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월은 후에도 카메라에 몇 번이나 잡혔다. 윤성아는 그녀가 안효주를 만나려 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안효주가 안진강과 팔짱을 끼고 입장할 때는 신부의 어머니라도 되는 것처럼 눈물을 줄줄 흘렸으니 말이다.윤성아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다. 카메라가 윤정월을 스치고 지나가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를 비췄기 때문이다.깔끔한 차림새의 강주환은 오늘도 아주 잘생겼다. 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가더니 안진강의 손에서 안효주를 건네받았다. 그리고 나란히 함께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윤성아는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주르륵 흘러내리는 눈물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녀는 드디어 핸드폰을 끄고 창밖의 맑은 햇살을 바라봤다. 그렇게 한참이나 말이다.초저녁, 도우미는 저녁 식사를 준비해서 방으로 가져다줬다. 하지만 음식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던 윤성아는 결국 또 식사를 거르고 말았다.윤성아는 다리가 부러진 후로 이미 이틀이나 밥을 먹지 않았다. 그래서 집사는 어쩔 수 없이 강주환에게 전화를 걸었다.“도련님, 성아 씨가 오늘도 식사를 거절했어요.”강주환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고은희와 안효주가 걸어오는 것을 보고 작은 목소리로 당부의 말만 전한 채 금방 전화를 끊었다.“주환아, 오늘은 네 결혼식이다. 얼른 나가서 하객들을 만나야지 여기서 전화나 하고 있으면 어떡하니?”고은희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질책했다. 그리고 안효주를 강주환의 곁에 세우면서 그녀에게 말했다.“주환이를 잘 보고 있으렴. 결혼식 날까지 다른 일을 하는 건 절대 안 된다.”“네, 어머님.”안효주는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하더니 강주환과 함께 하객들을 만나러 갔다.결혼식을 끝내고 두 사람이 함께 호텔에 돌아갔을 때는 어느덧 저녁 10시가 되었다. 안효주는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오늘 밤 강주환과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예상과 다르게 강주환은 바로 떠나려고 했다.“주환 씨, 어디
윤성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강주환이 무슨 말을 하든 반응을 해주지 않았다. 결국 폭발하고 만 강주환은 그녀에게 다가가 있는 힘껏 입을 맞췄다.“이거 놔요.”윤성아는 강주환을 밀어내려고 버둥거렸다. 하지만 이틀이나 밥을 먹지 않은 그녀는 강주환을 밀어낼 만한 힘이 없었다. 더구나 다리는 깁스로 인해 움직일 수도 없었다.“그래도 이젠 말할 줄 아네.”강주환은 불꽃 튀는 눈빛으로 윤성아를 바라보면서 말했다.“번마다 이렇게 벌을 받아야 얌전해지지.”“...”강주환의 태도는 금세 다시 부드러워졌다. 그는 다정한 눈빛으로 윤정아를 바라보면서 나긋하게 말했다.“난 이미 네 향기에 중독됐어. 너 없이는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안효주와 결혼식을 올린 건 어머니의 눈을 가리기 위해서야. 서류상 나는 아직 미혼이고 그 여자를 건드릴 일은 절대 없어.”“저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강주환은 감정 없는 얼음덩이를 마주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의 주체가 되지 않는 열정은 어디에도 풀 곳이 없었다.“정말 상관없어? 윤성아, 넌 내 여자야. 내가 유일하게 신경 쓰는 여자! 끊고 싶어도 끊어내지 못하는 여자! 너도 나를 원하고 있잖아. 근데 왜 자꾸 아닌 척하는 거야, 응?”강주환은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또다시 입술을 겹쳤다. 평소보다 급하고 열정적인 키스에 윤성아는 숨 쉴 틈도 없었다. 그는 그렇듯 공격적으로 그녀의 모든 것을 탐했다.몸에 힘이 빠져버린 윤성아는 차마 강주환을 밀어내지 못했다. 그저 묵묵히 삼켜질 것만 같은 키스를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었다. 고요한 방안에는 야릇한 숨소리로 가득했다.“성아야, 난 너 없으면 안 돼.”강주환은 걸걸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표정은 선서라도 하는 것처럼 진지했다. 그는 윤성아의 얇은 허리를 꽉 끌어안은 채 그녀의 귀가에서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너도 나를 좋아하지? 맞지?”고요한 밤, 깔끔하게 정돈된 바닷가 별장은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했다. 정원의 중앙에 위치한 분수는 따듯한 물을 내
강주환은 싸늘한 눈빛으로 안효주를 바라보면서 말했다.“나는 죽었다 깨나도 너한테 그런 생각이 들 리가 없어. 그러니 모욕을 자초하는 일은 그만둬. 내가 전에도 말했지, 이건 어디까지나 가짜 결혼일 뿐이라고. 어머니의 눈가리개 주제에 나대지 좀 마.”강주환은 앞으로 한 발짝 걸어가더니 위험하게 번뜩이는 눈빛으로 협박했다.“만약 어머니가 네 말을 듣고 찾아온 거라면 난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그리고 내일 중으로 안심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머리를 굴려봐. 안 그러면...”강주환이 안효주와 결혼한 이유는 그녀가 꽤 고분고분한 연기 파트너였기 때문이다. 만약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강주환은 언제든지 이 연극을 그만둘 수 있었다.안효주도 그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세차게 머리를 흔들면서 말했다.“저 진짜 아니에요! 믿어줘요, 주환 씨. 저는 어머님께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안효주는 아직 이 연극을 끝내고 싶지 않았다. 비록 정식 부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고은희는 그녀를 완벽한 아내이자 며느리라고 생각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성대한 결혼식까지 올렸으니, 그녀는 노력한다면 무조건 서류상의 부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지금껏 힘들게 쌓아온 것을 무너뜨리고 연극을 끝내는 것은 무엇보다도 싫었다. 그래서 안효주는 주먹을 불끈 쥐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요, 주환 씨. 제가 날이 밝는 대로 어머님을 설득해 볼게요. 빨리 댁으로 돌아가시도록 안심도 시켜드릴게요.”강주환은 만족스럽게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안효주를 바라보면서 말했다.“침대로 가서 이불 덮고 있어. 그 더러운 몸으로 내 눈앞에서 알짱대지 말고.”“...”안효주는 아무리 불만이 있다고 해도 강주환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저벅저벅 침대 위로 가서 눕더니 자기 몸을 이불로 꽁꽁 싸맸다. 눈빛에는 질투와 독기가 잔뜩 서려 있었다.그래도 안효주는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아직 향초가 있었기 때문이다. 향초에 섞은 약이 향기와 함께 방
강주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나엽에게 말했다.“윤성아는 내 여자야. 지금 어디에 있든 남인 네가 알 필요는 없어.”“저는 성아 씨의 친구예요!”나엽은 선을 확실히 그었다. 그리고 일렁이는 눈동자로 강주환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대표님은 이미 결혼했잖아요. 근데 왜 성아 씨를 풀어주지 않는 거예요? 성아 씨는 대표님의 내연녀가 되기를 원하지 않아요. 이제는 제발 성아 씨가 저와 함께 떠날 수 있도록 놓아줘요. 대표님이 줄 수 없는 미래를 저는 줄 수 있으니까요.”강주환의 눈빛은 무섭도록 어두워졌다. 그러고는 피식 웃으면서 나엽에게 말했다.“성아가 허락할 것 같아?”“... 그럼 저는 성아 씨가 원하는 대로 해줄 거예요. 여기서 중요한 건 저는 성아 씨와 함께 미래를 계획할 마음이 있다는 거예요. 저는 성아 씨와 함께 있어 주고 지켜줄 수 있어요. 감금과 납치가 아니라요! 대표님은 너무 난폭하고 이기적이에요. 성아 씨가 대표님한테서 벗어나고 싶다는걸, 내연녀 짓을 그만두고 싶다는 걸 뻔히 알면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성아 씨를 이만큼 망가뜨린 것으로 모자라요?”“너랑은 상관없는 일이야.”강주환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의 태도에 나엽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나엽은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강주환의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 진짜 때릴 기세로 주먹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강주환의 표정은 덤덤하기만 했다. 그를 바라보는 눈빛은 얼음같이 차가웠다.“나를 때린 결과가 두렵지 않아? 무엇보다 내가 너를 무서워할 것 같아?”나엽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위협적으로 들어 올린 주먹도 내리지 않았다. 그리고 강주환의 멱살을 잡은 손에 힘을 더하며 싸늘하게 말했다.“야 이 개자식아! 연예계에서 퇴출시키겠다는 협박은 성아 씨한테나 통하는 거야. 난 전혀 두렵지 않아. 오늘은 네 자식을 응급실에 보내야만 분이 풀릴 것 같으니까 입이나 다물어.”나엽이 주먹을 휘두르려는 찰나 누군가가 그의 팔을 꽉 잡았다. 그는 다름 아닌 나엽의 매니저였다. 그는 젖 먹던
강주환은 어두운 눈빛으로 윤성아를 바라보면서 말했다.“만약 내가 생각이 바뀌었다면 또 단식투쟁 할 거야?”윤성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침묵이 가장 좋은 대답이었다.“알았어.”윤성아의 전적에 겁먹은 강주환은 해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밥 안 먹겠다고 시위하는 모습은 더는 보기 싫었다. 생기를 잃고 죽어가는 그녀의 모습만큼 무서운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떠나도록 내버려 두는 것도 너무 싫었다.이때 강주환은 갑자기 떠올랐다. 만약 윤성아가 임신한다면 아이를 위해서라도 자신의 곁에 남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말이다.“네가 떠나는 건 허락할게. 근데 난 네가 아닌 다른 여자를 건드리지도 않을 거야. 어머니는 손주 안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네가 떠나면 우리 집안은 대가 끊기게 되겠지.”강주환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윤성아를 바라보면서 말했다.“나를 떠나고 싶다면 먼저 애를 낳아줘. 네가 애를 낳은 다음에도 마음이 변하지 않으면 그냥 보내줄게. 애는 네가 신경 쓸 필요 없도록 내가 알아서 돌볼 테니까.”윤성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강주환을 바라봤다. 그의 어처구니없는 요구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지경이었다.“하하...”윤성아는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슬프고 처참한 웃음이었다.강주환의 말을 듣고 윤성아는 짧게 존재했다가 사라진 아이가 떠올랐다. 그래서 창백한 안색으로 그를 노려보면서 말했다.“풀어주겠다고 한 건 처음부터 거짓말이었죠! 대표님은 단 한 번도 저를 풀어줄 생각이 없었죠!”“이번에는 진심이야.”강주환은 깊은 눈으로 윤성아를 바라봤다.“네가 애만 낳아준다면 어디로 떠나든 간섭하지 않을게.”“말도 안 돼요! 그건 꿈도 꾸지 말아요!”강주환은 미간을 찌푸리고 갑자기 흥분한 윤성아를 바라봤다.“그럼 떠나지 마. 내 곁에서 함께 있어 주든가, 아니면 아이를 낳아주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강주환은 애초에 윤성아를 보내줄 마음이 없었다. 애를 낳아달라는 것도 그
자기 몸에 손을 댔던 여자가 집 문 앞까지 찾아오자 안효주는 이가 바득바득 갈렸다. 그래서 차가운 표정으로 팔짱으로 끼고 윤정월이 앞으로 걸어갔다.“여기서 뭐 해요?”윤정월은 20여 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딸 안효주와 마주한 순간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팔을 벌리며 다가가서 그녀를 끌어안으려고 했다.“가까이 오지 마요!”안효주는 인상을 쓰면서 뒤로 물러났다. 윤정월에게 맞아 아프던 배와 얼굴이 아직도 기억났기 때문이다. 만약 윤정월이 그녀를 윤성아로 오해해 때린 것이 아니었다면 진작 경호원에게 끌고 가라고 지시했을 것이다.“효주야, 나 엄마야.”윤정월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말했다.“내가 네 친엄마야. 20여 년 전에 너를 낳아준 친엄마라고!”윤정월은 잔뜩 감격한 채로 앞으로 걸어 나갔다. 안효주를 한 번이라도 안아보려고 말이다. 하지만 안효주는 단호하게 미간을 찌푸리면서 그녀를 밀어냈다.“이거 완전 미친년 아니야, 꺼져!”“내가 네 친엄마라니까? 효주야, 내 얘기를 들어줘...”윤정월은 자꾸만 질척거리면서 자신의 얘기를 들어달라고 했다. 하지만 안효주는 쓰레기라도 보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밀어내려고만 했고 급기야 발을 들어 그녀의 배를 강타했다.“제기랄, 이게 어디서 주제도 모르고 헛소리를 지껄여요. 당신 옷차림이나 내려다봐요. 당신 같은 사람이 어떻게 내 어머니일 수가 있어요? 저는 안씨 집안의 딸이에요. 당신 딸은 윤성아 그 천한 년이고요!”안 그래도 화가 머리끝까지 솟아 있던 안효주는 거의 소리 지르다시피 말했다.“당신 딸한테 제발 내 남편을 건드리지 말라고 전해줘요. 그러고 보니 당신은 알고 있죠? 그 여자 지금 어디 있어요?! 그 여자는 어디에 두고 내 앞에 와서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예요?!”안효주는 말하면서 윤정월의 배를 힘껏 찼다. 그리고 거만한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면서 말했다.“그 여자 행방을 알려준다면 돈을 줄게요. 대신 거짓 정보를 준다면 다시는 말하지 못하도록 그 입을 찢어버릴 줄 알아요
“윤성아는 알아요?”안효주의 질문에 윤정월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대답했다.“아니, 내가 성아한테 알려줄 리가 있겠어? 효주야, 걱정하지 마. 그년은 아무것도 모를 거야. 너한테서 뭘 빼앗을 생각도 하지 못할 거야.”안효주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또다시 물었다.“윤성아 지금 어디 있어요?”“네가 내 친딸이라는 걸 발견하고 나서 그년이 강주환 대표를 빼앗거나 안씨 집안사람을 찾아갈까 봐 원이림 대표랑 떠나라고 부추겼어. 다시는 운성시와 영주시에 발을 들이지 않도록 말이야!”안효주는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의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확실해요?”윤정월은 크게 머리를 끄덕였다. 왜냐하면 그녀는 윤성아가 원이림과 함께 출국하는 모습을 똑똑히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명 틀림없을 것으로 여겼다.안효주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역시 돈 없는 것들은 하나같이 멍청해. 당신 딸은 떠나지 않았어요. 아직도 주환 씨랑 같이 있다니까요!”“어떻게...?”윤정월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윤성아가 떠나는 것을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다.“지금 당장 연락해서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요. 그리고 찾아가서 그년 곁에 꼭 붙어 있어요. 그년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나한테 보고하고요.”안효주는 표독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던 윤정월은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다시 만난 다음에는 떠나라고 설득해야 하는 거 아니야? 영원히 돌아오지 않도록?”“나는 그년한테 주도권을 주기 싫어요. 그래서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도록 할 거예요.”안효주가 원하는 것은 윤성아의 죽음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윤정월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불안한 눈빛으로 그녀에게 말했다.“너 설마 성아를 죽일 생각이야? 안 돼! 안 돼, 효주야. 살인은 애들 장난이 아니야. 무조건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고.”“그래서요?”이미 사람을 죽여본 적 있는 안효주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그래서 덤덤한 표정으로 윤정월에게 말했다.“윤성아는
강주혜는 윤성아를 바라보면서 말했다.“언니는 그냥 떠날지 안 떠날지만 결정하면 돼요.”윤성아는 잠깐 고민하다가 확고하게 머리를 끄덕였다.“저 떠날래요!”강주혜는 미소를 지었다. 윤성아의 선택이라면 무조건 응원한다는 듯한 순진한 미소였다.“그러면 제가 지금 나엽 씨를 만나러 갈게요. 얘기가 끝난다면 바로 알려주러 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요. 그리고 언니 밥 좀 먹어요. 밥을 먹어야 떠날 힘이 있을 거 아니에요. 괜히 이러다가 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요.”윤성아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약속대로 진짜 밥을 먹기 시작했다.강주환은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고집부리던 사람이 갑자기 순순히 밥을 먹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가 밥만 잘 먹어준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윤정월도 이해가 안 가는 듯 미간을 찌푸리면서 물었다.“성아야, 너 갑자기 왜 그러니? 설마 강 대표를 안 떠나기로 한 거야? 더러운 내연녀 짓을 계속하겠다고? 우리 단식하기로 했었잖니. 너 이러다가는...”“엄마라면 자식이 굶어 죽을까 봐 걱정해야 하는 게 아닌가요?”윤성아는 윤정월의 말머리를 자르면서 차갑게 물었다. 그러자 윤정월은 잠깐 멈칫하다가 곧 비아냥대면서 말했다.“나는 자식을 굶겨 죽일지언정 남의 내연녀 짓을 하는 건 못 본다!”윤정월이 계속 말하려고 할 때 문이 열리고 강주환이 곱게 차려진 저녁 식사와 침실에 들어섰다.“...대표님.”“저녁 식사가 준비됐어요. 내려가서 먹어요.”윤정월의 인사에 강주환은 작게 머리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세상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아뇨, 저는 성아한테 밥을 먹어야 해요. 앞으로는 성아랑 같이 먹을게요.”윤정월은 자연스럽게 강주환의 손에서 윤성아의 저녁 식사를 빼앗아 들려고 했다. 그러자 강주환이 몸을 틀면서 어두운 눈빛을 쏘았다.“성아는 내가 먹여요. 내려가서 식사해요.”“... 그럼 부탁드릴게요.”윤정월은 어쩔 수 없이 몸을 틀어 침실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