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는 머리를 숙이고, 고운 손끝으로 탁자 위의 무늬를 쓸며 부드럽게 말했다. “회의 중이야?”“아니, 왜?” 임구택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냥 보고 싶어서.” 소희의 목소리는 더욱 부드러워졌다. “퇴근할 때 너 마중 나갈까?”구택은 잠시 침묵했다가, 낮게 웃으며 대답했다. “네가 이렇게 나를 챙겨주니 좀 어색하네.”이에 소희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럼 받아들일 준비나 해.”“알겠어!” 구택의 목소리는 낮고 매력적이었다.“그럼 일해, 나 나중에 갈게!” “빨리 와.” “응.”소희는 전화를 끊고 곧장 옷을 갈아입고 구택을 만나러 나섰다....이선유의 사과 공지가 올라온 후, 이진혁의 비서들은 신라호텔의 한 방에서 선유를 만났다. 선유는 성연희에게 한바탕 혼이 나고, 명우에게 끌려간 후, 어두컴컴한 방에 갇혀 있었다. 아무도 상처를 치료해 주지 않았고, 음식과 물도 제공되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밤낮을 구분할 수 없게 된 선유는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졌고, 거의 미칠 지경에 이르렀다. 이진혁의 부하들이 선유를 찾았을 때, 선유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머리는 엉망이었고, 창백한 얼굴에 몸에는 배설물까지 묻어 있었다. 이진혁은 빛나던 딸이 이렇게 망가진 모습에 치를 떨었지만, 구택이나 소희에게 화풀이할 수도 없었다. 그저 속으로 분노를 삭이며 서둘러 경성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면 또 다른 난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바람을 피워 여자와 사생아가 있는 사실이 드러났고, 임씨 그룹과의 새 프로젝트 협력도 중단됐다. 게다가 강성의 채씨, 조씨, 오씨 가문도 모두 이씨 집안과의 사업을 취소했다. 그랬기에 이씨 집안의 손실은 헤아릴 수 없었다....임씨 그룹에서는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진우행과 구택이 새 계획을 논의한 후, 우행이 소희가 디자인 작업을 하는 소파 쪽을 바라보며 일어나 웃으며 말했다. “사장님, 퇴근하시죠. 문제가 있는 부분은 다시 수정하도록 하고, 내일 회의에서 다시 보고드리겠습니다.”이에 구택이 시간을 확
소희는 차가운 눈빛으로 소설아를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사장님이 나를 위해 한 일에 대해 당신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나요?”소희의 말에 설아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소희를 바라보았다.“무슨 설명이 필요하죠?” 구택이 설아를 흘끗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설아는 온몸의 피가 차가워지는 것 같았고 자신도 모르게 등을 곧게 펴며, 약간 쉰 목소리로 설명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저는 그저 소희가 걱정돼서요.”하지만 구택은 차가운 눈으로 설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소씨 집안 사람들은 지혜롭지 못하고, 이익 앞에서는 물불 안 가리는 경우가 많더라고. 소설아 씨는 그런 사람이 아니길 바랍니다.”설아는 구택이 자신을 경고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급히 말했다.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소희가 소씨 집안으로 돌아온 날부터, 저는 친동생처럼 여겼어요.”소희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설아의 거짓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았고 일부러 구택의 앞에서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구택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요즘 힘들었을 테니, 오늘은 일찍 퇴근하세요.”Kally가 옆에서 신이 나서 말했다. “사장님, 감사합니다!”소희는 Kally에게 미소를 지으며, 설아를 더 이상 바라보지 않고, 자연스럽고 친밀하게 구택의 팔을 잡고, 몸에 기대며 말했다. “화진 언니가 말하길 지민수 오빠가 요즘 요리를 연구하고 있다고 했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기대하지 마. 걔는 자기 요리에 매우 까다로워서, 때로는 두 달 동안 반복해서 연구해야 만족스러워해.”“장인정신이 담긴 작품이라면 더욱 기대되지!” 소희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리고 구택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따뜻해, 평소와는 다른 사람처럼 들렸다. 설아는 그들이 서로 웃고 이야기하는 것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며, 마음속에 강렬한 질투심이 솟구쳤다. 그래서 설아는 둘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들이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는 것을 본 후에야 눈빛이 싸늘하게 변하더니
“응.” 소희가 고개를 끄덕이자 임구택은 소희의 눈을 응시했고, 눈에 웃음과 함께 자기만이 담겨있음을 보고 나서야 안심하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오늘은 주말이 아니있기에 남월정의 손님이 평소보다 적었다. 그랬기에 한가한 화진이 그들과 함께 앉아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화진은 소희를 위해 새로 말린 국화차를 우려냈다. 창밖의 국화 나무는 추석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푸르렀고, 바람이 불 때마다 몇 송이의 국화가 목제 창문 위로 날아와 온 집안에 은은한 국화 향기를 퍼뜨렸다.민수의 새로운 요리가 연구되었는데, 그것은 보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곱, 여덟 단계를 거쳐야 나오는 채식 요리였다. 그리고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맛은 굉장히 훌륭했다.식사 후, 소희는 마당에 나가 토끼에게 먹이를 주었고, 구택은 소희 옆에 앉아 채소 잎을 건네주었다.“토끼를 이렇게 좋아한다면, 집에서도 두 마리를 키우자.” 구택의 제안에 소희가 눈썹을 추켜세우며 말했다. “집에서 토끼를 키운다고? 매일 두 마리의 사나운 개들이 있는데? 토끼들의 기분은 어떨 거 같아?”진지하게 얘기하는 소희의 말에 구택은 낮게 웃으며 말했다. “토끼는 겁이 많다던데!”“맞아, 토끼는 겁이 많아서 쉽게 놀라 죽을 수 있어.”소희는 손에 든 채소 잎을 토끼 두 마리에게 주면서 물었다. “그 포스팅에서 말한 대로, 그 일이 나 때문에 발생했다고 믿어?”훅 들어오는 질문에 구택은 잠시 당황했다가 고개를 저었다. “안 믿어, 한 마디도 믿지 않아.”이에 소희의 시선은 멀리 뻗어 있었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양부모님의 죽음은 나와 아무 상관이 없어. 사건이 발생하기 전날 밤, 그들은 팔려고 했던 야생 버섯의 줄기를 깨끗이 다듬으라고 했어.”“그렇지 않으면 저녁을 먹지 못하게 할 거라고 했었어. 나는 밤 10시까지 계속해서 그 일을 했고, 손은 얼어붙어 부어오르고 빨갛게 될 정도였고.”“결국 가위를 잡을 수 없게 되자, 버섯을 담은 나무 상자에 기대어 잠이 들었었
임구택은 소희의 손을 부드럽게 문지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이씨 집안이 경성에서의 지위가 하늘을 찌를 정도는 아니야. 게다가 최근에는 이진혁도 다른 일에 마음을 쓸 겨를이 없어.”“어쩌면, 이씨 집안이 몰락할지도 모르지!”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결연한 빛을 눈에 담았다. “당신은 항상 나를 도와주는데, 난 별로 해준 게 없네. 내가 필요하면 꼭 말해줘.”구택은 손을 들어 소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물론이지, 임씨 집안의 흥망성쇠에 너도 책임을 지고 있잖아.”“너에게 일이 생기면 집안 사람 전체가 널 위해 움직이는 게 당연해.”“그러니까 도움을 받았다 그런 말은 하지 마, 당연한 거니까.”이에 소희는 미소 지으며 구택의 어깨에 기대었다. “알겠어, 기억할게.”구택은 소희를 안아주며 소희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앞으로 소희와 함께 걸어갈 날들이 구택을 굉장히 뿌듯하게 하고 기대되게 만들었다....다음 날 아침, 소정인은 회사에서 불안한 마음으로 앉아 있었다. 소정인의 테이블 위에 놓인 휴대폰이 울리자 진연의 전화임을 알아보고 받았다. 곧이어 진연의 조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 뉴스 봤어요? 이진혁이 바람피운 사실이 터져서 지금 집안이 난리가 났대요. 지금 인터넷이 뒤집어지고 엄청난 소동을 일으키고 있어요.”“이진혁의 아내가 인터넷에 실명으로 이진혁이 이전에 저지른 불법과 비리를 고발했는데 이진성이 망할 것 같아요!”갑작스러운 소식에 소정인은 놀라서 물었다. “언제 일어난 일인데?”진연이 서둘러 대답했다. “한 시간 전에 터졌고 지금 인터넷이 발칵 뒤집혔어요.”재벌 가문의 큰 이슈는 일단 터지면 바로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법이다. 한 시간이 지난 지금, 모든 댓글이 한쪽으로 치우쳐 이진혁을 비난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내와 딸을 버리고 불법을 저질렀다고 이씨 집안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이에 소정인은 서둘러 컴퓨터를 켜고 몇 번 클릭했는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이씨 가문이 강성에 돌아온
소정인은 황급히 마우스를 잡았지만, 아무리 눌러도 화면은 계속해서 스크롤 될 뿐이었다.“이게 무슨 일이야? 기술팀은 어디 갔어?” 소정인은 얼굴이 일그러지며 소리쳤다.“기술팀에서는 해커에 의해 공격받았다고 하며, 현재 해결 중입니다.” 비서의 설명에 소정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회사 컴퓨터가 전부 이렇게 됐어?”비서는 당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모든 부서의 컴퓨터가 이 상태입니다!”소정인은 마치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머리가 울렸고, 갑자기 의자에 털썩 앉아버렸다. ‘이게 도대체 누구의 짓일까? 누가 이런 욕을 하고 있는 걸까?’소정인은 갑자기 회사에 있는 수백 명의 직원들이 자신을 비난하는 걸 보고 있다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래서 곧바로 자기 비서에게 급히 지시했다. “각 부서에 전해, 모두 컴퓨터를 바로 끄라고. 내 명령 없이는 아무도 켜지 말라고 전해!”“알겠습니다!” 비서는 재빠르게 응답하고 나가서 소정인의 지시를 전달했다. 그리고 곧 각 부서의 책임자들이 소정인의 사무실로 몰려들었다.“사장님, 제 컴퓨터에 중요한 계약서가 몇 개 있는데, 오늘 반드시 발송해야 해서요. 근데 컴퓨터가 해킹당해서 고객들이 급하게 기다리고 있어요!”“사장님, 고객이 급하게 기술 자료를 요청하는데 컴퓨터가 언제 복구되나요?”“사장님.”사방으로 들어오는 문의에 소정인은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 화가 나서 소리쳤다.“컴퓨터가 없으면 핸드폰이 있지 않나? 일단 핸드폰으로 연락하세요. 이런 비상 상황에도 대처 못합니까?”이에 부서 책임자들은 모두 머리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소정인은 그들이 분명 자신을 비웃고 있다고 생각해 더욱 화가 났고, 책상 위의 서류를 집어 던지며 모든 사람을 내쫓았다.점심시간까지도 컴퓨터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소정인은 기술팀에 화를 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랬기에 컴퓨터를 켜면 화면에는 계속해서 소정인을 비난하는 문구가 나타났다.점심을 먹는 동안 소희와 임구택은 장명원으로부터 메시지를
추석 이후로 날씨가 서서히 쌀쌀해지면서, 길 양쪽의 단풍나무와 은행나무가 색색깔로 물들어 강성은 일 년 중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맞이했다.장시원은 오전에 일이 있어서 회사로 돌아온 시간이 정오 무렵이었다. 시원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탕비실로 걸어가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탕비실 옆의 책장이 양쪽으로 열리고, 부엌 조리대 앞에 흰 셔츠를 입은 여자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달콤한 피자 냄새가 풍기고, 진한 치즈의 향기가 가득했다.시원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다. 여자가 몸을 돌려 시원을 보고 놀라더니, 곧 아부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장님, 저 여기 부엌 좀 써도 될까요?”시원은 신주영을 바라보며 눈길이 금세 맑아졌고, 입가에는 은은한 미소가 걸렸다. “써도 돼요, 문제없어요.”시원은 탕비실로 걸어갔고 신주영이 따라오며 부드럽고 공손하게 말했다. “사장님, 뭐 드릴까요? 제가 준비해 드릴게요.”“커피 한 잔 주세요.” 시원이 담담하게 대답했고, 바에 기대어 서서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주영은 커피를 내리며 시원을 흘긋 쳐다보고는, 돌아서며 웃으며 말했다. “사장님, 식사하셨나요? 제가 피자를 만들었는데 한 번 드셔보실래요?”“마트에서 산 밀키트이지만 조금 손을 봐서 맛있는 재료를 많이 넣었어요, 맛은 꽤 괜찮아요!”시원은 커피를 받아들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신주영씨 많이 드세요.”“아.” 주영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시원이 커피를 들고 사장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콜드스프링 건축회사오후에 출근하자마자 고급 디자이너 진도준은 한바탕 꾸중을 듣고 부사장실에서 나왔다. 도준은 꾸중을 들은 게 화가 나 디자인 초안을 뿌려 던질 뻔했다. 그리고 이때 비서가 다가와 물었다. “아직도 통과 못 했어요?”“이미 일곱 번째인데, 성수현 사장님이 도대체 무슨 스타일을 원하는지 모르겠어. 직접 물어봐도 본인도 명확히 말하지 못해. 우리 어떻게
고명계 부사장은 우청아의 차분하고 겸손한 태도에 약간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청아가 자만하지도 않고 조급해하지도 않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흡족했다. “그러면 이 프로젝트는 전부 당신에게 맡길게요. 성수현 사장님과의 후속 작업과 세부 사항도 당신이 직접 협의해 주세요.”청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감이 가득 찬 얼굴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오늘 오후에 중요한 고객이 방문할 예정인데, 보통은 회사의 고급 디자이너만이 회의에 참석할 자격이 있지만, 청아 씨도 함께 오세요.” 청아는 고명계 부사장이 자신을 발전시키고 승진시키려는 의도를 알고 기뻐하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열심히 해요!”“네!”우청아가 사무실에서 나오자마자, 이지현이 달려와서 물었다. “칭찬받았어, 내 말이 맞지? 성수현 씨 프로젝트를 맡으면 회사에서 당신의 위치가 확실해질 거야!”이에 우청아는 열정이 가득 차서 말했다. “잘 마무리 지을 수 있길 바라요!”“디자인만 승인되면 나머지는 공사 부서의 일이에요!” 지현이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이렇게 큰 프로젝트면 회사도 크게 벌 것이고, 당신에게 주어지는 커미션도 적지 않을 거예요. 그럼 한턱내세요!”“그래요, 점심은 제가 살게요, 뭐 먹을래요?” 청아가 쾌활하게 말했다. 그리고 웃을 때 두 볼에 깊게 팬 보조개가 청아의 청초하고 온화한 아름다움을 더했다.“뭐든 괜찮아요, 청아 씨랑 같이 먹으면 돼. 어, 임효준이랑 같이 먹자!” 지현이 뜻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짓자 청아는 어리둥절했다.“왜 효준 씨를 불러요?”청아와 효준은 회사의 중급 디자이너지만 서로 그다지 친하지 않고 친구도 아니었다.“모르겠어?” 지현이 청아에게 윙크를 하며 말했다. “효준 씨가 청아 씨를 좋아하는데, 몰랐어요?”“네?” 청아가 눈을 크게 떴다.“진짜 몰랐어요? 청아 씨가 회사에 온 이후로 효준 씨가 당신에게 갖가지 친절을 베풀었는데? 그게 청아 씨를 좋아하는 게 아니면 뭔데요?”지현이 장난스럽게 말했
“우청아 씨, 원래 여기서 일하셨군요!” 배강이 갑자기 말을 꺼내며 청아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진짜 섭섭하네요, 디자이너가 되셨는데 우리 같은 옛 친구들한테 연락 한번 안 하시고!”이에 황대헌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배강 부사장님, 혹시 이분을 아시나요?”“물론이죠!” 배강이 청아의 곁으로 다가가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부딪히지 않았나요? 우리 장시원 사장님의 가슴이 아주 단단해서요. 청아 씨가 약해서 부딪치면 상할 수도 있거든요.”배강의 말에 청아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그렇게 약하지 않아요.”대헌은 청아와 배강이 친근한 관계이고 시원과도 아는 사이인 것을 보고 태도를 바꿨다. “만약 어디 불편하시면 참지 말고 말해요. 휴가 내드릴 테니까, 집에서 푹 쉬세요.”그리고 이지현을 타박했다. “일하는 중에 왜 청아 씨를 왜 쫓은 거죠? 만약 다치기라도 했다면 본인이 책임질 수 있나요?”지현은 대헌이 기회주의자임을 알고 있어서 이 순간 반박하지 않고 고개만 푹 숙였다. 그리고 그때 고명계 부사장이 사무실에서 나왔다. “사장님, 오후에 오신다고 하지 않으셨나요?”시원이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침에 외근 나가서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여기를 지나가게 됐어요, 그래서 일찍 왔습니다.”“그럼 제가 바로 회의를 준비하겠습니다.” 고명계 부사장이 예의 바르게 말했다. 그러고는 청아를 대헌에게 소개했다. “대헌 씨, 이 분은 우청아입니다. 새로 온 중급 디자이너이고, 성수현 씨 프로젝트는 이분이 맡기도 했으니 이분도 회의에 참석시키려고 합니다.”이에 대헌이 곧바로 말했다. “당연히 참석해야죠!”그제야 청아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고명계 부사장이 언급한 중요한 고객이 시원일 줄은 몰랐다. 그리고 이제 피할 수도 없게 되었다. 고개를 들었을 때, 배강이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청아는 얼굴이 붉어지며 몇 걸음 물러났고, 다른 사람들을 따라 회의실로 향했다. 시원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의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