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이 특별히 그녀를 위해 제공한 물을 조수의 손에서 받아 소희에게 건네주며 부드럽게 웃었다."날씨도 더운데 좀 쉬어요. 이 물은 스폰서 측에서 제공한 고급 물이라 엄청 달아요.""넣어둬."소희가 냉담한 표정으로 사양했다.그러자 이현이 겸연쩍게 손을 거두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여기는 너무 더운데, 내 휴게실로 가서 좀 쉬지 않을래요?""할 말이 있어?"소희가 밤하늘의 별마냥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두 눈으로 이현을 담담하게 바라보며 물었다.이현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소희가 받아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소희 씨, 킹을 알아요?""몰라."이현의 조수 나나가 소희의 태도에 안색이 순간 어두워졌다. 전체 제작진 중 그 누구도 감히 이런 태도로 이현한테 말할 자격이 없는데 소희가 줄곧 차가운 태도를 보였으니.그래서 바로 소희한테 화를 내려고 입을 벌렸지만 이현의 눈짓에 다시 입을 다물었다.이현이 여전히 부드럽게 웃었다."소희 씨, 내가 지금 공적인 일 때문에 그러는데, 우리 잠시 개인적인 원한을 한쪽에 내려놓는 건 어때요?"소희가 계속 자신의 일에 전념하며 담담하게 말했다."용건이나 말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이현의 얼굴에 순간 어색함이 스쳤다. 하지만 곧 또 더욱 친절한 웃음을 드러냈다."며칠 후에 나 자선 파티에 참가하려고 하거든요. 그래서 킹에게 드레스 한 벌을 부탁드리고 싶은데, 소희 씨가 어떻게 중간에서 도와줄 수 없을까요? 걱정 마요, 소희 씨가 킹에게 연락만 해주면 이 일이 성사되든 안 되든, 매니저가 소희 씨에게 보수를 섭섭지 않게 챙겨줄 거예요.""나 작업실에 가 있는 시간이 길지도 않고 또 줄곧 밖에서 일하고 있어 킹과 친하지 않아. 그러니 아무런 도움도 안 될 거야.""그럼 킹 연락처를 줘도 돼요, 내가 직접 연락할게요!""없어."소희의 대답에 이현의 얼굴색이 약간 가라앉자 옆에 있던 조수 나나가 더는 참을 수가 없어 소리쳤다."소희 씨, 지금 무슨 태도야 그게? 우리 현
세 시간 후에야 겨우 휴식 시간을 가지게 된 이현은 매니저한테서 걸려 온 네 통의 전화를 확인하고 다시 매니저한테 연락했다."미연 언니, 저를 찾으셨어요?"[킹과 연락이 되었는지 묻고 싶어서 전화를 했지, 그런데 네가 계속 안 받더라고. 방금 파티 측에서 연락이 왔어. 파티의 스폰서 측에서 제공해 주는 드레스가 필요하냐고. 그래서 내가 필요 없다고 했어, 네 드레스는 킹이 직접 디자인할 거라고. 그들이 듣더니 깜짝 놀란 거 있지? 그러면서 그때 너의 단독샷만 몇 장을 더 찍어주겠대.]이현이 듣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나 아직 킹과 연락이 되지도 않았는데 왜 미리 스포 해요?"[네 친구가 북극 디자이너라고 하지 않았어? 그 친구가 있으면 쉽게 연락이 되는 거 아니야?]매니저의 가벼운 대답에 이현의 얼굴색이 순간 어두워졌다."다음부터는 제발 내 허락을 받고 결정하면 안 돼요?”미연은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다는 걸 알고 더 이상 아무 말도 못 하고 물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자선 파티 쪽에서 이일로 홍보할지도 모르는데. 그때 가서 기자들도 틀림없이 물어 볼거야.]이때 나나가 물을 들고 다가왔다. 하지만 초조해난 이현은 단번에 물을 밀어버리고 화 나서 말했다."내가 알아서 할게요."이현이 밀쳐버린 물에 옷이 젖었지만 나나는 감히 이현한테 화도 못 내고 오히려 소희를 욕했다."다 소희 때문이야. 소희가 너를 질투하고 있어서 도와주려 하지 않은 걸 거야!"이현은 더 이상 소희에게 부탁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눈알을 몇 번 굴리고는 갑자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다 연결되자마자 이현은 부드럽게 웃었다."하영 총감독님이신가요?"[이현 씨?]하영의 목소리는 온화하면서도 덤덤했다.[무슨 일 있어요?]"제가 이번에 자선 파티에 초대를 받았거든요. 그래서 마침 이 기회를 빌려 브랜드 홍보도 하려고 하는데 예전의 드레스는 전부 다 입어봤던 거라 새로운 드레스가 필요해요. 전에 제가 촬영할 때 입었던 그 드레스를 다시 보내줄
토요일 저녁, 자선 파티 현장.GK 고급 드레스를 입고 모습을 드러낸 이현은 아니나 다를까 모두를 놀라게 했다.이현은 레드카펫에 한참 서서 각종 포즈를 취했고, 단체 사진을 찍을 때도 제일 중간자리에 배치되었다. 그리고 파티가 끝나기도 전에 이현이 아시 자선 파티에 참석했다는 소식은 실검 3위권에 올랐다.이현의 팬들은 더욱 이현이 몇 천년만에 한 번 만날 수 있는 절세미인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패션 블로거들도 이현의 드레스가 너무 완벽하다며 이현의 패션 감각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다른 스타들의 기세는 그렇게 삽시간에 이현에게 밀리고 말았다.인터뷰할 때에도 기자들은 전부 이현 앞으로 모여들었다."이현 씨, 이 감독님과의 드라마가 언제 방영하는지에 대해 조금만 스포 해줄 수 있을까요?""이현 씨, 얼마 전 임 대표님과 동시에 병원에 나타났었잖아요. 다들 임 대표님이 이현 씨 때문에 다쳤다고 하던데,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이현 씨, 곧 있으면 임 대표님과 약혼한다고 들었는데, 소문입니까, 사실입니까?"전부 다 이현이 천백번 이상 받았던 질문들이라 이현은 공식적인 답변으로 빈틈없이 대처해 나갔다.그리고 마침내 누군가가 드레스에 대해 물었다."이현 씨, 지금 입고 있는 드레스가 방금 국제 패션쇼에서 대상을 받은 킹이 디자인한 거라던데, 사실입니까?"드레스 얘기가 나오자 다른 사람들도 순간 관심을 가지고 질문하기 시작했다."킹이 직접 이현 씨를 위해 디자인한 드레스인가요?""킹이랑은 어떻게 알게 된 거죠?""킹은 한 번도 공식적인 장소에서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데, 대체 어떤 사람인지 이현 씨께서 조금만이라도 알려줄 수 있을까요?"이현이 부드럽고 단아하게 웃으며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건 킹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거라 저도 여기서 대답해 드리기 불편하네요. 저희 개인적으로 친분이 꽤 있는 건 사실이에요, 그리고 이 드레스가 킹이 직접 저를 위해 디자인한 것도 맞고요."이현이 킹과
[대부분은 스킨케어 제품이야. 그리고 메이크업 브랜드도 있고. 내가 괜찮은 브랜드 몇 개 골라서 상의해 볼게. 모델료에 관해서는 무조건 장미보다 더 많이 받을 거야. 아무래도 지금 네 인기가 장미보다 더 높으니까.]이현이 웃으며 말했다."네, 언니가 알아서 해줘요. 난 언니를 믿어요."이현의 대답에 미연은 더욱 기뻤다.[그래. 너도 하루 종일 피곤했으니 일찍 쉬어라. 내일 아침 일찍 또 촬영장으로 가야잖아.]"괜찮아요. 내일은 점심에야 제 씬이 있으니까 좀 늦게 가도 돼요."[그래도 일찍 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지.]"네, 언니도 안녕히 주무세요!"휴대폰을 내려놓은 이현은 자신을 위해 술 한 잔을 따랐다.만족감과 허영심이 순간 최고조로 달했다.그리고 오늘의 기쁨을 참을 수가 없어 이현은 모든 사진 중에서 가장 예쁘게 나온 걸 한 장 골라 임구택에게 보냈다.그 후 그녀는 술잔에 든 술을 한 번에 다 마시고 창밖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눈에는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연예계에서 가장 핫한 스타가 되어 이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남자와 결혼할 생각이다.‘소희가 얻었던 것들과 얻지 못했던 것들, 내가 전부 다 가질 거야.’지나치게 흥분한 나머지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잠이 든 이현은 꿈속에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게 되었고, 임구택이 갑자기 시상무대로 올라와 손에 커다란 다이아몬드 반지를 들고 그녀에게 청혼을 했다.모든 사람이 일어서서 그들을 위해 손뼉 치며 환호했고, 이현은 얼굴에 행복한 웃음을 띤 채 임구택의 청혼에 승낙하려고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다급한 벨소리가 들려왔다. 황급히 몸을 돌리니 임구택은 이미 보이지 않았고 주위의 사람들도 사라졌다.그러다 놀라 눈을 뜨니 그녀는 자신의 침대에서 자고 있었고, 날은 이미 밝았다. 그리고 옆에 놓인 휴대폰은 계속 울리고 있었다.이현이 짜증을 내며 휴대폰을 들었다."여보세요?"[현이야, 너 어디야? 지금 큰일이 났어!]미연의 초조함이 섞인 목소리가 휴대폰 맞은편에서
가장 심하게 이현을 욕하고 있는 무리 중에는 기타 스타들의 팬들도 있었다. 아무래도 어제 이현이 많은 스타들의 기세를 짓누른 것도 모라자 기자들이 있는 말 없는 말까지 보태가면서 이현을 칭찬하고 심지어 이현을 돋보이기 위해 죄 없는 스타들까지 비하했는데도 이현이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으니 많은 스타들의 미움을 산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그리고 지금은 이현의 팬들만 제자리를 지키면서 이현의 해명을 기다리고 있었다.[우리 반드시 팬들에게 해명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이미지가 진짜 제대로 무너질 거야.]스타는 이미지가 목숨이었다. 일단 이미지가 무너지게 되면 팬들마저 등을 돌리게 될 거고, 다시 일어서기도 힘들게 될 것이다."어떻게요?"미연이 평정심을 되찾고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한참 후에 대답했다.[드레스가 GK 측에서 제공해 준 거고, 확실히 킹이 디자인한 것이 맞으니 우린 팬과 기자들을 속인 적이 없다고 해명하는 거야.]이현이 듣더니 연거푸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렇게 공식입장을 밝혀줘요."대략 한 시간 후, 미연은 이현의 말투로 인터넷에 퍼진 댓글과 여론을 이제야 보게 되었다고, 그러면서 드레스는 전속 모델 계약을 맺은 GK브랜드 측에서 제공해준 거고, GK 측에서도 분명 자신에게 그 드레스가 킹이 디자인한 것이라고 알려주었다면서 공식계정에 입장을 밝혔다.이현을 욕하는 댓글이 그제야 많이 줄어들었다. 드레스는 확실히 킹이 디자인한 거라 이현이 거짓말을 했다고 단정 지을 수 없었으니까.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드레스가 분명 킹이 특별히 이현을 위해 디자인한 것이 아닌데 왜 그런 대답을 했냐면서 이현의 허영심이 너무 과했다고 질책했다.비록 질책하는 네티즌들이 줄어들지 않았지만 다행히도 이현의 팬들은 여전히 그녀를 지지하고 있었고 게다가 회사에서 홍보팀을 긴급 동원한 덕분에 국면은 잠시 통제되었다.하지만 이현이 한숨을 돌리기도 전에 GK 측에서 다시 한번 이 일을 실검으로 밀어버렸다.GK도 드레스는 확실히 킹이 디자인한 게 맞지만
결국 마땅한 해결책을 얻지 못한 미연은 화를 내며 전화를 끊었다.마음이 타들어가고 있었지만 인터넷에 접속할 엄두가 나지 않은 이현은 조용히 미연의 소식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 후 미연은 회사의 홍보팀과 긴급회를 열어 더는 아무런 공식입장도 밝히지 말자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비록 GK의 공식입장이 이현에게 불리하긴 했지만 드레스는 확실히 킹이 디자인한 것이었으니 기껏해야 이현이 킹의 인기를 이용했다는 것만 증명할 수 있을 뿐 거짓말을 했다고 모함할 수는 없을 것이다.여론을 공제하고 있는 일부 네티즌들에 대해서는 홍보팀이 적당히 간섭할 거고, 이현의 팬들도 이현을 지켜주고 있으니 금방이면 잔잔해질 것이다.그러나 어쨌든 이현의 이미지가 어느 정도 무너질 건 분명했다.밖에 기자들이 모여 있어 감히 외출도 못하게 된 이현은 결국 미연에게 한바탕 화를 냈다. 미연이 그녀와 킹을 함께 엮지만 않았어도 그녀가 GK 측에 그 드레스를 요구하지 않았을 거고,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면서.이에 미연도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나도 너를 위해서 그런 거잖아! 게다가 북극 작업실이 갑자기 튀어나와 공공연히 우리를 디스 할 줄 누가 알았겠어! 마치 우리가 그들의 원수인 것마냥!]무심하게 내뱉은 미연의 말에 이현은 갑자기 소희가 생각났다.이현은 북극 작업실과 왕래가 없었으니 원한을 품을 일도 없었다. 유일하게 그녀와 원한이 있는 사람이라면 소희뿐이고, 소희는 북극 작업실의 직원이었다.‘설마 소희가 이간질을 해서 북극 작업실이 나를 노린 건가?’그런 생각이 피어오르기 시작하니 더는 억제할 수가 없었다.이현의 눈빛이 점점 차가워지고 있었다.그녀는 소희가 아량이 넓은 사람이라 그녀를 해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다 똑같은 사람이었다니. 겉으로는 정의로운 척하면서도 뒤에서는 상대방을 물고 뜯을 생각만 하고.‘두고 봐, 이 일이 지나가기만 하면 넌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4~5일이 지나니 이현의 드레스 사건은 서서히 식기 시작했고, 마침 한
일주일 후의 어느 날, 오후에 갑자기 비가 내리는 바람에 제작진은 일찍 촬영을 끝냈고, 소희가 집에 도착했을 땐 겨우 3시밖에 되지 않았다.그래서 아래층에서 요요랑 놀다가 청아가 돌아온 후 함께 밥을 먹고 날이 어두워져서야 위층으로 돌아왔다.그런데 마침 이정남이 메시지를 보내왔다.[소희야, 블루드로 와.][무슨 일인데요?]소희가 답장을 보내니 잠시 후에야 이정남이 다시 메시지를 보내왔다.[제작진에 새 배우가 들어왔어, 와서 인사해. 감독님들도 다 계셔.]그리고 곧 또 소희에게 방 번호를 보냈다.소희가 시간을 한 번 보고는 답장했다.[30분 후에 만나요.][그래, 기다릴게.]소희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낮에 입는 심플한 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다.그리고 9시에 소희는 블루드에 도착하여 이정남이 보낸 방 번호에 따라 8층으로 갔다.문을 밀고 들어서니 코를 찌르는 술 냄새가 밀려왔다. 방에는 등불이 색을 바꿔가면서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불빛에 한참 적응한 후에야 소희가 안으로 들어갔다.방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겨우 네다섯 명정도. 누구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누구는 여직원을 껴안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전부 소희가 아는 그 몇 사람이었다.하지만 이정남은 보이지 않았고, 대신 류 조감독이 보였다.그는 품속에 제복을 입은 여직원을 안은 채 귓속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그 여직원은 소희 쪽을 향해 입을 삐죽 내밀었고 소희를 발견한 류 조감독이 갑자기 안색이 변해서는 무의식 중에 품속의 여인을 밀어냈다.류 조감독과 멀지 않은 곳에 앉아 여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이현이 가장 먼저 일어나 소희를 맞이했다."소희 씨!"소희가 덤덤하게 물었다."정남 씨는?""정남 씨는 술에 취해 저쪽 방에서 쉬고 있어요."이현이 손을 들어 한 방을 가리켰고, 소희는 그제야 방 안에 문이 하나 더 있었다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하지만 문이 굳게 닫혀 있어 무엇에 쓰이는 방인지 알 수가 없었다.소희가 다가가 문을 열었다
소희는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다리를 들어 걷어찼다. 하지만 이정남이 갑자기 그를 잡아당기는 바람에 소희는 미처 생각지도 못하고 같이 뒤로 물러났다. 따라서 문을 걷어차기 위해 다 한 힘은 순간 분산되었고, 문이 한 번 흔들리고는 결국 열리지 않았다.이정남은 고의로 소희를 잡아당긴 것이 아니었다, 단지 버틸 수가 없었을 뿐.소희는 뒤로 끌려가면서 숨이 흩어지는 바람에 결국 연기를 한 모금 들이마시게 되었다. 그러자 머릿속에 갑자기 ‘윙-’ 하는 소리가 울리더니 더 이상 호흡을 억제할 수 없었다.불길한 예감이 든 소희는 즉시 문을 걷어찼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빨아들인 연기는 신속히 그녀의 신경을 마비시켰고, 그녀는 마치 마취제를 맞은 사람마냥 의식이 흐리멍덩해지면서 온몸이 나른해지기 시작했다.여전히 문을 걷어찼지만 문은 움직이지도 않았다.그리고 소희가 걷어찬 첫 발에 문 밖에 있던 사람들은 순간 조용해져 놀란 얼굴로 문쪽을 쳐다보았다.류 조감독이 눈살을 찌푸린 채 이현을 바라보았다."이현 씨 대체 뭘 하려는 겁니까?"이현이 여직원들을 모두 내보냈다. 그러자 방안에는 그녀와 류조감독, 여민 세 사람만 남았다.이현이 입가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더는 평소의 단순하고 단아한 모습이 아니었다. 오히려 사악함이 더 해져 있었다."류 조감독님께서 줄곧 소희를 품고 싶어 하셨잖아요? 오늘 밤, 소희는 조감독님의 것입니다."류 조감독이 반짝이는 눈빛으로 물었다."어떻게 한 거예요?"그러자 이현이 여민을 보며 웃었다."여민이 덕분이에요."그 작은 방은 게임에서 진 사람을 징벌하기 위해 준비된 곳이었다. 벽에는 기관이 설치되어 있는데 고추물을 뿌릴 수도 있고 겨자 연기를 뿜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여민이 블루드의 매니저를 알고 있는 덕분에 쉽게 겨자 연기를 다른 것으로 바꾸었던 것이고.여민이 입을 삐죽거리며 웃었다."내가 류 조감독님을 위해 큰 선물까지 해줬는데, 이걸로 전에 잃은 600만 원을 미봉하는 건 어때요?"류 조감독은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