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울어 빨갛게 부어오른 두 눈으로 고은희에게 말했다.“어머님, 저도 어머님의 좋은 며느리가 되어드리고 싶었지만 그럴 운명은 아닌가 봐요. 앞으로도 어머님이라고 불러드릴 수도 없겠네요.”고은희는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소리냐?”“아무것도 아니에요.”안효주는 씁쓸하기 그지없는 처량한 미소를 지었다.“전 오늘 운성시로 돌아가려고 해요. 그리고 곧 아빠한테 저랑 주환 씨 파혼 소식을 말씀드리려고요. 어머님께서는 그냥 제가 주환 씨를 안 좋아하는 거로만 생각해주세요!”고은희가 말했다.“주환이가 시킨 거니? 설마 걔가 또 윤 비서랑 만나고 있는 거니? 그래서 널 이 집에서 내쫓고, 너한테 네가 먼저 파혼하겠다고 말하라고 시킨 거니?”안효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태도가 모든 걸 말해주는 것 같았다. 고은희는 순간 혈압이 올라가는 느낌에 눈앞이 핑 돌더니 숨이 점차 가빠졌다. 안효주는 바로 고은희를 부축했다.“어머님, 괜찮으세요?”“난... 괜찮다.”고은희는 진정하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도우미를 향해 말했다.“당장 주환이를 불러와!”강주환은 그녀의 앞에 오게 되었고 바로 따져 물었다.“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니? 효주가 왜 갑자기 집을 나가겠다고 하는 거니? 그리고 파혼을 하겠다고? 효주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말하더구나! 난 못 믿는다!”고은희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사실대로 말하거라. 너 또 그 윤 비서랑 만나고 다니는 거니, 그렇니?”강주환이 대답했다.“아니에요.”“아니긴 뭐가 아니야! 주환아, 정말 네 엄마가 죽는 꼴 보고 싶어 그러는 거니?!”고은희가 강경한 모습으로 말했다.“내가 말하는데, 효주는 아주 좋은 아이다. 그러니 넌 효주와 파혼할 수 없어! 당장 결혼해! 그렇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내가 죽어버리마!”고은희는 바로 벌떡 일어났다. 안효주가 그녀를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정말로 벽에 머리를 박으려 했을 것이다. 너무나도 화가 난 탓에 감정 기복이
안진강은 전혀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강압적으로 안효주를 운성시로 데려가 집에 가두어버렸다. 안효주가 어떻게 울고불고 난리를 치든 그는 아무 데도 못 간다고 말했다.한편 영주시.강주환은 바닷가 별장으로 왔다. 집사가 그를 발견하자마자 보고를 올렸다.“대표님, 윤성아 씨는 오늘도 아무것도 안 드셨습니다. 계속 방안에만 계셨습니다.”강주환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이미 그녀를 공항에서 이곳으로 데려온 지 3일이나 지났다. 3일 동안 윤성아는 입에 물 한 모금도 대지 않았다.“그래요, 알았어요.”강주환은 방으로 올라가 문을 열었다. 그는 바로 침대로 향해 팔을 뻗어 윤성아를 끌어안았다. 잔뜩 속상하고 마음이 아팠던 그는 다정하고 애틋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고분고분 내 말만 들어주면 안 돼?”윤성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정말 이렇게까지 해야겠어?”강주환은 계속 물었다.“내가 널 놓아주지 않으면, 넌 아무것도 먹지 않고 스스로 굶어 죽을 생각이야?”그녀는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 있었지만, 그녀의 태도는 아주 명확했다.“그래, 알았어.”강주환은 드디어 물러섰다. “네가 얌전히 내 말만 듣고 밥도 제대로 잘 챙겨 먹는다면 자유롭게 살게 해줄게.”윤성아의 공허한 두 눈에 드디어 빛이 살짝 돌아왔다.“정말이에요?”“그래.”윤성아가 말을 이었다.“그럼, 지금 당장 날 내보내 줘요.”강주환은 3일이나 굶은 여자를 보았다.“너 지금 이렇게 허약해졌는데, 내가 널 놔준다고 해도 그 몸으로 어떻게 가려고? 착하지, 그러니까 우리 먼저 밥부터 먹자.”그는 바로 윤성아를 안아 올려 주방으로 갔다. 강주환은 의자에 내려놓는 대신에 자신에 무릎에 윤성아를 앉혔고 마치 소중한 보물이라도 된 것처럼 직접 윤성아 입에 밥을 떠먹였다.“저 혼자 알아서 먹을 수 있어요.”윤성아는 강주환의 다리에서 내려오려 했다. 하지만 남자는 그녀를 다시 앉혔다.“너 지금 많이 허약해!”그는 이내 다시 밥을 그녀의 입에 넣어주었다. 식사를 마친
안진강은 강주환을 설득할 수가 없었다. 그는 안효주에게 모든 사실을 말해주었다.“난 이미 자존심까지 내려놓았다. 안씨 가문 전부를 주겠다고 했는데도 강주환은 싫다고 하더구나! 무조건 파혼하겠다고 결정한 모양이더구나.”안진강은 안효주가 포기하고 더는 강주환을 생각하지 않길 바랐다. 그리고 안효주의 몸이 나아지면 더 좋은 남자를 찾아주겠다며 넓고 넓은 세상에 강주환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안효주는 고집을 부렸다. 그녀는 파혼을 거부했다.“아빠, 전 반드시 주환 씨랑 결혼할 거예요. 제가 그렇게 만들 거예요!”안효주는 바로 고은희에게 연락했다.같은 시각, 강주환이 바닷가 별장에서 윤성아를 침대에 눕혀 딥키스를 하고 있을 때 핸드폰이 울리게 되었다. 그가 전화를 받자 도우미의 다급한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도련님, 사모님께서 갑자기 쓰러지셨습니다! 지금 응급실로...”강주환은 바로 병원으로 달려왔다. 그는 고은희가 많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고은희는 눈을 뜨자마자 힘겹게 손을 들어 강주환의 손을 잡았다.“주환아, 난 이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니까 엄마 말 들어. 얼른 효주랑 결혼해. 이건 엄마의 마지막 소원이야. 너랑 효주가 결혼해야만 내가 마음 편히 갈 수 있을 것 같아. 그렇지 않다면 난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 거야!”강주환은 미간을 찌푸렸다. 고은희도 결국 고집을 꺾게 되었다.“네가 효주랑 결혼만 한다면, 윤 비서랑 계속 만나는 것도 상관하지 않으마.”강주환은 기쁜 기색을 보였다.“어머니, 그게 정말입니까? 정말로 제가 밖에서 누굴 만나든 상관하지 않으실 겁니까?”“그래, 상관하지 않겠다.”현재 그녀의 소원은 강주환이 빨리 안효주랑 결혼하는 것이었다.“...”강주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록 고은희가 한발 물러섰지만, 윤성아의 고집이 떠올랐다. 윤성아가 그의 아내가 되겠다는 말에 그는 여전히 고민하고 있었다.“주환아, 이런 내 요구도 들어줄 수 없는 거냐? 정말 내가 자식을 잘 못 키웠어!
그는 고은희의 바람대로 일단 안효주와 결혼식만 올리고 혼인신고는 안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바로 안효주와 끝낼 것이다. 여하간에 고은희는 위독한 상태였기에 그와 안효주의 결혼식은 열흘 뒤에 치르기로 했다. 그 소식을 들은 고은희는 바로 기뻐 어찌할 줄을 몰라 했다.그리고 그날, 강주환이 결혼한다는 소식에 F국에서 유학하고 있던 강주혜는 바로 고은희의 연락을 받고 귀국했다.20살 강주혜는 혼자 타국에서 유학 생활을 보내고 있었고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었다. 줄곧 그 중요한 시험을 위해 공부에만 몰두한 그녀였기에 고은희는 간암 말기라는 사실을 그녀에게 숨기고 있었다.강주혜는 집에 도착하게 되었다.“엄마, 오빠! 나왔어!”이때 강주환과 안효주의 결혼으로 기분이 아주 좋은 고은희가 나와 그녀를 맞이했다. 고은희는 전보다 한결 나아진 상태였다. 그녀는 강주환이 아무리 말려도 아들 결혼하기 전에 부정 타게 병원에 입원해 있을 수 없다며 퇴원을 고집했다. 고은희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던 강주환은 고은희의 뜻대로 퇴원하게 했다. 강주혜가 돌아오고 드디어 모인 세 사람은 함께 식사하게 되었다. 그리고 저녁 즈음, 강주환이 그녀의 방을 노크했다.“똑똑똑.”“네~”강주혜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강주환은 문을 밀고 들어갔다.“오빠, 이 늦은 시간에 나한테 무슨 볼일이 있어?”“응.”강주환은 사뭇 진지한 얼굴로 강주혜에게 말했다.“네가 계속 해외에서 시험 준비하느라 나랑 어머니가 너한테 숨긴 게 있어. 주혜야, 어머니가 많이 아프셔. 위독하신 상태야.”강주혜는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이었다. 믿기지 않는 듯 다시 강주환에게 되묻기도 했다.“오빠, 지금 몰래카메라 아니지? 엄마 아주 건강하게 잘 계시잖아. 엄마로 나한테 장난치다니, 그건 너무 심했어!”강주환이 말했다.“장난이 아니야.”그도 이 모든 게 사실이 아니길 바랐다. 하지만 현실은 아니었다.“주혜야, 어머니는 간암 말기셔. 얼마 못 버티신대.”“...”강주혜는 바로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강주환이 말했다.“그렇게 심각하진 않아.”그는 자세하게 알려주지는 않았다.“어머니는 지금 많이 아프신 상태야. 내가 만약 안효주랑 결혼하지 않겠다고 하면 치료도 거부하실 거라고. 심지어 내 앞에서 죽어도 눈을 편히 감지 못하겠다고 하셨어.”“...”강주혜는 몇 분간 침묵하게 되었다. 그러다 강주환에게 다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그래서 오빠는 정말로 안효주랑 결혼하려고? 정말 이 결혼을 그렇게 희생할 생각인 거야?”강주환이 말했다.“일단은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려야 하잖아.”밤 11시 무렵, 고은희는 이미 잠이 든 상태였다. 강주환은 몰래 운전하여 바닷가 별장으로 왔다. 고은희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떠난 뒤, 그는 안효주와 결혼에 대해 상의하는 일과 다른 회사 업무로 인해 며칠간 바삐 보냈고 그간 별장으로 찾아오지 못했다.그가 별장에 도착했을 땐, 전등이 전부 꺼져 있었고 윤성아도 잠이 든 상태였다.“대표님, 늦게 오셨네요?”도우미가 바로 그를 맞이하며 물었다.“네.”강주환은 대충 대답하고 바로 방으로 올라갔다. 열린 안방 창문 사이로 밤바람이 살랑이며 들어오고 있었고 은은한 달빛이 방안을 비추고 있었다. 강주환은 천천히 새근새근 잠이든 윤성아의 곁으로 다가가며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는 정장 겉옷과 긴 바지를 벗고 그녀의 곁에 누웠다. 애초에 그녀를 깨울 생각 없었던 그는 그리웠던 그녀를 품에 꼬옥 끌어안고 그대로 같이 잘 생각이었다. 하지만 코끝으로 풍겨오는 좋은 체향에 그는 순간 불끈 달아오르게 되었다. 강주환은 몸을 비스듬히 돌려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입술에서 전해지는 느낌에 윤성아도 잠에서 깨어나게 되었고 비몽사몽 한 모습으로 자신의 목에 얼굴을 박고 있는 남자를 꼬옥 끌어안으며 잠이 덜 깬 몽롱한 목소리로 말했다.“주환 씨, 이제야 온 거예요?”“응.”강주환은 별다른 말 없이 계속 그녀의 입술만 탐했다. 그는 아주 급해 보였다.“주환 씨...”“쉬이, 착하지. 그동안 네가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
그는 큰 손으로 윤성아의 턱을 들어 올렸다.“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 너 아직도 원이림이랑 연락하고 지내잖아! 그동안 원이림이 너한테 몇 번이나 연락했어, 말해. 매번 연락할 때마다 너를 달래서 도망치려고 하지?”“...”윤성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이림은 확실히 그녀에게 몇 번이나 어디냐고, 같이 떠나자고 말하며 연락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전부 거절했다. 공항에서 이미 강주환에게 붙잡혀 끌려왔기에 그녀는 더는 원이림에 피해를 줄 수 없었고 도망을 치려면 그녀는 혼자 쳐야 한다고 생각했다.두 사람은 그렇게 싸우게 되었다. 강주환이 윤성아에게 말했다.“모든 것이 해결되기 전까지 넌 이 별장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가! 도망갈 생각도 하지 마! 난 두 번 다시 원이림이 널 데리고 도망가는 기회를 주지 않을 거고, 너도 내 말대로 하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그는 싸늘한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 눈웃음을 지으며 경고하듯 윤성아에게 말했다.“내가 직접 원이림의 모든 것을 부숴버릴 테니까!”다음날.윤성아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별장에서 밥을 먹고 산책을 했다. 그리고 다시 방으로 돌아가 책을 읽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딴 곳에 가 있었다.‘어떻게 이곳을 빠져나가지?'그녀가 이 호화로운 별장으로 끌려온 후로부터 이곳에 갇혀 지내게 되었고 마치 새장 속에 갇힌 새가 된 기분이었다. 그녀는 더는 이렇게 살아갈 수 없었고 강주환 곁을 떠나야만 했다. 더는 그의 말에 속아 이곳에 갇혀 그의 내연녀 노릇을 해서는 안 되었다.어느덧 저녁.윤성아는 저녁을 먹은 후 바로 방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큰 침대에 벌러덩 누워 핸드폰을 보았다. 그러자 바로 호진 그룹의 대표와 한연 그룹의 딸이 결혼한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그녀는 그렇게 멍하니 기사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시간은 빠르게 새벽이 되었다. 이 시각은 별장의 집사와 모든 도우미가 잠든 시간이었고 경호원만 그저 문 앞을 지키며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강주환은 오지 않았다. 어
강주환은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윤성아를 따라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허공에서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내 허락 없이는 어디도 가지 마! 죽을 생각도 하지 마!”강주환의 목소리는 귀를 울리는 바람 소리보다도 컸다. 그리고 윤성아의 귀가에서 부드럽게 울려 퍼졌다.강주환은 힘 있는 손으로 윤성아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는 꼭 감고 있던 눈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번쩍 뜨면서 말했다.“대표님, 왜...?”집사와 경호원들이 윤성아를 찾고 있을 때 그녀는 산 중턱에 있었다. 지면과는 꽤 높이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지면에 떨어지기 전에 비탈길이 하나 더 있었다.윤성아는 뇌가 정지된 것 같아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도 허공에서 강주환과 꼭 끌어안은 채 힘껏 몸을 돌렸다. 자신이 아래로 향하도록 말이다.퍽!두 사람은 커다란 울림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타악!”“악!”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윤성아의 비명은 거의 동시에 들려왔다.강주환은 곧바로 몸을 일으켜 윤성아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녀의 다리뼈가 완전히 부러진 것을 보고는 안색이 무섭게 어두워졌다.“너 바보야? 내가 일부러 아래쪽에 있었는데 몸을 돌리긴 왜 돌려!”윤성아의 안색은 아주 창백했다.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통증으로 인해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녀는 어떻게든 참담한 미소를 짜내며 덤덤하게 말했다.“저는 더 이상 대표님한테 빚지고 싶지 않아요.”“...”“제발 저를 놓아줘요. 뭐 어차피 제가 계속 도망갈 거지만요.”윤성아는 고집스러운 표정으로 강주환을 직시하면서 말했다. 통증으로 일그러진 표정과 다르게 말투는 확고하기만 했다.“저는 죽는 한이 있더라고 대표님한테서 벗어나고 말 거예요!”골절의 통증은 도무지 맨정신으로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골절뿐만 아니라 윤성아는 수십 미터의 높이에서 인간 매트가 되어 강주환과 함께 떨어졌기 때문에 몸에 성한 곳이 없었다. 돌부리에 부딪힌 머리에서는 지금도 피가 줄줄 흐르
의사가 떠난 다음 방안에는 강주환과 윤성아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하룻밤 꼬박 새운 강주환은 초췌한 얼굴로 윤성아를 바라보면서 말했다.“도대체 언제까지 고집을 부릴 거야? 굳이 너도 다치고 나도 다쳐야만 속이 후련하겠어?”윤성아는 말 못 할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감정 하나 없는 얼굴로 덤덤하게 말했다.“이게 대표님이 원하는 거잖아요.”“내가 언제 그런 걸 원했다고 그래?”강주환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물었다. 그는 윤성아가 얌전히 자신의 곁에 있어 주기를 바랐다. 그러면 얼마든지 사랑과 정성을 줄 수 있었다. 아내의 자리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그저 아직은 기다림이 필요할 뿐이었다.“하하...”윤성아는 차가운 웃음소리를 냈다. 어두운 눈동자는 아무런 빛도 없이 공허하기만 했다.“제가 도망을 가면 다리를 부러뜨린다고 했죠? 다행히 대표님 손 더럽힐 것 없이 스스로 부러졌네요.”말을 마친 윤성아는 자기 다리를 바라보면서 피식 비웃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머리를 들어 강주환과 눈을 마주쳤다. 여전히 차갑고 공허하지만 고집스러운 눈빛으로 말이다.“저는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다리가 부러졌다고 해도 계속 도망갈 거라고요.”“계속?”“네! 죽기 전까지 계속!”“고집 좀 그만 부려, 제발.”강주환의 목소리는 피곤함으로 인해 걸걸해졌다. 태도도 난생처음 이토록 비굴했다.“난 그냥 너랑 같이 있고 싶을 뿐이야. 그러니 제발 그만하자, 응? 네가 원하는 모든 걸 다 줄게.”윤성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을 해봤자 강주환이 들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미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설득의 말은 들어줄 필요도 없었다.그녀는 머리를 홱 돌리더니 눈을 감아버렸다. 더 이상 강주환을 보기도 싫다는 뜻이었다. 강주환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가슴 아프면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강주환은 그날 밤도 떠나지 않고 윤성아의 곁을 지켰다. 말 한마디 못 나눈다고 해도 저녁에 함께 잠들 수 있는 것만으로 충분했다.이튿날, 강주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