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큰 손으로 윤성아의 턱을 들어 올렸다.“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 너 아직도 원이림이랑 연락하고 지내잖아! 그동안 원이림이 너한테 몇 번이나 연락했어, 말해. 매번 연락할 때마다 너를 달래서 도망치려고 하지?”“...”윤성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이림은 확실히 그녀에게 몇 번이나 어디냐고, 같이 떠나자고 말하며 연락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전부 거절했다. 공항에서 이미 강주환에게 붙잡혀 끌려왔기에 그녀는 더는 원이림에 피해를 줄 수 없었고 도망을 치려면 그녀는 혼자 쳐야 한다고 생각했다.두 사람은 그렇게 싸우게 되었다. 강주환이 윤성아에게 말했다.“모든 것이 해결되기 전까지 넌 이 별장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가! 도망갈 생각도 하지 마! 난 두 번 다시 원이림이 널 데리고 도망가는 기회를 주지 않을 거고, 너도 내 말대로 하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그는 싸늘한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 눈웃음을 지으며 경고하듯 윤성아에게 말했다.“내가 직접 원이림의 모든 것을 부숴버릴 테니까!”다음날.윤성아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별장에서 밥을 먹고 산책을 했다. 그리고 다시 방으로 돌아가 책을 읽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딴 곳에 가 있었다.‘어떻게 이곳을 빠져나가지?'그녀가 이 호화로운 별장으로 끌려온 후로부터 이곳에 갇혀 지내게 되었고 마치 새장 속에 갇힌 새가 된 기분이었다. 그녀는 더는 이렇게 살아갈 수 없었고 강주환 곁을 떠나야만 했다. 더는 그의 말에 속아 이곳에 갇혀 그의 내연녀 노릇을 해서는 안 되었다.어느덧 저녁.윤성아는 저녁을 먹은 후 바로 방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큰 침대에 벌러덩 누워 핸드폰을 보았다. 그러자 바로 호진 그룹의 대표와 한연 그룹의 딸이 결혼한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그녀는 그렇게 멍하니 기사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시간은 빠르게 새벽이 되었다. 이 시각은 별장의 집사와 모든 도우미가 잠든 시간이었고 경호원만 그저 문 앞을 지키며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강주환은 오지 않았다. 어
강주환은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윤성아를 따라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허공에서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내 허락 없이는 어디도 가지 마! 죽을 생각도 하지 마!”강주환의 목소리는 귀를 울리는 바람 소리보다도 컸다. 그리고 윤성아의 귀가에서 부드럽게 울려 퍼졌다.강주환은 힘 있는 손으로 윤성아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는 꼭 감고 있던 눈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번쩍 뜨면서 말했다.“대표님, 왜...?”집사와 경호원들이 윤성아를 찾고 있을 때 그녀는 산 중턱에 있었다. 지면과는 꽤 높이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지면에 떨어지기 전에 비탈길이 하나 더 있었다.윤성아는 뇌가 정지된 것 같아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도 허공에서 강주환과 꼭 끌어안은 채 힘껏 몸을 돌렸다. 자신이 아래로 향하도록 말이다.퍽!두 사람은 커다란 울림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타악!”“악!”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윤성아의 비명은 거의 동시에 들려왔다.강주환은 곧바로 몸을 일으켜 윤성아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녀의 다리뼈가 완전히 부러진 것을 보고는 안색이 무섭게 어두워졌다.“너 바보야? 내가 일부러 아래쪽에 있었는데 몸을 돌리긴 왜 돌려!”윤성아의 안색은 아주 창백했다.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통증으로 인해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녀는 어떻게든 참담한 미소를 짜내며 덤덤하게 말했다.“저는 더 이상 대표님한테 빚지고 싶지 않아요.”“...”“제발 저를 놓아줘요. 뭐 어차피 제가 계속 도망갈 거지만요.”윤성아는 고집스러운 표정으로 강주환을 직시하면서 말했다. 통증으로 일그러진 표정과 다르게 말투는 확고하기만 했다.“저는 죽는 한이 있더라고 대표님한테서 벗어나고 말 거예요!”골절의 통증은 도무지 맨정신으로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골절뿐만 아니라 윤성아는 수십 미터의 높이에서 인간 매트가 되어 강주환과 함께 떨어졌기 때문에 몸에 성한 곳이 없었다. 돌부리에 부딪힌 머리에서는 지금도 피가 줄줄 흐르
의사가 떠난 다음 방안에는 강주환과 윤성아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하룻밤 꼬박 새운 강주환은 초췌한 얼굴로 윤성아를 바라보면서 말했다.“도대체 언제까지 고집을 부릴 거야? 굳이 너도 다치고 나도 다쳐야만 속이 후련하겠어?”윤성아는 말 못 할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감정 하나 없는 얼굴로 덤덤하게 말했다.“이게 대표님이 원하는 거잖아요.”“내가 언제 그런 걸 원했다고 그래?”강주환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물었다. 그는 윤성아가 얌전히 자신의 곁에 있어 주기를 바랐다. 그러면 얼마든지 사랑과 정성을 줄 수 있었다. 아내의 자리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그저 아직은 기다림이 필요할 뿐이었다.“하하...”윤성아는 차가운 웃음소리를 냈다. 어두운 눈동자는 아무런 빛도 없이 공허하기만 했다.“제가 도망을 가면 다리를 부러뜨린다고 했죠? 다행히 대표님 손 더럽힐 것 없이 스스로 부러졌네요.”말을 마친 윤성아는 자기 다리를 바라보면서 피식 비웃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머리를 들어 강주환과 눈을 마주쳤다. 여전히 차갑고 공허하지만 고집스러운 눈빛으로 말이다.“저는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다리가 부러졌다고 해도 계속 도망갈 거라고요.”“계속?”“네! 죽기 전까지 계속!”“고집 좀 그만 부려, 제발.”강주환의 목소리는 피곤함으로 인해 걸걸해졌다. 태도도 난생처음 이토록 비굴했다.“난 그냥 너랑 같이 있고 싶을 뿐이야. 그러니 제발 그만하자, 응? 네가 원하는 모든 걸 다 줄게.”윤성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을 해봤자 강주환이 들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미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설득의 말은 들어줄 필요도 없었다.그녀는 머리를 홱 돌리더니 눈을 감아버렸다. 더 이상 강주환을 보기도 싫다는 뜻이었다. 강주환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가슴 아프면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강주환은 그날 밤도 떠나지 않고 윤성아의 곁을 지켰다. 말 한마디 못 나눈다고 해도 저녁에 함께 잠들 수 있는 것만으로 충분했다.이튿날, 강주환은
강주혜는 화난 표정으로 언성을 높였다.“오빠 진짜 너무하네! 언니, 근데 오빠가 언니를 좋아한다는 것만큼은 내가 보장해요! 안 그러면 지금처럼 끈질기게 찾아오지도 않았을 거예요.”윤성아는 한쪽 입꼬리를 씩 올리면서 덤덤하게 말했다.“대표님이 좋아하는 건 제 몸일 뿐이에요.”“...”강주혜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윤성아가 오해한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아니에요. 오빠는 진심으로 비서 언니를 좋아해요. 안효주랑 결혼하는 것도 내키지 않아 하고 있어요. 그저 엄마가 몸이 안 좋아서 거절 못하고 있을 뿐이에요.”강주혜는 강주환을 대신해 주절주절 설명했다.“만약 언니도 오빠를 좋아한다면 믿음을 줘요! 오빠가 절대 실망하게 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엄마는 제가 설득해 볼게요. 엄마는 건강으로 오빠를 협박하지 않고, 오빠는 자신을 희생하면서 엄마를 속이지 않도록 말이에요! 언니는 그냥 건강을 회복하는 데 집중해요.”말을 마친 강주혜는 불같이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바로 고은희를 찾아가 다짜고짜 말했다.“엄마, 오빠는 안효주랑 결혼하는 걸 원하지 않아요. 그 여자를 좋아하지도 않는다고요. 그 여자는 처음부터 엄마 앞에서 착한 척 연기하고 있었어요. 오빠를 억지로 결혼시켜 봤자 행복하지 못할 거예요.”강주혜는 한껏 진지하게 말했다. 갑자기 이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던 고은희는 미간을 찌푸렸다.“주혜야, 왕관을 쓰려면 그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법이야. 재벌가에서 태어나 평생 하고 싶은 대로 할 수는 없지. 나도 네 아빠와 정략결혼을 했어. 내가 홀몸으로 너와 네 오빠를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너도 알지?”고은희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면서 강주혜에게 말했다.“엄마는 이제 나이도 많고 몸도 안 좋아서 얼마 더 살 수 있을지 몰라. 나는 별다른 요구가 없어. 그냥 너와 네 오빠가 회사를 잘 운영하면서 좋은 집안사람과 결혼해 애만 낳으면 돼. 좋은 집안사람이랑 결혼해야 귀찮은 일에 휘말리지 않지. 회사에도 도움이 될 수 있고.”“그건 아니
윤정월은 후에도 카메라에 몇 번이나 잡혔다. 윤성아는 그녀가 안효주를 만나려 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안효주가 안진강과 팔짱을 끼고 입장할 때는 신부의 어머니라도 되는 것처럼 눈물을 줄줄 흘렸으니 말이다.윤성아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다. 카메라가 윤정월을 스치고 지나가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를 비췄기 때문이다.깔끔한 차림새의 강주환은 오늘도 아주 잘생겼다. 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가더니 안진강의 손에서 안효주를 건네받았다. 그리고 나란히 함께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윤성아는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주르륵 흘러내리는 눈물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녀는 드디어 핸드폰을 끄고 창밖의 맑은 햇살을 바라봤다. 그렇게 한참이나 말이다.초저녁, 도우미는 저녁 식사를 준비해서 방으로 가져다줬다. 하지만 음식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던 윤성아는 결국 또 식사를 거르고 말았다.윤성아는 다리가 부러진 후로 이미 이틀이나 밥을 먹지 않았다. 그래서 집사는 어쩔 수 없이 강주환에게 전화를 걸었다.“도련님, 성아 씨가 오늘도 식사를 거절했어요.”강주환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고은희와 안효주가 걸어오는 것을 보고 작은 목소리로 당부의 말만 전한 채 금방 전화를 끊었다.“주환아, 오늘은 네 결혼식이다. 얼른 나가서 하객들을 만나야지 여기서 전화나 하고 있으면 어떡하니?”고은희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질책했다. 그리고 안효주를 강주환의 곁에 세우면서 그녀에게 말했다.“주환이를 잘 보고 있으렴. 결혼식 날까지 다른 일을 하는 건 절대 안 된다.”“네, 어머님.”안효주는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하더니 강주환과 함께 하객들을 만나러 갔다.결혼식을 끝내고 두 사람이 함께 호텔에 돌아갔을 때는 어느덧 저녁 10시가 되었다. 안효주는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오늘 밤 강주환과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예상과 다르게 강주환은 바로 떠나려고 했다.“주환 씨, 어디
윤성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강주환이 무슨 말을 하든 반응을 해주지 않았다. 결국 폭발하고 만 강주환은 그녀에게 다가가 있는 힘껏 입을 맞췄다.“이거 놔요.”윤성아는 강주환을 밀어내려고 버둥거렸다. 하지만 이틀이나 밥을 먹지 않은 그녀는 강주환을 밀어낼 만한 힘이 없었다. 더구나 다리는 깁스로 인해 움직일 수도 없었다.“그래도 이젠 말할 줄 아네.”강주환은 불꽃 튀는 눈빛으로 윤성아를 바라보면서 말했다.“번마다 이렇게 벌을 받아야 얌전해지지.”“...”강주환의 태도는 금세 다시 부드러워졌다. 그는 다정한 눈빛으로 윤정아를 바라보면서 나긋하게 말했다.“난 이미 네 향기에 중독됐어. 너 없이는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안효주와 결혼식을 올린 건 어머니의 눈을 가리기 위해서야. 서류상 나는 아직 미혼이고 그 여자를 건드릴 일은 절대 없어.”“저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강주환은 감정 없는 얼음덩이를 마주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의 주체가 되지 않는 열정은 어디에도 풀 곳이 없었다.“정말 상관없어? 윤성아, 넌 내 여자야. 내가 유일하게 신경 쓰는 여자! 끊고 싶어도 끊어내지 못하는 여자! 너도 나를 원하고 있잖아. 근데 왜 자꾸 아닌 척하는 거야, 응?”강주환은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또다시 입술을 겹쳤다. 평소보다 급하고 열정적인 키스에 윤성아는 숨 쉴 틈도 없었다. 그는 그렇듯 공격적으로 그녀의 모든 것을 탐했다.몸에 힘이 빠져버린 윤성아는 차마 강주환을 밀어내지 못했다. 그저 묵묵히 삼켜질 것만 같은 키스를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었다. 고요한 방안에는 야릇한 숨소리로 가득했다.“성아야, 난 너 없으면 안 돼.”강주환은 걸걸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표정은 선서라도 하는 것처럼 진지했다. 그는 윤성아의 얇은 허리를 꽉 끌어안은 채 그녀의 귀가에서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너도 나를 좋아하지? 맞지?”고요한 밤, 깔끔하게 정돈된 바닷가 별장은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했다. 정원의 중앙에 위치한 분수는 따듯한 물을 내
강주환은 싸늘한 눈빛으로 안효주를 바라보면서 말했다.“나는 죽었다 깨나도 너한테 그런 생각이 들 리가 없어. 그러니 모욕을 자초하는 일은 그만둬. 내가 전에도 말했지, 이건 어디까지나 가짜 결혼일 뿐이라고. 어머니의 눈가리개 주제에 나대지 좀 마.”강주환은 앞으로 한 발짝 걸어가더니 위험하게 번뜩이는 눈빛으로 협박했다.“만약 어머니가 네 말을 듣고 찾아온 거라면 난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그리고 내일 중으로 안심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머리를 굴려봐. 안 그러면...”강주환이 안효주와 결혼한 이유는 그녀가 꽤 고분고분한 연기 파트너였기 때문이다. 만약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강주환은 언제든지 이 연극을 그만둘 수 있었다.안효주도 그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세차게 머리를 흔들면서 말했다.“저 진짜 아니에요! 믿어줘요, 주환 씨. 저는 어머님께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안효주는 아직 이 연극을 끝내고 싶지 않았다. 비록 정식 부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고은희는 그녀를 완벽한 아내이자 며느리라고 생각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성대한 결혼식까지 올렸으니, 그녀는 노력한다면 무조건 서류상의 부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지금껏 힘들게 쌓아온 것을 무너뜨리고 연극을 끝내는 것은 무엇보다도 싫었다. 그래서 안효주는 주먹을 불끈 쥐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요, 주환 씨. 제가 날이 밝는 대로 어머님을 설득해 볼게요. 빨리 댁으로 돌아가시도록 안심도 시켜드릴게요.”강주환은 만족스럽게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안효주를 바라보면서 말했다.“침대로 가서 이불 덮고 있어. 그 더러운 몸으로 내 눈앞에서 알짱대지 말고.”“...”안효주는 아무리 불만이 있다고 해도 강주환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저벅저벅 침대 위로 가서 눕더니 자기 몸을 이불로 꽁꽁 싸맸다. 눈빛에는 질투와 독기가 잔뜩 서려 있었다.그래도 안효주는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아직 향초가 있었기 때문이다. 향초에 섞은 약이 향기와 함께 방
강주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나엽에게 말했다.“윤성아는 내 여자야. 지금 어디에 있든 남인 네가 알 필요는 없어.”“저는 성아 씨의 친구예요!”나엽은 선을 확실히 그었다. 그리고 일렁이는 눈동자로 강주환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대표님은 이미 결혼했잖아요. 근데 왜 성아 씨를 풀어주지 않는 거예요? 성아 씨는 대표님의 내연녀가 되기를 원하지 않아요. 이제는 제발 성아 씨가 저와 함께 떠날 수 있도록 놓아줘요. 대표님이 줄 수 없는 미래를 저는 줄 수 있으니까요.”강주환의 눈빛은 무섭도록 어두워졌다. 그러고는 피식 웃으면서 나엽에게 말했다.“성아가 허락할 것 같아?”“... 그럼 저는 성아 씨가 원하는 대로 해줄 거예요. 여기서 중요한 건 저는 성아 씨와 함께 미래를 계획할 마음이 있다는 거예요. 저는 성아 씨와 함께 있어 주고 지켜줄 수 있어요. 감금과 납치가 아니라요! 대표님은 너무 난폭하고 이기적이에요. 성아 씨가 대표님한테서 벗어나고 싶다는걸, 내연녀 짓을 그만두고 싶다는 걸 뻔히 알면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성아 씨를 이만큼 망가뜨린 것으로 모자라요?”“너랑은 상관없는 일이야.”강주환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의 태도에 나엽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나엽은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강주환의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 진짜 때릴 기세로 주먹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강주환의 표정은 덤덤하기만 했다. 그를 바라보는 눈빛은 얼음같이 차가웠다.“나를 때린 결과가 두렵지 않아? 무엇보다 내가 너를 무서워할 것 같아?”나엽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위협적으로 들어 올린 주먹도 내리지 않았다. 그리고 강주환의 멱살을 잡은 손에 힘을 더하며 싸늘하게 말했다.“야 이 개자식아! 연예계에서 퇴출시키겠다는 협박은 성아 씨한테나 통하는 거야. 난 전혀 두렵지 않아. 오늘은 네 자식을 응급실에 보내야만 분이 풀릴 것 같으니까 입이나 다물어.”나엽이 주먹을 휘두르려는 찰나 누군가가 그의 팔을 꽉 잡았다. 그는 다름 아닌 나엽의 매니저였다. 그는 젖 먹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