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청아는 휴대폰을 꽉 쥐고 있었다.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말을 뱉지 못하고, 한참 동안 참고 있었다.청아는 자신의 가정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허홍연 혼자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고등학교 때부터 여름 방학마다 일을 해서 학비를 벌었고, 대학에 가서는 가족에게 한 푼도 쓰지 않았다.2년 동안 외국에서 혼자 지내면서 가족이 그리웠다. 귀국 후 가족과의 관계를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기를 바랐다. 허홍연이 아팠을 때, 청아는 최선을 다해 돌봤다. 외국에 있던 2년 동안 허홍연 곁에 있지 못한 것을 보상하고자 했다.근데 청아는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효도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처음에 허홍연과 허연이 청아를 속였을 때, 그녀는 진실을 알고 난 후 슬프고 상처받았지만 지금처럼 절망적이지는 않았다. 감정의 골은 점점 깊어만 졌고, 마음도 점점 더 차가워졌다.이때 요요가 청아의 손가락을 가볍게 흔들며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엄마, 무슨 일이야?”청아는 몸을 숙여 요요를 안았다. 청아의 눈에는 눈물이 없었고, 오직 슬픔만이 있었다. 이때 휴대폰이 다시 울려 봤더니 청아의 안색이 안 좋아졌다가 이내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나야!” 허연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청아, 돌아왔어? 네가 돌아왔다고 해서 널 찾지 못할 거라 생각하지 마. 네가 나한테 빚진 돈 아직 4천만원이나 남았어. 언제 갚을 거야?”청아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고, 목소리는 조금 쉬었다. “지금 2천만원밖에 없으니까 먼저 줄게요.”“그래, 일단 2천만원 보내고 나머지 2천만원은 일주일 안에 줘. 급하게 써야 할데가 있어!”허연의 말에 청아는 미간을 찌푸렸다.“일주일 안에는 못 갚아요.”허연이 화를 내며 말했다. “우청아, 처음에 네가 3년 안에 1억을 다 갚겠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오리발을 내민다고?”“아직 두 달 남았고 오리 발 내미는 것도 아니에요. 전부 다 갚을 건데,
“그러다가 고급 디자이너가 될 거야!”이지현이 몇 걸음을 뛰어가며 화를 내며 말했다. “김민주 씨 디자인 초안 다 됐어요? 여기서 놀고 있으면서 부사장님한테 혼나고 싶나 봐요? 그리고 다른 분들도요!” 지현은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러분들은 회사를 다니는 디자이너인가요, 아니면 동네 마실 나갔다가 수다나 떠는 아주머니들인가요?”김민주 일행이 대꾸하려다가 우청아도 같이 있는 걸 보았다. 며칠 전 황대헌이 청아를 잘 챙기라고 했던 걸 생각하며, 말을 꺼내지 못하고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나서 떠났다.“디자인할 때는 멍청이 같이 가만히 있으면서, 수다 떨때는 그 누구보다 집중해서 하시네요! 그럴거면 아예 수다 국가대표를 하시지 왜 여기에 있는거죠?” 지현이 청아에게 돌아서며 말했다. “신경 쓰지 마요!”하지만 청아는 여전히 어리둥절했다. “무슨 일인데요?”그러자 지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말하면 청아 씨가 화낼까 봐 걱정되는데, 오늘 아침부터 사무실에서 사람들이 수군대더라고요.”“지난 금요일 밤에 청아 씨가 장시원 사장님이 술에 취한 틈을 타서 방문을 두드렸다고, 그리고 밤새도록 안 나왔다고 하더라고요.”청아가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덧붙였다. “난 물론 믿지 않지만요!”어이없는 얘기에 청아는 말을 잇지 못했다.“이 소문을 누가 냈는지 사실은 알아보기 쉬워요. 그날 밤 호텔에 간 사람들은 몇 명 안 되니까, 누군지 감이 오는 사람이 있나요?” 지현의 질문에 청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요.”고명기는 가능성이 없고, 황대헌도 디자이너들에게 함부로 말하지 않을 테니, 가장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진도준이었다. 청아가 장씨 그룹 대형 건축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후, 도준의 태도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 소문이 도준에 의해 퍼진 것인지, 아니면 도준의 비서에 의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그리고 청아가 도준을 찾아간다 해도, 도준은 분명히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어떻게 할 거예요?” 지현이 묻자 청아가 물을 따
“너무 긴장하지 마!” 배강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웃었다. “별거 아니고 그냥 금요일 밤에 우청아가 널 방으로 모시고 가는 걸 누군가가 보고, 그걸 가지고 청아를 비방하고 있어. 청아 씨한테 더러운 물을 끼얹고 있지.”장시원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진도준이야?”배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럴 거야.”그러자 시원이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접어두고 일어나며 말했다. “나 콜드스프링에 한번 가볼게.”그가 몇 걸음 걷다가 마치 무언가를 떠올린 것처럼 멈춰 서며 배강을 돌아보았다. “네가 이 일을 처리해.”“청아 씨를 위해 직접 나서고 싶지 않은 거야?”배강의 말에 시원의 얼굴에 불쾌함이 스쳤다. “네가 청아에게 문제를 일으킨 거니까 네가 해결해. 해결 못 하면 돌아올 필요 없고.”그러자 배강이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 내가 갈게. 콜드스프링을 뒤집어엎든, 청아 씨도 지키고 내 직장도 지킬 거야.”“떠들지 말고 빨리 가!” 시원이 눈살을 찌푸렸다. 배강은 시원이 속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마음 한구석에서는 시원의 상황을 이해가 돼 씁쓸해졌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해주고 싶어도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동정심이 생겼다. 이에 배강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돌아섰다....황대헌은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하고 있어서 청아가 비난받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황대헌의 비서가 배강이 찾아왔다고 전화를 받고서야 서둘러 돌아왔다.“배강 부사장님!” 황대헌이 조바심을 내며 말했다. “어떻게 오셨어요? 미리 연락을 주지 않으셔서,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이에 배강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청아 씨한테 문제가 생겼다고 들어서 한번 보러 왔죠.”“무슨 문제요?” 황대헌이 어리둥절해하자 비서가 서둘러 사무실에서 청아에 대한 찌라시들을 설명했다. 그러자 황대헌의 얼굴색이 급격히 변했다. “이 소문은 어디서 시작된 거야, 조사했어?”비서가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말없이 있자 배강이 차분히 입을 열었다.“그날 술자리에
진도준은 반박할 수 없었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저는 그저 술에 취해 비서에게 몇 마디 투덜거렸을 뿐인데, 그게 이렇게 번질 줄은 몰랐습니다.”그러자 황대헌이 말했다. “장시원 사장님이 배강 부사장을 직접 보내 조사하게 했어요. 아무리 저라도 당신을 지킬 순 없다는 뜻입니다. 회사 측에서 자르기 전에 자진사퇴 하세요.”원래라면 회사 내부에서 조사해 도준에게 경고나 감봉 정도로 끝났을 것이었다. 하지만, 배강이 사무실에 앉아 시원의 명예 문제까지 언급하면서 일은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에 도준은 눈을 크게 뜨고 황대헌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부사장님, 이건 너무하지 않나요! 많은 말들이 저로부터 나온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과장해서 퍼뜨린 건데요!”“하지만 배강 부사장이 해명을 요구하고 있는데, 제가 이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황대헌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어요. 이번 일은 아마 도준 씨 인생에 큰 교훈이 될 겁니다.”“저도 가능한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게 노력할게요.”콜드스프링 건축회사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일하며 고생 끝에 고급 디자이너가 된 도준은 단 한마디의 험담 때문에 해고될 처지에 놓이자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애원해도 황대헌은 마음을 바꾸지 않았고, 심지어 도준의 비서까지 함께 해고했다. 도준을 해고한 후, 황대헌은 디자인 부서에 가서 말했다. “금요일 밤, 장시원 사장님을 위한 식사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우청아 씨가 장시원 사장님을 챙겨드린 건 사실입니다.”“하지만, 저와 고명기 부사장이 청아 씨와 함께 호텔을 떠나기를 기다렸습니다. 이건 고명기 부사장도 증명할 수 있고요.”“소문들은 모두 고의로 날조된 것입니다. 제가 다시 이 문제에 대해 누군가의 뒷담화를 듣게 된다면, 그 사람을 바로 해고시킬 겁니다.”모두가 조용히 듣고 있었고, 도준이 해고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전에 무분별하게 소문을 퍼뜨린 사람
“어떻게 된 거예요? 황대헌 부사장님이 이번에 이렇게 신속하게 처리해서 진도준을 해고하셨는데, 왜 기분이 안 좋은 거예요?” 이지현이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아니에요!” 우청아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핸드폰을 집어 들며 장시원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 인사를 해야 할지 고민했다. 망설이는 순간, 핸드폰 화면이 저절로 밝아지며 낯선 번호의 전화가 걸려 왔다. 청아는 잠시 당황해하다가 천천히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우청아 씨 맞으신가요?”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는데 약간의 초조함이 느껴졌다.“네, 맞습니다. 누구신가요?” 청아가 물었다.“저는 우임승 씨의 동료인데요, 지금 사고를 당하셔서 지금 병원에서 응급처치 중입니다. 빨리 오셔야 할 것 같아요!” 남자가 급하게 말하자 청아의 안색이 확 바뀌었다.“무슨 일이죠?”“병원 주소를 문자로 보내드릴게요, 빨리 오세요. 오시면 자세한 얘기를 나누죠!” “알겠습니다.” 청아는 전화를 끊고, 슬그머니 올라오는 공포를 억누르며 일어나서 빠르게 밖으로 나갔다.청아는 택시를 타고 강성대병원으로 향했다. 길을 가는 내내 머리는 멍했고, 몸은 발끝부터 차가워져서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다. 그리고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청아는 응급실로 달려갔다.우임승은 아직 응급 처치 중이었고, 밖에서는 몇몇 회사 책임자와 우임승의 동료들이 지키고 있었다.“아빠!” 청아가 달려가며 당황스럽게 물었다. “우리 아빠 어떻게 된 거예요?”회사의 책임자인 강래원이 다가왔다. “우청아 씨 맞나요?”청아가 불안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강래원이 말했다. “저희 회사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어요. 당신 아버지께서 불을 끌려고 안으로 들어가셨다가 다치셨습니다. 지금 응급처치 중이에요.”청아의 얼굴이 창백해졌고, 다리에 힘이 풀려 그만 무릎을 꿇을 뻔했다. 다행히 옆 사람들이 청아를 붙잡아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래원은 사람을 시켜 청아에게 물을 가져다주었다. “여기 앉아서 잠시 기다리세요. 무슨 일이 생
성연희가 뒤따라왔고 소희는 운전하며 속도를 높여 병원으로 최대한 빠르게 달려갔다. 두 사람이 도착했을 때, 수술은 아직 진행 중이었다. 우청아는 복도의 벤치에 앉아 있었고, 소희와 연희를 보자마자 눈물을 참지 못하고 흘렸다.“괜찮아, 방금 간호사에게 물어봤어. 다리를 다쳤을 뿐이야,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해!” 소희가 청아의 어깨를 감싸 안자 청아는 눈물범벅이 되었고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온몸이 떨렸다. “정말 너무 미워!”연희도 청아를 안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나랑 소희가 여기 있잖아. 무서워하지 마!”그때, 누군가가 소리쳤다. “우림 테크놀러지의 담당자가 누구죠?”소희가 뒤를 돌아보자 허홍연이 도착했고, 청아의 새 언니인 정소연도 뒤따라왔다. 그러자 강래원과 회사의 다른 두 명의 담당자가 나섰다.“안녕하세요, 우청아 씨 어머니시죠? 우임승 씨가 아직 응급처치 중이니 무슨 일이든 천천히 얘기합시다.”이에 소연이 차갑게 말했다. “보상에 대해 먼저 얘기해야죠. 제 시아버님은 회사의 재산을 구하려다 다치셨어요!”앞서는 소연을 래원이 안심시켰다. “보상 문제는 수술이 끝난 후에 논의해도 될까요?”“당연히 안되죠!” 허홍연이 차갑게 말했다. “제가 알아봤는데, 사람이 죽지 않더라도 확실히 장애가 생길 거예요. 책임 회피하려고 하지 마세요.”“보상은 어떻게 할 건지 지금 당장 명확히 해주세요!”이때다 싶은 소연이 청산유수로 말했다. “최소한 10억은 받아야 해요. 우리 시아버님은 5성급 호텔의 요리사셨어요. 이렇게 크게 다치고 나면 일을 할 수 없게 되겠죠.”“아직 젊으셔서 최소 10년은 더 일하실 수 있었을 텐데, 연봉으로 계산하면 이건 매우 부족하고요.”“이후 노후 자금과 간병비까지 합하면 이 정도 요구하는 건 전혀 과하지 않아요!”연희는 오자마자 돈 얘기부터 꺼내는 상황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랬기에 연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연의 앞으로 걸어가며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왜 100억을 요구하지 않는 거예요? 사람
허홍연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믿을 수 없고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빠르게 강래원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 이게 사실인가요?”래원은 무겁게 말했다. “우임승 씨가 아직 응급처치 중입니다. 저희는 수술이 끝나고 나서 이 문제에 대해 자세히 말씀드릴 생각이었습니다.”“구체적인 보상 문제는 우리 회사의 손실이 법적 감정을 거친 후에 논의하려고 했습니다.”순식간에 바뀐 판도에 허홍연은 이제 전혀 기세가 등등하지 않았다. 당황스러움만이 남아 있게 된 허홍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그럼 대략 얼마나 될까요?”다른 담당자 중 한 명이 말했다. “우청아 씨가 말한 것처럼, 초기 추산에 따르면 실제로 20억이 넘습니다.”확인 사살을 한 허홍연은 눈앞이 캄캄해져서 그 자리에 쓰러졌고 옆에 있던 정소연이 허홍연을 붙잡았다.“어머니! 어머니!”이에 연희는 옆에서 비웃으며 말했다. “이제 보상해야 한다는 말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행동하시네요.”허홍연이 천천히 눈을 떴고,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이 천벌을 받을 놈, 내 인생을 망치더니 이제는 자식들 인생까지 망치려고 하다니! 그냥 살리지 말고 죽게 내버려둬!”그러자 우림 테크놀러지의 담당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여기는 병원입니다. 일단 진정하시고, 환자가 깨어나면 그때 얘기합시다!”“어머니!” 소연이 당황해서 물었다.“정말로 집을 팔아야 해요? 집을 팔면 우리는 어디에 살죠?”소연은 말을 마친 후 갑자기 청아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 일은 아가씨가 아버님께 구해준 일자리잖아요. 이건 아가씨가 책임져야 하지 않나요?”소연의 말에 허홍연은 조금 정신을 차렸다. 집은 절대 팔 수 없었다. 집을 팔면, 소연이 분명히 우강남과 이혼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 가정은 완전히 파탄 날것이다. 그러자 허홍연도 청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청아야, 네 새언니 말이 맞아. 이 일은 네가 해결해야 해!”이런 상황에 청아의 목구멍이 메어 왔고, 눈물이 쏟아졌다. 가슴이 미어지는
“오늘 엄마는 나에게 20억을 혼자서 보상하라고 하죠. 근데 내가 내 장기를 싹 팔아도 그 정도는 나오지 않을 거예요.”“저는 계속 이해하고 참아왔어요. 왜냐하면 엄마의 고충을 알기 때문이고, 엄마 혼자서 나랑 오빠를 키우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았으니까.”“하지만 내 배려와 인내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나를 관심해 주는 게 아닌 오히려 이용하려고 하죠.”허홍연은 우청아의 말에 할 말이 없어졌고, 갑자기 얼굴을 가리고 통곡하기 시작했다. “청아야, 나도 어쩔 수 없어. 정말로, 넌 여자니까 시집이라도 갈 수 있잖아. 근데 네 오빠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청아는 비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럼 오늘부터 확실하게 해두죠. 아버지 일은 제가 보상하고 제가 처리할게요.”“엄마가 저를 키워주신 은혜, 오늘로 다 갚은 거로 마무리 짓자고요. 앞으로 우리는 아무 상관 없는 사이고 엄마는 오빠만 잘 챙겨요.”정소연이 청아의 말을 듣고 눈이 반짝이더니 서둘러 말했다. “그 말, 진심이에요?”청아는 차갑게 대답했다. “진심이에요. 이제 가도 괜찮아요.”“어머니, 아가씨가 그렇게 말했으니 앞으로는 저하고 우강남이 어머니를 챙길게요.”“아가씨가 아버지를 돌보면 나머지 보상 문제는 우리하고는 상관없어요!” 소연이 허홍연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우리 집에 가요!”허홍연은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청아를 힐끔 보다가 소연과 함께 가려고 했다.“잠깐!” 이때 성연희가 갑자기 소리쳤고 연희의 눈빛은 차가웠다. “확실하게 할 거면 문서로 작성하자고요. 지금 이렇게 마무리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얼굴 두껍게 청아를 찾아오는 일이 없도록.”소연은 연희의 말에 화가 나서 이를 악물었다. “서류? 그래요 작성하죠. 나도 아가씨가 마음 바꿀까 봐 걱정이었거든요!”연희는 휴대폰을 들고 자기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계약서 작성할 거니까 내가 말하면 적어서 바로 가져다줘!”소연은 연희를 힐끔 쳐다보며 비웃듯이 입꼬리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