 생일 파티에 누가 참석하는지 제가 알아볼까요?”아심은 손에 들고 있던 보고서를 내려놓으며 약간 피곤한 듯 말했다.“아현 씨,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와 지승현은 이미 끝났어요. 앞으로도 절대 다시 이어질 일은 없으니까, 지씨 집안 일은 신경 쓰지 마요.”“그리고 지승현 앞에서 내 얘기를 일부러 꺼내지도 마세요.”아현은 눈을 굴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사장님, 그런데 미스터 강이 돌아와서 사장님을 찾으신 건 맞죠?”아심은 고개를 들며 물었다.“그걸 어떻게 알아요?”아현은 머쓱해하며 대답했다.“그날 저녁, 그분이 회사로 오시는 걸 봤거든요.”아심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사장님, 그분과 다시 만나신 건가요?”아현의 질문에 아심은 고개를 숙이고 다시 보고서를 읽으며 담담히 말했다.“아니야.”이에 아현은 가볍게 코웃음 치며 말했다.“안 만나는 게 맞아요. 사장님, 절대 마음 약해지지 마세요. 그 사람이 갑자기 돌아와선 찾아오고, 또 떠나서는 연락도 없는 게 말이 돼요?”“사장님을 뭐로 보고 그러는 건지, 정말 어이가 없네요.”아심의 얼굴은 갑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