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데리러 오지 않았더라니, 약속이 있었네.’임구택은 이곳에서 소희를 만난 줄 생각지도 못했다.사실 그가 이곳에 나타나게 된 건 와서 누굴 한 번 만나보라며 걸려온 형수의 한 통의 전화 때문이었다.그러다 룸에 앉아 있는 젊은 여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야 형수가 그를 대신해 맞선을 주선했다는 걸 알게 되었고.그와 소희 사이의 일은 임씨네 가족들이 아직까지도 잘 모르고 있었다. 게다가 지난 2년 동안 그가 한 번도 집으로 여인을 들인 적이 없었으니 가족들은 그가 그쪽 방면에 문제가 생긴 줄 알고 몰래 이번 맞선을 준비했던 것이다.물론, 방금 룸 안에서 그는 이미 오늘 맞선 보러 온 임 아가씨에게 제대로 의사를 표했고, 기왕 거절한 이상 밥도 먹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위층에서 내려오고 있었는데, 마침 소희를 만나게 되었다.아래층으로 내려온 후 임구택은 임 아가씨를 먼저 보내고 소희가 앉아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그러고는 소희의 맞은편 소파에 앉아 덤덤한 표정의 소녀를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쳐다보았다.소희는 임구택이 맞은편에 앉아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도. 하지만 그녀는 디자인 원고에만 전념할 뿐 남자의 시선을 외면했다.두 사람은 마주 앉았지만 낯선 사람마냥 아무런 교류도 하지 않았다.그러다 종업원이 와서 레몬물 한 잔을 내려놓으며 임구택에게 주문할 거냐고 물었고, 임구택이 그제야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초콜릿 케이크요.""네."종업원이 공손하게 물러나고는 곧 케이크를 올려왔다.임구택은 그 케이크 접시를 소희 앞으로 밀어주고는 고개를 숙여 휴대폰을 보기 시작했다.대략 30분 후, 소희의 휴대폰이 울렸다."연희야."[길이 너무 막혀서 방금 도착했어, 너 어디야?]성연희의 우렁찬 목소리가 휴대폰 맞은편에서 들려왔다.이에 소희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 마침 성연희가 빨간색 스포츠카에서 내려 식당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들어와, 네가 보여."소희가 전화를 끊고는 바로 물건을 정리
화요일휴식시간에 류 조감독이 휴식실로 들어갔다. 그러다 대사를 외우고 있는 이현을 발견하고 웃으며 다가갔다."현이 씨 참 부지런하다니까. 역시 잘 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어."이현이 듣더니 고개를 들고 깜찍하게 웃었다."다들 노력하고 있는데, 제가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되죠.""역시 현이 씨는 너무 겸손해!"류 조감독이 말하면서 이현의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신은 딴 곳으로 가출해 있는 게 분명했다.이에 이현이 반짝이고 있는 두 눈으로 웃으며 물었다."방금 소희 씨가 촬영장에 있던데, 왜 남아 소희 씨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이쪽으로 오셨어요?""소희는 고집이 너무 세. 꽃도 주고 돈도 쓸 만큼 다 썼는데도 여전히 나를 받아주지 않아."류 조감독이 눈썹을 찌푸린 채 대답하고는 눈알을 한 번 굴렸다. 그러고는 이현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듣자니 현이 씨 예전에 소희와 사이가 좋았다던데, 현이 씨가 날 좀 알려줘, 어떻게 해야 소희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이현이 듣더니 대본을 내려놓고 웃으며 말했다."사실 아주 간단해요. 아무리 좋은 여자라고 해도 끈질긴 구애를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여자들은 원래 내숭 떠는 걸 좋아하니, 류 조감독도 조금만 더 견지해 보세요. 분명 소희 씨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겁니다.""하지만 내가 산 물건은 하나도 받지 않아.""제작팀에 보는 눈이 이렇게 많은데 소희 씨가 받고 싶어도 받을 수가 없잖아요. 게다가 소희 씨는 북극 작업실에서 파견된 디자이너인데 어떻게 대놓고 받겠어요? 그러니 집으로 한 번 보내봐요."이현의 건의에 류 조감독이 순간 깨달았다는 표정을 드러냈다."내가 바보짓을 했네! 현이 씨, 역시 현이 씨가 똑똑해.""류 조감독님이 바보짓을 한 게 아니라, 제가 여자의 심리를 더 잘 아는 것뿐입니다.""그럼 소희가 어디에 사는지 좀 물어봐줄래?""물어볼 필요 있나요? 제가 소희 씨 친구인데 주소를 모를 리가 있겠어요? 바로 보내줄게
소희가 듣더니 입술을 오므리고는 다시 쓰레기통을 향해 걸어갔다.임구택이 소희의 손에 들린 가방을 보더니 눈동자가 순간 어두워졌다.그러다 소희가 가방을 던지고 건물로 돌아가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발소리에 눈살을 찌푸린 채 고개를 돌렸다."임 대표님, 무슨 볼 일이라도 있습니까?"해가 뉘엿뉘엿 지면서 하늘에 남긴 노을은 임구택의 잘생긴 얼굴에 황금빛 그림자를 드리워 이목구비를 더욱 입체적이고 조각지게 만들었다.임구택이 눈썹을 올리며 물었다."집으로 초대하지 않을 거야?""죄송합니다만 그건 많이 불편할 것 같네요.""그럼 가장의 신분으로 임유민의 성적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은데."교활한 빛이 스쳐 지나간 임구택의 두 눈을 바라보고 있던 소희가 한참 후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올라와요."임구택이 순간 목적을 달성한 사람마냥 입꼬리를 올린 채 소희의 뒤를 따라 복도로 걸어갔다.엘리베이터에 들어선 후 임구택이 소희 먼저 층수를 눌렀고 뒤에서 전해 오는 누군가의 눈빛을 감지하고 자기도 모르게 다시 빙그레 웃었다.그러다 엘리베이터 문이 반쯤 닫혔을 때 갑자기 한 여연이 달려왔다."잠깐만요, 잠깐만요!"임구택이 신속히 열림 버튼을 눌러 엘리베이터 문을 열었다.하지만 의외로 여자가 개 한 마리도 끌고 있었다. 사람 무릎 높이까지 큰 골든 레트리버가 여자 앞서 엘리베이터로 들어섰고, 소희를 보자마자 소희의 몸에 뛰어오르려 했다.소희는 순간 안색이 크게 변해 뒤로 물러났다.마침 소희의 뒤쪽에 서 있던 임구택이 팔을 뻗어 소희를 품에 안고는 차가운 눈동자로 개를 끈 여자에게 말했다."줄을 잘 잡으시죠."여자가 임구택의 위세에 깜짝 놀라 멋쩍게 말했다."우리 집 강아지는 사람을 안 물어요.""하지만 제 아내를 놀라게 했습니다."임구택의 목소리도 엄청 차가웠다.이에 여자가 황급히 골든 레트리버를 자기 쪽으로 잡아당기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비록 골든 레트리버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지만 소희는 여전히 몸에 힘을 준 채 아무것도
사실 임구택은 얼마나 그 무더운 여름에 소희 곁에 나타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개들이 소희에게 달려들기 전에 그녀를 뒤쪽으로 감싸고 그녀에게 이 세상에는 그녀를 도와주고 싶고 사랑해 주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은데.소희는 임구택의 품에 가만히 선 채 천천히 평정심을 되찾은 표정으로 그의 호의를 거부했다. 그의 호의는 뒤쪽에 있는 골든 레트리버보다 더욱 그녀에게 도망치고 싶은 충동을 주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베이터가 16층에서 멈춰 섰고, 개를 끈 여자가 함께 안고 있는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고는 개를 끌고 나갔다.그렇게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소희는 즉시 임구택의 품에서 나와 몸을 돌려 문쪽을 마주해 섰다.임구택은 그렇게 뒤쪽 엘리베이터 벽에 기댄 채 무거운 눈빛으로 소희의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그러다 한참 후 엘리베이터가 다시 멈추었고, 임구택이 소희의 뒤를 바짝 따랐다.소희는 집 문 앞에 서서 천천히 비밀번호를 눌렀다. 그리고 문이 열린 순간 신속히 집으로 들어가서 문을 세게 닫았다."......"집안에 들어 선 소희가 천천히 긴 숨을 내쉬었다. 요 며칠 동안 마음속에 쌓였던 화가 드디어 어느 정도 가라앉은 느낌이 들었다.이때 문밖에 선 임구택이 문을 두드렸다."자기야, 문 열어 봐. 우리 얘기 좀 해.""얘기할 것도 없어."소희가 문에 기대어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당신 주위에는 여자가 끊긴 적이 없었잖아. 그러니 나한테 와서 이렇게 억울한 척할 필요 없어.""여자라니?"임구택이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날은 형수님이 나 몰래 맞선을 주선해서 간 거였어. 나도 사전에는 그런 자리일 줄 몰랐다고.""나한테 해석할 필요 없어, 가서 네 여자친구한테나 해석해."소희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다.이에 임구택이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난 여자친구 없어, 아내 한 명만 있지.""곧 그 아내도 없어질 거야.""......"*장시원이 다시 아래층으
청아가 다가가 케이크를 흔들었다."엄마가 뭘 사 왔을까요?"요요가 보더니 순간 눈빛이 밝아져서는 케이크를 향해 달려들었다.청아가 소파에 앉아 케이크를 높이 들고 웃으며 물었다."엄마 보고 싶었어?""응! 보고 싶었어요!"요요가 깔깔 웃으며 대답했다.청아가 그제야 케이크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다 옆에 놓여 있는 공주성을 발경하고 요요에게 물었다."소희가 또 장난감을 사줬어?"요요가 눈 한 번 깜빡이지 않은 채 투명 상자 안의 케이크를 쳐다보며 고개를 저었다."아저씨가 사줬어요!"청아가 잠깐 멍해 있더니 고개를 돌려 이씨 아주머니를 쳐다보았다."그분이 또 왔어요?"요요가 병이 난 후로 ‘조백림’이 자주 와서 요요와 함께 놀아줬다는 걸 청아도 알고 있었다.이씨 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그 선생님이 아까 요요에게 새 장난감을 사주고 잠깐 앉아있다가 가셨어요."청아가 듣더니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조백림이 왜 요요에게 이렇게 잘해 주는 거지?’‘비록 예전에 조백림이 나에게 호감을 표시한 적이 있었지만 그건 이미 오래된 일이고, 그도 약혼했으니 나한테 다른 뜻을 품고 있을 리는 없을 거고.’‘그럼 대체 뭐 하려는 거지?’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아주 몽환적이면서도 고급적이게 디자인이 된 장난감은 요즘 제일 잘 팔리는 한 유명 브랜드의 세트로 가격이 십만 대를 훌쩍 넘었다.비록 조백림에게 있어서는 몇 십만이 아무것도 아닐지 모르지만 이렇게 시간과 돈을 써가면서 요요와 놀아줬다는 것만 생각하면 청아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그러다 다시 고개를 돌려 공주성을 바라보았다. 순간 한 사람이 생각나면서 가슴이 아파왔다.소희가 내려와 요요와 함께 케이크를 먹고 있을 때 청아가 입을 열었다."소희야, 조 도련님의 휴대폰 번호 좀 알려줘. 휴대폰을 바꾼 후 예전 친구들의 번호가 전부 지워졌어."소희가 듣더니 의아해서 물었다."그 사람 번호는 왜?""조 도련님이 자주 와서 요요랑 놀아주고 또 요요에게 장난
장시원이 별장 모형을 보며 놀라서 물었다."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응! 엄마가 아저씨한테 고맙다고, 선물을 주고 싶다고 했어요!"모형을 건네받은 장시원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너희 엄마께선 아저씨도 아이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야?""우리 모두 착한 아이예요!"요요의 대답에 장시원이 더욱 활짝 웃었다.그러다 손에 든 모형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위의 작은 그네를 만지작거리니 그네가 앞뒤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실감 나면서도 재미있어 보였다.보면 볼수록 모형이 마음에 들었던 장시원은 갑자기 무언가가 떠올라 임구택에게 전화를 걸었다."너 청원 쪽 산 맞은편에 땅이 있지 않았어? 나에게 줘."임구택이 듣더니 담담하게 물었다.[그 땅은 상업용에 쓸 수 없어. 뭘 하려고 그러는데?]장시원이 손에 든 별장 모형을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웃었다."별장 지으려고."[왜, 여자 숨기려고? 얼마나 사랑하는 여인이기에 있는 별장들을 놔두고 새로 지으려는 거야?]"나 혼자 살려고 그런다, 왜?"장시원이 무심코 웃으며 대답했다.그러자 임구택이 뭐가 생각났는지 더 이상 농담하지 않고 진지하게 대답했다.[알았어. 요 며칠 수속 자료들을 보내줄게.]"그래, 고마워!"[고맙긴.]임구택과의 통화가 끝난 후 장시원이 또 바로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별장을 지으려고 그러는데 효율이 높은 시공팀으로 찾아주세요. 디자인은 내가 이따가 보내줄게요."전화를 끊은 후 장시원은 모형을 탁자 위에 놓고 앞뒤로 사진을 몇 장 찍은 후 비서에게 보냈다.[이것과 똑같게 지으라고 하세요.]요요가 고개를 들어 물었다."아저씨, 집 지으려고요?"장시원이 요요를 다리에 앉히고 웃으며 대답했다."그래. 이제 집이 다 지어지면 아저씨랑 한번 놀러 갈래?""좋아요!"요요가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전에 소희가 국제 패션쇼에서 보내온 초청장을 받은 적이 있었다. 오즈카와 패션위크 잡지사에서 연합하여 개최한 영화 패션아트쇼라 소희는 오랜 시간을 들여 준비했고 한 달
소희의 농담 섞인 대답에 진석은 갑자기 처음 강성으로 왔을 때의 소희가 생각났다.10여 년간의 용병생활은 그녀를 시시각각 경각 상태에 처해 있게 했다. 그래서 그런 환경에서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긴 시간 동안 일반적인 일상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한 번은 그가 소희를 데리고 밥 먹으러 간 적이 있었다. 도중에 소희는 화장실에 가게 되었고 한 남자가 소희를 꼬시려고 복도에서 여러 번이나 소희를 ‘예쁜 아가씨’라고 불렀다.하지만 당시의 소희는 ‘예쁜 아가씨'라는 단어가 모든 여인에게 통용되는 단어인 줄 몰랐기에 자신을 부르는 줄도 모르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분명 그냥 그렇게 끝냈으면 되는 일을, 그 남자는 앞으로 다가가 소희의 어깨를 쳤다.그리고 입을 열기도 전에 소희가 그의 팔을 잡고 어깨 너머로 벽에 던졌고, 또 곧바로 그의 목을 조른 채 힘껏 벽에 밀어붙였다.순간 그 남자는 두 눈을 뒤집고 고개를 푹 숙였다.기절했던 것이다.그 일이 있은 후 그 남자는 아마 트라우마가 생겨 다시는 여인에게 함부로 말을 걸지 못했을 것이다.어느 여인이 또 소희처럼 무술을 배웠을지 모르니까.그런 지난 일들을 생각하니 진석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그리고 갑자기 웃음을 터뜨린 진석의 소리에 소희가 의아해서 물었다."왜 웃어요?"[아무것도 아니에요.]여전히 담담하기만 한 진석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웃음기가 묻어 있었다.[아가씨께서 상 받은 일은 빠른 시일 내로 작업실 공식 계정에 올릴게요.]"알아서 해요."그러나 북극 작업실에서 공식 입장을 발표하기도 전에 패션과 영화에 관심이 있는 일부 팬들은 이미 킹의 수상 소식을 국내에 퍼뜨렸다.모델의 런웨이 사진까지 인터넷에서 돌기 시작했다.국풍을 패션에 융합시킨 킹의 작품에는 그만이 고유하고 있는 색채가 묻어나면서도 또 새로운 느낌을 주고 있어 항상 관중들에게 남다른 시적 감각을 가져다주었다.그렇게 국풍은 다시 한번 그로 인해 국제적으로 인정되었고 국내의 전통문화가 미친 듯이 수출되면서 전 세계에 한 나라의
소희는 자리를 옮겨 계속 밥을 먹었다.이때 이정남이 도시락을 들고 와서 웃으며 물었다."아까 저기 나무 그늘 아래에서 밥 먹고 있지 않았어? 왜 또 여기로 왔어?"소희가 대리석 난간에 앉아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누가 나보고 평생 구석에 틀어박혀 도시락 먹을 운명이래요. 그래서 난 다른 곳에서도 도시락 먹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여기까지 왔죠."하마터면 밥에 사레들뻔한 이정남은 얼른 고개를 돌려 기침을 했다. 그러다 한참 후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돌려 물었다."여민이지? 그 여인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정신과에 한 번 가봐야 할 것 같은데?"소희는 오히려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계속 밥을 먹었다. 지금 소희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을 아예 숨기지도 않는 여민은 고슴도치마냥 소희만 보면 마구 물고 뜯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적의 주먹도 소희를 다치게 할 수 없는데, 몇 마디 험담에 소희가 상처받고 마음에 담아둘 리가 없었다.......저녁, 소씨 가문요 며칠 소 어머님의 몸이 좋지 않다는 소식에 소정인이 아내 진연을 데리고 본가로 갔다. 그리고 마침 셋째네 가족들도 있어 다들 함께 앉아 차를 마시며 한담을 나누었다.그러던 중 소 아버님이 휴대폰 속의 뉴스를 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킹이라는 이 디자이너 정말 대단해. 또 우리나라를 위해 영예를 떨쳤네."셋째 부인 하순희가 웃으며 말했다."당연하죠. 그분은 국제 일류 디자이너인걸요."그러다 또 진연을 한 번 쳐다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소동의 작업실도 2년 넘게 열렸는데, 지금은 어때요?"진연의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내색하지 않고 대답했다."그럭저럭이지, 뭐."이에 하순희가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다시 말했다."그래요? 그런데 왜 다들 소동의 작업실이 밑 빠진 독마냥 퍼넣은 돈만 있고 벌어들이는 돈은 없다고 그러는 거죠? 두 분이서 소동이를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망했다죠?"진연의 얼굴색이 더 어두워졌다. 분명 다 알고 있으면서 고의로 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