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는 몸을 돌려 화원에서 나와 달 모양의 문을 지나 뒤뜰로 돌아왔다. 이미 깊은 밤이라 온 정원은 조용해졌고 복도 아래의 초롱만이 바람에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소희는 뒤에 닫힌 나무 문을 돌아보며 객실로 돌아가지 않고 앞마당으로 향했다.어르신의 방에는 아직도 불이 켜져 있었다. 소희는 가볍게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인차 활력이 넘치는 소리가 들려왔다."들어와!"소희는 문을 밀고 들어가 활짝 웃었다."할아버지 아직 안 주무셨어요?"어르신은 벤치에 기대어 노래를 듣고 있었다. 그는 일어나서 축음기를 끄며 그녀를 한 번 보더니 성이 나서 말했다."차를 많이 마셔서 안 졸려!"소희는 한숨을 내쉬었다."나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내가 보고 싶지도 않으신가 봐요. 그럼 나 자러 갈게요."그녀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손을 문에 걸치기도 전에 어르신이 외쳤다."돌아와!"소희는 웃으며 돌아서서 얌전하게 물었다."지난번에 할아버지와 영상통화를 했을 때 기침을 심하게 하던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이제 와서 나를 관심한다 이거야. 네가 임가네 그 녀석을 위해 그 옥고리를 찾으러 오지 않았더라면 집이 코앞이면서도 나를 보러 오지 않았을 거 아니야!"어르신은 중얼거렸다.소희는 그의 팔짱을 끼고 앉아 물 한 잔 따라주었다."할아버지도 지금 나와 구택 씨의 관계 알고 있잖아요. 나는 돌아오기가 좀 불편해서 그래요. 게다가 나도 아르바이트 끝나면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잖아요."어르신은 콧방귀를 뀌었다."너 임가네 그 녀석과 무슨 관계야? 넌 그를 위해 이렇게 진심을 다 하는데 그는 너한테 명분도 하나 안 주잖아. 혼약은 이미 끝났는데 너 기어코 이렇게 그와 함께 있어야 할 이유가 뭐야? 너 도대체 무엇을 바라는 거야?"소희는 의자에 앉아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한 손으로 턱을 받치고는 맑은 눈빛으로 말했다."그와 함께 있으면 매우 즐거워서요. 전에 할아버지도 자주 나한테 말했죠? 사람은 즐거우면 된다고요!""즐거움은 일시적인 감정이 아
두 사람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고 오래된 탁상시계가 울렸을 때 소희는 시간을 한 번 보더니 일어섰다."할아버지 얼른 주무세요. 난 우담화 보러 갈게요."어르신은 흥얼거리며 웃었다."꽃을 보러 가는 거야 아니면 사람을 보러 가는 거야?"소희는 당당했다."사람을 보는 것도 당연하죠. 그는 나더러 자게 하려고 스스로 남아서 꽃을 본 거예요."어르신은 물었다."그럼 넌 누구를 위해서야?""......"어르신은 손을 흔들었다."됐어, 가봐, 나도 자야겠어. 내일 아침에 너희들 밥 먹고 가. 옥고리는 내가 이미 오 씨더러 찾아내라고 했고.""네, 그럼 나 갈게요. 할아버지 잘 자요!" 소희는 부드럽게 웃었다."가봐!" 어르신이 말했다.그는 소희가 나가는 것을 보고서야 천천히 안방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무슨 생각이 났는지 그는 고개를 저으며 웃음을 금치 못했다. 임 씨네 그 녀석은 보기에는 괜찮았지만 그의 아버지처럼 나쁜 짓을 하지 않았으면 하며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소희는 어르신의 방 문을 나서자 밤중에 한 사람이 바깥의 받침돌 위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가까이 다가가서야 그 사람이 오 씨 집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품에 보온통을 안고 복도 기둥에 기대어 잠들었다."오 씨 할아버지!" 소희는 몸을 숙이며 조용히 그를 불렀다.집사는 놀라 깨며 소희를 보고 자상한 미소를 지었다."사람이 늙으면 이렇게 쓸모가 없네요, 그냥 잠깐 기다일 것 뿐인데 뜻밖에도 잠이 들었지 뭐예요!""나 기다렸어요?" 소희가 물었다.집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든 보온통을 소희에게 주었다."내가 주방 사람들 시켜서 아가씨한테 끓여준 단국이에요. 밤에 추우니까 좀 마시면 몸이 따뜻해질 거예요."소희는 마음이 따뜻해지며 보온통을 받고는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얼른 돌아가서 주무세요."집사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다."일 없을 때 자주 돌아와요. 어르신은 비록 전화에서 이거 싫다 저거 싫다 하시지만, 아가씨를 매우 그리워하며 줄곧 아가씨
구택은 우담화 앞에 쪼그리고 앉아 도구로 화분을 수집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오는 것을 보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안 자고 뭐해요?"소희는 그릇에 단국을 부었다."자려고 했는데 주방에서 단국 끓이는 냄새 맡고 먹고 싶어서 깼어요."그녀는 단국을 구택에게 건네주었다."올방개, 배, 그리고 옥수수를 넣었는데, 입맛에 맞는지 한번 먹어봐요."구택은 그릇을 받아 국물을 한 모금 마시고 고개를 끄덕였다."음, 달콤하네요."그는 무심하게 웃으며 말했다."강 씨 집안사람들의 입맛은 소희 씨랑 잘 맞네요!"소희는 그릇을 들고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아마도, 이것이 바로 운성 사람들의 입맛일걸요."......두 사람은 새벽이 돼서야 돌아가서 잠을 자려 했다. 문 앞에 도착하자 구택은 소희의 손을 잡으며 놓으려 하지 않았다."내가 봤는데요, 침대는 충분히 커서 우리 두 사람 같이 잘 수 있어요."옆에서 잠든 앵무새는 놀라 깨어나며 문득 고개를 돌렸고 빨갛고 작은 눈은 적외선처럼 두 사람을 주시했다.소희는 앵무새를 힐끗 쳐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른 사람의 집에서 이러면 안 좋아요."구택은 가볍게 웃었다."뭘 하겠다고 그러는 게 아니에요. 단지 소희 씨가 낯선 곳에서 자면 두려워할까 봐 그래요."소희는 마음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말을 참 듣기 좋게 했다. 침대에 올라가서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면 그는 임구택이 아니었다!"나 안 무서워요. 밖에 앵무새가 지키고 있잖아요."소희는 그들을 쳐다보는 앵무새를 가리키며 농담으로 말했다.앵무새가 소리쳤다."무서워하지 마, 무서워하지 마, 바람이 불고 비가 와도 무서워하지 마, 다만 남자가 거짓말 할까 봐 무섭네 무서워!"구택은 검은 눈동자로 앵무새를 노려보며 싸늘하게 웃었다."한 번만 더 말하면 너의 입을 막을 거야!""네가 감히!" 앵무새는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그와 맞섰다."쉿!" 소희는 검지를 입술에 대고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다른 사람들 다 자고 있으니까 조용
"펑" 하는 소리가 났다.남자는 소리를 내며 손을 들어 머리를 가린 채 몸을 돌리려 했지만 비틀거리며 바로 바닥에 쓰러졌다.청아도 놀라서 손에 든 방망이를 바닥에 던지고는 재빨리 후퇴했다.그녀는 인차 자기 방으로 돌아와 방문을 잠그고 숨을 크게 쉬었다.그녀는 심장이 빠르게 뛰면서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침대 앞으로 달려가 핸드폰으로 경찰에 신고하기 시작했다.전화를 할 때도 손은 부들부들 떨렸다.15분 후, 밖에서 초인종 소리가 울리자 이불 속에 숨은 청아는 깜짝 놀랐다.경찰이 도착한 것을 감지한 청아는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거실을 지나갈 때 그녀는 그녀에 의해 기절한 남자가 여전히 베란다에 누워 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살금살금 문 앞으로 걸어가 문구멍을 통해 밖을 내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밖에 서 있는 사람은 경찰이었다. 그녀는 신속하게 문을 열고 경찰을 향해 다급하게 소리쳤다."도둑은 나한테 맞아서 기절했어요. 바로 베란다에 있어요!"다섯 명의 경찰은 들어와서 불을 켜고는 베란다로 향했다.청아는 조심스럽게 그들의 뒤를 따라가며 경찰이 기절한 남자를 뒤집은 것을 보았다. 그중 경찰 한 명이 중얼거렸다."도둑 같지가 않은데!"남자는 비싼 양복을 입고 있었고 손목에 있는 시계는 딱 봐도 값이 만만치 않았다. 비록 그는 혼수상태에 빠졌지만 기질은 절대 보통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청아는 호기심에 앞으로 가서 한번 보았는데 남자의 모습을 보자 제자리에 멈칫했다."이 사람이 여기에 왜 있지?"경찰은 뒤돌아보며 그녀에게 물었다."아는 사람이에요?"청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들은 아는 사이 일가? 하지만 그녀는 그의 이름도 몰랐다!"꽤 심하게 다쳤으니, 우선 병원으로 옮겨. 그가 깨어나면 다시 심문하고!"경찰이 말했다.몇 명의 경찰은 남자를 부축하며 그가 가지고 있는 신분증을 보고 남자의 이름이 장시원이라는 것을 알았다!이 이름을 보고 몇 명의 경찰은 눈빛을 마주쳤다. 모두 의아하며 놀랐다. 설마 장 씨
청아는 한창 분개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남자가 "흥" 하는 소리를 듣고 문득 고개를 들었고 마침 남자가 눈을 뜨는 것을 보았다.눈이 마주치자 청아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남자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꿈속의 이 소녀는 심지어 낯이 좀 익었다!잠시 멍하니 있다가 청아는 의심했다. 남자는 왜 움직이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은 것일까? 설마 그녀의 방망이에 맞아 바보로 됐거나 눈이 멀었단 말인가?그녀는 당황해하며 일어나 손을 들어 남자의 눈앞에서 흔들었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저기요, 나 보여요?"시원은 눈살을 찌푸리며 목이 쉰 채로 입을 열었다."어지러우니까 손 좀 치워요!"청아는 즉시 손을 거두고 한숨을 돌렸다. 바보도 아니고 눈도 멀지 않았으니 다행이었다!시원은 머리를 움직이면 현기증이 나서 눈동자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는 좌우를 둘러보며 물었다."여기가 병원이에요?"청아가 대답했다. "네!"시원은 의혹이 가득했다."내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죠?"그는 또 청아를 쳐다보았다."아가씨는 왜 또 여기에 있는 거고요?"청아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기억 안 나요?"시원은 미간을 찌푸렸다."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냐고요!"청아의 안색이 변했다. 그는 기억을 잃은 것일까?그녀는 떠보며 물었다."당신은 자신이 누군지 알아요? 올해가 어느 해죠?"시원은 표정이 어두워지며 그녀를 보았다."나는 단지 내가 어떻게 쓰러졌는지 생각나지 않을 뿐이에요!""아, 그렇군요!" 청아는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굴리면서 사실대로 말할까 말까 망설였다.사실대로 말하면 그녀는 그가 흥분해서 자기를 때릴 가봐 무척 두려웠다. 필경 그녀와 함께 있던 그 여경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 청아는 웃으며 천천히 말했다."어젯밤에 내가 아래층에서 운동을 하다가 당신이 거기에 쓰러져있는 것을 보고 구급차에 전화를 해서 병원에 데려다준 거예요. 당신이 어떻게 쓰러졌는지에 대해선 나도 잘 몰라요. 그러니까 당신
경찰은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이미 조사해 봤는데 그 집은 장시원 씨의 명의로 된 집이에요."그는 말을 마치고 의아해했다."아가씨는 거기에 살면서 집주인이 누군지 몰랐어요?"청아는 눈을 크게 뜨고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이 집이 장시원 씨의 것이라고?)(소희는 분명 그녀의 둘째 삼촌 친구 집이라고 했는데? 설마 그녀의 둘째 삼촌의 친구가 바로 장시원 씨인가?)(아하!)시원도 다소 의외라 느끼며 경찰에게 물었다."이 아가씨가 내 집에 살고 있다고요?"경찰은 더 의혹해했다."설마 장시원 씨도 모르셨나요?"이거 참 재밌는 일이었다. 집세 내는 사람은 집주인이 누구인지 몰랐고, 집주인도 자기 집에 사는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다. 그리고 집주인이 들어오자 세입자는 집주인을 도둑으로 생각하며 때렸을 뿐만 아니라 신고까지 했다!이 일을 인터넷에 올리면 아마 이틀 동안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시원은 이때 모든 것을 깨달았다. 전에 구택은 그에게 전화를 하며 그의 친구가 자신의 집에서 잠시 지내겠다고 했다. 그는 어정에 거의 돌아가지 않았으니 이 일을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리고, 저번에 그는 청아와 소희가 함께 있는 것을 보았고 그녀들은 친구였기에 구택이 청아를 도와 집을 찾게 되었던 것이다.이렇게 생각하면 모든 일이 분명해졌다!어젯밤에 그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셨고 일행이 그를 가까운 어정으로 데려다주는 바람에 그도 이 집에 사람이 사는 것을 잊었다.그리고 그녀는 그를 도둑으로 몰았던 것이다...사실이 밝혀지자 그들 사이의 오해도 풀렸다. 경찰은 시원과 청아 두 사람더러 나중의 병원비와 보상에 관한 일을 상의하게 한 후 사건을 종결하고 두 사람을 위로한 다음 철수했다.경찰이 떠나자 분위기는 무척 어색해졌다!청아는 조심스럽게 앞으로 다가가서 물었다."장시원 씨, 물 좀 마실래요?"시원은 담담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물을 마시면 내 머리가 나을 수 있나요?"청아는 죄책감을 느꼈다. 시원이 어떤 사람이든,
그날 점심에 시원은 퇴원하겠다고 소란을 피웠다. 병원의 침대에서 자면 등이 가렵고 또 병원의 소독수 냄새를 맡으면 머리가 아프고 토하고 싶다고 했다. 아무튼 그는 온몸에 편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의사 선생님은 뇌진탕 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토하고 싶은 증상이 있는 것은 정상이라고 설명했다.시원은 어두운 얼굴로 물었다."당신은 뇌진탕에 걸린 적이 있나요?"“......”의사 선생님은 침묵했다.의사 선생님은 시원의 금방 나온 검사 보고를 살펴보고 기타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한 뒤 또 그의 고집을 이기지 못하고 하는 수 없이 퇴원을 허락했다.시원은 자기 집에 돌아가지 않고 어정에 갔고 청아가 그를 돌보았다.어정의 집으로 돌아오자, 그들을 따라온 남자 호사는 그에게 샤워를 시키고 잠옷으로 갈아입혔다.시원은 침대에 누웠다. 아마도 한바탕 고생해서 힘들었는지 그는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청아는 그가 편안하게 자는 것을 보고 병원에서 따라온 호사를 보낸 후 그녀도 씻고 외출했다.그녀는 먼저 디저트 가게에 가서 일주일 휴가를 낸 후 마트에 가서 장을 보며 시원에게 보신탕을 끓이려 했다. 그녀는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만회하려고 했다.그녀는 마트에서 돌아온 후 시원이 아직 깨어나지 않은 걸 보고 주방에 가서 먼저 보신탕을 끓였다.그녀는 밤새 잠을 자지 못했기에 보신탕 끓일 때 그녀는 주방 탁자 위에 엎드려 어렴풋이 잠이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뚝배기의 뚜껑이 끓는 물에 들썩하며 나는 소리에 그녀는 바로 잠에서 깨났다.보신탕은 거의 다 돼갔고 청아는 보신탕을 그릇에 담아 안방으로 가져갔다.날은 이미 어두워졌다. 청아는 보신탕을 옆의 테이블에 놓고 고개를 돌리자 시원이 눈을 부릅뜨고 그녀를 보고 있는 것을 보며 깜짝 놀랐다.시원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뭘 그렇게 무서워해요. 안심해요. 나는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청아는 얼굴이 약간 빨개지며 입을 열었다."깨어났어요? 내가 보신탕 끓였는데, 좀 마셔요. 몸에 좋아요.""불 좀 켜요!"
시원이 대답했다."세입자에게 맞아 기절한 집주인일 수도 있죠!""하하하!"청아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크게 웃었다. 그녀는 먼저 몸을 웅크리고 그릇을 땅에 내려놓은 다음 머리를 팔꿈치에 묻고 웃으며 온몸을 떨었다.그녀의 갑갑한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녀가 울고 있는 줄 알 것이다.시원은 확실히 배가 고팠다. 그는 계속 웃고 있는 소녀를 보며 입을 열었다."이봐요, 웃을 만큼 웃었으면 그 삼계탕 좀 나한테 가져다 주죠? 산모도 삼계탕을 마셔야 젖이 나오죠!""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청아는 아예 카펫에 앉아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른 한 손으로 배를 가리며 웃었다. 그녀는 하도 웃어서 배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소녀가 이렇게 통쾌하게 웃는 것을 보고 시원도 그녀의 웃음에 감염되며 참지 못하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도 기분이 그렇게 꿀꿀하지 않았다.한참 지나, 청아는 웃음을 거두고 삼계탕을 들고 남자 앞에 가서 웃으며 말했다."제발 농담 좀 그만 해요. 그렇지 않으면 삼계탕 다 식겠어요!"시원은 고개를 들어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웃어서 얼굴이 새빨개졌고 눈에서 눈물까지 났으며 초롱초롱한 눈빛은 마치 큰비에 맞은 바위처럼 반짝였다.그는 담담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누가 그렇게 웃으래요? 그게 그렇게 웃겨요?"청아는 또 웃고 싶었지만 입술을 깨물며 참았다."먼저 삼계탕 마셔요.""나 먹여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시원이 물었다.청아는 좀 쑥스러웠다."혼자 마실 순 없나요?""내가 혼자서 마실 수 있다면 아가씨가 돌볼 필요가 있을까요?" 시원은 웃었고 화를 내지 않았다."원하지 않는다면, 난 간병인 하나 찾으면 되죠.""괜찮아요, 나 할 수 있어요!" 청아는 원래 시원을 때려서 양심의 가책을 느낀 데다 그는 또 그녀를 불쌍히 여기고 병원비까지 내라 하지 않고 며칠만 그를 돌보게 했으니 그녀는 안 된다고 말할 이유가 없었다.청아는 침대 옆에 앉아 숟가락을 들고 한 숟가락 한 숟가락 남자에게 먹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