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석진은 까만 눈동자로 여은진을 쳐다보며 말했다.“짐들은 도우미가 정리하게 놔두고 우리는 먼저 병원으로 가요.”여은진이 보기에는 아직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비록 출산예정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두 날이나 남아 있었다. 또한 부모님이 사고로 일찍 돌아가신 탓에 여은진은 병원을 무척 꺼렸다. 그 때문에 병원에는 더욱 일찍이 가고 싶지 않았다.여석진은 그런 그녀의 마을을 잘 알고 있기에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달래듯이 말했다.“비록 두 날이나 있지만 이미 출산 예정기에 들어섰어요. 이러다가 낳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이곳은 병원과 너무 멀리 떨어져서 누나가 병원에 가야 제가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요.”여석진은 곁에 쪼그리고 앉아 그녀의 작은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항상 옆에 있을게요!”그런데도 여은진은 미리 병원에 가고 싶지 않아 했고 여석진을 그런 그녀를 설득했다.“하루만 기다렸다가 내일 가면 안 될까? 응?”그녀는 예쁜 갈색 눈동자로 여석진을 바라보며 부탁했다. 이런 모습이라면 누구라도 그녀의 부탁을 거절하기 힘들 것 같았다. 여석진은 다시 한번 그녀를 달래려 큰 손으로 여은진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며 부드럽게 말했다.“그래요. 딱 하루만이에요! 내일은 무조건 입원하러 가야 해요!”.여은진은 연신 머리를 끄덕였다.그날 밤, 여석진은 계속해서 여은진의 곁을 지켰다.저녁에 둘은 산책을 했고 돌아오는 길에 여은진은 멀리서 커다란 키의 원이림과 마주쳤다! 원이림은 멀리서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와 여석진을 바라보았다.여은진은 원이림을 본 순간, 본능적으로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여석진과 웃고 떠들던 표정도, 걷고 있던 발걸음도 제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그녀는 멀리 있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는 많이 야위어있었다! 정신도 온전해 보이지 않았다. 여석진도 원이림을 발견하고는 곧장 여은진을 끌어안으며 귓속말로 말했다.“상관없는 사람은 신경 쓰지 말아요!”여은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아! 윽...”격렬한 진통으로 인해 여은진은 고통의 몸부림을 쳤다. 원이림은 걱정하고 있던 와중에 더욱 긴장되었다!그는 그저 말없이 안전하면서도 최대의 속도로 운전해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달렸다!여석진은 여은진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분명 자신도 너무 무섭고, 당황해 났지만! 최대한 자신을 진정시키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랬다.“아프면 소리 질러도 돼요. 괜찮아요.”“걱정하지 마세요... 누나, 심호흡해요!”“네, 맞아요. 그렇게 하는 거예요.”마침내, 차는 병원에 도착했다.여석진은 곧장 문을 열고는 조심스럽게 여은진을 안고 내리면서 성큼성큼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저기요! 의사 선생님! 지금 당장 아기를 낳을 것 같아요!”의사와 간호사들이 구급 카트를 밀면서 달려 나왔고 그대로 여은진을 구급 카트에 옮겼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구급 카트를 밀며 들어갔고 여석진은 그들의 뒤를 따랐다. 여은진이 곧장 수술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여석진은 수술실 밖에서 대기해야만 했다.수술실 밖의 빨간불이 켜졌다.여석진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그때, 원이림이 천천히 걸어왔다.차가 병원문 앞까지 왔을 때, 그도 당장 내리고 싶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도통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차 문을 열고 내리려던 순간 그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머리가 너무나 어지러웠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현재 여은진과 아이는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원이림을 정말로 잊은 듯했고, 자신만의 행복한 생활을 시작한 것 같았다. 그뿐만 아니라 원이림 역시 이미 포기한 상태였다. 그는 더 이상 그녀 앞에 나타나 여은진의 행복한 생활을 방해할 생각이 없었다!그 때문에 당사자가 아닌 윤성아가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비록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남 자식의 첫돌잔치에 참석한 손님으로서 이런 상황에서는 그저 축복을 전해 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윤성아와 모든 사람이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첫 돌잔치가 한창인 그때, 거의 모든 사람이 여은진과 아이를 둘러싸고 그들에게 축복을 전하고 있을 무렵.쾅! 하는 소리와 함께 연회장의 대문이 활짝 열렸다. 그러고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 선글라스를 착용한 경호원들이 각각 연회장 대문 양쪽으로 섰다.희주 아가씨가 등장하자! 그녀의 뒤로 십여 명의 경호원들도 그녀를 따라 연회장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여석진을 보며 말했다. “나 임신했어! 네 아이야!”여석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눈빛이 무섭도록 싸늘해졌다. 그는 희주 아가씨에게로 몇 걸음 걸어가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며 싸늘하게 말했다. “오늘은 내 아들의 첫 돌잔치인 만큼 최대한 소란 피우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 그렇지 않으면...”희주 아가씨가 대답했다.“그렇지 않으면?”그녀는 여석진에게 잡혀있던 손목을 뿌리치며 남자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나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고, 내 배 속에 있는 아이까지도 가만두지 않겠다? 여석진, 내 배 속에 있는 아이야말로 진정한 네 핏줄이야! 오히려 첫 돌잔치의 주인공인 이 아이는 남의 자식이잖아! 이 아이는 여은진과 다른 남자의 아이잖아...”말이 끝나기도 전에 짝!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희주 아가씨의 고개가 옆으로 돌려졌다. 여석진 손아귀의 힘은 엄청났다. 희주 아가씨의 뺨은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 입술에서는 피가 흐리고
여석진은 확실히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에게만큼은 아빠나 엄마가 곁에 없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배희주가 진짜로 그의 아이를 임신했다면 지우게 할 생각이었다!여은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렇게 되면 불공평해! 희주 아가씨와 그 아이에게 너무 불공평해! 그리고 비록 희주 아가씨가 교만하지만 그래도 진심으로 너를 좋아하잖아. 알고 보면 사실 아주 순진한 사람이야!”“내가 보기에 그녀는 본성은 선량하지만 지나치게 귀하게 큰 소녀일 뿐이야.”사실 여은진과 여석진은 진정한 의미의 결혼은 진행하지 않았다. 둘은 대외적으로 보여주기식 상황을 만든 것뿐이었다. 여석진이 청혼하여 여은진과 간단한 결혼을 하도록 설계되었다. 사실 두 사람은 지금까지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내가 잘못했어요. 내가 술을 먹고 희주 씨에게 말려들었어요.”커다란 키의 여석진이 무릎을 꿇었다.그는 여은진의 손을 잡으며 애원하듯 말했다.“날 한 번만 용서해 주면 안 될까요? 내가 무조건 배희주에게 아이를 지우라고 할게요!”“난 그 여자가 싫어요. 누나, 난 누나면 돼요. 누나만 원한다고요!”“우리 혼인신고 하러 가요. 오늘, 지금 당장 가요! 그리고 다시 성대한 결혼식을 올려요! 세상 모든 사람에게 우리가 부부라는 사실을 알리자고요! 네?”여은진은 한숨을 내쉬며 눈앞에 있는 남자에게 말했다.“석진아, 사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어.”애초에 그녀가 여석진의 청혼을 받아들여 간단하게 결혼식을 거행한 이유는 원이림을 잊을만하면 귀국하고 나서 가끔 그녀의 생활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원이림은 비록 그녀에게 매달리면서 귀찮게 굴지 않았지만 묵묵히 많은 일을 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여은진의 회사를 처분해 여씨 가문을 위기에서 구해주기도 했다. 비록 아프고 힘든 과거였지만 여은진 자신도 아직 그 남자를 좋아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한때는 오로지 자신감 하나로 맹목적으로 사랑에 빠졌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이가 갈라면서 그 자리에는 천천히 실망이 자리매김했다.그
어르신께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성아의 잘못이 아니야!”어르신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남녀 사이는 억지로 밀어붙인다고 될 일이 아니야! 성아는 처음부터 이림이를 좋아하지 않았어. 그건 자기가 더 잘알 거야. 단지...”“흠...”원승진은 힘없이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그도 원이림이 이렇게 된 이유가 윤성아와 연관이 있다고 여겼다!윤성아가 강주환과 함께 있고 나서 원이림이 귀국했고! 그 후 그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생활 습관이 달라지고 건강에 소홀하게 되었다.마치 실연당한 사람 같았다!어르신은 원이림이 한동안 잠잠하다가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올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휴...”이런 걱정에 또다시 한숨이 절로 나왔다.원승진은 속상한 마음에 아들을 놓아줄 수가 없었다! 매듭이 엉켰으니, 매듭을 묶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생각에 원승진은 휴대폰을 들어 윤성아에게 전화를 걸었다.“성아야, 나 원승진이야.”윤성아는 원승진의 목소리에서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눈치챘다. 윤성아가 되묻기도 전에 원승진은 이어서 말했다.“혹시 시간 괜찮으면 F 국에 한 번 오지 않겠니?”“이림이가 많이 아프단다. 위암이야...”원승진은 뒤로 갈수록 목이 막혀서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윤성아는 지금 여은진 아들의 돌잔치에 참석 중이었다! 이때까지는 배희주가 현장에 나타나지 않은 상태여서 윤성아는 전화가 울리자 곧장 밖으로 나가 받았다.그녀는 최근 반년 동안 원이림의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슬픔에 빠져 고통스러워하면서 늘 취한 상태로 술집에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 와중에 병원에도 여러 번 실려 갔었다.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악화 될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윤성아는 깜짝 놀라서 말했다.“어르신, 뭐라고요? 이림 씨가...”원승진의 목소리가 더욱 힘없이 들려왔다.“위암이야! 지금은 혼수상태에 빠져있고 응급실에서 구급 중이야! 난 네가 지안이를 데리고 왔으면 좋겠어. 혹시라도 이림이를 말릴 수 있지 않을까 싶
그녀는 지금 여은진이 원승진을 만나고 싶어 하는지를 확신할 수 없었다. 그 때문에 그녀는 아무런 대답을 해줄 수가 없었다. 윤성아는 원승진에게 말했다. “제가 은진 씨에게 전화는 걸어볼게요. 은진 씨가 아이를 데리고 어르신을 만나러 올 의향이 있는지 제가 한번 물어볼게요.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아요.” 원승진은 대답했다. “그래.”그의 아쉬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말대로 이림이가 그 여인에게 잘못한 게 맞아. 크게 상처를 줬지! 그 여인이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것도 당연한 거야. 그러나... 만약 가능하다면, 나도 그 여인과 아이를 한번 만나보고 싶구나! 내가 이림이를 제대로 잘 가르치지 못한 탓에, 그 여인에게 큰 상처를 줬어. 그 여인과 아이에게 보상할 수만 있다면 내가 제대로 사과하고 싶어!”두 사람의 대화가 오가고 있는 곳은 원이림의 병실이었다. 그 시각, 원이림은 혼수상태였다! 비록 그는 목숨은 건졌지만, 숨이 간들간들한 채로 병상에 누워있었다. 언제 깨어날지도 미정이었다.윤성아는 잘생긴 얼굴에 뼈가 돌출될 정도로 무척이나 수척해진 상태로 병상에 누워있는 원이림을 보며 그녀의 심장도 무척 아파왔다. 그는 마치 언제든지 숨이 넘어갈 것만 같았다. 그녀는 눈시울이 붉어지며 눈물이 흘렀다.눈물이 흘러내리던 순간, 그녀는 뒤돌아 자리를 피했다. 그녀는 연로한 노인이 자신의 눈물로 인해 더욱 힘들어할까 봐 염려되었다. 윤성아는 병실 밖을 나가서 안전 출구 쪽으로 걸어가 그곳에서 한참을 울었다. 그녀의 인생에 만약 원이림이 없었다면, 아마도 지금의 윤성아는 없었을 것이다!윤성아는 원이림과의 만남이 너무나 감사했다. 눈물이 멈추자, 윤성아는 여은진의 전화번호를 찾아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대편에서 전화를 받자 윤성아는 얼른 물었다.“은진 씨, 전화 받기 괜찮아요?”여석진은 곁에 없었고 여은진은 방에서 아이를 돌보고 있었다. 그녀가 대답했다. “네. 괜찮아요.”윤성아는 그제야 말을 이어갔다. “은
그녀는 여은진에게 말했다. “그때는 나도 마음이 이미 식어버린 줄 알았어요. 그리고 이번 생은 두 번 다시는 강주환과 엮일 일이 없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내 마음은 결국 강주환이더라고요. 여석진 씨가 은진 씨에게 무척 잘해주고 있죠! 하지만 원하는 사람이 아니면 그 사람이 아무리 잘해주고, 많은 노력을 한다 해도 당신의 마음에 들어가기는 어렵지 않을까요?”여은진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담담한 그녀의 작은 얼굴에는 입꼬리를 올린 채 자신을 비웃는듯한 쓴웃음이 번졌다. 그리고 그녀는 윤성아를 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결국 나도 이림 씨의 마음에 들어가기가 어렵죠! 그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이니까! 나도 이제는 포기했어요.”윤성아는 말이 없었다. “...”예전의 원이림은 확실히 윤성아를 무척이나 아끼고 좋아했다! 그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가며 그녀를 위해 그의 전부를 걸었다! 심지어 그녀의 아이까지도 서슴없이 받아들이며 자신의 아이처럼 예뻐해 주었다. 그러나 이미 다 지난 얘기였다!윤성아는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은진 씨, 지금의 원이림이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오로지 당신뿐이에요! 이전에 이림씨가 저와 지안이에게 잘해준 건 맞아요! 그가 나를 좋아했기 때문이죠. 4년이란 시간 동안 나를 기다려줬어요. 심지어 내 아이에게도 무척 잘해줬고요. 하지만 나를 좋아하는 마음은 항상 자제해왔어요. 이림 씨는 저를 좋아했지만, 사랑하는 건 아니었어요. 저에게 이림 씨는 늘 자상한 오빠였고, 가족이었어요! 그러나 은진 씨에게는 달라요!”윤성아는 여은진에게 말했다. “주환 씨가 말하길, 만약 한 남자가 정말로 한 여인을 사랑한다면, 분명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녀를 차지하려고 한대요! 이 세상에 진정한 플라토닉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대요. 남자는 좋아하는 여자와 함께 자고 싶어 한대요. 세상 어디에도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가만히 내버려 두는 남자는 없어요.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거죠! 주환 씨가 말하길, 좋아하면 가지려고 하기 때문
“사실 진작에 의심해 봤어야 해요. 은진 씨가 금방 당신 애를 유산했는데 또 임신했을 리가 없잖아요! 그렇게 되면 그때 유산된 게 아니라 배 속의 아이를 낳은 거라고요.”“그 아이가 바로 여요한, 바로 이림 씨 친자식이에요!”원이림은 웃음이 나왔다.공허한 눈동자가 잠시 반짝거렸다가 금세 다시 차갑게 변했다.‘정말 내 아이였다니!’다행이다. 그가 직접 자기 손으로 자기 자식을 죽이지 않았으니.하지만 그가 여은진에게 입힌 상처는 돌이킬 수 없었다. 비록 아이는 살아남았지만 원이림은 자신의 잔혹함과 그녀가 피를 흘리던 장면을 똑똑히 기억했다...여은진은 분명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더구나 그녀에게 용서를 구할 면목도 없었다.현재 그녀는 이미 여석진과 결혼해서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까...“그런데 만약 은진 씨가 사는 게 행복하지 않다면요?”윤성아가 말했다.“이림 씨, 혹시 희주 아가씨라고 아시죠? 어제 여석진 씨네 아들 돌잔치에 희주 아가씨가 들이닥쳤어요.”“희주 아가씨가 여석진의 아이를 임신했대요!”원이림의 눈살이 찌푸려졌다.그리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공허했던 눈동자에 순간 살기가 가득했다.“젠장! 여석진 그 자식이 설마 바람났어? 감히?”“맞아요.”윤성아가 답했다.“은진 씨도 참 박복해요. 꼬박 10년을 당신만 좋아하면서 온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이제 남은 인생을 조용하고 안일하게 살고 싶었지만 결과는요?”“여석진이 은진 씨를 배신하고 다른 여자를 임신시켰어요.”“더구나 배씨 가문에서 분명 은진 씨를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윤성아가 원이림을 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아직도 치료받지 않고 이대로 죽고 싶나요?”“은진 씨는 당신을 10년이나 사랑했어요. 당신은 닥치는 대로 무조건 치료받은 뒤에 은진 씨랑 아이를 곁에 두고 보살펴줘야 하는 게 아닌가요?”“이미 은진 씨한테 많이 빚진 상태면서 사과 한마디 없이 그녀가 순순히 용서해 주기를 바랐어요? 온 힘을 다 바쳐 당신을 사랑한 사람이고 당신의 아이까