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자선 파티 현장.GK 고급 드레스를 입고 모습을 드러낸 이현은 아니나 다를까 모두를 놀라게 했다.이현은 레드카펫에 한참 서서 각종 포즈를 취했고, 단체 사진을 찍을 때도 제일 중간자리에 배치되었다. 그리고 파티가 끝나기도 전에 이현이 아시 자선 파티에 참석했다는 소식은 실검 3위권에 올랐다.이현의 팬들은 더욱 이현이 몇 천년만에 한 번 만날 수 있는 절세미인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패션 블로거들도 이현의 드레스가 너무 완벽하다며 이현의 패션 감각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다른 스타들의 기세는 그렇게 삽시간에 이현에게 밀리고 말았다.인터뷰할 때에도 기자들은 전부 이현 앞으로 모여들었다."이현 씨, 이 감독님과의 드라마가 언제 방영하는지에 대해 조금만 스포 해줄 수 있을까요?""이현 씨, 얼마 전 임 대표님과 동시에 병원에 나타났었잖아요. 다들 임 대표님이 이현 씨 때문에 다쳤다고 하던데,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이현 씨, 곧 있으면 임 대표님과 약혼한다고 들었는데, 소문입니까, 사실입니까?"전부 다 이현이 천백번 이상 받았던 질문들이라 이현은 공식적인 답변으로 빈틈없이 대처해 나갔다.그리고 마침내 누군가가 드레스에 대해 물었다."이현 씨, 지금 입고 있는 드레스가 방금 국제 패션쇼에서 대상을 받은 킹이 디자인한 거라던데, 사실입니까?"드레스 얘기가 나오자 다른 사람들도 순간 관심을 가지고 질문하기 시작했다."킹이 직접 이현 씨를 위해 디자인한 드레스인가요?""킹이랑은 어떻게 알게 된 거죠?""킹은 한 번도 공식적인 장소에서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데, 대체 어떤 사람인지 이현 씨께서 조금만이라도 알려줄 수 있을까요?"이현이 부드럽고 단아하게 웃으며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건 킹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거라 저도 여기서 대답해 드리기 불편하네요. 저희 개인적으로 친분이 꽤 있는 건 사실이에요, 그리고 이 드레스가 킹이 직접 저를 위해 디자인한 것도 맞고요."이현이 킹과
[대부분은 스킨케어 제품이야. 그리고 메이크업 브랜드도 있고. 내가 괜찮은 브랜드 몇 개 골라서 상의해 볼게. 모델료에 관해서는 무조건 장미보다 더 많이 받을 거야. 아무래도 지금 네 인기가 장미보다 더 높으니까.]이현이 웃으며 말했다."네, 언니가 알아서 해줘요. 난 언니를 믿어요."이현의 대답에 미연은 더욱 기뻤다.[그래. 너도 하루 종일 피곤했으니 일찍 쉬어라. 내일 아침 일찍 또 촬영장으로 가야잖아.]"괜찮아요. 내일은 점심에야 제 씬이 있으니까 좀 늦게 가도 돼요."[그래도 일찍 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지.]"네, 언니도 안녕히 주무세요!"휴대폰을 내려놓은 이현은 자신을 위해 술 한 잔을 따랐다.만족감과 허영심이 순간 최고조로 달했다.그리고 오늘의 기쁨을 참을 수가 없어 이현은 모든 사진 중에서 가장 예쁘게 나온 걸 한 장 골라 임구택에게 보냈다.그 후 그녀는 술잔에 든 술을 한 번에 다 마시고 창밖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눈에는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연예계에서 가장 핫한 스타가 되어 이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남자와 결혼할 생각이다.‘소희가 얻었던 것들과 얻지 못했던 것들, 내가 전부 다 가질 거야.’지나치게 흥분한 나머지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잠이 든 이현은 꿈속에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게 되었고, 임구택이 갑자기 시상무대로 올라와 손에 커다란 다이아몬드 반지를 들고 그녀에게 청혼을 했다.모든 사람이 일어서서 그들을 위해 손뼉 치며 환호했고, 이현은 얼굴에 행복한 웃음을 띤 채 임구택의 청혼에 승낙하려고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다급한 벨소리가 들려왔다. 황급히 몸을 돌리니 임구택은 이미 보이지 않았고 주위의 사람들도 사라졌다.그러다 놀라 눈을 뜨니 그녀는 자신의 침대에서 자고 있었고, 날은 이미 밝았다. 그리고 옆에 놓인 휴대폰은 계속 울리고 있었다.이현이 짜증을 내며 휴대폰을 들었다."여보세요?"[현이야, 너 어디야? 지금 큰일이 났어!]미연의 초조함이 섞인 목소리가 휴대폰 맞은편에서
가장 심하게 이현을 욕하고 있는 무리 중에는 기타 스타들의 팬들도 있었다. 아무래도 어제 이현이 많은 스타들의 기세를 짓누른 것도 모라자 기자들이 있는 말 없는 말까지 보태가면서 이현을 칭찬하고 심지어 이현을 돋보이기 위해 죄 없는 스타들까지 비하했는데도 이현이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으니 많은 스타들의 미움을 산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그리고 지금은 이현의 팬들만 제자리를 지키면서 이현의 해명을 기다리고 있었다.[우리 반드시 팬들에게 해명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이미지가 진짜 제대로 무너질 거야.]스타는 이미지가 목숨이었다. 일단 이미지가 무너지게 되면 팬들마저 등을 돌리게 될 거고, 다시 일어서기도 힘들게 될 것이다."어떻게요?"미연이 평정심을 되찾고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한참 후에 대답했다.[드레스가 GK 측에서 제공해 준 거고, 확실히 킹이 디자인한 것이 맞으니 우린 팬과 기자들을 속인 적이 없다고 해명하는 거야.]이현이 듣더니 연거푸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렇게 공식입장을 밝혀줘요."대략 한 시간 후, 미연은 이현의 말투로 인터넷에 퍼진 댓글과 여론을 이제야 보게 되었다고, 그러면서 드레스는 전속 모델 계약을 맺은 GK브랜드 측에서 제공해준 거고, GK 측에서도 분명 자신에게 그 드레스가 킹이 디자인한 것이라고 알려주었다면서 공식계정에 입장을 밝혔다.이현을 욕하는 댓글이 그제야 많이 줄어들었다. 드레스는 확실히 킹이 디자인한 거라 이현이 거짓말을 했다고 단정 지을 수 없었으니까.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드레스가 분명 킹이 특별히 이현을 위해 디자인한 것이 아닌데 왜 그런 대답을 했냐면서 이현의 허영심이 너무 과했다고 질책했다.비록 질책하는 네티즌들이 줄어들지 않았지만 다행히도 이현의 팬들은 여전히 그녀를 지지하고 있었고 게다가 회사에서 홍보팀을 긴급 동원한 덕분에 국면은 잠시 통제되었다.하지만 이현이 한숨을 돌리기도 전에 GK 측에서 다시 한번 이 일을 실검으로 밀어버렸다.GK도 드레스는 확실히 킹이 디자인한 게 맞지만
결국 마땅한 해결책을 얻지 못한 미연은 화를 내며 전화를 끊었다.마음이 타들어가고 있었지만 인터넷에 접속할 엄두가 나지 않은 이현은 조용히 미연의 소식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 후 미연은 회사의 홍보팀과 긴급회를 열어 더는 아무런 공식입장도 밝히지 말자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비록 GK의 공식입장이 이현에게 불리하긴 했지만 드레스는 확실히 킹이 디자인한 것이었으니 기껏해야 이현이 킹의 인기를 이용했다는 것만 증명할 수 있을 뿐 거짓말을 했다고 모함할 수는 없을 것이다.여론을 공제하고 있는 일부 네티즌들에 대해서는 홍보팀이 적당히 간섭할 거고, 이현의 팬들도 이현을 지켜주고 있으니 금방이면 잔잔해질 것이다.그러나 어쨌든 이현의 이미지가 어느 정도 무너질 건 분명했다.밖에 기자들이 모여 있어 감히 외출도 못하게 된 이현은 결국 미연에게 한바탕 화를 냈다. 미연이 그녀와 킹을 함께 엮지만 않았어도 그녀가 GK 측에 그 드레스를 요구하지 않았을 거고,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면서.이에 미연도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나도 너를 위해서 그런 거잖아! 게다가 북극 작업실이 갑자기 튀어나와 공공연히 우리를 디스 할 줄 누가 알았겠어! 마치 우리가 그들의 원수인 것마냥!]무심하게 내뱉은 미연의 말에 이현은 갑자기 소희가 생각났다.이현은 북극 작업실과 왕래가 없었으니 원한을 품을 일도 없었다. 유일하게 그녀와 원한이 있는 사람이라면 소희뿐이고, 소희는 북극 작업실의 직원이었다.‘설마 소희가 이간질을 해서 북극 작업실이 나를 노린 건가?’그런 생각이 피어오르기 시작하니 더는 억제할 수가 없었다.이현의 눈빛이 점점 차가워지고 있었다.그녀는 소희가 아량이 넓은 사람이라 그녀를 해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다 똑같은 사람이었다니. 겉으로는 정의로운 척하면서도 뒤에서는 상대방을 물고 뜯을 생각만 하고.‘두고 봐, 이 일이 지나가기만 하면 넌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4~5일이 지나니 이현의 드레스 사건은 서서히 식기 시작했고, 마침 한
일주일 후의 어느 날, 오후에 갑자기 비가 내리는 바람에 제작진은 일찍 촬영을 끝냈고, 소희가 집에 도착했을 땐 겨우 3시밖에 되지 않았다.그래서 아래층에서 요요랑 놀다가 청아가 돌아온 후 함께 밥을 먹고 날이 어두워져서야 위층으로 돌아왔다.그런데 마침 이정남이 메시지를 보내왔다.[소희야, 블루드로 와.][무슨 일인데요?]소희가 답장을 보내니 잠시 후에야 이정남이 다시 메시지를 보내왔다.[제작진에 새 배우가 들어왔어, 와서 인사해. 감독님들도 다 계셔.]그리고 곧 또 소희에게 방 번호를 보냈다.소희가 시간을 한 번 보고는 답장했다.[30분 후에 만나요.][그래, 기다릴게.]소희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낮에 입는 심플한 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다.그리고 9시에 소희는 블루드에 도착하여 이정남이 보낸 방 번호에 따라 8층으로 갔다.문을 밀고 들어서니 코를 찌르는 술 냄새가 밀려왔다. 방에는 등불이 색을 바꿔가면서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불빛에 한참 적응한 후에야 소희가 안으로 들어갔다.방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겨우 네다섯 명정도. 누구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누구는 여직원을 껴안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전부 소희가 아는 그 몇 사람이었다.하지만 이정남은 보이지 않았고, 대신 류 조감독이 보였다.그는 품속에 제복을 입은 여직원을 안은 채 귓속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그 여직원은 소희 쪽을 향해 입을 삐죽 내밀었고 소희를 발견한 류 조감독이 갑자기 안색이 변해서는 무의식 중에 품속의 여인을 밀어냈다.류 조감독과 멀지 않은 곳에 앉아 여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이현이 가장 먼저 일어나 소희를 맞이했다."소희 씨!"소희가 덤덤하게 물었다."정남 씨는?""정남 씨는 술에 취해 저쪽 방에서 쉬고 있어요."이현이 손을 들어 한 방을 가리켰고, 소희는 그제야 방 안에 문이 하나 더 있었다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하지만 문이 굳게 닫혀 있어 무엇에 쓰이는 방인지 알 수가 없었다.소희가 다가가 문을 열었다
소희는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다리를 들어 걷어찼다. 하지만 이정남이 갑자기 그를 잡아당기는 바람에 소희는 미처 생각지도 못하고 같이 뒤로 물러났다. 따라서 문을 걷어차기 위해 다 한 힘은 순간 분산되었고, 문이 한 번 흔들리고는 결국 열리지 않았다.이정남은 고의로 소희를 잡아당긴 것이 아니었다, 단지 버틸 수가 없었을 뿐.소희는 뒤로 끌려가면서 숨이 흩어지는 바람에 결국 연기를 한 모금 들이마시게 되었다. 그러자 머릿속에 갑자기 ‘윙-’ 하는 소리가 울리더니 더 이상 호흡을 억제할 수 없었다.불길한 예감이 든 소희는 즉시 문을 걷어찼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빨아들인 연기는 신속히 그녀의 신경을 마비시켰고, 그녀는 마치 마취제를 맞은 사람마냥 의식이 흐리멍덩해지면서 온몸이 나른해지기 시작했다.여전히 문을 걷어찼지만 문은 움직이지도 않았다.그리고 소희가 걷어찬 첫 발에 문 밖에 있던 사람들은 순간 조용해져 놀란 얼굴로 문쪽을 쳐다보았다.류 조감독이 눈살을 찌푸린 채 이현을 바라보았다."이현 씨 대체 뭘 하려는 겁니까?"이현이 여직원들을 모두 내보냈다. 그러자 방안에는 그녀와 류조감독, 여민 세 사람만 남았다.이현이 입가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더는 평소의 단순하고 단아한 모습이 아니었다. 오히려 사악함이 더 해져 있었다."류 조감독님께서 줄곧 소희를 품고 싶어 하셨잖아요? 오늘 밤, 소희는 조감독님의 것입니다."류 조감독이 반짝이는 눈빛으로 물었다."어떻게 한 거예요?"그러자 이현이 여민을 보며 웃었다."여민이 덕분이에요."그 작은 방은 게임에서 진 사람을 징벌하기 위해 준비된 곳이었다. 벽에는 기관이 설치되어 있는데 고추물을 뿌릴 수도 있고 겨자 연기를 뿜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여민이 블루드의 매니저를 알고 있는 덕분에 쉽게 겨자 연기를 다른 것으로 바꾸었던 것이고.여민이 입을 삐죽거리며 웃었다."내가 류 조감독님을 위해 큰 선물까지 해줬는데, 이걸로 전에 잃은 600만 원을 미봉하는 건 어때요?"류 조감독은 여
"지금 갈 거야?""가긴 뭘 가? 재밌는 연극이 막 시작되었는데, 보고 싶지 않아?"여민의 물음에 이현이 소파에 앉아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당연히 봐야지!"여민이 감격에 겨워 이현에게 술 한 잔을 따라주었다."전에 저 방안에 카메라를 달았어야 했는데, 생방송을 볼 수 있게."이에 이현이 웃으며 대답했다."현장에서 들어도 똑같잖아."그런데 이때, 이현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누군가가 방 문을 세게 걷어찼다. 그리고 웅장한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들어왔고, 뒤에는 명우와 명빈 등이 따르고 있었다.이현의 웃음이 순간 굳어지더니 바로 놀라서 일어섰다."임 대표님!"임구택이 가늘게 뜬 눈으로 방안을 훑어보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소희는?"이현이 일부러 모르는 척했다."소희 씨는 여기에 없어요!"임구택이 작은 방의 문을 한눈에 발견하고 성큼성큼 걸어갔다.이현이 막으려 했지만 명우가 먼저 그녀의 앞길을 막았다.그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가만히 계시죠."임구택이 힘껏 문을 당겼다. 그리고 방안의 장면을 본 그의 안색은 순간 얼음판마냥 차가워졌다.어두컴컴한 방 안에 이정남은 머리가 깨진 채 한쪽에 쓰러져 있었고 류 조감독은 소희의 옷깃을 잡은 채 침대로 잡아당기고 있었다. 소희는 아직 조금 남아있는 이성과 힘으로 발버둥 치고 있었지만 상의 단추는 뜯겨져 하얀 어깨와 속옷 어깨끈이 드러났다.그리고 소희의 손에 들린 작은 총은 류 조감독의 명치를 조준하고 있었다.그러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소희와 류 조감독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고, 눈에 핏줄이 퍼진 소희는 순간 손에 힘을 풀었다. 손에 들린 총이 ‘펑’하는 소리와 함께 땅에 떨어졌다.1초만 더 늦었더라면 그녀는 이미 류 조감독의 목숨을 앗아갔을 것이다.마음속에 억압된 두려움은 철저히 분노로 변했다. 임구택은 차가운 눈빛으로 다가가 류 조감독의 목을 잡고 그를 들어 올렸다. 얼굴에는 살육의 포악함이 묻어났다.방안에 남아 있는 연기를 조금 빨아들인 류 조감독의 얼굴은
이현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당신들 뭐 하는 거야! 임구택!""임구택, 돌아와!"하지만 임구택은 소희를 안은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을 나갔다.명우가 부하를 향해 손짓을 하자 부하가 바로 여민과 이현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고는 두 사람의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인차 여민의 몸에서 투명한 작은 주머니를 찾아냈다. 주머니 속에는 흰색의 가루가 들어있었다.명빈이 술 세 잔을 따른 후 주머니 속의 가루를 술에 부었다. 그리고 술잔을 앞으로 밀었다.그는 임씨 가문의 모든 부두 장사를 관장하고 있었다. 왕래하는 손님들 중에는 점잖고 예의 바른 신사와 부유한 상인이 있는가 하면 교활한 건달 해비들도 있었다. 이상한 사람들을 다 만나보고 이상한 일들을 다 겪으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명빈은 이현과 여민의 모욕과 구걸에 얼굴색 한 번 번하지 않았다. 술잔을 앞으로 밀어주는 모습마저 음료수를 밀어주는 것 마냥 덤덤하고 차가웠다.그의 부하들이 술 한 잔씩 들고 이현, 여민 그리고 작은 방안의 류 조감독을 향해 걸어갔다.동시에 안에 있는 이정남을 데리고 나왔다.명빈이 술을 따른 순간부터 이현은 무언가를 깨닫고 필사적으로 후퇴했다. 공포심은 순간 극에 달했고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안 돼, 난 싫어!""임구택은 너희들의 행동에 동의하지 않을 거야!""안 돼!"이현과 여민 두 사람은 두려움에 발버둥 쳤지만 아무런 반항의 여지도 없이 술 한 잔을 강박적으로 들이켰다."콜록콜록!"이현은 소파에 쓰러진 채 격렬히 기침을 했다. 몸은 끊임없이 떨고 있었고 마음속의 공포는 갈수록 커졌다. 그녀는 곧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었다.류 조감독에게 술을 먹이러 간 부하가 돌아와 명빈에게 총 한 자루를 건네주었다."땅에서 주운 겁니다. 소희 씨의 것인 것 같습니다."명빈이 총을 보고 잠깐 멍해 있더니 의미심장하게 명우에게 건네주었다.일반 것보다는 짧지만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진 총을 알아본 명우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대표님께 말씀드려야 하는 거 아니야?"명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