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윤성아에게 말했다.“천우혁이라는 놈과 떨어져! 넌 평생 나한테서 도망칠 수 없어. 넌 내 거야!”창밖에서는 폭우가 내리고 있었고 전혀 그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동이 틀 무렵, 강주환은 지쳐버린 윤성아를 안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는 부드러운 손길로 천천히 그녀를 씻겨주었고 그녀를 안은 채 볼에 살짝 뽀뽀했다.윤성아는 몸을 뒤척이더니 이내 등을 돌렸다.강주환은 꿀이 떨어지는 눈길로 입꼬리를 올리더니 이내 뒤에서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그는 턱을 그녀의 머리 위로 괴고 있었고 숨을 쉬는 순간마다 좋은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난 이미 너한테 물들었고, 네가 내 곁에 있는 게 습관이 되었어. 네가 없으면 난 어떻게 살아?”“그만 고집부리고 그냥 얌전히 내 곁에 있어. 알았어?”...“쿠쿵!”번개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빛은 마치 이 어두운 밤을 찢어버리기라도 하듯 내리쳤고 비는 더욱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엠파이어 가든 아래.안효주는 강주환을 몰래 미행했다.번개가 치는 순간에도 그녀는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고 잠깐 비춘 그녀의 얼굴은 한 맺힌 귀신보다 더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두 손에 힘을 잔뜩 쥐고 있었고 손톱이 손바닥에 박혀 선혈이 살짝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처절한 목소리로 독기 서린 맹세를 하였다.“천박한 년, 내가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시간은 흘러 안효주는 윤성아를 어느 레스토랑으로 불렀다.2층 프라이빗 룸 안. 안효주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윤성아를 노려보고 있었다.“말해요. 어떻게 하면 주환 씨 곁에서 떨어질 거죠?”윤성아는 차가운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이건 직접 대표님한테 가서 물으셔야 할 것 같네요.”“하...!”안효주는 분노가 극에 달했다.“그래서 지금 나랑 해보자는 거예요? 당신은 하마터면 우리 어머님까지 돌아가시게 했어요! 그것도 모자라 저와 주환 씨 사이를 멀어지게 만들고 아이 아빠를 빼앗아 갈 생각인가요?”안효주는 일방적으로 윤성아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그녀는 윤성
안효주는 원망 가득한 눈길로 마치 원수라도 보듯, 당장이라도 윤성아를 죽일 듯한 눈빛으로 보았다.“만약 제 아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절대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윤성아는 미간을 찌푸렸다.이때, 주위에 몰려든 사람들은 저마다 임산부를 계단에서 밀어버린 독한 여자라며 윤성아를 비난하고 있었다. 그랬다는 건, 정말로 죽이려고 밀었다는 것이 아니겠는가?사람 중 누군가가 이미 119를 불렀고 빠르게 의사한테 말을 전했다.“여기 누군가가 임산부를 계단에서 밀어서 피가 엄청 많이 나고 있어요.”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윤성아를 빙 둘러싸며 행여나 윤성아가 도망이라도 갈까 막아서고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이 먼저 입을 열었다.“여러분, 이 여자를 잘 감시해줘요. 제가 지금 바로 경찰에 신고할게요!”안효주는 이 모든 상황이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아주 만족한 듯 살짝 미소를 짓다가 이내 빠르게 다시 표정을 지웠다.그녀의 안색은 창백하기 그지없었고 계속 피해자 흉내를 내면서 사람들을 향해 울부짖었다.“도와주세요. 아이를 꼭 살려야 해요. 전 아이를 이렇게 잃을 수 없어요...”너무나 큰 고통에 출혈이 계속 이어지니 안효주는 눈앞이 점차 캄캄해졌고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구급차가 도착하고 마음씨 좋은 사람이 안효주와 함께 윤성아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강주환도 병원으로 도착했고 마침 경찰도 오게 되었다. 경찰은 목격자와 윤성아에게 다가가 정황을 물었고 옆에 있던 강주환도 알게 되었다.그는 칠흑 같은 눈동자로 윤성아를 빤히 보다가 살짝 그녀를 걱정하는 어투로 물었다.“네가 밀었어?”윤성아는 고개를 저었다.“안효주 씨 스스로 뒤로 몸을 기울면서 계단으로 떨어진 거예요!”“그래.”뜻밖에도 그는 바로 그녀의 말을 믿어주었다.강주환은 안효주의 약혼자이기도 했음에도 그는 별다른 말도 하지 않았고 그녀에게 따져 묻지도 않았다. 안효주를 병원까지 데리고 온 목격자와 사건을 조사하러 온 경찰도 더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들을 보낸 뒤에 강주
그녀의 칠흑 같은 두 눈동자는 아주 맑았고 깨끗하였지만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와 대표님은 이미 끝난 사이에요.”고은희는 윤성아를 보며 말했다.“그게 사실이니?”“네, 사실이에요.”윤성아가 계속 말을 이었다.“저와 대표님은 이미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이에요.”고은희는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강주환을 보며 말했다.“네가 말해 보아라. 정말이니?”강주환은 고은희가 자신의 앞에서 죽는 모습을 차마 볼 수가 없었기에 하는 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성아 말이 맞아요.”윤성아는 그 자리 그대로 서서 고은희를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며 사과했다.“정말 죄송했습니다. 그동안 저 때문에 많이 스트레스받으셨겠지만, 앞으로 더는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윤성아는 바로 자리를 떠나버렸다. 강주환은 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만 빤히 보았다.“뭘 아직도 보고 있어? 저런 여자랑 끝낸 건 아주 좋은 일이야! 그러니까 너도 앞으로 찾아가지도 말고 효주 옆에 딱 붙어 있어. 효주야말로 너에게 가장 어울리는 짝이다! 네 미래 아내라고!”한참 지난 후, 드디어 응급실 문이 열렸다. 강주환은 고은희의 휠체어를 밀면서 의사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고은희가 급해진 목소리로 물었다.“의사 양반, 우리 며느리는 어떤가. 배 속에 아이는...”“며느님은 다행히 무사하십니다만... 병원으로 실려 올 때부터 출혈이 심했던 터라 최선을 다했지만, 아이는 살릴 수 없었습니다.”심지어 유산된 아이가 남자아이라는 말에 고은희는 더욱더 속상하고 안타까워했다.“주환이 너!”고은희는 순간 혈압이 급상승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다 네가 그 여자랑 끝내지 못해서 효주가 다친 거다. 내 손자를 죽인 거라고!”그녀는 가슴이 점점 더 아파졌고 혈압도 올라가게 되었다. 강주환은 그런 그녀를 보며 말했다.“어머니, 몸도 성치 않으신데 그렇게 화를 내시면 안 돼요. 일단 도우미한테 말해서 병실로 모셔다드리라고 할 테니까 쉬고 계세
윤성아는 병실로 옮겨졌고 강주환은 밤새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중간에 그는 병실 밖으로 나가 진하상에 연락했다.“당장 천우혁을 찾아. 그리고 경찰에 협조해서 잡아.”“네, 알겠습니다!”어둠이 깊은 밤, 윤성아는 깨어나게 되었다. 이미 마취 효과가 사라졌지만, 그녀는 눈을 뜨기 전부터 복부에서 전해지는 고통을 느끼게 되었다.“쓰읍...”그녀는 신음을 살짝 내게 되었다. 이미 그녀가 깨어난 것을 발견한 그가 바로 물었다.“깼어?”“네.”“많이 아파?”그는 걱정 가득한 눈길로 계속 윤성아에게 말을 걸었다.“내가 의사라도 불러줄까?”윤성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벌떡 일어나 의사를 불러오려 했다.“괜찮아요.”윤성아는 그를 말렸다. 담담한 눈길로 말하는 그녀의 두 눈엔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배가 칼에 찔렸으니 아픈 건 당연해요. 조금만 참고 있으면 괜찮아질 거예요.”강주환은 다시 의자에 앉았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병실에는 고요한 정적만 흘렀다. 그러다 윤성아가 먼저 남자를 보며 입을 열었다.“왜 여기에 있었던 거예요?”강주환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윤성아는 계속 말을 이었다.“지금 사모님 곁에 있어 드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니면 안효주 씨라든가 다른 곳에 말이에요. 여기 있으면 안 되잖아요! 만약 사모님께서 아시기라도 하시면 몸이 더 안 좋아지실 거예요.”강주환이 입을 열었다.“어머니는 모르셔!”하지만 정말 모르게 될까? 세상에 영원히 숨길 수 있는 비밀이 없는 듯이 만약 고은희가 알게 되면 다시 쓰러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게다가 이곳엔 고은희의 병실도 있었고 심지어 그녀와 강주환을 떼어놓기 위해 죽겠다는 협박까지 했었다...“깨어난 걸 봤으니 됐어.”강주환은 윤성아를 보며 말을 이었다.“내일 내가 어머님께 연락할게. 널 보러오라고.”“네.”윤성아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리고는 몸을 일으켜 병실을 나서려는 남자를 보며 말했다.“천우혁 씨가 직접 말했어요. 안효주 씨 배
서연우도 자신의 딸이 잘 크고 바른길로 걷길 바랐다.“효주는 어쩌면 우리 앞에서만 얌전한 척하고 있을지 몰라요. 뒤에서 우리 몰래... 일단 우리가 먼저 알아봐요!”윤정월은 이미 두 사람의 대화를 전부 엿듣게 되었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성형 전 안효주의 모습은 그녀와 아주 닮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안효주가...윤정월은 뭔가 깨달은 듯했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뜬 채 안효주의 병실로 확 들어갔고 속으로는 안씨 가문의 안효주가 자신의 딸이 아닌가 생각했다. 정말로 친딸이라면...하지만 그녀는 이미 안효주를 무너뜨리려고 윤성아를 부추겨 안효주와 강주환을 갈라놓으려고 했다는 생각에 엄청난 후회가 밀려왔다.‘안돼, 반드시 알아내야 해!'윤정월은 윤성아를 신경 쓰지도 않고 바로 운성시로 돌아와 안씨 가문 쌍둥이에 대한 소식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알아보았다.안씨 가문의 쌍둥이는 어릴 때부터 전혀 닮은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고 성격도 완전히 달랐다. 게다가 안효주는 성형한 후에야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는 소식에 윤정월은 안효주가 자신의 친딸임이 틀림없다고, 살아있다고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기쁨을 감추지 못한 그녀는 바로 다시 영주시에 있는 병원으로 돌아왔고 몰래 안효주의 병실로 찾아갔다. 잠든 안효주의 모습을 본 윤정월은 저도 모르게 눈가가 붉어졌다.‘내 딸이지? 얘가 바로 내 친딸인 거지?'윤정월은 몰래 떨어진 안효주의 머리카락을 주웠다. 그녀는 차마 병실을 떠날 수가 없었고 붉어진 눈가로 그녀를 보며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안효주의 볼을 만져보려 했다. 그러자 이때, 안효주는 눈을 뜨게 되었고 윤정월을 발견하곤 소리를 질렀다.“아줌마가 왜 여기에 있는 거죠?”윤정월이 뻗은 손을 본 안효주는 바로 방어태세를 보였다.“지금 뭐 하시려는 거죠? 저를 해치려고 하신 거죠!”“아니야.”윤정월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그냥 널 보려고 온 거야.”“아줌마가 절 왜 보러 와요! 당장 여기서 나가요!”안효주는 말을 하면서 베개를 집어 윤정월을
원이림은 아주 진지하게 말을 꺼냈다. 하지만 윤성아는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원이림은 미간을 찌푸리며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설마 이런 곳에서 계속 살아갈 생각이야?”윤성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이미 이 도시를 떠날 결정을 내렸다. 만약 천우혁이 그녀를 습격하지만 않았어도 그녀는 이미 이 도시를 떠나고 없었을 것이다.원이림은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런 거라면, 왜 나랑 같이 떠나지 않는 건데? 넌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 없어.”원이림이 말을 이었다.“난 이미 베린 그룹을 F국에 옮길 결정을 내렸고, 강주환도 그저 한낱 영주시를 장악하고 있을 뿐이야. F국은 그의 영역이 아니지. 그러니까 날 위협할 수도 없어.”윤성아는 그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고 그저 생각해보겠다고만 했다. 이미 몸이 어느 정도 완쾌된 터라 그녀는 바로 떠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윤정월은 계속 그녀에게 원이림을 따라가라고 부추겼다.“성아야, 엄마 말 들어. 원 대표는 아주 좋은 사람이고 너한테도 진심이야. 너를 끝까지 책임지고 너에게 안정된 삶을 주겠다고 하잖니. 이 얼마나 좋은 사람이니? 그 사람과 함께 떠나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단다.”하지만 윤정월의 속마음은?윤정월은 윤성아가 당장 해외로 멀리 떠나버렸으면 했다. 윤성아가 결혼하여 괜찮은 가정을 만든다면 더는 안효주 앞에 얼쩡거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몰래 윤성아의 핸드폰을 가져와 원이림의 연락처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윤성아를 원이림과 함께 보내기 위해 윤정월은 눈물을 보이며 말했다.“성아야, 그냥 엄마 말 들어. 엄마가 이렇게 빌게, 응? 엄마 걱정 덜어줘, 그냥 원 대표랑 떠나!”윤정월은 심지어 무릎까지 꿇었다.윤성아는 하는 수 없이 응했다.“알았어요. 원 대표님이랑 떠날게요!”윤정월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심지어 직접 원이림과 윤성아를 공항까지 배웅했고 윤성아의 손을 꼬옥 잡으면서 신신당부했다.“기억해,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거야. 네가 보고 싶어 지면
그리고 원이림에게 알렸다.“제 일에 더는 상관하지 마세요!”강주환은 윤성아를 데리고 떠났다. 이번에 그는 윤성아를 엠파이어 가든으로 데리고 오지 않았고 바로 영주시에 바닷가에 자리 잡고 있는 별장으로 왔다.이곳은 강주환이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별장이었다. 도시 중심과 아주 동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별장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강주환은 윤성아를 별장으로 밀어 넣으며 말했다.“앞으로 얌전히 여기에만 있어. 그냥 내 말만 듣고, 내 여자만 하면 돼!”별장은 아주 크고 호화로웠다. 안에는 윤성아의 생활을 책임질 도우미 아주머니와 경호원 등 모든 것이 갖춰져 있었다. 그녀는 새장 속에 갇힌 새가 된 것이다.윤성아는 바로 자신의 신세를 눈치채고 차갑고 담담한 눈길로 강주환을 보며 물었다.“그래서 대표님께서 절 이곳으로 데리고 온 이유가, 평생 여기 갇혀서 자유를 잃고 살아가라는 건가요?”강주환이 물었다.“자유를 원해?”그는 바로 윤성아의 허리를 꽈악 잡았다.“자유를 원한다면서 감히 몰래 원이림과 도망치려 해?”강주환은 윤성아가 원이림과 영주시를 떠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당장이라도 어디든 도망가지 못하게 두 다리를 분질러버리고 싶었다. 그의 분노는 지금까지 이어졌다. 강주환은 윤성아를 끌고 방으로 들어가 그녀의 얼굴을 꽉 잡으며 분노에 타오르는 듯한 눈빛으로 보았다.“윤성아, 넌 내 거야!”그는 바로 거칠게 키스하면서 그녀의 숨결마저 삼켜버리고 있었다...“이거 놔요!”윤성아는 차가운 눈길로 그를 보면서 버둥거렸다.“우린 이미 끝난 사이에요!”그러자 강주환이 언성을 높였다.“절대 그럴 일 없어!”그는 계속 거칠게 키스를 하더니 이내 그의 입술은 윤성아의 귀로, 목덜미로 점차 내려갔다.“윤성아, 난 절대 널 놓아주지 않아! 이건 다 네가 향긋한 탓이야!”“...”윤성아는 더는 아무 말도 없이 그저 강주환을 밀어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사모님께서 대표님이 저랑 있
윤성아는 강주환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당신과 같이 있는 이 모든 순간이 너무 힘들고 지쳐요! 끝없는 지옥에 갇힌 것 같다고요! 제 앞에는 어둠밖에 없어요. 아무런 빛도 발견할 수 없죠. 대표님, 전 저만의 빛을 찾아 떠나고 싶어요. 어둠밖에 안 보이는 대표님 곁을 멀리 떠나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고요! 그러니까 제발, 제발 절 좀 놓아주세요.”강주환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마치 언제든지 터지는 시한폭탄 같은 분노를 억제하며 짙게 가라앉은 두 눈으로 윤성아를 보며 물었다.“빛을 찾겠다고? 그 빛이 원이림이야? 하! 내가 오늘 막지 않았으면, 넌 이미 원이림이랑 멀리 도망가 새 삶을 시작했겠다?”애초에 윤성아가 대답할 틈도 주지 않았기에 그는 계속 이어서 말했다.“꿈 깨! 절대 그럴 일 없으니까. 넌 평생 내 거야. 살아도, 죽어도! 넌 영원히 내 거야!”강주환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해도 놓아주지 않으려 했다. 그러자 윤성아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창백해진 안색으로 곧 죽을 것 같은 사람과 같은 미소를 지었다.“대표님은 결국, 저를 죽게 만드시려는 거네요.”그 순간 그녀의 눈빛엔 아무런 두려움도, 희망도 없었다. 마치 이미 세상을 잃은, 아무것도 남지 않은 듯한 공허한 눈빛이었다. 강주환이 계속 그녀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고 강압적으로 이곳에 가둬둔다면 그녀는 바로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 같은 모습이었다.강주환은 씁쓸한 기분을 느꼈다. 그는 저도 모르게 두려움을 느꼈고 더는 강압적으로 그녀를 몰아붙이지 않았다. 그는 다정한 목소리로 그녀를 달랬다.“아니야, 난 네가 죽게 내버려 두지 않아. 난 그냥 네가 내 옆에 있길 바랄 뿐이야.”그는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칼을 쓸어내리며 말을 이었다.“네가 얌전히 내 말대로 내 곁에만 있어 준다면, 네가 원하는 모든 것, 그게 무엇이든지 다 줄 수 있어.”“그래요.”윤성아는 공허한 눈길로 남자를 보며 일부러 물었다.“전 당신의 아내가 되고 싶어요. 그것도 해줄 수 있나요?”강주환은 미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