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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2화

소희는 자리를 옮겨 계속 밥을 먹었다.

이때 이정남이 도시락을 들고 와서 웃으며 물었다.

"아까 저기 나무 그늘 아래에서 밥 먹고 있지 않았어? 왜 또 여기로 왔어?"

소희가 대리석 난간에 앉아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누가 나보고 평생 구석에 틀어박혀 도시락 먹을 운명이래요. 그래서 난 다른 곳에서도 도시락 먹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여기까지 왔죠."

하마터면 밥에 사레들뻔한 이정남은 얼른 고개를 돌려 기침을 했다. 그러다 한참 후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돌려 물었다.

"여민이지? 그 여인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정신과에 한 번 가봐야 할 것 같은데?"

소희는 오히려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계속 밥을 먹었다. 지금 소희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을 아예 숨기지도 않는 여민은 고슴도치마냥 소희만 보면 마구 물고 뜯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적의 주먹도 소희를 다치게 할 수 없는데, 몇 마디 험담에 소희가 상처받고 마음에 담아둘 리가 없었다.

......

저녁, 소씨 가문

요 며칠 소 어머님의 몸이 좋지 않다는 소식에 소정인이 아내 진연을 데리고 본가로 갔다. 그리고 마침 셋째네 가족들도 있어 다들 함께 앉아 차를 마시며 한담을 나누었다.

그러던 중 소 아버님이 휴대폰 속의 뉴스를 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킹이라는 이 디자이너 정말 대단해. 또 우리나라를 위해 영예를 떨쳤네."

셋째 부인 하순희가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죠. 그분은 국제 일류 디자이너인걸요."

그러다 또 진연을 한 번 쳐다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소동의 작업실도 2년 넘게 열렸는데, 지금은 어때요?"

진연의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내색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럭저럭이지, 뭐."

이에 하순희가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다시 말했다.

"그래요? 그런데 왜 다들 소동의 작업실이 밑 빠진 독마냥 퍼넣은 돈만 있고 벌어들이는 돈은 없다고 그러는 거죠? 두 분이서 소동이를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망했다죠?"

진연의 얼굴색이 더 어두워졌다. 분명 다 알고 있으면서 고의로 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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