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아는 자신으로 인해 친구 혹은 무고한 사람이 대가를 치르게 되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상대가 대가를 치러야 마땅한 사람이라면 또 말이 달랐다.저녁, 강주환은 또다시 엠파이어 가든에 찾아갔다.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윤성아를 발견했다.윤성아는 퇴근하고 나서 옷을 갈아입지 않았는지 정갈한 하얀색 티셔츠에 검은색 치마를 입고 있었다. 아름다운 얼굴은 노란색을 띠는 조명 아래에서 보는 사람에게 편안한 느낌을 줬다.“오셨어요?”윤성아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강주환의 정장 외투를 받아 들면서 말을 이었다.“저녁 식사는 이미 준비됐어요. 얼른 드시러 가세요.”“급한 것 없어.”강주환은 손을 뻗어 윤성아의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기며 입을 맞췄다. 기분이 좋았던 그는 그렇게 천천히 윤성아의 호흡을 탐했다.“착하네.”강주환은 윤성아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그녀와 손을 맞잡고 식탁 앞으로 가서 앉았다.여느 때와 다름없는 식사 시간이 지나고 윤성아는 설거지하러 주방으로 갔다. 그러자 설거지가 끝나기도 전에 강주환이 뒤에서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으면서 남성 호르몬을 뿜어냈다.“설거지는 천천히 하고 일단 방으로 가자, 응?”강주환의 목소리에는 뜨거운 열기가 서려 있었다. 윤성아는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저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었다.“설거지 금방 끝나가요. 일단 씻으러 가세요.”“같이 씻자.”강주환은 말을 마치자마자 한 손으로 윤성아를 안아 올렸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가 들고 있는 그릇을 내려놓으며 손에 묻은 거품을 씻어냈다.윤성아는 결국 강주환에게 안겨 침실의 욕실로 향하게 되었다. 곧이어 샤워기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고 두 사람 모두 흠뻑 젖게 되었다.강주환은 윤성아를 안은 채로 따듯한 물속에서 집요하게 입을 맞췄다. 그의 열정은 다 씻고 욕실을 나설 때까지 지속되었다. 도무지 감당되지 않았던 윤성아는 피곤함이 역력한 목소리로 말했다
윤성아는 또다시 물었다.“연애는 해 적 있어요?”“네.”천우혁은 솔직하게 대답하고 나서 윤성아에게 말했다.“하지만 오래전의 일이에요. 정말 오래전에 헤어지고 계속 혼자 지냈거든요.”두 사람은 점심시간 내내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천우혁이 마음의 문을 꽁꽁 닫고 있는 탓에 아무것도 캐낼 수 없었다. 그래서 윤성아도 금방 포기했다.윤성아의 눈빛은 아주 어두웠고 얼굴에도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러다가 마치 남 일인 것처럼 얘기를 꺼냈다.“제가 호진 그룹 대표님의 내연녀라는 소문은 우혁 씨도 들었죠? 그거 사실이에요. 저는 지금도 강 대표님과 만나면서 내연녀로 지내고 있어요. 그런데도 우혁 씨는 제가 좋아요? 제가 강 대표님과 만나고 있는데도 남자친구가 되고 싶어요?”윤성아의 단도직입적인 말에 천우혁은 예상치 못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한참 고민하다가 진지하게 말했다.“만약 개의치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죠. 이런 문제를 무시하고 지나갈 남자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진짜 성아 씨가 좋아요. 그리고 성아 씨가 그런 선택을 한 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나간 일은 어차피 지나간 일이에요, 성아 씨. 앞으로 강 대표님을 떠나 저와 함께 해준다면 과거의 일은 따지지 않을게요.”윤성아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그리고 안효주가 천우혁을 이용해 자신을 꼬시려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안효주는 그녀가 천우혁에게 빠진다면 강주환에게서 멀어질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좋아요.”윤성아는 빠르게 대답하면서 말을 이었다.“우혁 씨가 따지지 않는다니 다행이네요. 그럼 우리 사귀어요.”윤성아는 안효주의 함정에 제 발로 뛰어들었다. 만약 이로써 강주환의 미움을 살 수만 있다면 함정도 기회가 될 것이다.윤성아가 천우혁의 고백을 받아줬다는 사실은 곧 회사 전체에 퍼졌다. 물론 원이림의 대표이사실도 포함해서 말이다.원이림은 윤성아를 대표이사실로 불러서 물었다.“윤 비서, 지난번만 해도 천우혁 씨를 안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어?
여은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을 잃은 것을 보고 김지수는 눈을 번뜩이면서 계속해서 말했다.“윤성아 씨는 진짜 꽃뱀이 따로 없네요. 호진 그룹의 대표님과 천우혁 씨에 이어서 이젠 우리 원 대표님이래요?”이때 문득 정신을 차린 여은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김지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지수 씨는 그냥 할 일이나 해요. 괜히 헛소리 지껄이다가 또 뺨 맞지 말고요.”...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베린 그룹 창건 4주년의 날이 되었다.오늘은 아주 중요한 날이었기 때문에 베린 그룹은 영주시의 신주 호텔에서 파티를 열었다. 모든 직원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원이림은 윤성아와 함께 등장했고 축사와 함께 파티의 시작을 알렸다.사람들은 삼삼오오 노천 수영장을 향해 몰려갔다. 왜냐하면 그곳에 넓은 잔디밭과 파티 음식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뷔페식으로 준비된 음식은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골라 먹을 수 있었고 호텔의 잔디밭 주변에 둘려 있는 나무와 화초에는 파티의 분위기를 살릴 조명들이 맞춤하게 달려 있었다.곧 무도회가 시작되고 천우혁은 윤성아의 곁으로 걸어가며 젠틀하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윤성아도 거절하지 않고 그의 손 위에 자기 손을 올려놓으며 춤추는 인파 속으로 걸어갔다.천우혁은 훤칠하고 잘생겼다. 오늘은 남색의 캐쥬얼 정장을 입어 젊은 생기를 강조한 동시에 섹시한 매력도 어필했다. 반대로 윤성아는 예쁘게 반짝이는 긴 드레스를 입었다. 비교적 보수적인 드레스 디자인으로 인해 아름다운 목선은 완전히 드러났고 잘록한 허리도 강조되며 완벽하게 드러났다.천우혁은 한 손은 윤성아의 허리에, 다른 한 손은 윤성아의 손에 있었다. 그리고 인파 속에서 하늘하늘 춤추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누가 봐도 완벽한 커플인 데다가 한창 베린 그룹의 화두에 있었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의 시선을 이끌었다.이때 한 사람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윤 비서님이 진짜 강주환 대표님의 내연녀래요? 설마 천우혁 씨는 그걸 알고도 사귀는 거예요?”대부분 사람이 천우혁이 아깝다는 식으로 의견을
장재이는 윤성아를 손가락질하면서 말했다.“이런 더러운 년을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만나요? 이년이 당신 몰래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요? 이년이 글쎄 뻔뻔하게 천우혁 씨 고백을 받아주고는 사귀고 있다니까요?! 우리 회사 원 대표님이랑도 그렇고 그런 사이래요! 밖에서 무슨 짓을 했을지 모를 여자를 살려둬서 뭐 해요!”눈이 완전히 돌아간 장재이는 거침없이 말했다. 그래도 틀린 말 하나 없었기에 윤성아는 당연히 내쳐지거나 다시 수영장 안으로 빠지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틀렸다.강주환은 윤성아를 천천히 안아 올리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장재이를 바라봤다. 그리고 위협적인 말투로 말했다.“네가 무슨 주제로 내 사람을 평가해!”강주환은 말을 마치자마자 장재이를 수영장 쪽으로 차버렸다. “풍덩” 소리와 함께 원래도 수영장 변두리에 서 있던 그녀는 그대로 밀려나게 되었다.이때 윤성아가 수영장에 빠졌다는 것을 전해 들은 베린 그룹 직원들은 대부분 수영장 근처에 모여 있었다. 그리고 강주환이 빠르게 달려가 수영장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고 말았다. 심지어 그는 윤성아더러 ‘내 사람’이라고 했다. 물론 그가 남자가 되어서 여자를 밀어 수영장에 빠지게 하는 장면도 모든 사람이 보고 있었다.원이림은 가장 먼저 강주환에게 걸어갔다. 그러자 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강주환이 싸늘한 눈빛을 보내면서 말했다.“원 대표님, 오늘 일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설명이 있어야 할 겁니다.”인파 속에 있던 천우혁도 이제야 부랴부랴 달려갔다. 그러고는 강주환이 윤성아를 안고 있는 게 불쾌한 듯 남자친구의 말투로 말했다.“제 여자친구를 구해줘서 고마워요. 이제는 저한테 넘겨줘요.”“하!”강주환은 차가운 웃음소리를 냈다. 그러고는 살기가 서려 있는 눈빛으로 음산하게 말했다.“어디서 감히 나한테 이래라저래라야?”“...”천우혁은 이를 꽉 악물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강주환이 윤성아를 데려가는 모습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2층.강주환을 몰래 따라 나
윤성아는 가슴이 미어졌다. 그래서 강주환이 자신을 안고 있도록 가만히 내버려 뒀다.얼마 후 강주환은 잠든 듯 고르게 숨쉬기 시작했다. 윤성아는 살짝 눈을 떠서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또렷한 이목구비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 얼굴을 4년 전부터 봐왔다고 생각하니 막연한 느낌이 들었다.‘대표님... 혹시 나를 좋아하나? 좋아하는 거 맞겠지? 적어도 몸만이라도...’이튿날.퇴근 시간, 회사를 나선 윤성아는 마침 앞에서 걸어오는 고은희와 마주쳤다.“사모님.”“그래, 나다.”고은희는 혐오 가득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그래도 보는 눈이 있는지라 귀부인의 자태를 유지하면서 물었다.“윤 비서, 지금 시간 있어?”윤성아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고은희와 함께 회사 근처의 카페에 들어섰다.고은희는 자리에 앉자마자 윤성아를 바라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얼마면 돼? 얼마를 받아야 내 아들한테서 떨어지겠어?”윤성아는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녀는 자존심을 세우는 것도 강주환에게서 떨어지기 싫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이 문제의 결정권은 제가 아닌 강 대표님한테 있어요. 강 대표님이 허락해야만 제가 떠날 수 있거든요.”“하!”고은희는 차갑게 웃었다. 그러고는 윤성아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말했다.“네가 이젠 하다 하다 나한테 도발까지 하는구나. 윤 비서, 착각하지 마. 넌 내 아들이 가끔가다 먹이나 던져주는 내연녀일 뿐이야. 네 자리는 누구나 대신할 수 있다고!”고은희는 약간 흥분한 듯 언성을 높이다가 다시 진정하면서 말을 이었다.“나는 주환의 어머니이자 강씨 집안 안주인으로서 아들이 밖으로 나돌아다니는 건 못 본다. 그 상대가 너라면 더욱 안 돼. 윤 비서 자네도 참 박복하지.”고은희는 안효주에게서 들었던 말을 떠올리면서 윤성아에게 말했다.“네가 박복하니까 친아버지한테 버림받은 거야. 그리고 네 계부는 좋은 사람이었다며? 그것도 네가 박복하니까 도박의 길에 빠진 거겠지. 네 동생도 그래... 근데 이젠 너희 집안사람으로 모자라 우리 집안사람까지
“기사님은 봤어요. 어머님을 밀친 건 윤성아 씨에요.”거절할 권리가 없었던 운전기사는 묵묵히 카드를 받아서 들었다. 그러자 안효주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저는 주환 씨의 약혼녀예요. 머지않은 미래 곧 강씨 집안 안주인이 될 사람이죠. 어머님이 왜 윤성아 씨를 만나러 갔는지는 기사님도 알고 있죠? 어머님께서 깨어나신다고 해도 기사님의 선택에 칭찬하실 거예요. 이래야만 윤성아 씨를 주환 씨 곁에서 쫓을 수 있으니까요. 이건 다 우리 집안을 위해 하는 일이에요.”운전기사는 결국 안효주의 말에 설득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또 천우혁에게 전화해서 고은희가 교통사고를 당한 부근의 모든 CCTV를 지워달라고 했다.병원.강주환은 계속 수술실 밖을 지키고 있었다. 안효주는 그의 곁에 서서 다정한 손길로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주환 씨, 걱정하지 마요. 어머님은 괜찮을 거예요.”강주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은희 남편 없이 강씨 가문을 지키느라, 그리고 강주환과 그의 여동생을 키우느라 갖은 고생을 다 했다. 그런 사람이 지금 수술실에 가 있으니 그는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 그래서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분명 무사히 깨어날 거로 생각하고 있기는 하지만 한 번 자리 잡은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한 시간... 두 시간... 장장 네 시간에 달하는 수술이 끝나고 의사는 드디어 수술실을 나섰다. 강주환은 벌떡 일어나면서 의사 앞으로 갔다.“제 어머니 어떻게 됐어요?”의사는 마스크를 벗으면서 말했다.“수술은 성공적입니다. 하지만 워낙 심하게 사고를 당하셔서 중환자실에서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48시간 안에 무사히 깨어나시면 안심할 수 있을 겁니다.”얼마 후 수술실 밖으로 나온 고은희는 바로 중환자실로 향했다. 강주환은 일이고 나발이고 모두 내려놓고 그녀만 지키고 있었다.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의사가 말한 48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고은희는 무사히 눈을 떴다. 다만 후유증으로 인해 아직은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다.경찰서.윤성아가
윤성아가 경찰서를 나서는 길, 원이림과 나엽은 직접 마중 갔다. 원이림은 정장 외투를 벗어서 그녀에게 걸쳐줬고 나엽은 젠틀하게 차 문을 열어줬다.비범한 외모의 두 남자가 여자 한 명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은 아주 눈에 띄었다. 그래서 강주환도 경찰서 앞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을 발견하게 되었다.윤성아는 그 길로 나엽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저녁까지 뒤척이다가 겨우 잠이 드나 싶을 때 갑자기 무게감이 느껴지더니 다급하게 입을 맞추려는 남자 때문에 억지로 눈을 뜨게 되었다.그녀는 힘껏 남자를 밀치더니 불을 켰다. 그리고 차가운 눈빛과 방어적인 태도로 말했다.“강주환 대표님, 당신 미쳤어요?”“그래, 미쳤어!”강주환은 또다시 윤성아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윤성아가 거부하면서 마치 전염병 환자를 피하듯이 멀리 도망가 버렸다.“저희의 만남은 이미 끝났어요!”강주환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깊은 눈으로 윤성아를 바라보면서 말했다.“그래서 엠파이어 가든에서 나와 여기로 온 거야? 나엽에, 원이림에, 천우혁까지... 네 바람기는 도대체 어디까지 퍼질 건데?”윤성아는 숨이 탁탁 막혔다. 그래서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강주환을 바라보며 말했다.“그게 대표님이랑 무슨 상관인데요? 사모님은 저희의 부적절한 관계 때문에 찾아오셨어요. 그러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입원하셨고요. 사모님의 말대로 저는 박복한 사람이에요. 더구나 대표님도 제가 사모님을 밀쳤다고 생각하셨죠? 아니면 경찰서에서 죽어가도록 내버려 두지도 않았겠죠. 저희 사이의 얄팍한 신뢰는 이미 깨졌어요!”강주환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윤성아를 의심한 적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저 고은희가 너무 걱정되어서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을 뿐이다.“나도 경찰서에 간 적 있어. 근데 원 대표랑 나엽이 이미 너를 차에 태우고 있더군.”강주환은 자신이 윤성아에게 관심 없는 것이 아닌 단지 늦었을 뿐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참 빨리도 오셨네요.”강주환의 의미 없는 변명에 윤성아는 차가운 미소와 함께
강주환은 싸늘한 웃음소리를 냈다. 마치 곧 폭발할 사자처럼 말이다.“저 자식이 네 남자친구라고? 네가 누구 여자인지 그 새로 잊은 거야? 감히 저 자식을 여기까지 데려와?!”강주환은 당장이라도 윤성아를 죽여 버릴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설마 내가 산 집에서 다른 남자랑 잘 생각인가?”“네.”“뭐?”강주환은 진짜로 살인을 저지를 것처럼 무시무시한 눈빛을 지었다. 그러자 천우혁이 이때다 싶어서 윤성아를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기면서 말했다.“대표님, 성아 씨가 말한 대로...”천우혁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강주환이 차가운 눈빛을 보내면서 경고했다.“영주시에서 사라지고 싶다면 계속 말해. 그 소원 들어줄 테니까.”“...”“꺼져!”천우혁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강주환의 말에 따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 버렸다.강주환은 윤성아를 바라보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봤지? 이게 바로 네가 남자친구라고 편을 드는 사람이야.”강주환은 윤성아를 끌고 집 안으로 들어가더니 힘껏 출입문에 메쳤다. 그리고 거대한 몸집으로 그녀를 완전히 가리고는 위험하게 번뜩이는 눈빛으로 내려다보면서 말했다.“꼭 이렇게 사람 심기를 건드려야 만족하지? 네가 감히 내 집에 다른 남자를 데려와? 하하, 역시 내가 그동안 너무 너그러웠지. 배부르게 잘 먹이니 아주 그냥 무서울 게 없지?”강주환은 말을 마치자마자 윤성아와 입술을 겹쳤다. 그녀를 죽여 버리고 싶은 분노를 담은 패악스럽기 그지없는 키스였다.윤성아는 힘껏 버둥거리면서 강주환을 밀어내려고 했다. 힘으로 밀려나지 않자 어깨를 꽉 깨물기도 했다. 그러자 그는 이제야 통증을 느낀 듯 뒤로 물러났다.윤성아의 이빨 사이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강주환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대표님, 제발 그만해 주세요. 이래 봤자 좋은 결과는 없을 거예요. 저희 다 피곤해질 뿐이라고요.”윤성아는 급기야 무릎까지 꿇으면서 말했다.“내연녀를 원하는 거라면 말 잘 듣는 여자를 찾으면 될 거 아니에요!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