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나중에 우양주는 강하영을 끌고 가서 혼인신고하고 합법적인 부부가 되긴 했지만 양준회처럼 강주환네 커플과 합동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다.우양주는 결혼식을 보는 내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여러 번이나 환호를 질렀고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강하영을 와락 끌어안았다.“하영 씨, 나도 하영 씨에게 이런 결혼식을 해줄 거예요.”강하영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우양주에게 날카롭게 쏘아붙였다.“결혼식 준비하는 게 얼마나 귀찮은지 몰라요? 그리고 우리 평생 함께 살지도 모르는데 굳이 결혼식까지 올릴 필요 있나요?”순간 발끈한 우양주는 독설만 내뱉는 강하영의 입술을 키스로 벌했다. 어찌나 격정적인 키스였는지 입술이 다 터져서 피가 흘러나왔다. 그런데도 우양주는 멈추지 않았다.강하영은 그런 우양주를 힘껏 밀어낸 후 입술에 묻은 피를 닦았다. 화가 난 바람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우양주 씨, 당신 미쳤어요? 개띠예요? 왜 갑자기 물어뜯고 그래요?”그러자 우양주가 두 눈을 부릅떴다.“누가 함부로 그런 소리를 하래요?”우양주는 강하영에게 말이 씨가 된다면서 퉤퉤 하라고 했다. 그러고는 아이처럼 아주 진지하게 선포했다.“우린 평생 함께할 거예요. 그 누구도 우릴 갈라놓지 못해요. 그리고 다음 생, 다다음 생에도 당신은 내 여자예요.”강하영은 말을 잇지 못했다.결혼식 분위기 때문인가? 씩씩거리면서 유치한 말을 진지하게 하는 우양주를 보며 강하영은 저도 모르게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리고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에 잘생긴 얼굴까지 더해지니 가슴이 막 설레는 것 같았다. 도대체 왜 이러지?그날 결혼식이 끝난 후 두 사람은 강하영을 처음 데리고 왔던 별장으로 돌아왔다.차가 멈춰 서자마자 우양주는 차에서 내려 조수석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이미 조수석 차 문을 연 강하영을 보며 허리를 굽혀 번쩍 안아 올렸다.화들짝 놀란 강하영이 언성을 높였다.“미쳤어요? 당장 내려놔요. 이따가 엄마가 보면 어떡하려고.”강하영의 어머니 초희는 아직 남궁주철을 용서하지 않았고 현재
우양주는 정말 체력이 넘쳤다.신혼 첫날 밤에 시집온 여자가 강하영인 걸 알고 나서부터는 하룻밤도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고 거의 동이 틀 때까지 못살게 굴었다.비록 우양주는 매번 그녀의 기분을 고려하고 기술도 능숙하여 그녀도 즐긴 건 사실이지만 몸이 버티질 못했다. 이젠 여자인 그녀가 몸이 상하진 않을지 다 걱정할 정도였다.강하영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며 그에게 말했다.“아까 해 질 때도 했잖아요. 그런데 또요? 계속 이러면 확 잘라버리는 수가 있어요?”우양주는 억울한 듯 가여운 눈빛으로 강하영을 쳐다보았다.“여보, 우리 신혼이잖아요. 부부 생활을 자주 갖긴 했지만 이게 정상 아닌가요?”강하영이 말했다.“정상은 무슨!”강하영이 솔직하게 말했다.“당신은 괜찮아도 내가 힘들어 죽겠다고요!”강하영은 침대 쪽으로 다가가 이불을 챙겼다. 매일 밤 반복되는 그 시간을 피하려고 오늘부터 게스트룸에 가서 잘 생각이었다.그런데 우양주가 그녀를 와락 안더니 귀여운 고양이처럼 그녀의 몸에 머리를 비비적거렸다.“여보,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신혼인데 벌써 각방 쓰려고요?”그러자 강하영이 싸늘하게 말했다.“이거 놔요!”우양주도 전혀 지지 않았다.“싫어요!”놓지 않는 건 물론이고 이참에 또 키스하려 했다.강하영은 재빠르게 그를 피하고는 두 눈을 부릅뜨고 경고를 날렸다.“오늘 밤은 휴전이에요. 단순히 이불 덮고 잠만 잔다면 게스트룸으로 가지 않을게요. 내가 말하는 잠은 동사가 아니라 명사예요, 알았어요? 그렇지 않으면...”강하영이 실눈을 뜨고 말했다.“당신과 계속 각방 쓸 거예요.”우양주는 그녀에게 빠져들어 갈 것처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사랑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여보, 진짜 나와 각방 쓸 거예요? 당신도 좋아했잖아요.”강하영은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혀버렸다. 정말 이 남자를 어찌하면 좋을지 마땅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그와 협상하는 수밖에 없었다.“당신도 좀 쉬어요. 당신은 괜찮을지 몰라도 내가 죽게
귀국하기 전 강하영은 먼저 집으로 가서 짐을 챙기면서 초희에게 귀국해야 한다는 사실을 전했다. 초희 혼자서 이곳에서 딱히 할 일도 없으니 강하영과 함께 돌아가기로 했다.사실 두 모녀는 얼마 전에 한 번 다녀왔었다. 그때는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보러 간 것이었다. 강하영은 초희와 함께 외할머니의 묘비 앞에서 울먹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엄마 찾았어요.”초희도 눈물을 왈칵 쏟았다. 그녀는 묘비 앞에 무릎 꿇고 절을 했다. 후회와 미안함이 가득 섞인 얼굴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엄마, 죄송해요... 제가 너무 이기적이었어요. 그때 엄마 말씀을 듣지 않은 바람에 평생을 망쳤고 엄마에게도 상처를 줬어요. 엄마 말씀을 들었더라면 남궁주철에게 그렇게 상처받지 않았을 텐데... 그때 엄마와 하영이를 버리고 그 사람을 찾으러 혼자 M 국에 가지 않았더라면...”초희는 거의 혼절하다시피 울었고 강하영도 옆에서 함께 울었다.한참 울고 난 후 강하영이 초희를 부축했다.“엄마, 울지 말아요. 제가 엄마를 찾고 돌아왔으니, 할머니도 기뻐하실 거예요. 할머니께 더 기쁜 소식도 알려드려야죠.”초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하영은 묘비 사진 속의 자상한 외할머니를 보며 말했다.“할머니, 그동안 엄마가 돌아오지 못했던 건 전부 선우월영 때문이었어요. 그때 월세방에 쳐들어와서 몹쓸 짓을 한 나쁜 놈도 선우월영이 보낸 거래요. 인과응보라고 선우월영은 지금 감옥에 들어갔어요. 아마 평생 나오지 못할 거예요. 엄마 건강도 많이 좋아졌어요. 그리고 엄마가 남궁주철을 용서하지 않았으니까 할머니도 걱정하지 말아요...”강하영은 엄마에 관한 얘기를 마친 후 자기 얘기를 했다.“할머니, 할머니 손녀가 출세했어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인 요셉 선생님의 제자가 됐어요. 그리고...”그때 하도 급히 귀국한 바람에 두 모녀는 외할머니에게 인사를 드린 후 바로 다시 M 국으로 돌아갔다.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출장 왔기에 적어도 국내에 일주일은 머무를 생각이었다.함께 온 초희는 강하영의
강하영의 배속에서는 전쟁이 일었다. 그 소리를 들은 우양주는 눈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배고파요?”강하영은 살짝 노려보며 말했다.“글쎄요?”강하영의 허기진 배로 인해 우양주도 그녀와 함께 아침 운동을 하려던 계획은 잠시 접어두었다. 하지만 그도 조건이 있었다.“여보, 좀 있다가 같이 산책하러 가요. 같이 가겠다고 하면 일어나서 밥을 먹을 수 있게 내가 놔줄게요.”오늘은 주말이라 다른 디자이너와 보조는 내일에야 여기에 올 수 있었다. 때문에 강하영도 별다른 스케줄 없이 그와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그녀는 대답했다.“네.”우양주는 그녀를 놔주었다.두 사람은 간단히 세안을 하고는 고영타운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둘러보았다. 어느덧, 오후가 되었고 우양주는 강하영에게 수영하러 가자고 제안했다.고영타운은 산과 바다를 끼고 있어서 수영할 만한 곳을 찾기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두 사람에게는 수영복이 없었기에 우양주는 강하영에게 사자고 했다. 강하영은 주변의 상가들을 둘러보았고 어렵지 않게 길거리에서 수영복을 팔고 있는 20대의 남자와 마주쳤다. 그는 최선을 다해 소리치며 호객하고 있었다.강하영은 다가가 자신을 위해 가장 노출이 적은 수영복을 골랐다. 그리고 상인을 보며 물었다.“남자 수영복 하나가 더 필요해요.”상인은 이 근처에서 오래도록 장사를 해왔지만, 이토록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는 처음이었다! 그녀의 미모에 그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는 다른 손님들보다 그녀에게 더욱 열정적으로 대했다.“어떤 사이즈가 필요하세요? 남자 친구에게 줄 건가요? 아니면...”강하영은 대답했다. “남편에게 사주려고요.”강하영은 우양주의 사이즈를 얘기했다. 상인은 빠르게 수영복 바지를 꺼내며 열정적으로 그녀에게 말했다.“이게 전부 남편분에게 맞는 사이즈입니다! 얼마든지 마음껏 골라보세요!”강하영은 자세히 보지도 않은 채 아무거나 하나 골라 들고는 상인더러 자신의 수
풀장 안.우양주는 수영을 하다 그만 사고가 나고야 말았다.건장하면서도 마치 물고기마냥 수영을 해대던 그의 뒤로 한줄기 빨간색의 물길이 딸아왔다! 처음에는 그다지 선명하지 않았으나, 차츰 더욱 선명해졌다! 강하영은 깜짝 놀라 하며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설마! 아니겠지?그 순간, 풀장 안에 있던 몇몇 남자들이 온갖 기세를 부리던 우양주의 모습을 보며 웃었고 누군가 큰소리로 말했다.“혹시 치질이 재발한 건 아니지?”“얼른 당신 뒤에 있는 빨간 물길을 보라고.”“세상에, 설마 이 풀장을 온통 빨간색으로 물들이는 건 아니겠지!”한 남자의 비웃는듯한 농담이 끝나자, 풀장의 기타 남성들도 다 같이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우양주도 수영하던 동작을 멈추고는 자신의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고는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정말 쪽팔려!’우양주는 그가 입고 있던 싸구려 빨간색 수영복이 색상이 이렇게나 심하게 빠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그는 얼른 풀장에서 빠져나왔다.계속해서 빨간색 물감이 흘러내리는 수영복을 입은 것을 본 주변 남자들은 그를 조롱하며 크게 웃어댔다. 그는 당장이라도 쥐구멍에라도 숨고만 싶은 충동이 일어 빠른 걸음으로 탈의실로 향했다. 우양주가 싸구려 수영복을 벗자 그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수영복의 물감이 그의 엉덩이까지 빨갛게 물들여 논 것이었다! 우양주는 화가 나 미칠 것만 같았다.그는 호텔로 돌아가서 단단히 강하영에게 따질 셈이었다. 그에게 싸구려 수영복을 사준 것 때문에 그가 이토록 쪽팔릴 줄이야! 흥!만약 그의 조건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절대 화를 풀지 않을 것이었다! 한편 강하영 쪽.그녀는 우양주가 놀림받는 모든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가 풀장에서 나와 빨간색 물감이 흘러내리는 수영복을 입고 탈의실로 들어간 모습을 본 그녀는 참지 못하고 배를 끌어 안고는 웃음을 터뜨렸다.이 남자, 평생 한번도 이렇게 쪽팔려 본 적이 없겠지?강하영은 너무 웃은 나머지 배가 아프고 눈물도 났다.“하하하
두 사람이 담판을 짓고 나서야 우양주는 옷매무시를 단정히 하고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여보, 이제는 나에게 키스해 줄 수 있어요?”강하영도 빼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키스하는 것쯤이야.그녀는 팔을 들어 남자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발꿈치를 들고는 유혹적인 빨간 입술을 남자의 얇은 입술에 갖다 대며 입을 맞췄다...강하영과 우양주는 결혼해서 함께 산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짧은 시간도 아니었다! 이미 2개월이나 되었지만 그녀는 매일 남자에게 어떻게 키스하는지를 조련당했다. 그녀는 그와 입을 맞출 때 어떻게 호흡하는지를 배웠다. 하지만 오늘은 그녀가 리드하려 하니 강하영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입술은 갖다 댔지만 그다음은?그녀는 남자가 매번 입맞춤할 때마다 했던 동작을 떠올렸다. 어설픈 모방을 해보고자...우양주의 몸도 굳어있었다!여자의 적극적인 입맞춤으로 인해 그는 온몸의 피가 들끓기 시작했다! 그의 근육들은 바싹 긴장돼 있었고, 속에서는 작은 벌레들이 기어다니듯 간지러웠다...결국 여자의 입맞춤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우양주는 피동적인 입장에서 주동적인 입장이 되어 주도권을 가져갔다. 그의 커다란 손이 강하영의 까만 머릿결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녀의 작은 머리를 잡고는 깊은 입맞춤을 해댔다. 박력 있고도 휘감는듯한 그의 입맞춤은 그녀의 호흡과 모든 것을 단번에 삼켜버렸다...어느덧 노을이 지고 창밖의 노을은 빨갛게 물들었다. 두 사람은 입맞춤을 하면서 침대로 향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고 우양주는 마치 첼로의 굵직한 소리마냥 허스키하면서도 뜨거운 입김으로 강하영의 귓가에 속삭이며 어떻게 하면 그를 가지는지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M 국.양준회와 남서훈은 강주환과 윤성아의 결혼식에 참석 후, 이내 귀국하지 않았다.남서훈이 이곳에서 의료회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양준회는 남서훈과 함께 있어주기 위해, 비서더러 자신의 일정과 업무를 알아보게 한 뒤, 시간을 조절해 M 국에서의 업무를 위주
양준회가 꺼내든 것은 다름 아닌 실크소재의 원단을 사용한 복고풍의 핑크색 꽃무늬 치마였다. 남서훈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치마를 들고 갈아입으러 갔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긴치마를 입어본 적이 없는 남서훈은 치마로 갈아입고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녀 또한 자기 모습을 보고는 멍해졌다.‘이 여자가, 정말로 나라고?’남서훈이 걸어나오자 양준회는 그 모습을 보고는 제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녀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어색하고도 부끄러워하며 물었다. “많이 어색하죠?”“아니!”양준회는 여전히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그는 매서운 듯한 까만 눈동자로 단 한 순간이라도 눈앞에 있는 여인의 모습을 놓치기 싫다는듯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남서훈은 여자치고는 172cm의 큰 키였다. 가슴을 감싸지 않은 그녀의 가녀린 몸매는 완벽한 C컵이었다! 그녀의 몸에 걸쳐진 S사이즈의 꽃무늬 치마도 길이가 무릎까지밖에 오지 않아 그녀의 길고 하얀 종아리를 그대로 드러냈다.양준회의 시선이 위로 올라오며 다시금 그녀의 얼굴로 향했다. 그녀의 속눈썹은 마치 나비의 날개와도 같았고, 여우 같은 눈매는 무척이나 매혹적이었다. 또한 오똑한 코와 빨간 입술은 섹시하면서도 유혹적이었다. 20여 년을 남자로 살면서 사람들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남서훈은, 열심히 바람둥이 귀공자의 인물 형상을 만들어왔었다! 그러니 그녀에게서는 자연스러운 씩씩함과 건들거림이 있었다. 거기다 짧은 머리까지. 그런 그녀가 긴 치마를 입었음에도 조금의 위화감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모종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양준회는 그녀에게로 다가가 손을 뻗어 여자의 얇은 허리를 끌어안았다. 손에 닿은 실크 소재의 원단이 매끄러웠다. 양준회는 다른 한 손으로 남서훈의 머리를 끌어당기며 자신도 모르게 입을 맞췄다.서서히 그들의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사랑하는 커플의 감정이입 된 입맞춤, 모든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금방까지도 잘 차려입은 옷이 벗겨지고, 심지어
여우 같은 그녀의 눈동자는 유혹적이었다. 그녀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렇게 잘생긴 얼굴을, 내가 어릴 적부터 찜해놨으니! 잘 감시해 둬야죠!”양준회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그는 여자가 자신의 턱을 치켜들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리고 깊은 눈동자로 여자와 눈을 맞추며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서훈아, 귀국하면 우리 얼른 결혼하자. 만약 네가 시간이 촉박한 것 같다고 생각되면, 혼인신고를 먼저 해도 되고!”양준회는 여자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 안달이 났다!그는 까만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합법적으로 서로를 소유할 수 있어! 네가 감시하지 않아도 되고, 나도 제대로 남편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고, 다른 여자들에게는 절대로 기회를 주지 않지. 그리고 너는...”양준회는 이 생각만 하면 무척이나 심란했다!그는 원망 섞인 말투로 계속해서 말했다. “남자든, 여자든 모두 너의 이 예쁜 얼굴에 반하고, 미혹되기까지! 내 라이벌이 남자들뿐만 아니라 여자들에게까지 방어해야 하다니. 서훈아, 나 정말 너무 힘들어. 나에게 명실상부의 신분을 주면 힘이 날 텐데, 안 그래?”남서훈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예쁘게 웃어 보이며 남자에게 말했다. “이 일은, 귀국하고 다시 토론해요.”말을 마친 남서훈은 남자의 턱을 치켜드는 동작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남자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던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양준회는 그녀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남자는 긴 팔을 뻗어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와락 감싸안으며 그대로 품으로 끌어당겼다! 그러고는 다른 한손으로 그녀의 작은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며 얼굴에 입맞춤을 해댔다. 떠들썩하던 술집은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그렇게 몇초가 지나자 여기저기에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양준회와 남서훈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여자들은 그제서야 두 사람이 한쌍임을 알아챘다! 순식간에 흥미를 잃어버린 그녀들은 양준회를 찾아왔던 여자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새로운 목표를
남서훈은 싱긋 웃었다.아직 임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맥으로 정확히 짚어 낼 순 없었지만 느낌은...“아마 남동생일 거야.”“아... 남동생...”양나나는 눈을 굴리더니 남서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남동생도 좋은 것 같아요. 동생 태어나면 저랑 엄마가 동생한테 의술도 가르쳐주고 아빠랑 사업하는 것도 배우고요. 그리고 남자애는 너무 응석 받아줄 필요도 없고 내가 맘껏 부려 먹을 수 있잖아요.”자기 뒤꽁무니를 쫄랑쫄랑 따라다니며 누나, 누나 하고 부르는 장면을 상상하니 양나나는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어떻게 생긴 남동생이 엄마 배 속에서 태어날까, 양나나도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그러나 남서훈이 임신 다섯 달째로 접어드는 어느 날, 양나나는 실종됐다.양준회와 남서훈은 매일 안절부절못하여 속이 타들어 갔다.둘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세력을 동원해 전 세계 각 곳을 샅샅이 뒤졌지만 여전히 양나나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양나나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그때 양나나는 이미 8살이었다.남서훈은 딸을 찾지 못해 날마다 눈물로 얼굴을 적셨다. 그녀는 점점 야위어갔다.그걸 보는 양준회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는 아내를 꼭 끌어안고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나는 똑똑한 아이야. 당신이 의술과 독 쓰는 법도 잘 가르쳐줬으니까 별일 없을 거야. 나나는 너와 내가 낳은 딸이야. 전에 풍운파에 혼자 몰래 들어가서도 그 안을 마구 헤집고 다녔잖아.”아무튼 그는 양나나가 어디에 가서 어떠한 상황에 부딪히던 자신을 잘 보호할 거라고, 아무 일 없이 잘 살아 있을 거라고 남서훈을 위로했다.남서훈도 굳게 믿고 있었다. 양나나의 시체를 보게 되지 않는 한 그들의 딸은 세상 어딘가에 꼭 살아있을 거라고.그 후 넉 달이 지났다. 9달이 된 배는 불룩하게 튀어나왔다.양나나는 아직도 찾지 못했고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그러다 남서훈은 아들을 낳았다. 강보에 싸여 품에 안겨있는 아들을 보며 남서훈은 양나나를 그리워했다.“나나야,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네 뒤꽁무
그리고 바로 그날 오후.양준회와 남서훈, 그리고 백나연과 성진훤, 이렇게 네 사람은 백무산을 찾아갔다.그를 만나자마자 양준회와 성진훤은 백무산한테 사과부터 했다.어리둥절한 백무산은 그들이 왜 갑자기 찾아와서 사과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 후 양준회는 남서훈의 어깨를 와락 감싸안았고 성진훤도 보란 듯이 백나연의 손을 꼭 잡았다. 성진훤은 원래 양준회처럼 백나연을 확 끌어안고 싶었지만 미래 장인어른이 될 사람 앞이라 행동을 조심스럽게 하는 것이 좋을 듯하여 손만 잡았다.백무산은 더 혼란스럽고 얼떨떨해졌다.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그는 눈알이 튀어져 나올 듯하게 그들 넷을 번갈아 쳐다봤다.그때 양준회가 입을 열었다.“어르신, 우리 서훈이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입니다. 남씨 집안의 특수한 사정으로 어릴 때부터 남장을 했던 것이고, 백나연 씨와의 혼약도 그저 소동극이었습니다. 이 일은 서훈이한테 책임 묻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노여움이 있으시면 저한테 푸세요.”그 말에 백무산은 눈살을 찌푸렸다.남서훈이 여자라니... 어떻게 그런 일이?여자가 그의 딸과 약혼했다니,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었다.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란 말인가.백무산은 불같이 화를 냈다.그러자 백나연이 나섰다.“아빠, 이 일은 서훈이 탓이 아니에요, 제가, 제가 꼭 도와달라고 했어요.”“뭐야? 널 도와줘?”“네.”백나연이 설명했다,“아빠랑 오빠가 자꾸 소개팅 주선하는 바람에 제가 너무 골치 아파서 서훈이한테 도와달라고 부탁한 거예요, 나랑 약혼하자고. 그럼 아빠랑 오빠가 나한테 선 자리를 더는 강요 안 할 거 아니에요. 서훈이는 싫다고 했는데 내가 억지 써서 해주기로 한 거예요.”백나연은 자기 잘못이라고 매우 강조했다.그녀의 눈빛에 아픔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전 그때 결혼할 생각이 없었어요... 그리고 저랑 서훈이는 서로 약속했어요. 누가 먼저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되든, 그때 되면 파혼하기로요. 절대 서로의 앞날을 방해하지 않기로 했어요. 이제
그 순간 용준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한 눈물은 그칠 줄을 모르고 펑펑 쏟아졌다.이게 얼마 만인가.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고 싶은 생각을 항상 했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는 오늘 끝내 그녀를 안을 수 있었다. 팔을 뻗어 그녀를 껴안고 얼굴을 그녀의 어깨에 파묻은 채 용준은 또 한참을 울었다.예서는 그가 평생 사랑한 유일한 여자였다.그는 품속에 있는 그녀를 부드럽고 진실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난 네가 고마워. 넌 너무 용감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용감해. 옛날 일은 이미 다 지나갔어. 넌 이것만 기억해. 난 널 사랑하고, 네가 있어야만 내가 살 수 있어. 네가 있으니까 내가 괴물로 변하지 않은 거야. 아니면 난 모든 걸 다 망가뜨렸을 거야. 스스로도 혐오하는 그런 나쁜 인간으로 돼버렸을 거야.”예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도 알고 있었다. 남자가 하려는 말이 뭔지 그녀는 모두 알고 있었다.이날, 둘은 아주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다.예서는 더는 용준을 불편해하지 않았다. 용준이 있으므로 하여 그녀는 더 빨리 회복될 것이었다.그렇게 예서가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을 때. 남서훈과 양나나는 한 번 나가 돌아다니기로 했다.한 거리의 상가 앞을 지나가고 있는데, 남자애 몇 명이 갑자기 튀어나와 양나나를 에워쌌다.그들은 매우 들뜬 소리로 말했다.“대장! 살아 있었어요?”“너무 잘 됐어요!”“대장, 대장을 그 사람들이 데려간 후로 우린 계속 대장의 소식을 기다렸어요. 대장도 그 애들처럼 상처투성이가 돼서 돌아오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다고요.”“지금은 어떤 상황이에요? 대장이 후계자가 된 거예요?”양나나는 고개를 저으며 아니, 라고 대답했다.그리고 주변을 둘러싼 남자애들한테 말했다.“난 후계자 되는 것에 관심 없어. 풍운파에 지금 남아있는 건 의술을 배우기 위해서야.”양나나는 시선을 남서훈한테 향하며 그들한테 남서훈을 소개했다.“이분이 내 스승님이야, 우리 스승님 엄청 대단해!”그날, 양나나는 그
지난 날에 발생한 그 끔찍한 과거를 스스로 입에 올리는 용준은 피가 흘러나올 듯이 눈이 시뻘겋게 물들었고 감정이 폭발할 한계치까지 다다랐다.그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애써 가라앉혔다.몇 분 후에야 그는 비로소 다시 입을 열었다.“그놈들은 죄다 죽여버려야 할 놈들이에요. 예서가 이쁘니까, 내 앞에서 예서를... 그때 예서는 이미 내 아이를 임신했는데...”용준의 온몸에서 난폭한 기운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돌아서서 주먹으로 나무를 세게 한 방 내리쳤다. 그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며 낙엽이 우수수 떨어졌다.그 큰 나무가 흔들릴 정도면 얼마나 센 펀치를 날렸는지 알 수 있었다.그의 손마디도 살이 찢겨나가 새빨간 피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는 감각을 느낄 수 없는 사람처럼 상처에 무덤덤했다. 아마도 손보다 마음이 더 아팠을 터였다.용준은 그때 일만 생각하면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심장이 뜯겨나가는 것처럼 아팠다. 예서가 피투성이가 된 채 텅 빈 눈으로 누더기 인형처럼 맥없이 쓰러져서 누워있던 참혹한 장면만 머릿속에 떠올리면 그놈들을 무참하게 도륙을 내고 싶었다.그리고 그는 그렇게 하였다.풍운파의 보스가 된 후 첫 번째로 한 일이 바로 예서의 복수를 하는 것이었다.그놈들의 범죄증거를 전부 찾아내 한 명도 빠짐없이 직접 처단했다.그때 그들은 무릎을 꿇고 울며불며 용서를 빌었다. 막다른 길에 몰려 살려고 해도 안 되고 죽으려고 해도 죽지 못할 때, 그들은 찌질이같이 눈물 콧물을 쥐어짜며 애원했다. 제발 살려달라고, 잘못했다고.정작 그들은 용준이나 예서한테 그런 자비를 베푼 적이 없는데 말이다.용준의 목소리는 점점 차가워졌다.“그것들이 나와 예서의 모든 것을 망치고 날 시궁창에 몰아넣었죠. 여전히 난 이렇게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생지옥에서 살고 있어요. 그것들은 백번 죽어도 마땅해요!”그러나 그놈들이 죽는다고 해서 상처가 아무는 것은 아니었다.용준은 피로 물든 주먹을 으스러지게 잡으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들은 예서가 그들이 한
용준은 원래 정직한 사람이었고, 금호의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그는 어둠이 없는 밝은 햇빛 아래에서 사는 반듯한 사람이었다.그러나 일부 국제조직에서는 용준을 불안하게 여겼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고, 심지어 그가 의심되어 오랫동안 그에게 전자발찌를 채웠다.아무 일도 저지르지 않았지만 그는 범죄자 취급을 당했고, 그리하여 생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더더욱 생각지도 못한 건, 그 당시 그와 깊은 사랑에 빠져있었던 여자친구마저 누구한테 몹쓸 짓을 당하게 된 것이다.그러므로 용준이 점점 나쁘게 변하여 나중에 어떤 일을 저지르게 되었던, 모두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요 몇 년 동안 풍운파는 용준의 관리하에 동남아에서 제일 큰 폭력조직으로 성장하였고, 닥치는 대로 무슨 일이나 다 저지르는 편이었지만 딱 한 가지 철칙이 있었다. 그건 바로 노약자와 여자, 아이들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거였다.의리도 지켰다.하지만...“그건 중요하지 않아요.”남서훈이 말했다.“이 세상은 원래 흑과 백으로 나뉘는 게 아니니깐요. 동남아는 원래 상황이 어수선하잖아요. 무장세력과 폭력조직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일시적으로 바꿀 수도 없어요. 오히려 풍운파와 같은 조직이 있다는 게 더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양준회가 그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어떤 측면으로 보면 용준은 꽤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 둘은 원수지간이다. 양준회가 그의 아버지를 죽였다. 비록 지금까지는 아무 짓을 안 했어도, 또 그가 원래 정직한 사람이었다고 해도, 풍운파를 이렇게 여러 해 동안 다스린 용준이 지금은 어떤 사람인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그리하여 양준회는 안심할 수 없었다. 여전히 남서훈과 같이 풍운파를 즉시 떠나려고 했다.“하지만 나나도 여기 있어요.”남서훈이 예상치도 못한 폭탄을 터트렸다. 양준회는 깜짝 놀랐다.양나나가 여기에 있다는 건 상상도 못 했다.하지만 놀란 것도 잠시, 그는 바로 말했다.“그럼 나나도 같이 떠나면 돼.”갇힌 두 달
강하영이 부케를 내던지는 일순간 우양주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부케를 향해 몸을 날렸다. 공중에서 부케를 잽싸게 낚아채는 그의 모습이 정지화면인 양 사람들의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부케를 손에 쥔 그다음 순간, 그는 부케와 함께 바다에 떨어졌다.모두가 경악했다.강하영은 크루즈 난간 쪽으로 달려가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남자를 보며 입을 떡 벌리고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선원들이 즉시 튜브를 던졌고, 또 어떤 사람들은 즉시 뛰어내려 구조하려 했지만 강주환이 그들을 말렸다.왜 구하지 말라는 건지 이해 안 된다는 듯한 눈빛으로 윤성아는 강주환을 쳐다봤다.그러다 팔로 물살을 가르며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우양주가 크루즈 위에 있는 강하영을 향해 큰 소리로 외치는 걸 듣고 왜 그러는지 알 것만 같았다.“여보, 어쨌든 내가 부케 받았으니까 당신 나랑 결혼식 치러야 돼요! 안 그러면...”그 뒤엔 위협적인 말이 따라야 하는데 우양주도 무엇으로 강하영을 협박할 수 있을지 몰랐다. 남은 건 자신의 이 몸뚱이 하나뿐인데...“안 그러면 나 안 올라갈 거야. 여기 바다에 계속 있을 거야, 결혼식도 못 하는데 그냥 빠져 죽지 뭐.”강하영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바다에 빠진 남자를 까만 눈동자로 차분하게 내려다보며 끝내 입을 열었다.“빠져 죽고 싶으면 그렇게 해요. 안 말려요.”“...”우양주는 서럽게 그녀를 쳐다봤다.역시나 아내는 매정했고 자신에 대해 애정이 없었다.그러나 그때 윤성아 곁에 서있는 강주환이 무덤덤하게 한마디 했다.“내 기억이 맞다면, 이 바다에 상어가 출몰한다고 했어요. 식인 상어.”강주환은 고개를 돌려 강하영한테 말했다. “지금 아직 상어가 오지 않아서 그렇지, 나타나기만 하면 한꺼번에 열 몇 마리씩 무리 지어서 나올 거예요. 그게 게네들 습성이라. 이야... 쟨 아마 그러면 뼛조각도 남지 않겠네.”“...”그 말에 강하영이 급해 났다. 말투도 전처럼 차분하고 담담하지 않았다.난간에 기대어 우양주를 향해 내리 소리 질렀다.“뭐
미리 준비한 축사를 울먹이며 끝까지 다 읽고는 원이림을 향해 볼멘소리를 했다.“너 이 놈 자식, 내가 죽을 때까지 네가 결혼하는 걸 못 보는 줄 알았다. 아이고...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너도 이제 가정이 생겼어.”“너 똑바로 들어. 은진이한테 평생 잘 해줘야 돼, 아내한테 잘 하는 건 우리 집안 내력이야. 나도 네 엄마 말을 엄청 잘 들었어. 너도 똑같아, 알겠니? 오늘부터는 은진이한테 더 잘해야 돼, 말도 잘 듣고, 은진이부터 생각하고 배려해 주고. 은진이가 조금이라도 맘고생을 하게 되는 날엔 내가 너 가만 두지 않을 거야, 알겠어?!”원이림은 새카만 눈동자로 여은진을 깊게, 애틋하게 들여다보며 그녀와 깍지를 낀 두 손에 힘을 더 주었다.“걱정 마세요. 난 평생 우리 여보 맘고생 안 시킬 거예요.”여보라는 호칭이 지금 이 시각부터 명실상부하게 되었다.원이림은 그녀의 손을 잡고 크루즈 가장자리로 걸어갔다. 그리고 미리 준비된 데이지 꽃을 바다로 뿌렸다. 하얀 꽃잎들이 파도에 실려 멀리 떠내려갔다.둘은 거기에 선 채 눈물을 머금고 울먹이며 말했다.“어머니, 아버지. 저 너무 행복해요. 우리 너무 행복해요.”결혼식의 마지막을 장식할 부케 토스하는 시간이 다가왔다.강주환과 윤성아, 그리고 나엽과 안효연은 모두 기혼자로서 나가지 않고 구경만 했다. 하객 중에 미혼인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었다.우양주도 강하영의 손을 잡고 그리로 향했다.강하영은 몸을 뒤로 빼면서 말했다.“우린 결혼했는데 왜 부케를 받으러 가요? 다른 사람한테 갈 좋은 축복을 왜 우리끼리 받겠다고 달려들어요, 쓸데없이. 그렇게 할 일 없고 힘이 남아돌면 내가 다른 일 하게 해 줄게요.”“무슨 일?”강하영은 푸른 바다를 향해 눈을 힐끔 하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당신 수영 좋아하잖아요. 내가 엉덩이 확 걷어찰 테니까 바다로 들어가서 수영이나 할래요?”“...”저번에 강하영과 같이 수영하면서 그녀가 자신한테 새빨간 수영팬티를 사줘 창피를 당하고 나서부터 우양주는 수영하는
여은진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예쁘게 미소 지었다.“나 다 알아요.”지난 1년 동안 그가 어떻게 해왔는지 잘 아는 그녀는 더 이상의 맹세와 언약 같은 건 필요 없었다.“응!”여은진을 안은 채로 원이림은 그녀의 여린 입술에 쪽쪽거리며 뽀뽀를 했다.장내의 플래시 세례가 정신없이 터지는 가운데 그는 돌아서서 무대 아래에 앉아있는 모든 사람한테 당찬 목소리로 선포했다.“오늘 저의 이 행복한 순간을 지켜본 여기 계신 모든 증인 분들한테 제가 선물을 준비할 생각입니다. 나중에 저희 베린 그룹에 가셔서 선물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 달 20일에 저와 은진이의 결혼식이 있을 예정이니 여러분들께서 모두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말하고 나서 그는 여은진을 안고 시상대를 내려가려 했다.여은진이 내려달라고 했지만 그는 내려놓지 않았다. 그렇게 안은 채로 시상식장을 걸어 나와 차에 올라탔다.럭셔리한 롤스로이스가 천천히 내달리고 있었다.여은진은 아직도 그의 품에 안긴 채로 있었다.“이번 달 20일에 결혼한다고요? 그럼 열흘밖에 안 남았는데, 너무 촉박하지 않아요?”그녀가 눈을 들어 바라보며 물었다.“아니, 전혀.”그녀의 얼굴에 시선을 떨구며 원이림이 말했다.“시간이 모자라지만 않았으면 내일에라도 당장 결혼식 치르고 싶어.”반년이 넘는 동안, 그는 매일 결혼식에 관한 모든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결혼반지, 웨딩드레스, 그리고 결혼에 필요한 모든 물품과 디테일한 사항들을 전부 준비하고 체크했다. 그녀가 결혼을 동의하는 그 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그 순간이 끝내 다가왔다.웨딩사진을 찍는 것 외에는 크게 시간을 들일 일도 없었다.다만 여은진이 임신했기 때문에 너무 빠듯하게 스케줄을 잡지 않고 싶었을 뿐이다.결혼식에 참석할 하객을 초대하는 일도 있긴 하지만 10일이면 충분했다.촉박하지 않을뿐더러 시간적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여보, 우리 지금 바로 혼인신고 하러 가.”원이림은 한시라도 더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기사한테 얘기하여 구청으로 가자
원이림은 금방 샤워를 마친 여은진한테로 다가가 그녀의 팔을 끌어당겨 품에 꼭 끌어안았다. 그다음에는 당연히 침대로 향했다.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수순을 밟아갔다.한창 격렬해지려던 찰나, 원이림은 짧게 비명을 질렀다. 크게 지르진 않았다. 본능적으로 소리를 내질렀지만 그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여은진이 알아차리지도 못한 새에 살에 푹 찔린 그 가는 물건을 빼내야겠다고 머릿속으로 빨리 반응했다.하지만 역시 늦었다.여은진이 몸을 일으켜 스탠드를 켰고, 어두웠던 방안은 환한 빛으로 채워졌다.이어 급히 그를 살피던 여은진은 원이림의 엉덩이에 바늘이 하나 꽂혀있는 걸 발견했다.짧고 가는 옷을 꿰맬 때 쓰는 그런 바늘이었다.여은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얼굴로 남자를 보며 물었다.“어떻게 바늘에 찔릴 수 있어요? 침대에 왜 바늘이...”“...”꽂힌 바늘을 빼며 원이림은 이야기를 얼버무렸다.“괜찮아, 그냥 바늘인데 뭐. 별로 아프지도 않아.”그러고는 또 다짜고짜 몸을 뒤집으며 여은진을 몸 아래로 깔았다.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손을 뻗어 스탠드를 끄고 그녀의 입술을 거칠게 탐했다. 잠깐 벌어진 에피소드를 그녀의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진행 중이었던 일을 마무리하려는 의지였다.하지만 여은진은 그의 키스를 받아내면서도 오후 그의 당황스러운 표정과 난데없이 침대에 나타난 바늘을 함께 떠올렸다. 정신을 쏙 빼놓으려는 지금의 행동도 분명 그것과 연관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잠깐만.”여은진은 원이림을 밀어내고 다시 한번 스탠드를 켰다.의심이 부풀어 오른 눈으로 빤히 그를 노려봤다. “똑바로 말해요. 아까 그 바늘로 수작 부린 거 맞죠? 말해요, 몇 개나 찔렀어요?”“...”끝내는 발각되었다. 원이림은 이실직고했다. 강주환이 원흉이라고, 그가 시켜서 했다고 불었다.“여보, 나 며칠 전에 운봉 비즈니스 회담에 참석했는데 거기서 강주환을 만났어. 그 자식이 날 비웃는 거야. 그리고 이렇게 하라고 아이디어를 내줬어. 바늘로 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