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이는 윤성아를 손가락질하면서 말했다.“이런 더러운 년을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만나요? 이년이 당신 몰래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요? 이년이 글쎄 뻔뻔하게 천우혁 씨 고백을 받아주고는 사귀고 있다니까요?! 우리 회사 원 대표님이랑도 그렇고 그런 사이래요! 밖에서 무슨 짓을 했을지 모를 여자를 살려둬서 뭐 해요!”눈이 완전히 돌아간 장재이는 거침없이 말했다. 그래도 틀린 말 하나 없었기에 윤성아는 당연히 내쳐지거나 다시 수영장 안으로 빠지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틀렸다.강주환은 윤성아를 천천히 안아 올리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장재이를 바라봤다. 그리고 위협적인 말투로 말했다.“네가 무슨 주제로 내 사람을 평가해!”강주환은 말을 마치자마자 장재이를 수영장 쪽으로 차버렸다. “풍덩” 소리와 함께 원래도 수영장 변두리에 서 있던 그녀는 그대로 밀려나게 되었다.이때 윤성아가 수영장에 빠졌다는 것을 전해 들은 베린 그룹 직원들은 대부분 수영장 근처에 모여 있었다. 그리고 강주환이 빠르게 달려가 수영장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고 말았다. 심지어 그는 윤성아더러 ‘내 사람’이라고 했다. 물론 그가 남자가 되어서 여자를 밀어 수영장에 빠지게 하는 장면도 모든 사람이 보고 있었다.원이림은 가장 먼저 강주환에게 걸어갔다. 그러자 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강주환이 싸늘한 눈빛을 보내면서 말했다.“원 대표님, 오늘 일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설명이 있어야 할 겁니다.”인파 속에 있던 천우혁도 이제야 부랴부랴 달려갔다. 그러고는 강주환이 윤성아를 안고 있는 게 불쾌한 듯 남자친구의 말투로 말했다.“제 여자친구를 구해줘서 고마워요. 이제는 저한테 넘겨줘요.”“하!”강주환은 차가운 웃음소리를 냈다. 그러고는 살기가 서려 있는 눈빛으로 음산하게 말했다.“어디서 감히 나한테 이래라저래라야?”“...”천우혁은 이를 꽉 악물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강주환이 윤성아를 데려가는 모습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2층.강주환을 몰래 따라 나
윤성아는 가슴이 미어졌다. 그래서 강주환이 자신을 안고 있도록 가만히 내버려 뒀다.얼마 후 강주환은 잠든 듯 고르게 숨쉬기 시작했다. 윤성아는 살짝 눈을 떠서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또렷한 이목구비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 얼굴을 4년 전부터 봐왔다고 생각하니 막연한 느낌이 들었다.‘대표님... 혹시 나를 좋아하나? 좋아하는 거 맞겠지? 적어도 몸만이라도...’이튿날.퇴근 시간, 회사를 나선 윤성아는 마침 앞에서 걸어오는 고은희와 마주쳤다.“사모님.”“그래, 나다.”고은희는 혐오 가득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그래도 보는 눈이 있는지라 귀부인의 자태를 유지하면서 물었다.“윤 비서, 지금 시간 있어?”윤성아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고은희와 함께 회사 근처의 카페에 들어섰다.고은희는 자리에 앉자마자 윤성아를 바라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얼마면 돼? 얼마를 받아야 내 아들한테서 떨어지겠어?”윤성아는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녀는 자존심을 세우는 것도 강주환에게서 떨어지기 싫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이 문제의 결정권은 제가 아닌 강 대표님한테 있어요. 강 대표님이 허락해야만 제가 떠날 수 있거든요.”“하!”고은희는 차갑게 웃었다. 그러고는 윤성아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말했다.“네가 이젠 하다 하다 나한테 도발까지 하는구나. 윤 비서, 착각하지 마. 넌 내 아들이 가끔가다 먹이나 던져주는 내연녀일 뿐이야. 네 자리는 누구나 대신할 수 있다고!”고은희는 약간 흥분한 듯 언성을 높이다가 다시 진정하면서 말을 이었다.“나는 주환의 어머니이자 강씨 집안 안주인으로서 아들이 밖으로 나돌아다니는 건 못 본다. 그 상대가 너라면 더욱 안 돼. 윤 비서 자네도 참 박복하지.”고은희는 안효주에게서 들었던 말을 떠올리면서 윤성아에게 말했다.“네가 박복하니까 친아버지한테 버림받은 거야. 그리고 네 계부는 좋은 사람이었다며? 그것도 네가 박복하니까 도박의 길에 빠진 거겠지. 네 동생도 그래... 근데 이젠 너희 집안사람으로 모자라 우리 집안사람까지
“기사님은 봤어요. 어머님을 밀친 건 윤성아 씨에요.”거절할 권리가 없었던 운전기사는 묵묵히 카드를 받아서 들었다. 그러자 안효주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저는 주환 씨의 약혼녀예요. 머지않은 미래 곧 강씨 집안 안주인이 될 사람이죠. 어머님이 왜 윤성아 씨를 만나러 갔는지는 기사님도 알고 있죠? 어머님께서 깨어나신다고 해도 기사님의 선택에 칭찬하실 거예요. 이래야만 윤성아 씨를 주환 씨 곁에서 쫓을 수 있으니까요. 이건 다 우리 집안을 위해 하는 일이에요.”운전기사는 결국 안효주의 말에 설득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또 천우혁에게 전화해서 고은희가 교통사고를 당한 부근의 모든 CCTV를 지워달라고 했다.병원.강주환은 계속 수술실 밖을 지키고 있었다. 안효주는 그의 곁에 서서 다정한 손길로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주환 씨, 걱정하지 마요. 어머님은 괜찮을 거예요.”강주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은희 남편 없이 강씨 가문을 지키느라, 그리고 강주환과 그의 여동생을 키우느라 갖은 고생을 다 했다. 그런 사람이 지금 수술실에 가 있으니 그는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 그래서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분명 무사히 깨어날 거로 생각하고 있기는 하지만 한 번 자리 잡은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한 시간... 두 시간... 장장 네 시간에 달하는 수술이 끝나고 의사는 드디어 수술실을 나섰다. 강주환은 벌떡 일어나면서 의사 앞으로 갔다.“제 어머니 어떻게 됐어요?”의사는 마스크를 벗으면서 말했다.“수술은 성공적입니다. 하지만 워낙 심하게 사고를 당하셔서 중환자실에서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48시간 안에 무사히 깨어나시면 안심할 수 있을 겁니다.”얼마 후 수술실 밖으로 나온 고은희는 바로 중환자실로 향했다. 강주환은 일이고 나발이고 모두 내려놓고 그녀만 지키고 있었다.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의사가 말한 48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고은희는 무사히 눈을 떴다. 다만 후유증으로 인해 아직은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다.경찰서.윤성아가
윤성아가 경찰서를 나서는 길, 원이림과 나엽은 직접 마중 갔다. 원이림은 정장 외투를 벗어서 그녀에게 걸쳐줬고 나엽은 젠틀하게 차 문을 열어줬다.비범한 외모의 두 남자가 여자 한 명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은 아주 눈에 띄었다. 그래서 강주환도 경찰서 앞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을 발견하게 되었다.윤성아는 그 길로 나엽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저녁까지 뒤척이다가 겨우 잠이 드나 싶을 때 갑자기 무게감이 느껴지더니 다급하게 입을 맞추려는 남자 때문에 억지로 눈을 뜨게 되었다.그녀는 힘껏 남자를 밀치더니 불을 켰다. 그리고 차가운 눈빛과 방어적인 태도로 말했다.“강주환 대표님, 당신 미쳤어요?”“그래, 미쳤어!”강주환은 또다시 윤성아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윤성아가 거부하면서 마치 전염병 환자를 피하듯이 멀리 도망가 버렸다.“저희의 만남은 이미 끝났어요!”강주환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깊은 눈으로 윤성아를 바라보면서 말했다.“그래서 엠파이어 가든에서 나와 여기로 온 거야? 나엽에, 원이림에, 천우혁까지... 네 바람기는 도대체 어디까지 퍼질 건데?”윤성아는 숨이 탁탁 막혔다. 그래서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강주환을 바라보며 말했다.“그게 대표님이랑 무슨 상관인데요? 사모님은 저희의 부적절한 관계 때문에 찾아오셨어요. 그러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입원하셨고요. 사모님의 말대로 저는 박복한 사람이에요. 더구나 대표님도 제가 사모님을 밀쳤다고 생각하셨죠? 아니면 경찰서에서 죽어가도록 내버려 두지도 않았겠죠. 저희 사이의 얄팍한 신뢰는 이미 깨졌어요!”강주환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윤성아를 의심한 적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저 고은희가 너무 걱정되어서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을 뿐이다.“나도 경찰서에 간 적 있어. 근데 원 대표랑 나엽이 이미 너를 차에 태우고 있더군.”강주환은 자신이 윤성아에게 관심 없는 것이 아닌 단지 늦었을 뿐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참 빨리도 오셨네요.”강주환의 의미 없는 변명에 윤성아는 차가운 미소와 함께
강주환은 싸늘한 웃음소리를 냈다. 마치 곧 폭발할 사자처럼 말이다.“저 자식이 네 남자친구라고? 네가 누구 여자인지 그 새로 잊은 거야? 감히 저 자식을 여기까지 데려와?!”강주환은 당장이라도 윤성아를 죽여 버릴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설마 내가 산 집에서 다른 남자랑 잘 생각인가?”“네.”“뭐?”강주환은 진짜로 살인을 저지를 것처럼 무시무시한 눈빛을 지었다. 그러자 천우혁이 이때다 싶어서 윤성아를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기면서 말했다.“대표님, 성아 씨가 말한 대로...”천우혁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강주환이 차가운 눈빛을 보내면서 경고했다.“영주시에서 사라지고 싶다면 계속 말해. 그 소원 들어줄 테니까.”“...”“꺼져!”천우혁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강주환의 말에 따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 버렸다.강주환은 윤성아를 바라보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봤지? 이게 바로 네가 남자친구라고 편을 드는 사람이야.”강주환은 윤성아를 끌고 집 안으로 들어가더니 힘껏 출입문에 메쳤다. 그리고 거대한 몸집으로 그녀를 완전히 가리고는 위험하게 번뜩이는 눈빛으로 내려다보면서 말했다.“꼭 이렇게 사람 심기를 건드려야 만족하지? 네가 감히 내 집에 다른 남자를 데려와? 하하, 역시 내가 그동안 너무 너그러웠지. 배부르게 잘 먹이니 아주 그냥 무서울 게 없지?”강주환은 말을 마치자마자 윤성아와 입술을 겹쳤다. 그녀를 죽여 버리고 싶은 분노를 담은 패악스럽기 그지없는 키스였다.윤성아는 힘껏 버둥거리면서 강주환을 밀어내려고 했다. 힘으로 밀려나지 않자 어깨를 꽉 깨물기도 했다. 그러자 그는 이제야 통증을 느낀 듯 뒤로 물러났다.윤성아의 이빨 사이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강주환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대표님, 제발 그만해 주세요. 이래 봤자 좋은 결과는 없을 거예요. 저희 다 피곤해질 뿐이라고요.”윤성아는 급기야 무릎까지 꿇으면서 말했다.“내연녀를 원하는 거라면 말 잘 듣는 여자를 찾으면 될 거 아니에요! 저
그녀는 손에 든 그릇을 내려놓았다.그리고는 남자의 앞으로 다가가 손을 뻗어 남자의 큰 손을 잡아 자신의 배에 올려두었다.“주환 씨, 만져봐요. 우리 아기도 이젠 4개월이 되어가고 있어요. 움직일 줄도 알아요.”그녀는 실크 소재의 야한 잠옷을 입고 있었다. 남자의 손을 들어 자신의 배 위까지 올려두었으니 분명 넘어올 거라 생각했다.강주환은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뜨거운 불길에 손이라도 닿은 것처럼 바로 손을 확 빼버렸다. 그는 싸늘해진 눈빛으로 짜증이 난다는 듯이 말했다.“다시 말해줄게. 나가!”그의 한 마디에 안효주는 정말로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눈물은 줄 끊어진 진주 팔찌와 같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잔뜩 상처받은 눈빛으로 강주환을 보았다.“정말로 저한테 차갑게 굴어야겠어요?”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남자의 허리를 끌어안고 가슴팍에 얼굴을 비비더니 고개를 들어 올려 남자를 보았다. 솔직하고 또 간절한 마음으로 남자에게 말했다.“주환 씨, 술집에서 저랑 잔 후로 저한테 손도 안 대셨잖아요. 저도 원하는 욕구라는 게 있는 사람이에요! 우리 아이도 아빠의 사랑이 필요하고요... 그러니까 오늘 밤은 저랑 보내요, 네?”그녀는 발꿈치를 들어 남자의 목에 키스하려 했다. 그러나 남자는 무정하게 그녀를 밀쳐냈다.강주환은 싸늘해진 두 눈으로 아무런 감정조차 느껴지지 않는 표정을 지으며 안효주를 보았다.“술집 그날도. 정말 너냐?”“안효주, 네 말이 사실이길 바라야 할 거야. 네 배 속에 있는 애가 진짜 내 애이길 바라야 할 거라고. 만약 아니라면...”강주환은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차갑게 피식 웃어버렸다.그의 칠흑 같은 눈동자는 마치 모든 걸 꿰뚫어 보고 있는 듯했다. 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안효주를 보았다.“너도 알겠지.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지 말이야.”“...”안효주는 차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녀는 마음이 초조해졌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남자의 표정에 겁에 질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표정 관리를 했고 여전히 상처받은 듯
그는 윤성아에게 말했다.“천우혁이라는 놈과 떨어져! 넌 평생 나한테서 도망칠 수 없어. 넌 내 거야!”창밖에서는 폭우가 내리고 있었고 전혀 그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동이 틀 무렵, 강주환은 지쳐버린 윤성아를 안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는 부드러운 손길로 천천히 그녀를 씻겨주었고 그녀를 안은 채 볼에 살짝 뽀뽀했다.윤성아는 몸을 뒤척이더니 이내 등을 돌렸다.강주환은 꿀이 떨어지는 눈길로 입꼬리를 올리더니 이내 뒤에서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그는 턱을 그녀의 머리 위로 괴고 있었고 숨을 쉬는 순간마다 좋은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난 이미 너한테 물들었고, 네가 내 곁에 있는 게 습관이 되었어. 네가 없으면 난 어떻게 살아?”“그만 고집부리고 그냥 얌전히 내 곁에 있어. 알았어?”...“쿠쿵!”번개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빛은 마치 이 어두운 밤을 찢어버리기라도 하듯 내리쳤고 비는 더욱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엠파이어 가든 아래.안효주는 강주환을 몰래 미행했다.번개가 치는 순간에도 그녀는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고 잠깐 비춘 그녀의 얼굴은 한 맺힌 귀신보다 더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두 손에 힘을 잔뜩 쥐고 있었고 손톱이 손바닥에 박혀 선혈이 살짝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처절한 목소리로 독기 서린 맹세를 하였다.“천박한 년, 내가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시간은 흘러 안효주는 윤성아를 어느 레스토랑으로 불렀다.2층 프라이빗 룸 안. 안효주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윤성아를 노려보고 있었다.“말해요. 어떻게 하면 주환 씨 곁에서 떨어질 거죠?”윤성아는 차가운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이건 직접 대표님한테 가서 물으셔야 할 것 같네요.”“하...!”안효주는 분노가 극에 달했다.“그래서 지금 나랑 해보자는 거예요? 당신은 하마터면 우리 어머님까지 돌아가시게 했어요! 그것도 모자라 저와 주환 씨 사이를 멀어지게 만들고 아이 아빠를 빼앗아 갈 생각인가요?”안효주는 일방적으로 윤성아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그녀는 윤성
안효주는 원망 가득한 눈길로 마치 원수라도 보듯, 당장이라도 윤성아를 죽일 듯한 눈빛으로 보았다.“만약 제 아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절대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윤성아는 미간을 찌푸렸다.이때, 주위에 몰려든 사람들은 저마다 임산부를 계단에서 밀어버린 독한 여자라며 윤성아를 비난하고 있었다. 그랬다는 건, 정말로 죽이려고 밀었다는 것이 아니겠는가?사람 중 누군가가 이미 119를 불렀고 빠르게 의사한테 말을 전했다.“여기 누군가가 임산부를 계단에서 밀어서 피가 엄청 많이 나고 있어요.”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윤성아를 빙 둘러싸며 행여나 윤성아가 도망이라도 갈까 막아서고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이 먼저 입을 열었다.“여러분, 이 여자를 잘 감시해줘요. 제가 지금 바로 경찰에 신고할게요!”안효주는 이 모든 상황이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아주 만족한 듯 살짝 미소를 짓다가 이내 빠르게 다시 표정을 지웠다.그녀의 안색은 창백하기 그지없었고 계속 피해자 흉내를 내면서 사람들을 향해 울부짖었다.“도와주세요. 아이를 꼭 살려야 해요. 전 아이를 이렇게 잃을 수 없어요...”너무나 큰 고통에 출혈이 계속 이어지니 안효주는 눈앞이 점차 캄캄해졌고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구급차가 도착하고 마음씨 좋은 사람이 안효주와 함께 윤성아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강주환도 병원으로 도착했고 마침 경찰도 오게 되었다. 경찰은 목격자와 윤성아에게 다가가 정황을 물었고 옆에 있던 강주환도 알게 되었다.그는 칠흑 같은 눈동자로 윤성아를 빤히 보다가 살짝 그녀를 걱정하는 어투로 물었다.“네가 밀었어?”윤성아는 고개를 저었다.“안효주 씨 스스로 뒤로 몸을 기울면서 계단으로 떨어진 거예요!”“그래.”뜻밖에도 그는 바로 그녀의 말을 믿어주었다.강주환은 안효주의 약혼자이기도 했음에도 그는 별다른 말도 하지 않았고 그녀에게 따져 묻지도 않았다. 안효주를 병원까지 데리고 온 목격자와 사건을 조사하러 온 경찰도 더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들을 보낸 뒤에 강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